삼국지연의
양봉과 동승은 금세 이악의 속임수임을 알아채고 황제를 안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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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것은 이악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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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은 즉시 서황에게 나가 싸울 것을 명했다. 이악과 서황이 서로 부딪쳐 싸운 지 일 합도 못되어 도끼에 절단이 난 이악은 말 아래로 떨어졌다. 이악의 졸개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고 황제의 어가는 서둘러 기관땅을 지나갔다. 도중에 태수 장양이 음식과 비단을 황제께 올리고 영접하니 황제는 감격하여 그에게 대사마의 벼슬을 내렸다. 대사마에 오른 장양의 호위를 받아 결국 낙양에 도착한 황제는 타다 남은 집들과 군데군데 삐죽 자란 잡초를 보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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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정녕 무슨 광경이더냐. 한의 역사가 이렇게 도태되었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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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가 한숨을 내쉬었고 대신들도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었다. 어찌되었든 정든 고향으로 돌아오면 뭔가 살 방편이 마련되지 않을까싶었던 자신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낙양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양봉은 즉시 수하를 부려 조그만 궁실을 짓고는 황제를 모셨다. 그리고 흥평 연호를 건안 원년(196년)으로 개원했는데 나라가 망하려는 징조인지 그 해에도 크게 흉년이 들었다. 황제를 따라 낙양에 모여든 얼마간의 백성들은 끼니 거르기를 예사로 하였다. 도저히 참지 못한 조정의 대신들과 백성들은 성 바깥으로 나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거나 풀뿌리로 연명했다.
참혹한 일이었다. 일국의 황제란 사람이 나무 가죽을 벗겨 먹는다니 그 운세가 다했음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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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고 있다가는 언제 또 도적이 쳐들어올지 모를 일이며 도적들이 아니라도 모두 굶어 죽을 것입니다. 지금 산동에서 많은 군사를 조련하며 그 세를 키우고 있는 조조 맹덕을 불러 폐하를 보필케 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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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물어볼 것이 무엇이 있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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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조조는 여포를 몰아낸 후로 주위에 흩어진 옛 황건적의 잔당을 토벌하여 군세를 키우는 동시에 많은 인재들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 조조에게 천자가 낙양으로 환도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순욱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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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춘추 전국시대에 진(晋) 문공(文公)은 제후들을 거느리고 천자인 주(周) 양왕(襄王)을 영접했기에 천하가 그에게 복종하였으며 한 고조는 초나라 의제의 초상을 잘 치루어 주었기에 민심을 얻었습니다. 지금 천자께서 몽진하여 낙양에 드셨으니 주군께선 대의명분을 내세워 의병을 일으키십시오. 천자를 모시면 주군의 이름은 가히 전국에 떨칠 것입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다른 호걸이 자리를 차지할 것이니 서둘러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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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나라 말년에 황실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양왕은 권력싸움에서 패하여 마땅히 몸을 피할 곳이 없었다. 이때 진문공 중이(重耳)가 양왕을 받아들이는 한편, 그의 적수를 베어 양왕이 다시 권좌를 되찾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춘추전국시대의 다섯 패자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또한 진나라 말년에 세력을 일으킨 여러 군벌들 가운데 초나라 왕실의 후대인 심(心)을 회왕(懷王)으로 삼아, 유방과 항우가 그를 대접했다. 헌데 진나라를 뒤엎는 싸움이 일어나면서 항우가 스스로 서초패왕(西楚霸王)을 자칭하여 회왕을 죽이고 말았다. 이에 항우는 명분을 잃게 되었고, 유방은 회왕의 장례를 잘 치뤄주어 세상의 인심을 얻어 결국 천하를 차지할 수 있었다.
순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표가 보낸 천자의 표문이 당도했다. 조조는 의관을 갖추고 천자의 조서를 받아 그 날로 전군사를 일으켰다.
