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밤을 재촉하여 길을 가던 조조와 진궁은 객주을 발견하여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말에게 풀을 먹게 한 다음, 대충 끼니를 때우고 자리에 누우니 조조는 곧 잠에 빠져들었다. 허나 속 편한 조조에 비해 진궁은 마음이 심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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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버리고 따라 온 자가 저런 인물이었다니… 내가 사람을 잘못 보았군. 동탁이나 조조나, 결국은 천하를 손에 넣을 야망을 품고 있었어. 이대로 그를 살려두었다간 동탁과 같은 어지러운 소용돌이가 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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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궁은 잠시 고민하다 살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칼을 뽑았다. 그리고 세상 모르고 자고 있는 조조의 얼굴을 겨냥했다. 하지만 진궁의 마음은 다시 흔들렸다. 자고있는 조조의 얼굴에서 그 무서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평안함만이 흐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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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에 그런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도 이렇게 태평스럽게 자고 있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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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궁은 죽여야 한다는 마음과 망설임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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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 와서 조조를 죽인다고 해도 결국 내 꼴만 우스워지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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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조조를 바라보던 그는 칼을 거두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와 말을 타고 사라져 버렸다.
다음날 아침, 조조는 진궁이 보이지 않자 급히 주변을 두리번 거리더니, 바로 길을 재촉하여 진류땅으로 갔다. 서둘러 집에 도착한 조조는 아버지 조숭에게 대략의 일을 설명하고 추천장을 받아 그 지방 최고의 부호인 위홍(衛弘)을 찾아갔다. 거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 만약 그가 자신의 요청을 수락한다면 다행이지만 일이 꼬이면 큰 화를 당할 우려가 있기에 품 속에 단도를 숨겨놓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도움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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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조조는 조정에서 동탁의 폭정을 두 눈으로 보았습니다. 그를 그대로 두면 필시 한나라는 무너질 것이니 뜻을 모아 그 도적을 몰아내야 합니다. 소인의 힘이 다할 때까지 한나라를 위해 싸우고 싶지만 마음만 있을 뿐입니다. 저를 도와 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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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꾸밈없이 자신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관철시키려 노력했다. 위홍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조조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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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동탁의 횡포에 나라를 걱정하고 있었소. 일개 장사치에 불과한 신분이라 이를 한탄하고 있었는데 오늘 조조공을 뵈니 그동안의 먹구름이 가시는 듯 합니다. 나라를 위한다는데 그까짓 돈이 문제겠소이까. 내 힘 닿는 대로 도와드리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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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후일 반드시 갚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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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거사를 도모하려면 힘 있는 호걸들을 불러 모아야 하지 않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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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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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황제의 조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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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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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위홍으로부터 자금을 얻어 일단 자신이 거느릴 의병들을 모집했다. 황제의 밀령을 받았노라고 광고하자 힘 꽤나 쓴다는 젊은이들은 모두 나라를 위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앞을 다투어 지원했다. 위나라 출신의 악진(樂進)을 비롯하여, 산양군 거록현 출신의 이전(李典), 전한의 개국공신 하후영(夏候嬰)의 후예인 패국 초현의 하후돈(夏侯惇), 조씨 집안의 친족인 조인(曹仁)과 조홍(曹洪) 등이 뜻을 받들어 조조를 찾아왔다.
특히 하후돈은 어릴 적부터 창과 무기를 쓰는 법을 배워 무예가 출중했는데, 열네 살의 나이에 거리 무뢰배가 스승에게 욕설을 퍼붓자 그를 죽이고 고향을 떠났다가, 일가친척이기도 한 조조가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을 듣고 동생 하후연(夏候淵)과 함께 1,000명씩의 무리를 이끌고 조조를 찾아온 것이다. 이로써 조조의 군세는 5천여 명이나 되었다.
호걸들이 몰려들어 조직을 이루어가자, 조조는 크게 기뻐하며 그 날로 전국의 제후들에게 일제히 격문을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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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신 조조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천하에 포고한다! 나라를 좀먹는 동탁이 임금을 속이고 백성을 도탄에 몰고 가니 어찌 그를 두고 보겠는가! 이에 천자께서 비밀조서를 내리셨으니, 나 조조는 이런 뜻을 받들어 천하를 평탄케 할 것이다! 한 나라의 충성스런 이들은 천자의 뜻에 동참하여 역적을 몰아 내는 거사를 준비하기 바란다! 이는 하늘의 뜻이며, 황제 폐하의 뜻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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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황제의 거짓 조서와 함께 대대적인 궐기의사를 천명하자, 과연 천하의 내노라 하는 영웅들이 그 날로 군사를 일으켜 조조에게 호응했다. 사방에서 밀려드는 군사들을 맞이하면서 조조는 연합의사를 밝히며 차례로 합세하는 제후들과 진형을 짜기 시작했는데, 그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기향후 발해 태수 원소(袁紹)를 비롯하여, 후장군 남양 태수 원술(袁術), 기주 자사 한복(韓馥), 예주 자사 공주(孔紬), 오정후 장사 태수 손견(孫堅), 서량 태수 마등(馬騰), 서주 자사 도겸(陶謙), 북해 태수 공융(孔融), 북평 태수 공손찬(公孫瓚), 상당 태수 장양(張楊), 진류 태수 장막(張邈), 연주 태수 유대(劉岱), 하내 태수 왕광(王匡),동군 태수 교모(喬瑁), 산양 태수 원유(袁遺), 제북 상 포신(鮑信), 광릉 태수 장초(張超) 등 이른바 한나라의 한 끗발 하는 실력자들이 총집결 했다. 소위 ‘드림팀’ 이 구축된 것이다. 한가지 문제라면 조직력에서 균열이 심하다는 정도?
