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포는 싸움터에 임한 이래로 오늘처럼 힘이 든 적이 없었다. 그는 팔이 저려오고 점점 수세에 몰려 방어에 급급해지자 덜컥 겁이 났다. 잘못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니, 이제 달아날 궁리에 공격이 어수선해졌다.

 

관우와 장비의 공격을 겨우 막아낸 여포가 숨을 헐떡이며 유비의 얼굴을 향해 방천극을 찔러가자, 유비가 이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움츠렸다. 순간을 놓치지 않은 여포가 적토마에 박차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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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도망가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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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새끼 같은 놈아!
어차피 죽을 거 오늘 나한테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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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를 비롯한 관우, 장비가 달아나는 여포를 맹추격하니 멍하니 침만 흘리던 모든 제후들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기세를 몰아 유비 진영과 합류했다. 여포의 군사들은 믿었던 대장이 무너지자 정신없이 사방으로 달아나기 바빴고, 여포는 십년을 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적토마의 타고난 발에 의지하여 줄행랑을 쳤다. 그렇게 여포를 추격하던 유비 삼형제는 여포가 멀어져 가고 눈앞으로 동탁의 깃발이 꽂힌 호뢰관이 나타나자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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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우라질 놈! 더럽게 빠르네!
형님, 이곳에 동탁이 있을 것입니다!
여포를 쫓아봐야 무슨 소용입니까! 우리가 동탁을 쳐 공을 세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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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원래 상처는 그 근본을 잘라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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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머리를 돌려 호뢰관으로 진격한 유비 삼형제는 닥치는 대로 동탁군을 베어 넘기다가 관문 위에서 화살과 돌이 무수히 날아오자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제후들에게 돌아왔다.

 

여덟 제후들은 유비 삼형제가 돌아오자 놀란 눈으로 치하를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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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놀랍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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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찍이 싸움터를 많이 돌아다녔지만 그런 전투는 본 적이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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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웅들이 어찌하여 시골 현령을 지낸단 말인가!
이러니 나라가 궁핍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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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놈, 오늘 그대들에게 혼쭐이 났으니 이제 함부로 나서지 못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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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 역시 유비의 손을 맞잡고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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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우가 아니었으면 목이 달아났을 것이네. 정말 고마우이!
이제 제후들도 아우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걸세! 정말 장한 일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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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유비 삼형제의 명성은 일반 사병들 사이에서 거의 전설이 되었다. 어딜가나 이 호뢰관 싸움을 안주 삼아 시끌벅적했다.

 

무적을 자랑하며 중원을 떨게 했던 여포가 패해 달아났다는 소식은, 제후들 사이에도 널리 퍼졌는데 그들은 겉으로는 이를 기뻐하며 공을 치하했지만, 내심 유비라는 인물에게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다. 결국 이날의 전투는 시골변방의 이름없는 하급관리였던 유비를 역사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결정적인 사건이 되었다.

 

속마음이야 어찌되었든 여포 단 한 사람에게 예기가 막혀 전전긍긍하던 동맹군은 여포의 패퇴소식에 환호성을 질렀다. 원소는 유비 삼형제가 여포를 몰아냈다는 보고를 받고는 크게 기뻐하며 손견에게 사수관을 공격하도록 명했다.

 