한편, 낙양에 있던 황제는 다 쓰러져가는 담벼락을 의지하여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헌데 또다시 속을 뒤집어 놓는 급보가 날아왔다. 이각과 곽사의 무리가 쳐들어온다는 보고였다. 이제는 놀랄 기운도 잃은 황제가 한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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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를 데리러 간 사신은 아직 소식도 없는데 이각 일당이 온다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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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들이 목숨을 걸고 폐하를 지킬 것이니 심려하지 마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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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객기요. 이런 허술한 낙양의 방비를 어찌 믿고 저들을 상대한다는 말이오. 잘못하면 큰 화를 당할 수 있으니 차라리 폐하를 모시고 조조가 있는 산동으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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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동승의 말을 옳게 여겨 즉시 어가에 올라 산동으로 향했는데 문무백관들은 그 뒤를 구보로 따라갔다. 천자가 낙양을 벗어나 얼마 가지 않았을 때였다. 멀리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며 말들과 군사들이 밀려왔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황제는 현기증을 느꼈다. 헌데 가만히 보니 그들은 지난날 조조에게 보냈던 사신 일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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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군이 산동의 군사를 전부 일으켜 폐하를 뫼시려 합니다. 지금 이각과 곽사의 무리들이 낙양을 침범한다는 소식을 듣고 하후돈을 선봉으로 삼아 폐하를 호위토록 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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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겨우 안심하여 깊은 숨을 몰아쉬었고 잠시 후, 하후돈과 허저, 전위 등이 도착하여 예를 올렸다. 그때 다른 파발꾼이 달려와 동쪽에서 한 떼의 군사들이 몰려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황제의 명을 받은 하후돈이 나아가 살펴보니 조조의 보병군이었다. 보병을 끌고 온 조홍, 이전, 악진 등이 천자께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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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형인 조조장군이 적군이 가까이 있다는 급보에 신을 보내어 하후돈을 돕도록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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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군은 참으로 한나라의 충신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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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즉시 이들에게 선두를 맡겨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헌데 잠시후 파발꾼이 다시 달려왔다. 이번에는 이각과 곽사의 군사들이 몰려온다는 전갈이었다. 하후돈과 조홍은 즉시 군사를 둘로 나누어 좌우로 펼쳐서는 적을 맞이했다.
기병을 앞세운 조조군을 이각과 곽사 무리들은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일방적으로 박살난 그들은 꽁지가 빠져라 도망하였고 황제는 그 길로 다시 낙양에 들어갔다. 하후돈이 낙양성 밖으로 군사를 주둔하여 지키고 그 다음날이 되어 조조가 대군을 거느리고 와 천자를 뵈었다.
무릎을 꿇고 절을 올리는 조조를 본 황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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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몸을 편히 하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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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지난날 나라의 은혜를 입어 항시 보답할 길을 찾고 있었습니다. 이각과 곽사의 횡포로 폐하께서 큰 곤욕을 치루셨다니 참으로 황망한 일이옵니다. 이제 신이 곁에서 보필할 것이니 부디 용체를 아끼시어 국사를 편히 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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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는 조조에게 사례교위의 직위를 내려 공을 치하했다.
한편, 조조가 천자를 모셨다는 말에 이각과 곽사는 전군사를 모아 조조를 치려 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가후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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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들 조조에게 맞설 수 있다고 보시오? 참으로 그 용기가 가상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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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우리 군사의 사기를 꺾으려 하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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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이 칼을 뽑아 가후를 죽이려 들자 장수들이 이를 뜯어 말렸다. 가후는 겨우 목숨만 구해 그날 밤으로 고향을 향하여 떠나버렸다.
이각은 날이 밝자 군사를 몰아 조조에게 시비를 걸었다. 조조는 허저, 조인, 전위를 앞세워 진영을 벌였는데 이각의 조카 이섬과 이별이 달려나왔다. 이각의 진영에서 장수 둘이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오자 허저가 둘을 상대했다. 한번 휘두른 칼날에 이섬이 절단나고 이것을 본 이별은 놀라 말에서 떨어졌다. 허저는 몸을 일으키려는 이별의 목을 단번에 날려버렸다. 조조는 허저의 용맹을 칭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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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참으로 나의 번쾌(樊噲: 한 고조의 명장)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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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그 길로 하후돈에게 군사를 주어 오른쪽을 맡기고 스스로는 중군을 거느려 이각, 곽사의 군사들을 향해 내달았다. 이각과 곽사는 조조가 수하의 맹장들을 이끌고 전력으로 부딪쳐 오자 더는 당하지 못하고 크게 패하여 달아나 버렸다.