☞ 한 주를 다스리는 사람은 자사이고, 주 아래의 군을 책임지는 것은 태수이다.
그 무렵, 북평 태수 공손찬이 군사를 일으켜 출진하는 중이었는데 얼마가지 않아 유비 삼형제가 말을 몰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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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가 아니오! 참으로 반갑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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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형님의 은혜를 받아 지금 평원의 현령으로 지내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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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이 보니 유비의 좌우로 예사롭지 않은 사내들이 한껏 무게를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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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곁에 있는 저들은 누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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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의형제인 관우 운장과 장비 익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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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저 황건적의 난 때 용맹을 떨쳤던 장수들이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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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이 묻자 유비가 씁쓸한 표정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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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관우는 마궁수(馬弓手-말을 타고 활을 쏘는 일반병)를 맡고 있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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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수, 그것은 사실 벼슬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조그만 현의 치안을 맡은 현위 아래 있는 군사가 바로 궁수인데, 말을 타면 마궁수, 걸어 다니면 보궁수였다. 이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시장바닥 활보하면서 좀도둑이나 때려잡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민가집에서 건장한 사내들을 데려다 시키는 것이 궁수이기 때문에, 유비 삼형제가 당시 얼마나 말단 신분이었는지는 달리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명색이 황실의 후예인 유비는 그렇다치고, 일국의 대장군 급인 천하의 관우 · 장비가 오늘로 치면 변방의 소부대 병장쯤으로 썩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려나…
공손찬이 크게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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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런 일이 있는가. 그토록 용맹한 호걸들이 변방에 묻혀 지내다니… 아우는 이러고 있지 말고 날 따라 가세나. 지금 동탁을 토벌하기 위해 각지에서 제후들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네. 나 역시 이에 참여하기 위해서 군사를 움직였는데, 아우는 이런 시골구석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보다, 나를 따라 같이 역적을 쳐 공을 세우는 것이 어떻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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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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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 보십시오! 제가 지난날 그 도적놈을 만났을 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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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지난 이야기 해봐야 졸음만 오느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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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몇 안 되는 군사를 소집하여 공손찬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얼마 후, 진류땅에 당도하니 조조가 이를 영접하였다. 모든 제후들이 속속 모여들자 조조는 소를 잡아 크게 대회를 열어 제후들을 모은 후, 동탁토벌의 계책을 협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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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든 제후들이 모였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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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말씀입니다. 제 생각으론 조상 대대로 삼공의 벼슬을 지내셨으며, 조정으로부터 올해의 맹주상을 수상하신 명장 원소공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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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원소를 거론하자 모든 제후들이 이에 찬성했다. 원소는 자신을 맹주로 모신다는 제후들의 의견에 겸양을 표시하다가 계속하여 재촉하자 이를 수락했다. 그리고 다음날, 제단을 쌓고 제물을 준비하여 향을 사른 제후들은, 하늘을 향하여 의를 다한다는 맹세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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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고조께서 나라를 세우고 숱한 세월이 흐른 지금, 역적 동탁이 조정을 기만하고 황제를 위협하여 천하가 불행에 빠졌느니라! 이에 뜻을 세워 오늘 하나의 맹세를 하니 위로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 아래로는 고통받는 백성을 구하려 하노라! 우리는 한 마음으로 동맹하여 한의 신하로서 목숨을 바칠 것이며 끝까지 서로를 구할 것이다! 이중에 의를 저 버리는 자는 그 죄를 받을 것이되, 그 후손 역시 삶을 이어가지 못하리라! 황천 후토는 이 뜻을 바로 살피시어 지켜주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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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맹세의 글을 다 읽고 나자 제후들은 저마다 눈물을 흘리며 하늘에 맹세했다. 잠시 후, 의식을 마친 원소가 단에서 내려오니 제후들이 그를 보좌하여 장막으로 모신 후, 벼슬의 순으로 자리를 정해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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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비록 재주 없고 덕이 부족하나 모든 제후들이 나를 믿고 추대하였으니 내 신명을 바칠 것이오! 공을 세운 자에겐 반드시 상이 있을 것이고, 잘못을 저지른 자에겐 그 벌을 내릴 것이니 각자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라오! 내 아우 원술은 군량과 마초를 맡아 각 병영에 지급하도록 하고, 추호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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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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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동탁을 치기 위한 선봉을 세워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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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사 태수 손견이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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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만 하신다면 제가 선봉이 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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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를 비롯한 제후들이 모두 찬성하고 손견이 선봉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수관을 향한 최전방 스트라이커 손견의 침투가 시작되었다.
