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연의
손책은 강동을 안정시키면서 조정에 사람을 보내 표문을 올렸다. 그렇게 조조와 연줄을 만드는 한편으로 원술에게 지난날 맡겼던 옥새를 돌려달라 요구했다. 물론 원술은 펄쩍 뛰었다. 돌려줄 마음이 애시당초 없었던 원술은 이런 저런 핑계만 대면서 시일을 끌었다. 천하가 찢어지고 자신도 한 지방의 우두머리에 올라있으니 슬며시 시꺼먼 마음이 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특히 원술처럼 욕심이 많은 인물에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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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책이 내 군사를 빌어 강동을 평정하더니 기가 살아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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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책은 장강을 방패로 삼아 많은 군사를 키우고 있으니 쉽게 넘볼 수 없습니다. 먼저 지난날 우리를 공격했던 유비라는 화근을 먼저 처리한 연후에 손책을 도모하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제게 한 가지 생각이 있으니 유비의 목을 벨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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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도 계책이 있었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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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방구석에서 코만 판 줄 아십니까. 태클 걸지 말고 우선 들어보십시오. 지금 유비는 여포가 내어준 소패에 머물고 있습니다. 군사를 몰아가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오나 그 옆으로 여포란 놈이 틀어 앉아 있으니 자칫 서로 협공을 가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해서 우선 여포에게 지난날 주기로 했던 물건을 주고 마음을 돌려놓은 후에 군사를 움직이면 능히 유비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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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즉시 한윤(韓胤)에게 밀서와 곡식 20만 석을 주어 여포에게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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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동탁이 주제도 모르고 난리를 일으켜 천자를 겁박하고는 원술공을 핍박하였소. 원술공은 그 방자함을 벌하고자 군사를 일으켰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셨습니다. 헌데 장군이 그의 머리를 베어 세상을 보살폈으니 원술공의 원수를 갚아준 것입니다. 이에 원술공께서는 장군께 입은 은혜를 갚고자 곡식을 보내셨습니다. 듣기로 귀공의 군량이 모자란다니 참으로 원술공의 배려가 하늘처럼 넓지 않습니까. 원술공은 곡식은 물론이고 군마와 무기까지 지원할 생각이시니 장군은 사양하지 마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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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란 인물이 원래 욕심 많기로는 원술과 선두를 다투는 위인이라 곡식을 보더니 금방 입이 찢어졌다. 한윤은 여포의 단순한 머리를 슬쩍 쳐다보고는 원술에게 여포의 입이 귀에 걸렸다는 말을 전했다. 원술은 그날로 기령을 대장으로 하고 뇌박과 진란을 부장으로 삼아 유비를 공격했다.
한편, 유비는 원술의 군사가 쳐들어온다는 소식에 휘하를 소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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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생이 같은 원술 따위가 겁날 것이 무엇입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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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소패에는 당장 먹을 곡식도 모자라는 판국인데 어찌 원술에게 대항을 한단 말입니까? 이제 보니 장비공도 여포 못지않게 가방끈 짧은 티가 팍팍 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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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 딴 건 다 참아도 여포랑 비교하는 건 못 참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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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수염 떨 거 없소이다. 지금 원술에게 대적한다는 건 무리요. 차라리 여포에게 지원을 청하는 게 모두가 사는 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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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 같은 소리하네. 그놈이 우리를 도와준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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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투덜거리는 장비를 뒤로하고 여포에게 서신을 보냈다. 여포는 유비의 지원요청을 받자 진궁을 불러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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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이 놈이 내게 군량을 준 것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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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과의 약속 따위는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원술이 유비를 몰아내고 소패에 들어앉으면 다음엔 이곳 서주를 노릴 것이 분명합니다. 허나 유비 역시 저렇게 두면 나중에 장군에게 화가 될 인물이니 우리는 중간에서 관망이나 하는 게 좋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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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유비는 지금 소패에서 잔뜩 몸을 움크리고 있는 형편이라 나를 칠 수는 없지만, 원술이 유비를 도모하고 나면 나중에 더 큰 화가 내게 닥칠 것이다. 이번에는 유비를 돕는 게 좋을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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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 군사를 몰아 오던 기령은 소패땅에 이르러 군사의 진영을 펼쳤다. 이에 유비도 5천이 채 되지 않는 군사를 이끌고 이에 대적하여 진영을 펼쳤는데 파발꾼이 달려와 여포가 군사를 움직였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 일은 즉시 기령에게도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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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적 여포, 물건은 다 받아먹고 배신을 때리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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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령이 길길이 날뛰는 와중에 여포의 사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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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장군이 할말이 있다고 오라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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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여포의 병졸은 다시 유비에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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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오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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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일어설 채비를 하자 장비가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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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그 숭악한 놈이 뭔 해꼬지를 할지 모르는데 거길 왜 가려고 그러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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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버티면 원술이 그냥 간다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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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말에 오르자 관우와 장비도 하는 수 없이 따라나섰다. 