그러나 카리스마 조장군은 달아나는 그들을 곱게 보내지 않았다. 끝까지 추격하여 모조리 목을 베었는데 죽은 적군과 항복한 군사들이 수없이 많았다. 이각과 곽사는 콧수염이 휘날리게 도망가다가 수풀을 발견하고는 숨어버렸다. 조조는 형세가 어느 정도 정리되자 군사를 거두어 낙양성 바깥에 주둔시켰다. 이때 천자를 호위하던 양봉과 한섬은 조조를 의식하여 한쪽 구석으로 가 앞으로의 일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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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세는 조조에게 넘어갔소. 그가 모든 힘을 거머쥘 것은 분명한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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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과 한섬은 즉시 천자께 이각과 곽사의 머리를 들고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군사를 거느려 대량땅으로 떠날 채비를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황제가 사람을 보내 조조를 불렀다. 조조가 궁에서 왔다는 사람을 흘깃 살펴보니 얼굴에 기름기가 돌고 품행이 청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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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굶어 죽어가는 판국에 뭘 처먹어서 저렇게 땟갈이 좋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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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말고 먹는 게 뭐 있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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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은 뭘 지내고 계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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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 것 없는 효렴으로 원소와 장양의 밑에서 일을 봤는데 이번에 천자께서 환도하셨다기에 배알을 드리러 왔소이다. 헌데 폐하께서 정의랑 벼슬을 내려주셨소. 내 성명은 동소(董昭)이고 자는 공인(公仁)이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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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의 존함은 익히 들었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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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주위를 시켜 술상을 내오게 한 다음, 순욱을 불러 인사시켰다. 그때 파발꾼이 달려와 한 떼의 군사들이 동쪽으로 떠나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조조가 누구인지 알아보라는 명을 내리려는데 동소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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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지난날 이각의 수하였던 양봉과 산적질을 하던 한섬이오. 그들은 귀공이 낙양으로 들어와 천자를 뫼시자 군사를 거느리고 대량땅으로 도망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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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날 의심한다는 말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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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낱 잡배 같은 무리들인데 뭘 걱정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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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각과 곽사, 두 도둑놈을 잡지 못했으니 어쩌면 좋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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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들은 이미 힘을 잃고 떠도는 개만도 못한 놈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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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동소의 입에서 사리분명한 말들이 술술 나오자 조정대사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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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이 오늘날 쓰러져가는 한 나라를 구하려 군사를 모아 천자를 모시고 도적들을 물리친 공은 옛 오패(춘추 전국시대때 주 왕실을 도와 천하의 패권을 잡은 다섯 제후)의 공로와 비견될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영웅들이 사방에 도사려 모두 다른 뜻을 품고 있소이다. 그들은 귀공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이니 이곳 낙양에 있어봐야 옳은 일이 못 됩니다. 천자를 모시고 허창으로 옮기는 것이 상책이지만 여러 곳을 전전하다 겨우 낙양에 들어온 천자를 다시 허도로 모신다면 주위가 반대를 할 것입니다. 허나 무슨 일이든 따르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름을 높이려면 비상한 공을 세워야 하는 일이므로 스스로 판단하여 행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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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동소의 손을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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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막힌 속을 말끔히 씻어주는 고견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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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따위야 어려울 것이 무엇입니까. 그냥 편지 한 장 보내어 안심시킨 후, 대신들에겐 식량난을 들어 허도를 말하면 그렇지 않아도 굶주린 이들이 반대할 이유가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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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동소의 식견에 크게 감탄하고 돌아가려는 그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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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은 앞으로 나를 잘 도와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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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이 미천한 사람을 알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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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동소에게 크게 감사하고는 즉시 부하들을 소집했다.
동소를 대접하여 보낸 조조가 모사들을 불러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고 있을 그때, 시중 태사령(太史令) 왕입(王立)이 유애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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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이 심상치가 않소. 태백성(금성)이 북두칠성과 견우성 사이로 진성(토성)을 지나고 형혹성(화성)이 거꾸로 거슬러 태백성과 천관에서 서로 만나고 있소. 금성과 화성이 서로 만난다는 건 새로운 천자가 나온다는 말이오. 내 보기에 한 나라의 기운은 이미 다하였소이다. 머지않아 진(晋), 위(魏)땅에서 새로 일어나는 자가 있을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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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가 조조의 귀에 들어갔다. 조조는 즉시 사람을 보내 왕입의 입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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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충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하늘의 이치를 섣불리 해석하여 민심을 해치지 마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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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순욱을 불러 왕입의 이야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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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 왕입의 이야기는 하나도 틀림이 없습니다. 한은 화덕(火德)으로 천하를 다스렸습니다. 주공은 토(土)의 기운을 타고 나셨고 허도는 토의 방위에 놓여있는 곳입니다. 그곳으로 가면 반드시 흥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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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마침내 마음속으로 결심을 하고 다음날 황제를 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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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은 다 쓰러져가는 잿더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곳에 있어봐야 득 될 것이 없으니 곡식과 물자가 풍부한 허도로 도읍을 옮기시기 바랍니다. 폐하는 윤허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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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가면 어쩔 텐가. 황제는 싫다고 말할 수도 없어서 알아서 하라는 말만 했다. 주위에 있던 대신들도 조조의 위세에 눌려 뭐라 대꾸도 못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군사를 거느리고 어가를 호위해 낙양을 떠나고 있던 와중에 한 떼의 군마들이 언덕에 늘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그 사이로 서황이 나타나 조조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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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천자를 납치하여 어디로 가는 길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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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보니 기풍이 있고 용맹해 보이기에 허저를 내세워 싸우도록 했다. 허저와 서황이 어우러져 도끼와 칼을 휘둘렀는데 50여 합이 지나도 결말이 나지 않았다. 보다 못한 조조가 징을 쳐 허저를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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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과 한섬 따위야 무엇이 걱정일까 만은 저 서황은 참으로 맹장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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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은 심려마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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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쾌히 승낙했다.