한편, 손견이 자신의 군사를 이끌고 떠나가자, 주전자 당번으로 전락한 숨어있는 골잡이 장비가 투덜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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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기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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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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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투에서도 공을 세우지 못하면 다시 평원으로 돌아가 잠이나 자야 한단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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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장비가 술을 지겹다고 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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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소리 마쇼. 좀전 회의에서 큰 형님은 아예 자리에 앉지도 못했잖소. 우린 들러리라고요! 누가 신경이나 쓰는 줄 아쇼! 저렇게 많은 제후들이 모였는데, 우리 같은 졸병들한테까지 떡고물이 돌아오겠소! 보나마나 높으신 어르신들 뒷치닥거리 하다가 시간 다 보낼 거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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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눈치가 없는 장비였지만, 그의 직설적인 푸념은 냉정한 현실이기도 했다. 계급사회에서 말단 시골출신의 유비에게 기회가 주어지기란 동탁과 여포가 정의에 눈을 뜨는 것보다 힘든 일이다. 큰 의욕을 가지고 공손찬의 휘하에 들어온 유비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손견이 떠나간 자리를 하염없이 쳐다보며 유비는 입맛만 다셨다.
그 무렵, 동탁은 아침에 일어나 잔치를 열고 술을 퍼먹다가 점심이 되면 피곤하니 낮잠을 자고 저녁이 되면 하루의 노고를 푼다면서 또 잔치를 열어 술을 뱃속에 들이 부었다. 얼마나 간단한 하루 일과인가. 세상사의 고민이 무엇이냐… 이렇게 방탕한 생활에 젖어 있던 동탁은 이름난 제후들이 모여서는 ‘죽일놈 동탁!’ 이라는 깃발을 내걸고, 군사를 일으켜 진격했다는 소식을 듣더니 비싼 술이 확 깨 버렸다.
즉시 휘하의 장군들을 집합시킨 동탁이 사태파악에 골몰하자 여포가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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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무엇을 두려워 하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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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여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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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수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키가 아홉 자나 되고 몸집은 호랑이 같고, 허리는 늑대 같았다. 머리는 표범과 비슷한데 팔은 원숭이처럼 길었다. 관서 사람 화웅(華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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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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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은 입이 찢어지게 기뻐하면서 즉시 화웅을 표기교위로 임명하여 군사 5만을 내 주었다. 이에 화웅은 이숙(李肅)과 호진(胡軫), 조잠(趙岑)을 부관으로 거느리고 사수관으로 달려갔다.
한편, 동맹군의 포신은 손견에게 선봉을 준 것이 억울했는지, 아우 포충(鮑忠)으로 하여금 군사를 몰아 샛길을 이용하여 먼저 사수관으로 가서 시비를 걸게 하였다. 화웅은 적이 나타나자 기병 5백을 몰아 포충에게 돌격했다. 포충은 적장의 서슬이 퍼런지라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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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으면 덤벼야지, 되돌아 가느냐! 이 소심한 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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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의 기세가 생각보다 거세자 포충이 군사를 되돌렸지만, 얼마 못가 그만 화웅에게 칼을 맞고 말았다. 대장이 한칼에 죽어 나가자 나머지 부장들과 군사들도 대부분 사로잡히거나 사방으로 달아났다. 화웅이 포충의 머릴 잘라 동탁에게 보내어 승전보를 전하니, 동탁은 크게 기뻐하며 화웅을 도독(都督)으로 승진시켰다.
얼마 후, 선봉장 손견이 사수관에 이르렀다. 은빛갑옷에 붉은 두건을 쓰고 허리에 고정도를 찬 손견의 곁에는 네 명의 장수가 그를 보좌했는데, 유주 우북평군 토은현 사람 정보(程普)가 첫째로, 자가 덕모(德謨)이며 창날을 좋은 쇠로 만든 기다란 창을 사용했고 이를 철척사모라 불렀다. 두 번째는 황개(黃蓋), 자는 공복(公覆)으로 형주 영릉군 사람이었다. 그의 무기는 한 자루의 철편이다. 세 번째는 한당(韓當), 자는 의공(義公)으로 유주 요서군 영지현 사람인데, 자루가 기다란 큰칼을 잘 다루었다. 넷 째는 조무(祖茂), 자는 대영(大榮)이며 양주 오군 부춘현 사람이었다. 그의 병기는 쌍칼이었다.