헌데 유비가 여포의 장막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엔 원술의 장수인 기령도 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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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유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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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관우와 장비가 허리춤의 칼을 잡고 으르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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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공, 할 말이 있다기에 온 것인데 어찌 유비도 여기서 얼쩡거리는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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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발면 같이 생긴 놈이 면발 부서지는 소리 하고 있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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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으르렁거리자 기령이 기싸움에서 지지 않으려고 인상을 잔뜩 구겼다. 그때 여포가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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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들 하시오! 오늘 내가 이렇게 양쪽을 부른 것은 싸우고자 함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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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라니, 말이 되는 소릴 하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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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퍼진 면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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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이성을 잃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자 여포가 급히 이들을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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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화해하란 것이 아니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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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수하에게 원문 밖으로 창 하나를 꽂으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스스로는 활을 들더니 좌우를 둘러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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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저 창이 꽂힌 원문까지는 150보는 족히 되는 거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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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와 기령이 잠자코 여포의 행동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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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군사로 기령의 군사를 막는 것은 어려운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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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술을 내와 한 잔씩 돌리고는 이내 활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조용한 정막만이 흐르는 가운데 여포가 활시위를 당기다가 놓으니 휙!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고 화살은 정확하게 창을 꿰뚫어 버렸다. 이것을 지켜보던 많은 군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 중국 신화로 전하는 최고의 명궁을 꼽으라면 후예를 들 수 있다. 그는 먼 옛날 하늘에 해가 열 개 나타났을 때, 아홉 해를 쏘아 떨어뜨린 신화 속 인물이다. 또한 춘추시대 초나라의 원숭이 한 마리가 사냥터에서 숱한 장병들이 날린 화살을 척척 받아지면서 사람들을 약 올렸는데, 당대 명궁으로 손꼽히던 양유기가 오는 것을 본 원숭이가 그의 모습을 보고 슬피 울면서 결국 그의 화살에 맞아 죽었다는 일화가 있다. 원숭이도 알아볼 만큼 활을 잘 쏘았다는 것인데 그는 실존인물로 중국 역사상 최고의 명궁으로 추앙받고 있다.
일이 이상하게 꼬여버린 기령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여포만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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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한 약속이니 뭐라 말할 것은 아니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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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걱정마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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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령은 어처구니 없게도 달랑 편지 한 통 받아들고 원술에게 돌아갔다. 당연히 원술은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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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동네 사람들, 이 팔푼이 같은 놈들 좀 보소! 여포놈이 꾸민 장난질에 넘어가 이런 종이조각 하나 달랑 들고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뭐, 하늘의 뜻이라고? 이런 놈들을 믿고 천하를 도모하려는 내가 모자란 놈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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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이 노발대발하면서 직접 출병하려 하자 기령이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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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시면 여포는 필시 유비를 도울 것입니다. 먼저 여포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여포에게 딸이 하나 있는데 이 기회에 주공의 아드님과 혼인을 시켜 사돈을 맺으면 어떻겠습니까? 여포가 딸을 시집보내기만 하면 유비와의 사이를 중간에서 이간시킬 수 있으니 일은 쉽게 풀릴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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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즉시 한윤을 보내 여포에게 사돈을 맺자고 말했다.
본래 여포에겐 두 명의 아내와 첩이 하나 있었다. 그중 본처인 엄씨와 첩으로 들인 초선, 소패에서 조표의 딸을 둘째 부인으로 삼았다. 조씨는 아이없이 죽었고, 초선도 자식이 없었으나, 엄씨에게서 얻은 딸이 하나 있어 여포는 애지중지하며 키웠다.