이때, 손견은 원술의 영채에 와 있었는데 얼굴이 붉그락 푸르락 하는 것이 노기를 애써 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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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소! 본시 나는 동탁과 원수진 일이 없거니와 내 제후들이 큰 뜻을 세웠다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탬이 될까 하여 혼신을 다하였소. 헌데 나를 모함하는 말에 넘어가 곤경에 빠뜨리다니, 그러고도 그대가 장군의 이름을 받을 자격이 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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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하시오, 손견공.
내 그대를 모함했던 놈을 잡아 죽일 것이니 진정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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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이 쩔쩔매며 용서를 구하는 와중에 사람이 와 사수관에서 적장이 찾아왔다고 손견에게 귀띔을 했다. 손견이 원술의 사과를 받은 후 진형으로 돌아가 보니 동탁의 수하인 이각이었다. 손견이 실눈을 뜨고 이각을 째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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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일로 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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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승상께서 평소 손견 장군을 높이 흠모하고 있었소.
이렇게 나를 보낸 것은 손견공과 친분을 맺고자 하시기 때문입니다.
승상께서 자신의 딸과 장군의 아들을 혼인시키고자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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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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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랑 뭐를 맺어? 지금 나는 천하의 역적놈인 동탁을 죽이기 위해 일어섰다. 성질 같아선 한 주먹에 뭉게 놓고 싶으나 여의치 않아 잠시 물러났을 뿐이다. 이제 다시 군사를 몰아 동탁놈을 잡아 죽일 것이다. 안그래도 열불 나는데 네놈이 거기에 보태는 것이냐! 당장 목을 잘라 공차기를 해도 시원찮으나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니 어서 돌아가 목을 씻고 내 칼을 기다리라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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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각은 더 있다간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얼른 줄행랑을 놓았다. 그리고 손견의 말을 있는 그대로 빠짐없이 전했다. 물론 동탁은 거품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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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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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경련을 일으키다가 이유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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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장군마저 패하여 군사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단 군사를 거느리고 낙양으로 돌아가 황제께 장안으로 옮기자고 말씀하십시오.
장안은 지세가 험하여 적을 막기 좋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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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은 즉시 낙양으로 돌아가 모든 문무 백관을 집합시켰다. 선착순을 외치며 끝에서 마지막 놈은 목을 벤다는 군기를 내세우니 대신들은 저마다 꼴찌를 면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궁중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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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가 낙양에 도읍을 정한 지 3백 년이 넘었소! 이제 그 운수가 다 했다는 하늘의 계시를 받았소이다! 그리고 또 장안에 새로운 천기가 서린다 하여 그곳으로 가고자 하오! 자아, 내 말을 알아들었으면 천도를 준비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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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사도 양표(楊彪)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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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늘이 어떤 하늘인지 참으로 궁금하기 짝이 없지만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장안은 옛 도읍지이기는 하나 매우 황폐하오! 아무런 이유없이 낙양을 버릴 아무 근거가 없소이다! 그리고 이곳은 많은 백성들이 일구어 놓은 집과 터전이 있는 곳이오! 어찌 버릴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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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너 낙양을 한 바퀴 돌아, 동맹군의 깃발 하나를 뽑아 오너라!
선착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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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버럭 소리치자 이번에는 태위 황완(黃琓)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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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착순은 무슨 얼어 죽을 선착순! 그럴 기운 있으면 우리도 동맹군에 들어갈 것이오! 옛 광무황제 때 난이 일어나 장안은 지금 다 쓰러진 잿더미 밖에는 없는데, 거기 가서 불 피우고 기타라도 튕길 작정이오? 말이 되는 소릴 하시오! 내 그대가 무식하다는 거 진작에 알았지만 그래도 머리를 달았으면 생각 좀 하고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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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은 전한의 수도였다. 서기 9년, 왕망이 전한을 몰락시키고 ‘신(新)’ 왕조를 세운 뒤 23년 만에 전국에서 난이 일어나 망하고 말았다. 전한 한실의 종친인 유현이 갱시장군으로 추대되었다가 곧 황제가 되어 수도 장안으로 들어갔다. 겨우 난을 진압하고 다시금 안정을 찾으려는 때에 이번에는 황제 유현이 술과 계집에 빠져 정사를 등한시하더니, 이를 간하는 충신들을 많이 죽였다. 결국 3년을 넘기지 못하고 궁궐에 난입한 농민봉기군에게 사로잡혀 교수형을 당하고 말았는데, 이때에 장안성은 거의 쑥대밭이 되었다. 후에 천하를 통일한 광무제 유수는 장안성 동쪽에 수도를 정하였으니 이곳이 낙양이다. 그 후로 장안성에 대한 복구는 예산을 핑계로 끝도 없이 미뤄져 여지껏 폐허로 남아 있었다.