그날 밤, 만총은 의복을 갈아입고 적군 속에 섞여 들어가 서황의 장막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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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은 그간 별고 없으셨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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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대는 만백녕(만총의 자)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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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조조 장군의 휘하에 있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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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황이 자리를 내어 앉기를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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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은 무예와 성품이 족히 장군감인데 어찌 양봉과 한섬 따위를 섬기고 계신가요? 지금 조조 장군은 어질고 장수를 예로써 대하는 당대의 영웅이시오. 낮의 싸움에서도 조장군은 귀공의 비범함을 보고 굳이 싸우기 보단 나를 보내어 모셔오라 하신 게요. 양봉과 한섬 따위를 모셔봐야 인생을 낭비할 뿐입니다. 귀공 스스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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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내가 왜 모르겠소. 양봉과 한섬이 한낱 시정 잡배와 같은 무리라는 걸 나도 알고 있소이다. 허나 오래 전부터 같이 동고동락을 해왔는데 쉽게 버릴 수야 없는 노릇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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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이외다. 자고로 ‘봉황은 나무를 가려 앉고 현명한 사람은 주인을 가려 섬긴다’ 고 했소. 눈앞에 대업이 있는데 옛정에 연연하는 건 결코 대장부의 길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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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서황은 즉시 자리를 털고 일어나 만총의 뜻을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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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하셨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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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순 없소. 비록 큰 주인은 아니었으나 아랫사람이 칼을 들이댈 수는 없는 일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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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참으로 대장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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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총이 자신의 경솔함을 사과하고 서황은 바로 군사를 이끌고 조조에게 투항했다. 이 사실은 즉시 양봉의 귀에 들어갔다. 양봉은 친히 기병 천기를 거느리고 조조에게로 향하던 서황을 추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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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버리고 도망가는 서황은 멈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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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이 서황을 덮치려는 순간, 갑자기 사방에서 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게 당황한 양봉이 정신을 못 차리고 우왕좌왕하다가 문득 돌아보니 저만치서 조조가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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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 기다린 지 오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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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봉은 몰려오는 적을 물리치며 달아날 길을 찾았다. 그때 멀리서 한섬이 군사를 몰아 달려왔다. 하지만 조조의 군세가 너무 많아 한섬은 양봉만을 구출하여 가까스로 도망나왔다. 나머지 병졸은 모두 죽거나 항복했다. 양봉은 신세가 처량하게 되자 한섬과 더불어 그 길로 원술에게 갔다. 싸움을 쉽게 마무리 지은 조조는 만총과 더불어 온 서황을 극진히 대접하여 그의 환심을 산 후 허도로 들어갔다.
허도에 궁실과 전각 등을 새로 짓고 그동안 어가를 호위한 대신들에게 상을 내린 조조는 모든 사직의 결정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면서 스스로 대장군 무평후에 올랐다. 그리고 순욱을 시중상서령, 순유를 군사, 곽가에게 사마좨주, 유엽은 사공연조로 삼았다. 그리고 모개와 임준에겐 전농중랑장의 벼슬을 내려 세금징수와 식량관리를 맡겼다. 정욱은 동평국의 상으로, 범성과 동소는 낙양령, 만총을 허도령, 하후돈 · 하후연 · 조인 · 조홍 등에겐 모두 장군의 위를 내렸고 여건 · 이전 · 악진 · 우금 · 서황을 교위벼슬에 허저 · 전위를 도위로 삼았다. 한마디로 조조 지 맘대로 벼슬을 내려주었다. 그로부터 모든 대소사는 조조에게 우선 보고된 연후에 황제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말 그대로 조조 천하였다.
☞ 중국의 역사를 보면 망국의 임금은 한결같이 역사로부터 무능하고 한심한 인간으로 저평가받는다. 망한 이유가 외부의 위협이든, 내부의 문제이든 근본적인 원인은 왕의 실정이 가장 큰 탓이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중국 후한의 마지막 황제인 헌제는 역사가들로부터 나쁜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 이유는 그가 모자라서 왕조가 몰락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나라가 기울 대로 기운 상태에서 제위에 올라 이리저리 이용만 당하다가 결국은 버려졌기 때문이다. 후한이 몰락한 가장 큰 원인 제공자인 아버지 영제의 아들로 태어나 의붓형인 소제(유변)의 뒤를 이어 황제가 된 유협(헌제)은 동탁의 위세에 눌러 찍소리도 못하다가 동탁이 죽은 후에는 이각 · 곽사에게 휘둘렸다. 또 둘이 치고박는 와중에 겨우 도성을 탈출하여 문전걸식을 하고 조조의 손에 구원받지만 헌제의 입장에서 따지고 보면 조조 역시 동탁이나 이각 · 곽사의 무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점이었다.