여포는 이런 저런 궁리를 해보다가 곁에서 진궁이 혼사를 부추기자 결국 승낙을 했고 둘 사이에는 곧 혼인날짜를 정하는 기발이 오고 갔다. 원술의 사자로 온 한윤이 양측의 연락관 노릇을 하며 서주의 역관에 머무르던 때에 진궁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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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공과 혼인을 맺자는 계책은 누가 낸 것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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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이 놀라 진궁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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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유비는 살려두었다간 훗날 양측 모두에게 해가 될 인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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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유비를 없애려고 궁리하던 차였는데, 발설할 까닭이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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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면 우리야 좋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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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포공을 설득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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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궁은 즉시 여포에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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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공과 사돈을 맺기로 했다는데 혼사는 언제 치르실 겁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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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차 의논해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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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납채를 받고나서 성혼하기까지 각기 정해진 예가 있습니다. 천자는 1년, 제후는 반 년, 대부는 석 달이며, 서민은 한 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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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예식을 따르면 좋겠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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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천하의 제후들이 서로 위를 노리고 있는 전국시대입니다. 장군이 원술과 사돈을 맺으면 반드시 중간에 방해를 하려는 무리들이 생길 터, 기일을 끌어봐야 좋을 것이 없습니다. 혼사일이 밖으로 새어나가기 전에 속히 치르는 것이 좋습니다. 속히 결단을 내려 앞일을 그르치면 안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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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진궁의 말을 따라 그날로 귀한 준마를 마련하고 딸을 보낼 수레를 화려하게 치장했다. 이튿날이 되어 서주성에 풍악이 울리고 떠들썩한 잔치가 벌어졌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여포의 딸을 태운 수레가 성을 출발했다.
이렇게 원술의 계략대로 만사가 풀려가고 있었는데 서주의 오랜 관리였던 진규가 원술의 산통을 다 깨버렸다. 서주성이 떠나갈 듯 시끄러운 와중에 감기몸살로 누워 있던 진규가 아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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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무슨 일이 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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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서주성 전체가 잔치를 벌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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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치라니? 여포가 죽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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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과 여포가 서로 사돈을 맺는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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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가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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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큰일이로다! 이는 필시 여포놈과 유비공 사이를 이간시키려는 수작일 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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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는 병든 몸을 일으켜 서둘러 여포를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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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공이 왠일이시오? 몸은 괜찮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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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이 죽었다기에 조문하러 왔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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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었다니?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뭔 헛소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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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가 거침없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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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원술이 장군께 선물을 보내 환심을 산 후 유현덕을 죽이려 군사를 일으켰습니다. 허나 장군이 활을 들어 이를 화해시키자 일이 꼬여 버린 원술은 혼인을 빙자해 장군의 딸을 볼모로 잡아 가둔 후, 유현덕을 쳐 소패를 차지하려 하고 있습니다. 만약 원술이 소패에 들어오면 다음 일은 뻔한 것이 아닙니까? 서주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을 것이고 허구헌날 쌀 달라, 말 달라, 군사 좀 빌어달라, 별의 별 요구를 다 할 것이 아닙니까. 딸이 볼모로 잡혔으니 장군은 어쩔 수 없이 원술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원술은 원래가 욕심이 많고 의를 모르는 위인이라 장군의 기력을 다 빨아먹으려 들 것이며 당연 서주의 사정은 핍박해 질것입니다. 그 원망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까? 장군이야 딸의 목숨을 위한 것이라지만 세상 인심이 어디 넓게 살펴보는 줄 아십니까? 그렇다고 원술의 청을 거절했다간 사돈이고 나발이고 당장 군사를 일으킬 것이 뻔한 일이지요. 더구나 원술은 요사이 손책에게서 받은 옥새를 가지고 스스로 천자라 자칭할 것이라 하는데 다른 제후들이 가만히 보지만은 않을 겁니다. 원술이 사방의 돌팔매를 맞게 되면 그의 사돈인 장군 역시 그 화살을 피할 수가 없게 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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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의 단순한 두뇌회로에 일순 전기가 휘몰아쳤다. 놀란 여포가 즉시 장료를 보내 딸을 태운 수레를 되찾아 오도록 명했고, 원술의 사자인 한윤은 가두어 버렸다.