 

동탁이 상승하는 혈압이 부여잡고 쌍시옷을 곁들여 욕설을 쏟아냈다. 이번에는 사도 순상(荀爽)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동탁이 이를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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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은 또 무슨 소릴 지껄이려고 나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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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진지하게 이야기 하지요. 승상이 도읍을 옮기려 하면 백성들이 크게 불안해 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나라가 뒤숭숭한데 백성까지 소동을 일으키면 두통으로 앓아 누울 것이오.
지금 시대에 두통은 약도 없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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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나는 한다면 한다!
지금 나라를 구하기 위해 도읍을 옮긴다는데 백성 따위가 무엇이 중요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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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은 즉시 양표, 황완, 순상의 벼슬을 빼앗고 내쫓으니, 이들 셋은 고래고래 욕을 하며 사라졌다. 동탁이 얼굴에 힘을 잔뜩 주자 더 이상은 다른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툴툴 거리며 나와 수레에 올라 타고 있는데 주비와 오경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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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상께서 도읍을 옮긴다는 말에 급히 달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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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는 칼을 휘둘러 둘의 목을 베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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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들이 저번에 원소를 살려주라고 했었지. 망할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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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자리를 뜨며 이유에게 천도를 준비하라 명하자 이유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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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군자금과 군량이 많이 부족합니다.
백성들의 재산을 모두 몰수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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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알아서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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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착착 들어맞는 주인과 심복. 이유는 즉시 군사를 풀어 낙양의 한 끗발 하는 집들은 모두 거덜을 내면서 반항하는 그 일족들을 모조리 죽였다. 참으로 폭정의 교과서요, 참다운 악의 길이다. 동탁의 명을 받은 이각과 곽사는 낙양의 백성 수백만을 몰아 장안으로 출발했는데 긴 행렬 사이사이에 군사를 배치하여 속도가 느리거나 쓰러지는 자들은 모조리 쳐죽였다. 물론 그것만 하면 천하의 동탁이겠는가. 역대 황제의 무덤을 모조리 파헤쳐 금은 보화를 파내는 한편, 길을 가다 심심하면 백성들의 부녀자들을 마음대로 간음하고는 군사들에게 던져 주니 이는 백성이 아니라 죽을 죄를 지은 죄인만도 못한 것이었다. 그리고 보너스로 낙양을 떠나오며 숨은 자들을 태워 죽이기 위해 사방에 불을 질렀다. 오랜 한나라의 전통들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 무렵, 총대장 원소는 유비에게 선봉을 맡겨 호뢰관 공격을 명했다. 이때의 동탁군은 유비군의 깃발만 보고도 겁에 질려 대항도 하지 않은채 항복을 했기 때문인데 그만큼 여포와의 싸움은 대단한 여파를 남긴 사건이었던 셈이다. 유비가 손쉽게 호뢰관을 접수하자 모든 제후들이 뒤를 따랐다.

 

사수관의 대장 조잠은 가뜩이나 동탁의 만행에 치를 떨고 있었는데, 여포가 달아나고 손견이 사수관으로 쳐들어온다는 전령의 급보를 받고는 즉시 관문을 열어 항복했다. 연합군이 물밀듯이 몰려들고 유비와 좌우 선봉을 나누어 맡은 손견은 즉시 낙양을 향해 진군을 개시했다. 헌데 어찌된 영문인지 저멀리서 천하를 삼킬 듯한 불길이 하늘을 불태우고 있었다. 놀란 손견이 급히 군사를 독려하고 보니, 천지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불꽃 뿐이었다. 서둘러 군사들에게 불을 끄도록 지시한 손견은 급히 제후들에게 기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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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무할 수가 있는가…
낙양에 남은 거라곤 타다 남은 장작대기 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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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를 비롯한 모든 제후들은 허망한 광경에 할말을 잃고 말았다. 온몸의 기운은 쭉 빠지고 다들 허탈함에 침만 삼켰다. 병사들이 다 쓰러져가는 성을 살피고 있는데 조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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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역적 동탁이 서쪽으로 백성을 이끌고 달아났으니 다시 없는 기회올시다!
이렇게 앉아 있어서는 아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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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군사들이 지쳐있소.
쫓아간다해도 별 수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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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입니까! 동탁놈이 궁궐을 불지르고 황제를 겁박하여 도망하였소.
이는 하늘이 준 기회인데 제후들은 무엇 때문에 주저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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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소! 지휘는 내가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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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원소의 다그침에 인상을 찌푸리며 다른 제후들을 돌아보았다. 모두들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조조와 눈 마주치기를 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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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옹졸한 놈들하고 일을 도모하였다니…
다시는 네놈들과 힘을 합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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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휘하의 군사 만여 명과 하후돈 · 하후연 · 조인 · 조홍 · 이전 · 악진 등을 거느리고 동탁을 추격했다.
백성을 이끌고 동탁이 형양지방에 이르니 태수 서영이 친히 영접을 나왔다. 이유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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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양은 잿더미가 되었을 것이나 필시 적이 추격할 것이니, 서영의 군사를 형양성 밖의 산언저리에 매복시키십시오. 그리고 뒤를 쫓는 군사가 있으면 우리가 이를 막고 있다가 서영으로 하여금 뒤를 치게 하면 능히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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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은 즉시 여포에게 군사를 주어 뒤를 맡으라고 명을 내렸다. 과연 얼마 있지 않아 조조가 군대를 이끌고 달려왔다. 여포가 조조를 한참동안 투시하다가 말에 박차를 가했다.