갈기가 얼룩덜룩한 화종마(花鬃馬)에 올라탄 손견이 관 위에 서서 내려나 보고 있던 화웅의 심사를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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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지 않느냐! 내가 놀아주러 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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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소리치자 화웅의 부장 호진이 5천 명의 군사를 이끌고 관에서 나와 곧장 손견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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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웅 장군의 부장인 호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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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손견쪽에서는 정보가 달려나와 호진을 상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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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견군의 장수 정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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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부딪쳐 몇 합을 주고받다가, 정보가 창을 휘두르니 호진은 그대로 굴러 떨어졌다. 이 기세를 몰아 손견이 그대로 진격했는데 관문 위로 화살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 군사를 양동으로 돌려 주둔한 손견은 원소에게 첫 싸움의 승전보를 전했다. 그리고 원술에게 전령을 보내 군량미 지원을 요청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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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군이 첫 싸움에서 이겼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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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십시오. 손견은 강동의 호랑이로 소문난 인물입니다. 그가 이 여세를 몰아 낙양을 치고 동탁을 죽인다면 더 큰 화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군량미를 보내지 마십시오. 허면 손견의 힘은 자연히 약화될 것이고 도리어 큰 적수 하나를 제거하는 것이니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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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난세에 모여들어 큰 뜻을 일으킨 동맹군은 시작과 동시에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혼란한 시대에는 힘이 곧 정의요, 자군의 이익추구가 최우선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음모를 알 리 없는 손견군은 군량과 마초가 지원되지 않자 자연히 사기가 떨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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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할놈의 메일 띄운 지가 한참이나 지났거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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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의 상황은 곧바로 적에게 전해졌고 그날 밤, 화웅은 군사를 거느려 손견 군을 기습공격했다. 갑작스러운 야습에 크게 당황한 손견이 갑옷을 입는둥, 마는둥 하고는 급히 말에 올랐다. 그때, 등 뒤에서 벼락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얼떨결에 돌아보니 바로 화웅이 오만가지 인상을 쓰면서 달려오고 있었다.
손견과 화웅이 막 칼을 주고 받았을 때에 이번에는 영채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손견의 군사들은 불을 피해 달아나다가 화웅의 군사에게 모조리 목이 잘렸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손견은 빠져나갈 길을 찾았으나 화웅이 곱게 보내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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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보자며! 이 쥐새끼 같은 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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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손견이 쩔쩔매고 휘하의 조무가 주인을 구하기 위해 화웅에게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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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두 놈이 한꺼번에 덤빌 테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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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에서 사기는 절대적인 것이다. 의욕을 잃은 손견과 조무는 쌍방에서 화웅을 협공했지만 도리어 궁지에 몰렸다. 한참을 옥신각신하다가 조무가 길을 뚫어 달아나니, 손견 역시 말에 박차를 가했다. 군사는 이미 크게 패하여 흩어진 상황에서 손견은 화웅이 뒤를 바짝 추격하자 숨을 헐떡이며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좌우로 박자를 맞춘 화웅이 이를 살짝 피하는 것을 보고는 급한 마음에 다시 활을 들었는데 언뜻 주위를 보니 화웅군이 모두 자신을 쫓아오고 있었다. 간이 떨어진 손견은 그만 활을 놓쳤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손견과 말머리를 나란히 하여 달아나던 조무가 자신의 투구와 손견의 붉은 두건을 바꾸어 쓰고는 길을 달리하여 도주했다. 한참을 추격하던 화웅이 손견의 두건을 바꿔 쓴 조무를 쫓아 숲으로 들어갔는데, 한쪽 수풀에서 붉은 두건이 어렴풋이 보였다. 화웅은 손견이 숨은 것으로 오인하여 창을 들어 수풀을 들쑤시려는 찰나 뒤에서 조무가 튀어나왔다.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이를 피한 화웅이 칼로 휘둘렀고 조무는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죽었다. 조무의 시체에 몇 번 칼질을 하여 확인사살을 한 화웅은 손견을 찾아 숲속을 수색했으나 보이질 않자 군사를 수습하여 사수관으로 돌아갔다.
이때에, 다른 쪽 길로 급히 달아나던 손견은 난리 중에 헤어졌던 정보, 황개, 한당 등과 만나 영채를 세우면서 군사를 정비하고보니, 군세의 태반이 꺾여서 진형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던 손견이 패전보를 작성해 본부에 팩스를 보냈다.