여포는 즉시 진궁을 불러 불같이 화를 내며 그를 꾸짖었다. 곁에 있던 진규가 한윤을 허도로 압송하라고 부추겼으나, 여포는 망설였다. 해서 일단 원술에게 혼사를 뒤로 미루자는 서신을 적고 있는데 사람 하나가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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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소패땅에서 군사를 소집하고 말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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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된 자면 누구나 하는 일인데 웬 호들갑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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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송헌과 위속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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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동에서 좋은 말만 골라 오는 중이었는데 패현 경계에서 그만 강도를 만나 죄다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헌데 강도 두목의 완력이 장난이 아닌 것이 이상하여 알아보니 장비가 변신하여 벌인 일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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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크게 노하여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군사를 일으켰다. 그리고 소패로 달려갔는데 유비에게도 여포의 진군소식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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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내 너를 박대하지 않았는데 나를 배신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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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배신을 했다니 그것이 무슨 말이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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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다고 영문을 몰라 되물었는데 여포는 지금까지 지가 했던 짓은 생각도 않고 핏대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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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내 말들을 모조리 훔쳐가지 않았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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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와 관우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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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야! 정말 여포의 말을 훔쳤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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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치긴 누가 훔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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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성루에 올라 여포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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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쳐죽여도 시원찮은 도적놈아! 네놈은 우리 성을 꿀꺽한 주제에 그깟 말 몇 필 가지고 지랄을 떠느냐! 네놈도 머리가 있다면 생각이란 걸 하고 살아라! 우리 형님이 은혜로서 갈 곳 없는 버러지 같은 놈을 거두었더니 넌 배신하여 도리어 원수로 갚지 않았느냐! 그러고도 누가 누구더러 도적이라는 것이냐!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라! 이 기생충 같은 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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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크게 화를 내며 군사들에게 지시하여 화살을 빗발치듯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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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야, 왜 그런 짓을 했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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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용은 늪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다가 때를 기다려 하늘로 오른다고 하셨지요! 큰형님이 큰 뜻을 품고 천하로 나와 인의로서 이곳 서주를 물려받았는데 저의 큰 실수로 저런 버러지 같은 놈에게 빼앗기고 이젠 허리까지 굽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유비 형님은 참고 때를 기다린다 하셨지만 저는 저런 놈에게 머리를 숙이고는 도저히 살지 못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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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가 덩치에 맞지 않는 눈물을 흘리자 유비와 관우는 말없이 바라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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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저의 실수로 저런 놈에게까지 머리를 숙이는 우리 신세가 참으로 서글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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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통곡하는 장비를 위로하였는데 여포가 호통을 치며 싸움을 걸어왔다. 이에 장비가 결국 말을 달려나가니 두 사람의 일대 격전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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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을 어디다 숨겨놓았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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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마라! 이 쓰레기 같은 놈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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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맹렬하게 창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었으나 백여 합이 지나도록 막상막하로 우열을 가릴 수가 없었다. 살기가 등등한 장비는 잔뜩 힘을 주고서 여포에게 달려들었는데 멀리서 이를 지켜보던 유비가 군사를 물리고 징을 치니 두 사람은 그제서야 말을 돌려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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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오늘 저놈의 목을 따 버릴 것이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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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야, 너의 뜻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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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싸우러 나가려는 장비를 만류하고 있는데 여포가 온갖 욕설을 퍼부으며 다시 시비를 걸었다. 이에 장비도 같이 욕설을 되받아 소리를 버럭 버럭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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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야, 형님의 말씀을 듣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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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언제까지 저런 놈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천대를 받을 겁니까! 늪 속의 용이고 뭐고 난 다 필요없소! 저놈의 목을 베어 올 것이니 말리지 마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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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막무가내로 이성을 잃은 장비를 겨우 다그쳐 빼앗은 말들을 모두 여포에게 돌려주며 화해를 요청했다. 여포는 그제야 화를 누르고 이에 응하려 했는데, 곁에 있던 진궁이 여포를 충동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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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지금 기회로 유비를 죽여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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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바로 생각을 바꾸고 전군사를 몰아 소패성을 맹공격했다.