 

여포가 달려오자 조조측 진영에서 하후돈이 맞서 나갔다. 둘이 몇 번 창을 주고 받았을 때, 동탁의 장수 이각이 군사를 거느리고 왼쪽에서 쳐들어 왔다. 이것은 하후연이 막아섰다. 헌데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곽사의 부대가 나타났다. 조조는 급히 조인에게 대항케 하였다.

 

조조의 장수들이 서로 적을 맞아 싸움을 시작하였는데, 얼마 못가 사방에서 포위되는 형국이 되었다. 조조는 크게 당황했고 여포를 상대하던 하후돈도 감당을 못해 꽁지가 빠져라 도망을 왔다. 그 뒤로 여포군이 성난 기세로 쳐들어왔다. 사방에서 협공을 당한 조조군은 크게 패하여 형양땅으로 달아나고 말았다.

 

적을 피해 뿔뿔이 흩어진 와중에 일단의 군사들을 이끌고 한참을 달리던 조조가 숨을 돌리려던 때였다. 갑자기 사방에서 함성소리가 터지며 매복하고 있던 서영의 군사들이 나타났다. 조조는 놀라 급히 말을 돌렸으나 그만 서영의 화살에 어깨를 관통당하고 만다. 극심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며 고갯길에 이르렀을 즈음, 수풀사이에 숨어있는 동탁군이 일제히 달려나와 조조의 말을 찔러 넘어뜨렸다. 조조가 땅에 곤두박질하여 병졸들에게 잡히려는 찰나, 한 장수가 달려와 단칼에 병졸들을 죽이고는 조조를 부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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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으십니까? 큰일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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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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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곳에서 죽을 것이다.
아우는 어서 달아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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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입니까?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적이 몰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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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하나뿐인데 너는 어찌 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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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한목숨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허나 형님은 이 세상에 없어서는 안 될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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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이 막무가내로 말에 올리자 조조는 말고삐를 쥐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조홍은 무장을 벗어 버리고 칼만을 쥔 채 뒤를 따라 뛰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길을 갔을 때, 조조의 앞길을 큰 강물이 가로 막았다. 그리고 뒤로는 적군의 함성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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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운세가 이렇게 끝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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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이 즉시 조조를 내려 갑옷을 벗겼다. 그리고는 맨몸이 된 조조를 업고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숨이 차올라 헉헉 거리는 조홍과 그의 등에 업혀 있던 조조는 서글픔으로 눈물을 흘렸다. 처참한 패배였다.