손견이 화웅에게 참패했다는 소식은 동맹군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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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패하다니… 믿을 수가 없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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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말을 잃은 제후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예상치 못한 일에 쑥밭이 된 본부의 걱정을 알 턱이 없는 후방에서는 오늘도 군사들의 조련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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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쉬지 말고 화살을 쏘아라. 전장에 나가면 수많은 적들이 너희를 죽이기 위해 눈에 불을 켤 것이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싸우면 산다고 어떤 위대한 분은 말했다. 기력이 없다 하여 활을 놓으면 그때가 바로 목이 잘리는 날이다. 알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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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열성을 보이며 궁수들을 가르치던 관우였다. 헌데 한쪽 구석에서 이를 시덥잖게 보던 장비가 이빨을 쑤시며 툴툴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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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손견이 박살나고 화웅이 관문에 들어가 술을 퍼먹으며 헤헤거린 답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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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야, 동탁에겐 화웅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유비무환이라 하였다. 앞으로 숱한 전투를 치뤄야 하는데 어찌 훈련을 게을리 하겠느냐! 수많은 영웅들이 지금 이곳에 모여 있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한다면, 네 말대로 평원으로 돌아가 술 먹고 잠자는 일밖에 더 하겠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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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궁수들을 단련시키는 관우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공손찬은 곁에 있는 유비에게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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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는 관우의 심중을 알고 있는가? 관우는 지금 그대를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네. 내노라 하는 모든 호걸들이 모인 이곳에서 그대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지. 이번 전투에서 제후들을 놀라게 할 공훈을 세워 아우를 그들과 동등한 위치에 앉게 하려는 것이야. 아우는 한 황실의 피를 이어받지 않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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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친분이 두터운 공손찬이 격려하는 말을 꺼내었으나, 유비는 땀흘리는 병사들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그로부터 얼마 후, 동맹군 사이에선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는데 이를 알아보기 위해 나갔던 관우가 유비에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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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장부를 조사해 본 결과 손견군에게 군량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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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사실이었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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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빌어먹을! 전부 썩어 빠진 놈들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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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두거라. 우린 지금 식객이나 다름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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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젠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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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동맹군의 제후들은 초상집 분위기만 연출했다. 앞날의 대책을 상의하고는 있었으나 표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용맹했던 손견도 패한 마당에 섣불리 누가 나설 것인가. 이도 저도 못하고 있던 중, 공손찬이 수하를 이끌고 들어왔다. 원소가 자리를 마련하여 공손찬에게 권하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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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포신 장군의 동생 포충이 명을 따르지 않고 나가 싸우다 죽더니, 이번에는 손견 마저 화웅에게 패하여 지금 우리 군사의 사기가 말이 아니오. 이 일을 어찌해야 하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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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은 꿀 먹은 벙어리였다. 서로들 눈치만 보면서 눈알 굴리는 소리만 장막에 가득하니 분위기는 가히 죽여주었다. 기운 다 빠진 사람처럼 저마다 땅만 쳐다보는 제후들을 어두운 표정으로 둘러보던 원소의 시선이 공손찬에게 갔을 때, 그의 뒤로 못 보던 세 사람이 무게를 잡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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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 장군의 뒤에 있는 저들은 누구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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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비를 앞으로 안내하여 제후들에게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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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나와 어려서부터 동문수학한 형제와 같은 사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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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황건적의 난 때에 이름을 날렸던 그 유비 현덕이란 말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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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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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이 유비의 집안 내력을 간단하게 소개하니 제후들이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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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황실의 종친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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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비는 한사코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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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벼슬을 보면 마땅히 자리가 없을 것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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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더는 사양하지 않고 자리에 앉자 관우와 장비가 두 손을 모으고 뒤에서 모셨다. 그때, 밖이 소란해 지더니 파발꾼이 급보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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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이 군사를 몰아 동맹군의 본진을 향해 쳐들어 오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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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은 크게 놀라 술렁거렸다. 원소가 제후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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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화웅에게 맞서 동맹군의 힘을 보여주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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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의 장수 유섭(兪涉)이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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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이 나가 화웅의 목을 베 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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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기뻐하며 즉시 출진을 명하니 유섭은 바로 말에 올라 달려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군사 하나가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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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섭 장군이 세 합을 넘기지 못하고 화웅의 칼에 목이 떨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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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은 말문이 막혔다. 그때, 태수 한복이 휘하의 반봉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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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봉은 내가 아끼는 천하의 맹장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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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자루가 달린 커다란 도끼를 든 반봉이 말에 올라 달려갔다. 그리고 또 다시 잠시 후, 아까의 군사가 달려왔다. 그리고 똑같은 대사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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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봉 장군도 찍소리 못하고 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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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전전긍긍하는 그들의 뒤에서 눈치만 살피던 장비가 곁에 있던 유비를 보며 궁시렁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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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구! 속 터져… 차라리 내가 나가서 그 화웅놈의 목을 단칼에 베어 버려야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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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라. 우리가 나설 자리가 아니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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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얼어죽을 활부대요. 지금 한가하게 양궁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소. 계속 이렇게 뒤에서 꽁지만 내리고 있으면 평생을 공훈 한번 세우지 못하고 변방에서 썩을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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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불평을 늘어놓자 옆에 있던 관우도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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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장비의 말이 맞습니다. 