삼국지의 주석을 단 모종강에 따르면 전국시대로 접어든 당시 후한의 실력자 중에 황제를 구원할 만한 중심인물로는 원소와 조조, 유비 등을 꼽고 있는데, 유비는 마음이 있다곤 해도 여포와의 싸움에서 약간의 명성을 얻었을 뿐 거의 힘이 없을 시기였기 때문에 논외로 치고, 북방의 원소가 가장 막강한 군세를 거느린 최고의 군웅으로 황제를 보좌할 유력인사였지만 그는 결단력이 딸리고, 앞날을 예측하는 머리가 모자랐다.
또한 원소는 헌제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권력을 잡고 있던 동탁에 의해 황제가 된 헌제였지만 원소는 조조를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동탁을 공격할 때에 유주 목사 유우(劉虞)를 새 황제로 추대하려고까지 했던 인물이다. 유우의 거절로 성사되지는 못했는데, 대대로 삼공의 벼슬까지 한 명망있는 가문출신의 원소는 동탁에 의해 세워진 헌제의 권위를 인정하기 싫었던 탓이 아닐까.
저수 등의 휘하 모사들이 헌제를 옹립하자는 주장을 했지만 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눈치빠른 조조에게 넘어간 헌제는 갖은 핍박을 당하다가 그 아들 조비에 의해 제위를 빼앗긴다.
조조라 하여 헌제에게 호감이 있을 까닭은 없다. 다만 헌제가 가진 한나라 황실의 영향력을 깨달았고 아직 빨아먹을 단물이 남아있었기 때문에 황제를 모셨으며, 또 철저히 이용했다. 아무튼 정사와 소설 속에서 헌제라는 인물은 망국의 황실에서 태어나 대접받기는커녕 권력가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비참한 말로를 걸은 가장 불행한 인물로 남아있다.
조조는 기반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후당에 큰 잔치를 열어 모든 모사와 장수들을 불러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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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유비는 서주에 군사를 주둔하여 정사를 보고 있다. 헌데 여포놈이 유비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어 이 둘이 연합하여 쳐들어 오는 날엔 큰 화가 될 터인데 어쩌면 좋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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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군사를 주시면 당장에라도 유비와 여포의 목을 베어 바칠 것이니 허락해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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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의 용맹은 알고 있으나 유비는 그리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오. 여포 따위야 힘만 믿고 설치는 아둔한 놈이지만 유비는 휘하에 걸출한 맹장들이 버티고 있어 꾀를 써야 하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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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계책이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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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두 마리를 먹이 하나로 다투게 하는 계략을 쓰는 겁니다. 이를 일컬어 ‘이호경식지계’ 라고 하지요. 먼저 범 두 마리에게 먹이 하나를 던져 서로 싸우게 하는 것입니다. 허면 두 호랑이는 서로 먹이를 차지하려 필사적이 될 것이고 분명 하나는 죽을 것입니다. 남은 호랑이야 힘이 모두 빠졌을 테니 잡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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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만히 앉아 득을 보는 계략이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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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도겸에게 자리를 양도 받았을 뿐, 천자의 칙명을 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 기회에 서주의 목사로 제수하는 동시에 여포의 목을 베라는 명을 내리십시오. 만약 유비가 성공한다면 여포가 죽을 것이고 따르지 않더라도 여포가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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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순욱의 말을 따라 곧 천자께 아뢰어 유비를 진동장군 의성정후에 봉하고 서주 목사로 삼는다는 칙서와 함께 은밀히 여포를 토벌하라는 밀서를 보냈다.