 

조조와 조홍이 강을 거의 건넜을 때 적군이 비로소 당도하여 일제히 활을 날렸다. 황급히 자리를 뜬 조조와 조홍은 30리를 쉬지 않고 달렸다. 숨 좀 돌리나 싶었을 때, 저쪽에서 서영의 군사들이 몰려왔다. 도망 갈 길이 없어진 조조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조홍 역시 더는 어쩌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는데 다른 쪽에서 큰 외침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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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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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은 갑자기 하후돈이 나타나자 방향을 돌려 맞서 나갔다. 몇 번을 싸우다가 하후돈이 창을 휘둘러 서영을 단박에 죽이고 나머지 군사들을 멀리 쫓아냈다. 그때, 다른 쪽에서도 조인, 악진, 이전 등이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 모두들 꼴이 말이 아닌 조조에게 다가가 비통한 눈물을 흘리니 조조 역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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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 내 오늘 패배란 것을 뼈저리게 맛보았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포기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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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허공에 소리치자 장수들이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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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여! 나에게 더 큰 시련을 주시오!
나는 천하를 다스리는 영웅으로, 기필코 일어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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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조조는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하고는 패잔병 500여 명을 모아 하내군으로 돌아갔다.

 

한편, 동맹군은 불타버린 낙양성을 사이좋게 나누어 주둔하고 있었다. 별다른 일과도 없이 며칠이 지나도록 다들 의욕을 상실하여 잿더미 속에서 뭐라도 건질까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무너진 성벽을 보수하라는 명을 받은 유비 삼형제가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잡일을 하던 중, 기둥을 잡아 일으키던 장비가 성질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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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썅! 내가 지금 여기서 뭔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 본다더니, 우리가 지금 그거 아니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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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얗게 먼지를 뒤집어쓴 관우가 수염을 털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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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제후들간의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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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이제 깨졌다.
조조가 홀로 동탁을 추격하러 갔을 때부터 맹약은 무효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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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다시 평원으로 돌아가 술이나 마시고 잠이나 자야 한다는 거 아닙니까.
우리도 조조를 따라 추격을 했어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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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은 파헤쳐진 황제들의 무덤을 수습하고는 제사를 올렸다. 그리고 각자의 영채로 돌아갔다.

 

그리하야 낙양에 주둔한 지 얼마 후, 조조가 크게 패하여 도주했다는 소식을 들은 제후들은 이제 동탁 토벌을 거의 포기하고 있었다. 저마다 빠져나갈 궁리를 하면서 무슨 핑계를 댈까 눈치만 보고 있을 즈음, 동맹군을 완전히 분열시킨 사건이 벌어진다.

 

손견이 영채로 돌아온 어느 날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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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제왕의 별이 사라지고 있다.
뜻은 있으되 하늘이 허락하질 않으니 백성들만 고통에 신음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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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따라 별과 달이 서로 어울려 더욱 맑은 빛을 뿌리더니, 북쪽의 자미원에서 흰 기운이 서서히 퍼져갔다.

 

☞ 북극성을 중심으로 약 37개의 별이 북쪽으로 울타리 모양을 이루는데, 이것을 가리켜 자미원이라 한다. 자미원 자리는 옛부터 인간 세상의 황제와 동일시 되었다.

 

하늘의 변화를 감탄하며 손견이 중얼거리고 있는데, 병사 하나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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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전터 남쪽 우물에서 오색빛이 일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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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군사에게 조사하라 명하고 잠시 후, 궁녀로 보이는 여인의 시체가 줄에 묶여 올라왔다. 손견이 살펴보니 무언가를 품에 안고 있었다. 병사가 빼낸 것은 조그만 갑이었는데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손견이 그것을 받아 열어보았고, 곧 큰 용의 형상을 한 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손견은 혹시나 하여 정보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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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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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물은 대대로 한나라를 대표할 때 사용하는 황제의 옥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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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옥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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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놀라 큰소리를 내려다가 의식적으로 목소리를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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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이는 필시 하늘의 계시입니다. 한나라는 이제 그 주인을 잃고 망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주군께서 황제의 위에 오르시라는 하늘의 뜻이 틀림없습니다. 속히 낙양을 떠나 강동으로 가서 큰일을 도모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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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란 풀이하기 나름이라던가. 손견은 옥새를 손에 넣게 되자 슬며시 검은 마음이 생겼다. 이처럼 유혹을 이겨내기에 인간은 참으로 나약한 존재이다.