언제까지 뒤에서 구경만 하고 있어야 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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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내노라 하는 장수들이 나가는 족족 목이 잘리자 크게 노하여 버럭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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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장군들이 모여 있으면서, 이중에 화웅 한 놈의 목을 벨 무장이 없단 말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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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은 할말을 잃어 고개를 떨구었다. 그때 무거운 분위기를 뚫고 관우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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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만한 무장이 없다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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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등장한 관우에게, 제후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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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누군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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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원소에게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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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의형제인 관우 운장이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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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현덕의 의형제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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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초라한 행색의 관우를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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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공손찬 장군의 마궁수를 잠시 맡아 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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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궁수란 말에 기가 막힌 제후들이 웅성거렸다. 앞서 말했듯 지금 유비삼형제는 말단 중에 말단이다. 지금으로 따진다면 별들이 모여 작전회의 하는 중에 재털이 심부름을 하던 일개 병장이 앞에 나선 꼴이다. 제후들이 벙찐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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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방자한 놈들이 있는가! 황실의 종친이라 하여 잠시 대우해 주었더니, 기고만장하여 때를 모르고 날뛰는구나! 감히 장군들 앞에 일개 마궁수가 나서다니 죽고 싶어 환장을 했느냐! 네놈 따위의 힘을 빌릴 정도로 우리가 그리 만만해 보였단 말이렷다! 여봐라! 어서 이놈을 끌어내 목을 쳐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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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얼굴이 벌개졌다. 관우와 장비도 크게 노하여 콧수염을 떨었다. 그때, 조조가 앞으로 나서며 원술을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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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공, 기다리십시오. 수많은 제후들 앞에서 큰소리를 치는 것을 보니 믿는 구석이 있는 듯 합니다. 한번 맡겨 보시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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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했으나 원소를 비롯한 장군들의 표정은 여~영 못마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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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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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화웅 따위의 비웃음을 걱정할 정도로 한가할 때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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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공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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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제후들의 술잔을 받아 관우에게 건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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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 그대에게 출전 기회를 주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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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화웅의 목을 들고 와 마시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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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진허락을 받은 관우가 노기를 애써 누르고 말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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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렇게 굽실거려야 하는 거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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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출진할 수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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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가 말을 몰아 나가자 원소를 비롯한 제후들은 크게 비웃으며 장막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시간, 화웅은 닥치는 대로 살육을 일삼으며 동맹군의 본진을 향해 진격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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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쥐벼룩 같은 놈들아! 이 화웅이 네 놈들의 목에 칼자국을 새겨 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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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의 기세에 눌린 연합군의 병사들은 제대로 저항도 못해보고 우왕좌왕했다. 제후들의 본진을 코앞에 두고 기세등등하던 화웅이 관우와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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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라는 원소놈은 어디로 도망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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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 각오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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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동맹군의 여러 장수들을 베어 기세가 오른 화웅은 갑주도 제대로 차려입지 못한 관우의 호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호기를 부려 창을 내지른 화웅과 이를 막아선 관우. 무슨 대단한 혈전이라도 벌일 듯이 눈을 부라렸지만 승부는 어이없게도 싱겁게 막을 내렸다. 일갈하며 청룡도를 든 관우가 섬뜩한 바람소리를 일으키며 화웅의 머리통을 한 방에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한편, 그 시간 장막으로 들어갔던 제후들은 갑자기 군사들의 함성이 터지자 모두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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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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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안절부절하던 제후들 앞으로 관우가 달려왔다. 그리고는 중군 앞에 멈춰 피로 범벅이 된 사람의 머리통을 치켜 들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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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의 목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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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받았던 수모를 비웃듯 관우가 제후들 앞으로 화웅의 머리를 내던졌다. 원소를 비롯한 제후들은 반가움과 동시에 얼떨떨한 표정으로 관우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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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무서운 맹장이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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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크게 기뻐하며 전에 따랐던 술잔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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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술을 드시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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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가 예를 표하며 술을 마시자 들뜬 장비가 호기를 부리며 앞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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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형님이 화웅의 목을 베었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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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딴에는 제후들의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나섰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그 소리를 들은 원술이 발끈하여 소리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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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제후들도 가만히 있는데, 별볼일 없는 한낱 현령의 졸개가 나서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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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고, 술잔을 기울이던 관우는 크게 노하여 원술의 얼굴을 무섭도록 노려 보았다. 한쪽에 서있던 유비는 몸둘 바를 몰라 제후들에게 백배 사죄했다. 하지만 고개를 떨군 유비에게 돌아오는 건 차가운 시선 뿐이었다. 다른 제후들이 공을 세웠다면 마땅히 축제 분위기이겠지만, 미천한 신분의 유비는 사정이 달랐다. 겉으로는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뭉쳤으나, 알게 모르게 서로를 견제하는 것이 이 바닥의 생리였다. 헌데 이름도 모르던 시골관리 하나가 난데없이 나타나 모양새가 영 민망해졌기 때문이다.
원술이 삿대질을 하며 유비를 질책하자 조조가 이를 중재하기 위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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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이리도 유비공에게 무례할 수가 있소! 공을 세운 사람에게 마땅히 상을 주어야 하거늘, 왜 그리 벼슬의 높고 낮음만을 재는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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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호통에 원술이 버럭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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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많은 제후들이 모여 저따위 시골구석 현령 나부랭이에게 의지한단 말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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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물들었고, 관우와 장비는 참을 수 없는 분노로 몸을 떨었다.