화친이 거절당하자 유비는 크게 낙담했다. 삽시간에 사방으로 포위당한 소패성은 밀려드는 여포군의 공세를 견디지 못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위태로웠다. 관우와 장비가 창을 움켜쥐고 이를 부득 갈면서 유비를 쳐다보았다. 잠시 말없이 우두커니 서있던 유비가 결국 칼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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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관우, 장비! 우리는 형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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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외침이 채 메아리가 되기도 전에 여포의 군사들이 성문을 부수고 몰려 들어왔다. 천지가 벼락치는 듯 쏟아져 들어오는 여포군을 맞아 정신없이 칼을 휘두르던 유비 삼형제 앞에 손건이 말을 몰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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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공! 이곳은 위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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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말에 오르자 관우와 장비도 이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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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이곳을 벗어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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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장비를 앞에 세우고 관우로 하여금 뒤를 막게 하고는 몰려드는 여포의 군사들을 베며 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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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다음에는 결코 네놈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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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의 장수들이 달아나는 유비 삼형제를 막아섰으나 장비의 일갈에 겁을 집어먹고 달아났고, 유비 삼형제는 그 길로 조조가 있는 허도로 갔다. 유비는 손건에게 조조에게 보내는 서신을 적어 보냈다. 조조는 유비의 사정을 듣고 쾌히 맞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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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덕과 나는 형제와 다름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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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유비는 성안으로 들어가 조조를 만났다. 자초지종을 들은 조조가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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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놈이야 원래 의리라고는 모르는 간악한 놈이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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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큰 잔치를 벌여 삼형제의 노고를 위로했고, 유비는 거듭 감사하고는 물러났다. 그날 저녁 순욱이 조조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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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지금껏 주공을 괴롭혔던 여타의 제후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인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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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아무 말이 없었다. 순욱이 물러가고 곽가가 들어오자 조조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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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욱이 유비를 경계하며 죽이라 하는데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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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당대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친 호걸입니다. 게다가 백성들이 높이 우러러 보는 그를 죽인다면 공연히 주공의 위신만 땅에 떨어질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찾아오는 호걸들이 줄어드는데 유비를 없애면 누가 편히 주공께 몸을 의지하겠습니까. 작은 걱정을 해결하려다 자칫 큰 일을 그르칠 수 있으니 헤아려 살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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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조조는 황제께 아뢰어 유비를 예주목사로 천거했다. 헌데 이번에는 정욱이 나서 유비를 죽일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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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결코 남의 밑에 있을 인물이 아닙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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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인재를 모아야 할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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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군사 3천과 군량미를 유비에게 주어 예주로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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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주에서 군사를 정비하여 여포를 치도록 하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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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곧 예주에 부임하여 군사를 정비하고는 조조에게 서신을 보냈다. 군사를 일으킬 날짜를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조조 역시 날짜를 따져보려고 하던 때에 파발이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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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동탁의 장수였던 장제가 관중에서 군사를 일으켜 남양을 공격하다가 화살에 맞아 죽었습니다. 이에 그의 조카인 장수(張綉)가 형주자사 유표와 동맹하여 완성땅까지 진출했다 합니다. 곧 허도를 공격하여 천자를 도모할 작정이라는 전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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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크게 노하여 군사를 일으키려 했지만 문득 뒤가 구렸다. 바로 옆으로 이리 같은 여포가 있으니 쉽게 군사를 일으킬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순욱을 불러 계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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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탐욕스러운 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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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곧 봉차도위의 벼슬을 지내고 있던 왕칙(王則)을 칙사로 삼아 벼슬을 내리는 칙서와 화해를 권하는 편지를 여포에게 보냈다. 벼슬을 내리는 일에야 그냥 사자를 보내도 될 일이지만, 조조가 봉차도위를 보낸 것은 여포를 그만큼 알아주고 대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이렇게 여포를 달래놓고 자신은 군사 15만을 일으켜 하후돈을 선봉으로 삼아 장수를 공격했다. 이때가 197년 5월이다.
조조가 군사를 이끌고 육수에 이르러 영채를 세우니 이를 본 장수의 모사 가후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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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군세가 많아 도저히 대적할 수 없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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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역시 조조의 군세를 보더니 싸울 마음이 싹 사라졌다. 해서 조조와 화친할 요량으로 가후를 사자로 보냈다. 조조는 화평을 요청하는 가후의 언변이 물 흐르듯 하자 크게 감명하여 자신을 도와달라고 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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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이각의 무리들을 섬겨 하늘에 죄를 지었는데 이제 비로서 저를 신임하는 저들을 만났습니다. 쉽게 버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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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가후가 장수를 데리고 직접 조조에게 찾아갔다. 조조는 가후에게 이미 홀딱 반했던 터라 장수 역시 기쁘게 맞이했다. 조조는 군사를 거느리고 완성으로 들어가 주둔했다. 장수는 매일 같이 잔치를 열어 조조를 대접했는데 하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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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안에는 계집이 하나도 없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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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한 조조가 침실에 돌아와 묻자 옆에 있던 조카 조안민(曹安民)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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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관사에서 한 부인을 보았는데 엄청 이쁘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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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데려오라 명을 내리자 조안민은 군사 50여 명을 이끌고 장제의 부인을 데려왔다. 추씨(鄒氏)는 카리스마 조의 풍채에서 우러나는 가진 자의 여유에 뻑이 갔고, 조조 역시 추씨가 풍기는 성적매력에 마음이 끌렸다.