 

☞ 옛 춘추시대 초나라의 변화(卞和)가 형산 아래에서 봉황새가 돌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그 돌을 초문왕에게 바쳤다. 초문왕이 그 돌을 깨어 보니 속에서 옥이 나왔는데, 진시황 26년(기원전 221년) 황제가 옥장이를 시켜 옥돌을 다듬고 옥새를 만들었다. 재상 이사(李斯)가 옥에 여덟 글자를 새겼으며, 2년 후 시황제가 천하를 유람하다 동정호에 이르러 큰 파도를 만나 배가 뒤집힐 지경이 되었다. 시황제가 급히 옥새를 호수에 던졌더니 파도가 잠잠해졌다. 훗날 진시황 36년에 시황제가 화음땅을 지나가던 때에 웬 사람이 옥새를 들고는 조룡(祖龍=시황제를 가리킴)에게 바치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는데, 이렇게 옥새는 다시 시황제에게 돌아왔고, 다음해에 시황제가 붕어하였다. 그후 진나라의 마지막 왕이었던 자영(子?)이 옥새를 한 고조에게 바치게 되었으며 다시 왕망이 나라를 찬탈했을 때, 효원 황태후에게 옥새를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황후는 이것을 왕망의 심복이었던 왕심(王尋)과 소헌(蘇獻)에게 던져 그만 한 모서리가 깨져 금으로 때웠다. 광무제가 훗날에 다시 옥새를 의양에서 얻은 후 십상시의 난을 만나 사라졌었다.

 

전국옥새를 만든 옥돌은 ‘화씨벽(和氏壁)’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이 화씨벽은 오늘날의 ‘완벽’ 이라는 어원을 만들었다. 중국의 황제가 바뀔 때마다 이 옥새는 그 황권을 상징하는 보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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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말이 내 뜻과 같다! 이제 한나라는 운수가 다하였다. 내일 병을 핑계로 돌아가자.
이 일이 누설되지 않도록 군사들의 입을 막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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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을 손견은 알지 못했다. 손견의 군사 중 하나가 출세를 위해 이 사실을 원소에게 고하니, 과연 원소는 병사에게 많은 상을 주고 내일을 위해 숨겨두었다.

 

다음날이 되어 손견이 원소에게 왔다. 시꺼먼 속을 감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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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강동을 떠나 있었더니 몸에 기력이 쇠하였습니다.
해서 그만 돌아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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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야비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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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병이 나셨다니 큰일이군요.
옥새에 그런 효능이 있었는지 나는 처음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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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의 시꺼먼 속이 뜨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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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말씀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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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황제의 옥새를 손에 넣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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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리를 듣고 놀란 제후들의 시선이 손견에게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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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공, 그게 무슨 소리요!
나를 모함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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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강동의 호랑이라더니 이제보니 강동의 쥐새끼로다! 의를 일으켜 동탁을 치기로 하늘에 천명한 터에, 황실의 물건을 취하면 마땅히 맹주인 나에게 고하여 훗일 황제께 바쳐야 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소! 헌데도 그대가 그것을 숨기고 떠나려 하는 것은 나라에 반역하고자 하는 흉계가 있는 것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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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르는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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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크게 웃으며 이 일을 고해바친 병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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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옥새를 발견하여 숨겼다는 사실을 이 자가 모두 빠짐없이 보았다!
이래도 시치미를 뗄 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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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손견이 크게 노하여 칼을 뽑으려 하자 원소가 가로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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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이냐!
이 천하의 도적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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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를 뒤덮는 살기에 제후들은 원소와 손견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둘이 으르렁거리며 노려보는 가운데 도겸이 마지못해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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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이 힘을 합해도 모자랄 판국에 서로 싸우다니 이 무슨 추태들이오!
그만 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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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칼을 거두고 나가 버리자 원소는 그의 뒤통수를 죽일 듯이 쏘아보았다. 그리고는 곧 서신을 적어 형주 자사 유표(劉表)에게 보내었다.

 

한 바탕의 소동이 끝나자 제후들은 저마다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이로서 의를 가지고 시작한 동맹이 서로의 이익과 탐욕으로 끝맺음을 한 것이다.

 

한편, 영채로 돌아온 공손찬이 유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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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맹주의 자격이 없는 무능한 인물이네. 이런 무리들과 힘을 합하여 군사를 일으킨 내가 다 한심하구만. 낙양에 계속 있다가는 서로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어서 떠나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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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영채를 수거한 공손찬은 유비 삼형제와 더불어 낙양을 떠나 버렸다.