조조는 태도를 누그러뜨리고 원술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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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공은 화를 누르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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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원술을 만류하며 공손찬을 돌아 보았다. 이에 공손찬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유비를 아울러 영채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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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는 참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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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말없이 장막으로 들어가자, 관우와 장비는 뒤에서 이를 지켜보며 고개를 떨구었다. 그날 밤, 조조는 낮에 있었던 제후들의 무례를 사과하는 편지와 함께 술과 고기를 몰래 보내어 유비를 위로했다.
당장이라도 동맹군을 요절낼 것 같았던 화웅이 이름없는 장수에게 목이 떨어지자, 동탁은 크게 놀라 이유와 여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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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웅이 죽었으니 동맹군은 그 사기가 크게 올라갔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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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말이라면 무지 잘 듣는 동탁이 즉시 군사를 보내어 원외의 집을 포위했다. 사태파악에 골몰하던 원외는 갑작스러운 동탁의 군사에 당황하여 달아나려 했지만 뛰어봐야 벼룩이었다. 군사들이 들이치며 닥치는 대로 쳐죽이니 동탁은 원외의 머리를 사수관으로 보내어 관문에 내다 걸었다. 그리고는 군사 20만을 두 부대로 나누었는데, 이각과 곽사에게 5만을 주어 사수관을 지키게 하는 한편, 자신은 15만을 거느리고 이유, 여포, 번주, 장제 등과 함께 호뢰관으로 향하였다. 호뢰관에 도착한 동탁은 여포에게 군사 3만을 주어 관 앞쪽에 주둔시켰다. 이 같은 정보는 즉시 동맹군에게 알려졌다.
☞ 호뢰관은 춘추시대 진(秦)나라의 목공이 호랑이를 가두어 길렀다 하여 생긴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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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호뢰관에 주둔한 것은 우리의 뒤를 치려는 수작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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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공손찬, 왕광, 장양, 도겸, 교모, 포신, 원유, 공융 등에게 제1진이 되어 호뢰관으로 진격할 것을 명했다. 그리고 조조는 후방에서 이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군편성을 마치고 즉시 출병한 하내 태수 왕광이 제일 먼저 관에 도착했다.
철갑기병 3천 명을 거느린 여포가 적토마를 달려 나왔다. 여포는 머리에 자금(질 좋은 소금)으로 만든 세 가닥 뿔이 있는 관을 쓰고 몸에는 서천에서 나는 갖가지 꽃무늬의 붉은 비단 전포를 걸쳤다. 고리를 이어 사자와 만왕의 모양이 그려진 허리띠는 정교한 사만대로 이루어졌다.
☞ 여포와 적토마는 후한 말기 전국을 호령했던 당대 최강의 맹장이었다. ‘사람 중에 여포가 있고, 말 가운데 적토가 있다’ 는 속담까지 생긴 것을 보면, 여포와 적토마가 적에게 얼마나 커다란 위압감을 주었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여포의 군대가 나타나자 군사들을 길게 세워 진을 벌인 왕광은 앞으로 나가 적의 기세를 살폈다. 한참동안 서로를 째려 보기만 하다가 여포가 적토마를 몰아 달려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저돌적인 기세였다. 소문으로만 듣던 여포를 눈앞에서 본 군사들이 웅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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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여포를 상대할 자 누구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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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던 장수가 창을 들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하내땅 출신의 유명한 맹장 방열(方悅)이었다. 둔중한 몸을 이끌고 기세좋게 나갔던 방열은 5합을 넘기지 못하고 여포의 방천극에 몸이 뚫렸다. 놀란 왕광이 허둥대자 그대로 돌진한 여포는 홀로 적진을 헤집고 다니며 좌충우돌했다. 기겁을 한 왕광이 위기에 빠졌을 때, 급히 달려나온 교모와 원유가 구출하여 달아났고, 여포는 그제서야 자신의 진영으로 물러갔다. 왕광을 비롯한 교모와 원유는 크게 낙담하며 30리 밖으로 군사를 물렸다.
한편, 뒤에서 대기 중이던 다섯 제후들이 그 꼴을 보고는 장막으로 들어가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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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를 대적할 만한 인물이 없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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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제후들은 휘하에 거느린 장수들을 둘러보았는데, 다들 자신에게 오는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한참동안 땅이 꺼지도록 한숨만 쉬고 있는 도중에 병사가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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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포가 진형 앞까지 나와 욕설을 하며 싸움을 걸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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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갔던 제후들도 합세하여 군사들을 높은 언덕 위로 이동시킨 후 내려다 보니, 저편에서 여포가 군사를 몰아 진격해 오는 중이다. 제후 장양의 부장 목순(穆順)이 명을 받고 나아가 여포를 막아섰다. 그러나, 여포의 흥!하는 콧방귀와 함께 방천극에 숨통이 끊어졌다. 제후들은 꿈을 꾸는 듯 멍해졌고, 이번에는 북해 태수 공융의 부장 무안국(武安國)이 소리를 버럭 지르며 여포에게 철퇴를 휘둘렀다.