그 무렵, 유비는 서주에 머물러 있으면서 황제가 허도로 도읍을 옮겼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표문을 올리려던 참이었다. 조조의 사신이 도착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유비는 성 바깥으로 나가 칙사를 영접하여 큰 잔치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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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이 정식으로 서주 목사가 된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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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거듭 감사하며 칙사가 넘겨주는 밀서를 받들었다. 별 생각 없이 편지를 읽어보던 유비의 얼굴이 굳어졌다. 말없이 편지를 접어 품에 간직한 유비는 잔치를 끝내고 칙사를 쉬게 한 다음, 수하들을 불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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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진심으로 경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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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럼, 그 정도 공을 세웠으면 당연한 일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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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유비의 표정은 전혀 밝지 않았다. 관우와 장비가 의아하여 쳐다보자 말없이 있던 유비가 편지 하나를 꺼내 관우에게 주었다. 관우는 편지를 읽어보더니 유비의 표정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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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뭐라고 써 있는데 인상들이 그러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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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의 목을 베라는 명이 내려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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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진짜로 좋은 소식이네! 유비형님은 서주의 목사가 되셨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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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쉽게 말할 문제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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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리 고민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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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갈 곳이 없어 나에게 몸을 의탁한 사람이다. 헌데 내가 그의 목을 베면 내가 여포와 다를 것이 무엇이 있겠느냐. 그를 죽인다면 나의 신의도 똑같이 무너지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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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는 무슨 신의! 여포놈은 신의란 말도 모르는 숭악한 놈이오. 그런 놈을 베는데 형님 신의가 왜 떨어진단 말입니까? 내게 맡기면 금방 처리할 테니 걱정마슈. 더구나 황제의 명이라지 않소. 우린 어명을 따르면 되는 거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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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황제의 명이 아니라 조조의 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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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여포는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비의 서주 목사 취임을 축하하러 왔다. 여포가 말에서 막 내려서자 저만치서 장비가 오만 가지 인상을 쓰고는 여포를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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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공, 유비공이 서주목사가 된 것을 축하하러 왔으니 뵙게 해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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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 좋아하네. 어제 마신 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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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대와 싸우러 온 것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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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의붓아버지를 둘이나 죽인 이 천하의 쓰레기 같은 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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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칼을 들어 으르렁 거리자 여포도 지지않고 인상을 팍팍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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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덕! 내가 왜 쓰레기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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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히 궁금하면 저승에서 여론조사나 해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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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와 겨루고 싶다면 오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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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도 칼을 뽑아 장비를 노려보았는데 저쪽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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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칼을 거두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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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왜 꼭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서 산통을 깨는 거유! 오늘은 잠시 모른 척 하슈. 내 이놈의 목을 베어 천자께 충성 좀 해야겠소. 어차피 명도 떨어졌으니 다른 눈치 볼 것 없다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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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크게 꾸짖고 관우도 만류하니 장비는 궁시렁 거리면서 칼을 거두어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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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우가 성질이 급해 실례를 한 것이니 용서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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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쓸 것 없소이다. 장익덕이야 나 못 잡아먹어 안달인 사람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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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여포공의 목을 베라는 밀서가 왔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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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군요. 조조놈은 간교함으로 제작된 인간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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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그대를 해칠 생각이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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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부터 유현덕공이 의리있다 알기에 걱정하지 않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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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여포와 술자리를 나란히 하다가 저녁 무렵에야 헤어졌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는 유비에게 관우와 장비가 와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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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은 왜 그리 사람이 좋아 저런 놈에게 굽실거립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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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나와 여포가 연합하여 허도를 치지 않을까 걱정되어 이런 계책을 낸 것이다. 우릴 이간하여 서로 싸우도록 한 다음 자신은 중간에서 어부지리를 얻자는 속셈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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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는 그 뜻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장비는 한사코 고집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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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책이고 뭐고 여포란 놈은 살려둬 봐야 세상에 득이 될 게 없는 놈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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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장비의 투정을 뒤로 하고 물러갔다.
다음날이 되어 유비는 사신을 배웅하는 동시에 조조에게 보내는 답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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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과연 유비로군! 이 정도엔 넘어가지 않는다는 말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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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나 두 번째 계략이 또 있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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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어떤 계책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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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범을 몰아 이리를 잡는 계책(구호탄랑지계)을 쓰는 것이지요. 먼저 남양의 원술에게 유비가 남양을 치려고 황제께 표문을 올렸다고 일러주는 겁니다. 그리고 유비에게 원술을 토벌하라는 조서를 내리십시오. 황제의 조서를 받아본 유비는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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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유비가 서주를 비우면 남아있던 여포가 서주를 노릴 것이 틀림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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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여포란 놈은 탐욕스럽고 의리를 모르는 인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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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즉시 원술에게 사람을 보내는 동시에 천자의 조서를 거짓으로 꾸며 유비에게 보냈다. 물론 서주는 또 시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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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필시 조조의 간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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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우리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뭔가 시꺼먼 수작을 부리려는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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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조조놈이 얄팍한 속임수로 우릴 가지고 놀 모양인데 어림도 없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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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하더라도 이는 천자의 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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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계략이란 걸 알면서도 유비는 칙서에 박힌 황제의 도장을 보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남양의 원술을 공격하려는 유비와 그 옆에 도사린 여포. 서주의 운명은 이렇게 추풍낙엽과 같았다.