그날 이후 조조는 추씨에게 빠져 허구헌날 응응… 을 해대는데 장수의 의심을 살까싶어 얼마 후, 성 밖에 위치한 영채로 추씨를 데려갔다. 그리고는 전위에게 밖을 지키게 하고 또다시 에로 비디오를 시리즈로 찍어나갔다. 그렇게 ‘추씨부인 바람났네’ 를 촬영하던 조조의 연출행각이 장수의 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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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놈 조조가 나의 집안을 이렇게 모욕하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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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크게 노하여 수염을 부르르 떨면서 가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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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불리 일을 누설해선 안되니 제가 시키는 대로 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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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장수가 조조를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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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수하들 중 지난날 싸움에서 항복하여 들어온 자들이 많은데 요사이 계속하여 도망을 하고 있습니다. 해서 이곳 중군 가까이 옮길까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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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승낙하자 장수는 바로 자기 군사를 거느리고 와서 조조가 있던 영채 주위에다 진을 쳤다. 이제 회심의 한방을 찌를 준비를 하고 있는 장수에게 한 가지 태클이 다가왔으니 조조가 기거하는 장막에 떡 하니 버티고 서서 지키는 전위였다. 장수가 보니 덩치가 산만하고 인상은 어찌나 구기고 있는지 잘못하면 자기 목이 날아갈 것 같았다. 장수가 궁리하다가 편장으로 있던 호거아(胡車兒)를 불렀다. 그는 500근의 무게를 질 정도로 힘이 세고, 걸음 또한 빨라 하루에 700리의 속보로 길을 가는 특이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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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위는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장수입니다. 그가 가진 쌍창 때문에 모두들 그를 두려워하니 술자리를 마련해 그를 취하게 한 다음 그의 쌍창을 훔쳐내오면 두려워 할 이유가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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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은밀히 군사들에게 일러 활과 화살을 준비시켰다. 그리고는 가후를 보내어 전위를 초청해 술자리를 열었다. 전위는 밤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 하다가 코가 삐뚤어져서야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틈에 전위의 쌍창을 훔쳐내온 장수는 거사가 준비되자 불을 질렀다.
조조는 소란한 소리에 사람을 보내 알아보게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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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를 쌓아둔 곳에 불이 났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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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불이 날 수도 있으니 우왕좌왕하지 말라 일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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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불은 삽시간에 영채 전체로 번져나갔다. 그제서야 조조는 왠지 모를 불길한 생각에 전위를 불렀는데 그는 이미 취해서 코를 골고 자고 있었다.
꿈속을 헤매던 전위는 몽롱한 정신에 문득 주위가 시끄럽다는 것을 느끼고 겨우 잠에서 깨었다. 헌데 사방에서 군사들이 소리를 지르면서 난리를 치고 있었다. 몸을 겨우 가누고 보병들을 불러 나가보니 장수의 군사들이 진영을 덮쳐오고 있었다. 놀란 전위가 쌍창을 찾았으나 있을 리가 없다. 크게 당황하여 급히 조조의 장막으로 갔더니 장수의 군사들이 새까맣게 몰려오는 중이었다. 전위는 하는 수 없이 맨주먹으로 막아섰다. 하지만 제아무리 전위라도 맨몸으로 몰려오는 군사를 당하는 건 무리였다. 사방에서 찔러오는 창칼에 온몸을 찔려 큰 부상을 입었는데 장수의 군사들은 일제히 활을 들어 빗발치듯 쏘아댔다. 맨주먹으로 화살을 쳐내던 전위는 결국 온몸이 고슴도치가 되어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죽은 전위 때문에 장수의 군사들은 두려워 앞으로 나서는 자가 없었다. 한참 후에야 조조의 장막으로 장수의 군사들이 몰려갔으나 그는 이미 달아나고 없었다.