제후들이 그 화려한 무용에 기대를 걸며 응원가를 불렀지만, 여포의 방천극은 사정을 두지 않았다. 날카로운 눈빛에 살기를 담은 여포가 무안국이 휘두르는 철퇴를 내려쳤는데, 그 위력이 가히 전율이었다. 철퇴를 들었던 무안국의 팔이 여포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끊어져 바닥으로 굴렀던 것이다.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 하는 무안국이었지만 여포는 그를 죽이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고만 보았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절대무용의 여포. 그 공포감에 휩싸인 무안국은 한쪽 팔을 부여잡고 급히 달아났다. 적토마에 올라탄 여포는 추격도 하지않고 가만히 지켜보다가 멀리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여덟 제후들에게 삿대질만 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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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 같아선 확 죽여버리고 싶으나 오늘은 컨디션이 좀 안 좋으니 한번 봐 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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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을 비롯한 제후들은 여포의 조롱을 듣고도 열불이 나기는커녕 약 먹은 병아리마냥 멍하기만 했다. 처참하게 도주한 무안국을 안으로 옮기고는 장막으로 다시 모였는데 참담한 분위기만 얼굴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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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우리의 장수들을 모조리 베어 죽이니 큰일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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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만 잡으면 동탁쯤이야 무엇이 두렵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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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후들의 사기가 바닥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 여포가 또 시비를 걸었다. 제후들이 나가보니 여포가 욕설을 퍼부으며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이를 가는 제후들이지만 선뜻 맞설 용기도 없었다. 보다못한 공손찬이 창을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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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네놈이 몸소 오는 것이냐! 반갑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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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여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한두 번 창을 주고 받다가 여포의 공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힘에 겨워 달아나니, 이를 여포가 추격했다. 공손찬이 진땀을 흘리며 달아나는데도 제후들은 감히 두려워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고 안타까운 얼굴로 애처로운 공손찬을 바라볼 뿐이었다. 사력을 다한 도주와 여유로운 추격. 여포의 말이 무엇인가. 바로 천하제일의 명마 적토마가 아니던가.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로 공손찬의 뒷덜미를 잡아 말에서 내던진 여포가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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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옹손찬! 힘든 세상 살 거 뭐 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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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의 뇌리에 평생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저항할 힘을 상실한 공손찬은 여포의 방천극을 힘없이 바라만 보았고, 제후들도 눈을 질끈 감았는데 갑자기 벼락 치는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공손찬의 목으로 날아가던 여포의 창을 급히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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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네놈의 흉악한 면상 때문에 밤잠을 설친 장비님이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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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밥 빌어먹던 놈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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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게 구원을 받은 공손찬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제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아났다. 제후들은 공손찬이 살아 돌아오자 속으로 기적을 떠올렸다.
여포는 난데없이 나타난 수염 투성이의 장비를 보더니, 창을 돌려 공격해 왔다. 장비 역시 사모를 휘두르며 여포를 맹공격했다. 둘의 승부는 50여 합을 주고 받을 때까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뒤에서 이를 바라만 보던 관우가 기다리다 못해 박차를 가하여 82근의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나아가 여포를 협공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역시 30여 합이 되도록 여포가 물러서지 않자 이번에는 유비가 쌍칼을 뽑아 들고 말을 달려 가세했다.
유비 · 관우 · 장비가 삼면으로 여포를 포위하여 치고 빠졌다. 관우의 청룡언월도, 장비의 장팔사모는 날카롭게 여포의 목을 노렸고, 유비는 이를 지원하며 쌍칼을 휘둘렀다. 여포는 언뜻 보기에도 졸병의 허름한 차림새에 제대로 병장기도 갖추지 못한 유비 삼형제를 우습게 보았다가 예상치 못한 실력에 크게 놀랐다. 아까부터 계속 언급하는 말이지만 따지고 보면 당시의 유비는 겨우 하사관이요 관우, 장비는 일개 병장쯤 되는 계급이었다. 무패의 전적을 가진 챔피언 여포와 랭킹도 없는 무명의 도전자 유비 삼형제의 불꽃튀는 대결이 펼쳐지면서 이를 보던 제후들과 양쪽 군사들은 그만 넋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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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제야 제대로 붙어볼 만한 놈들이 왔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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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자세를 다잡고 방천화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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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이로구나, 여포! 하지만 오늘부로 네놈의 목숨도 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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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을놈아! 넌 내 손에 죽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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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의 외침과 관우, 장비의 일갈이 울려 퍼지면서 삼국지 최고의 액션블럭버스터가 연출되고 있었다. 팝콘과 콜라가 없음을 안타까워 하던 제후들은 유비 삼형제의 파이팅! 을 외치며 함성을 질렀다. 여포의 위세에 기가 질려있던 연합군의 병사들은 아예 싸움을 멈추고 이 놀라운 대결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귀를 어지럽게 하던 전장터에는 네 사람의 칼바람 소리만 요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