서주가 한참 전쟁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한가지 일이 발목을 잡았다. 바로 서주의 수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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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이 자리를 비우고 없는 동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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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지키고 있어야 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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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제게 맡겨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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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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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관우는 나와 수시로 전세를 살펴 상의해야 할 일이 많을 것이니 같이 가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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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결정됐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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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쳐다보자 장비가 소리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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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그런 눈으로 보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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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술에 취하면 야수가 되지 않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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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술을 안 마시면 되잖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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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술과 연을 끊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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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느니 죽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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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고리눈을 뜨고 미축을 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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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임마! 안 먹는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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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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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곁에서 장비장군을 잘 보좌할 것이니 유비공은 걱정 마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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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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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출진준비가 끝나자 기병과 보병 3만을 거느리고 남양땅으로 향했다.
한편, 그때 남양에 있던 원술은 유비의 진군소식을 전해 듣고 길길이 날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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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구석에서 돗자리나 짜던 촌놈이 내 땅을 넘보다니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나! 요사이 서주를 차지해 거드름을 피운다기에 내가 직접 버릇을 고쳐주려던 참이었는데 도리어 제놈이 군사를 몰아 온단 말이지? 오냐, 그놈의 주리를 비틀어 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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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장수 기령(紀靈)에게 군사 10만을 주어 서주땅으로 보냈다. 기령은 원래 산동 사람으로 50근이나 되는 삼첨도(三尖刀)를 휘두르는 맹장이었다.
얼마 후, 유비와 원술의 군사는 우이현에서 서로 대치했다. 유비는 원술의 군세가 만만치 않자 산을 등지고 영채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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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시골 구석에서 올라온 촌놈이 겁도 없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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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바대로 생김새가 이상한 산도적이로다! 천자께서 나로 하여금 너의 죄를 물으라 하셨는데 어찌 앞길을 막는 것인가! 돌아가 목을 씻고 기다려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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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령은 화를 버럭 내면서 말을 달려나왔다. 이를 보자 유비 진영에서는 관우가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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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던 졸부놈이 어딜 나서는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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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말을 몰아 서로 30여 합을 주고 받았다. 기령은 이리저리 말을 재촉하다가 머리 위로 날아오는 관우의 청룡도를 받고는 놀라 급히 말을 돌려 진영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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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좀 먹고 싸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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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죽을 놈이 양식은 뭣하러 축내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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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령이 진영으로 들어가 버리자 관우도 더는 추격을 않고 돌아갔다. 잠시 후, 기령의 진영 앞에서 장수 하나가 나와 관우에게 싸움을 걸었는데 관우가 보니 기령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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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하루 종일 먹는다더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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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령 장군은 천하의 명장으로 너 같이 이름없는 놈과 상대할 분이 아니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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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의 수염이 부르르 떨리며 말에 박차를 가했고, 순정도 이에 말을 달렸다. 하지만 순정이 어찌 해볼 사이도 없이 관우의 청룡언월도 단 한방에 허리가 뚫려 말에서 떨어졌다. 뒤에서 이를 보던 유비가 군사를 진격시켰고 기령은 크게 패하여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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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천지에 몬스터는 여포 하나 뿐인 줄 알았더니 관우 저놈이 바로 괴물이로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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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기령은 싸움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는 밤마다 몰래 기습을 시도했는데 번번히 박살이 났다.