조조가 말을 달려 후문으로 달아나고 그 뒤를 맏아들 조앙(曹昻)과 조카 조안민이 따랐다. 얼마가지 않아 저쪽에서 장수의 군사들이 몰려 왔다. 놀란 조조가 말에 박차를 가했고 장수의 군사들이 활을 들어 조조를 노렸다. 빗발치는 화살을 요리조리 피하던 조조의 팔에 화살 하나가 날아와 박혔다. 하지만 조조는 아픔을 느낄 사이도 없이 달아나기 바빴다. 하지만 뒤를 따르던 조안민은 말에서 떨어져 뒹굴다가 맨발로 뛰기 시작했는데 장수의 군사들이 칼을 빼들고 그런 조안민을 베어 버렸다. 온몸을 난도질 당한 조안민이 참혹하게 죽음을 맞자 이를 본 조조가 기겁을 하여 무작정 내달렸다.
얼마 동안을 달리던 조조의 앞을 물길이 가로막았다. 지체할 시간이 없던 조조는 그대로 물길에 뛰어들어 말을 몰았다. 구사일생으로 반대편 언덕에 막 당도하려는 찰나 그만 타고 있던 말이 날아온 화살에 맞아 자빠졌다. 조조가 땅에 곤두박질하고 곁에서 같이 달리던 아들 조앙은 아버지를 부축해 자기 말에 태웠다. 헌데 조조는 말에 오르자마자 박차를 가해 달아나 버렸고 순간 당황한 조앙은 그런 조조의 뒷모습만 멍하니 보다가 결국 무수히 날아오는 화살에 벌집이 되어 그 자리에서 절명했다.
제정신이고 뭐고 무조건 도망가기 바빴던 조조는 도중에 자신의 장수들과 군사를 만나 겨우 안정을 취했다. 조조가 체신없이 줄행랑에 정신이 없을 그 무렵, 하후돈이 거느리고 나온 청주군은 근방의 마을들을 노략질하고 다녔는데 이에 분노한 우금이 군사를 모아 청주군을 깨뜨리고 백성들을 위로했다. 당시의 청주병 중 상당수는 조조에게 항복한 황건적의 잔당으로 군기가 좋지 못했다.
우금에게 엄청 깨져 사방으로 달아나던 청주군 하나가 조조에게 와 이 일을 보고 했다. 지들이 한 짓은 쏙 빼고 우금이 배신했다는 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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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이 배신을 하다니 그럴 리가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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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수하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우금을 토벌하기 위해 나섰다.
그때, 우금은 군사들을 배치시키고 싸움을 준비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군사 하나가 우금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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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군은 반역자로 오해를 받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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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소리 마라. 나는 승상과 싸우려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뒤로 오는 장수의 군사들을 막으려는 것이다. 분명 쳐들어 올 것이니 두고 보거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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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승상께선 지금 오해를 하고 계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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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준비를 해야 적을 막을 것 아니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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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금의 말대로 곧 장수의 군사들이 쳐들어 왔다. 조조가 뜻하지 않은 적의 기습에 당황했지만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던 우금이 진영에서 나와 적을 막아섰다. 우금이 좌충우돌하자 옆에 있던 조조의 무장들도 그제서야 합세하여 적을 깨뜨렸다. 장수의 군사들은 더는 싸우지 못하고 달아나 버렸다. 싸움에서 패한 장수는 그 길로 남아있던 군사를 끌고 유표에게 몸을 의탁하기 위해 떠났다.
한편, 조조가 사태를 수습하고 장수들을 점검하는 와중에 우금이 앞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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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청주군이 백성들의 고을을 함부로 노략질하여 원성이 높기에 제가 이를 막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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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내가 오는 것을 알면서도 진영을 세운 이유는 무엇이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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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이 몰려 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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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우금의 노고를 치하했다. 그에게 금으로 만든 사발을 내리는 동시에 익수정후의 벼슬을 하사했다. 하후돈에게는 수하들을 관리 못한 책임을 추궁한 동시에, 전위를 위한 제사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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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아들과 조카를 잃었지만, 전위가 죽은 것보다 더 아프겠느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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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전위를 위해 크게 통곡하다가 죽은 아들 조앙과 조안민의 제사까지 지낸 후 허도로 돌아갔다. 적을 맞아 싸우러 나갔다가 과부 꼬리에 휘감겨 정신 못 차리더니 결국은 아들 잡고, 조카 잡고, 아끼던 장수도 하나 잡고, 꼴만 우스워져 돌아온 조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