 

조조가 동탁에게 참패하고, 손견은 옥새를 가지고 달아나 버렸다. 그리고 공손찬 역시 유비와 더불어 북평으로 돌아갔다. 동맹을 맺었던 제후들이 속속 짐을 싸는 가운데 낙양에서 떠날 채비만 하던 이들은 결국 그 본색을 드러내어 서로에게 칼끝을 겨두고 만다.

 

연주 태수 유대는 동군 태수 교모에게 군량을 꾸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거절당하자 군사를 몰아 교모를 죽여 버렸다. 맹주였던 원소의 군대 역시 수하간에 의견이 엇갈려 서로를 이간하는 일들이 생겨나자 영채를 수거하여 낙양을 떠나 관동으로 갔다.

 

한편, 원소로부터 서신을 받은 유표는 괴월과 채모을 시켜 손견의 앞길을 막도록 했다.

 

☞ 당시 형주 자사로 있던 유표는 자가 경승(景升)이며 산양군 고평국 사람으로 한나라 황실의 종친이었다. 일찍이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여 명사 일곱 명과 불알친구가 되었는데 이들을 가리켜 ‘강하팔준(江夏八俊)’ 이라 불렀다. 한 사람의 됨됨이를 알고자 하면 그 친구들을 살펴보면 된다고 하였는데, 당시 유표를 제외한 일곱 명의 사람들은 모두가 《후한서》의 《당고열전》에 이름을 올렸다. ‘당고의 화’ 를 당해 벼슬길에서 쫓겨난 이들에 비해 유표는 형주라는 비옥한 땅을 받아 높은 벼슬을 했다. 184년 황건적의 난을 맞아 당인들은 벼슬을 하지 못한다는 국법이 무효화되었고, 유표는 대장군 하진의 지휘를 받아 품계 몇 백 석의 ‘연’ 직책을 받았다가 형주 자사 왕예(王叡)가 손견에게 죽자 조정의 명을 받아 형주 자사가 되었다.

 

얼마 후, 군사를 거느린 손견이 나타나자 괴월이 이를 막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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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이도(괴월의 자)가 아니신가.
어찌하여 내 앞길을 막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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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한 나라 황제의 물건을 몰래 취하여 달아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이다!
그 물건을 놓고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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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변명하는 것도 지겨운지 황개로 하여금 나아가 싸우게 했다. 그러자 채모 역시 이에 대항했는데 둘이 수 합을 겨루고 있을 때쯤 황개가 말채찍으로 채모의 갑옷을 내려치니 순간 정신이 아득해진 채모는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고 말았다. 이를 기회삼아 손견이 군사를 몰아 괴월의 군사를 크게 깨뜨렸다. 채모가 아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롱거릴 때, 유표가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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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표공은 어찌하여 원소의 말만 듣는 거요!
우리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소이다! 우린 이웃이란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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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새를 품었다 함은 나라에 반역할 생각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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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내가 옥새를 숨겼다면, 돌과 화살에 맞아 죽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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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유표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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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럼 말에서 내려라! 그리고 두 팔을 말 안장에 얹고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려라!
지금부터 수색을 시작할 것이다! 너는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으며 어쩌구 저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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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벌컥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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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죄인 심문하는 것이냐?!
네놈이 무엇이라고 감놔라 배놔라 명령이냐! 맞아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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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군사를 몰아 쳐들어 가자 유표가 이크! 하면서 물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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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것도 아닌 게 까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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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말을 달려 유표를 뒤쫓았는데, 얼마가지 않아 양쪽산에 매복했던 유표의 군사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뒤쪽에선 언제 준비를 했는지 채모와 괴월이 쳐들어왔다. 손견이 크게 놀라 갈팡질팡하자 정보, 황개, 한당 등이 유표 군을 헤집고 다니며 가까스로 손견을 구출해 내었다. 유표 군의 협공을 받아 군사를 모조리 잃은 손견은 앞뒤 겨를도 없이 강동으로 정신없이 달려 도주해 버렸다. 이때부터 형주의 유표와 강동의 손견은 서로 원수지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