한동안의 소강상태가 계속될 무렵, 서주에서는 모든 업무를 진등이 맡아 보았는데 장비는 중요한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서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비가 군사들을 위로한답시고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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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유비공께서 나에게 절대 술을 마시지 말라 이르고 군사를 몰아 나가셨소이다. 술로 행여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신 게지요. 허나 오늘만은 우리 맘껏 마시고 취해 봅시다. 그리고 내일부턴 일체 술을 끊고 수비에만 전념하는 것이오. 우리가 힘을 합치면 그 무엇이 두렵겠소이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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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관리들과 군사들은 만세를 부르며 술을 즐겼다. 장비는 술상에 모인 사람들에게 손수 술잔을 안기면서 위로한다. 그러다가 조표(曹豹)에게 갔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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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나는 원수요. 난 술이 싫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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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좋던 기분이 확 잡쳐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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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그냥 마실래, 맞고 마실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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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의 그 무시무시한 표정을 보고 누가 거절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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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술하고 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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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래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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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표는 겁을 먹고 겨우 한잔을 비웠다. 헌데 문제는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장비가 기분에 취해서는 술독을 가져와 입속에 쏟아 붓는 것이었다. 마신다는 표현은 전혀 안 어울렸다. 말 그대로 붓는다. 당연 취기가 살짝 오른 장비가 다시 모든 관리들에게 술잔을 일일이 권하다가 다시 조표차례가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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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술만 먹으면 오바이트가 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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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깐 마셨잖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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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요. 난 체질적으로 술이 안 맞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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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이성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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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에 콜라가 어딨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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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인상을 쓰며 주위에 있던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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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이놈을 끌어내 곤장 백 대로 맛사지 해주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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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들이 주춤주춤 거리며 조표를 끌어내려하자 진등이 와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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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공이 떠나기 전에 한 말씀을 잊으신 게요? 정신차리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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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분위기 망치는 놈, 버릇 고치려는 것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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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표가 끌려가다 말고 장비에게 애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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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덕공, 내 사위의 안면을 봐서라도 용서해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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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위라니, 누가 네놈의 사위라는 것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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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내 사위(여포의 전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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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표가 넘어가선 안될 강을 건넜다. 장비가 누구던가. 여포와 상극의 궁합을 지닌 위인이 아니던가. 장비의 눈에 순간 스파크가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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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놈이 여포란 말로 내게 협박을 하는 게냐! 사실 겁만 주고 때릴 생각은 없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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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부터 서주성에는 한 가련한 인간의 비명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아이고~ 아이고~ 하는 비음만이 노랫가락이 되어 떠돌았다. 장비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몽둥이 세례를 퍼부었는데 그거 견딜 엉덩이는 세상에 없다.
조표는 엉덩이가 방뎅이가 되어 풀려났다. 절뚝거리며 돌아온 조표는 ‘장비 나쁜놈’ 을 연발하며 급히 서신 한 통을 써 소패성의 여포에게 보냈다. 지금 장비가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으니 당장 군사를 몰아 쳐들어오란 말이었다. 장비의 술이 깨기 전에 서두르란 말도 추신으로 적었다.
여포가 즉시 진궁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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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주신 기회입니다. 비록 유비에게 은혜를 입었다 하나 지금 시대에 그런 것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지체하면 안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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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여백사 일가를 몰살한 조조에게 도리와 신의를 말하던 진궁이었다. 헌데 여포랑 붙어있더니 물이 들은 모양이다.
여포는 바로 기병 5백을 끌고 서주로 향했다. 소패와 서주의 거리는 불과 4, 50리 밖에 안되니 말만 달리면 금방이었다. 여포는 서주성에 당도하여 거짓으로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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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덕공께서 급한 일로 보낸 사람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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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표가 전해듣고 수하들을 시켜 성문을 열자 여포의 군사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긴장이 풀려 있던 경비병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모조리 항복했다. 장비는 부중에서 술이 떡이 되어 자다가 좌우에서 흔들어 깨우는 통에 정신이 몽롱한 채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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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놈이 나의 잠을 깨우느냐! 죽을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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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났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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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여포란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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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거지 같은 놈이 겁도 없이 들어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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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비의 몸은 술과 함께 마취가 되어 있었다. 장비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갑옷을 챙겨입고 장팔사모를 들어 말에 올랐다. 막 나가려는 참에 여포가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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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익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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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제 버릇 개 못 준다더니… 네놈이 그러면 그렇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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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여포도 눈에 힘을 주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노려볼 뿐, 섣불리 나서지는 못했다. 그만큼 서로의 실력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눈을 부라리는 장비를 본 진등이 급히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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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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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도 지금 나설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이를 부득 갈며 말을 몰았는데 성안에 남아있는 유비의 식솔은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장비가 달아나자 이를 본 조표가 백여 명의 군사를 이끌고 뒤쫓아 갔다. 장비는 조표가 다가오자 갑자기 말머리를 돌려 조표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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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코 같은 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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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어서 오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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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장팔사모를 휘두르며 말을 돌렸고 신나게 뒤를 추격하던 조표는 장비의 날이 선 콧수염을 보더니 당황하여 오던 길로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등을 관통당해 말에서 떨어졌다.
장비는 서주성 밖으로 나오자마자 살아남은 군사들은 속히 도망나오라 소리를 질렀다. 허나 여기 저기서 부상당한 몇 명의 서주군과 탁현에서부터 장비를 따라 나섰던 일단의 무리만이 겨우 절뚝거리며 모여 들었다. 장비는 하는 수 없이 얼마 되지 않는 군사를 데리고 유비가 있는 회남으로 향했다. 서주를 점거한 여포는 유비의 가족을 일체 건드리지 못하도록 지시한 다음 각별히 보살피라는 명을 내렸다. 무식한 여포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