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들으신 바와 같이 변호인측은 살인이 일어난 날 밤 6시 10분이 조금 넘어서 피고가 안젤모라는 술집에서 어떤 여자와 만났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 시간은, 바꿔 말하면 경찰이 수사한 피해자의 사망시간보다 1분 45초가 지난 뒤입니다. 정말로 교묘한 일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요. 배심원 여러분도 금방 아시겠지만, 만일 피고가 6시 10분에 50번 구획에 있는 안젤모에 정말 있었다고 가정하면, 그보다 1분 45초 전에 피고가 자신의 아파트에 없었다는 것이 됩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시간에 그만한 거리를 간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하지요. 프로펠러를 가진 것이라고 해도 불가능할 겁니다. 실로 교묘한 상황이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이라고 해서 틈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다른 어떤 날 밤에도 그런 일은 없었는데, 바로 사건이 일어난 날 때마침 이상한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우연이라고 생각지 않습니까? 혹시 그날 밤에 피고가 그녀를 필요로 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런 예감이 있었다고 하면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본인의 심문에 피고는 그날 밤밖에는 혼자 외출하여 처음 보는 여자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습니다. 여러분도 들으셨겠지만, 분명히 말했습니다. 한 번도 없었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본인이 아니라 피고가 직접 한 말입니다. 그런 생각은 그 순간까지 전혀 그의 머릿속에 없었던 겁니다. 그에게는 아주 어색하고 낯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변호인측은 그날 밤에 일어났다는 일을 우리들에게 믿어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우연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았다.

 

“그 여자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우리는 모두 그녀가 나타나기를 몹시 기다리고 있습니다. 변호인측은 어째서 그녀를 데리고 나오지 않는 것일까요? 무엇을 주저하고 있는 것일까요? 출두시킨 적이 있습니까?”

 

그는 배심원 한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당신은 그녀를 봤습니까?”

 

다시 다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당신은?”

 

두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배심원에게도 물었다.

 

“당신은 어떻습니까?”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는 절망적이라는 듯한 몸짓을 했다.

 

“우리들 중에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이번 심리중에 그녀가 증언석에 앉은 적이 있었습니까? 물론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는 또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것은 그런 여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데려오는 것은 어느 이야기, 환상, 있지도 않는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키가 크고, 숨을 쉬고, 풍만한 육체를 가진 여자를 창조할 수 있는 것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뿐입니다. 더욱이 하나님이라고 해도 한 사람의 여자를 창조하는 데에는 2주일이 아니라 적어도 18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법정 안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도 거기에 응답하듯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 남자는 지금 생사가 걸린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그런 여자가 실제로 있었다면 어떻게 그녀를 이곳에 출두시키지 않을 수 있을까요? 이 증언대에 서서 간단한 증언을 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에? 만일…”

 

그는 잠시 멈췄다.

 

“이것은 ‘그런 여자가 실제로 있었다고 하면’ 이라는 가정하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일단 접어두기로 하지요. 우리들이 지금 있는 이 법정은 피고가 그날 밤 여인과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는 곳에서 몇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또 그날 밤으로부터 몇 개월이나 지난 뒤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고가 그 여자와 함께 있었다고 주장하는 똑같은 장소, 똑같은 시간에 때마침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들어보기로 하겠습니다. 만일, 그녀를 본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들 중의 어느 누구겠지요. 그럼, 그들은 그녀를 정말로 보았을까요? 여러분들이 보았습니다. 비록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날 밤에 스코트 헨더슨을 보았던 것은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심원 여러분,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보통 두 사람이 함께 행동할 경우,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곧 두 사람 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든가, 아니면 두 사람 다 기억에 남아 있든가 하는 겁니다. 두 사람이 똑같은 장소에 있었는데, 한쪽은 보았지만 동행한 사람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 과연 사람의 눈으로써 가능할까요? 이것은 물리학 법칙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본인으로서는 납득할 방법이 없습니다.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뿐입니다.”

 

그는 조금 어깨를 으쓱했다.

 

“이것에 대해서 어떠한 설명이 가능한지 기울이고 싶을 뿐입니다. 또, 나 스스로도 두세 가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피부가 광선을 통과시키는 특별히 투명한 것이라면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청중들 속에서 와 하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피고와 함께 있지 않은 거겠지요. 과연 어느 쪽일까요? 그녀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사람들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여기에서 그는 태도와 목소리를 바꾸었다. 법정 안에는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것은 지극히 중요한 점이므로 조금 더 이것은 한 남자의 생사가 걸린 재판입니다. 본인으로서는 이것을 어릿광대 놀음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반면에, 변호인측에서는 그런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들은 가정이나 추리에서 벗어나 현실로 되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환상이나 도깨비, 신기루, 꿈 같은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아무도 그 존재를 의심하지 않는 실존의 여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마셀라 헨더슨의 모습은 살아 있을 때나, 또 죽은 뒤에도 누구나가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녀는 환상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녀는 살해된 겁니다. 경찰의 현장사진이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이것이 첫 번째 사실입니다. 남자의 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조금 전부터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는… 지금 고개를 치켜들었습니다만. 본인을 덤벼들 듯한 눈길로 노려보고 있군요. 피고는 지금 생사가 달린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것이 두 번째 사실입니다.”

 

이어서 목소리를 낮추고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본인은 공상보다는 사실을 더 좋아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신사 숙녀 여러분? 사실 쪽이 다루기도 훨씬 좋으니까요.”

 

그리고 나서 다시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그럼, 세 번째 사실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피고가 자기 아내를 살해했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앞의 두 가지 사실과 마찬가지로 부정할 수 없는 구체적인 사실입니다. 여러 번 입증됐다시피 뚜렷한 사실입니다. 본인은 변호인측과는 달리 환상이라든가 영혼 같은 것을 여러분들에게 믿어달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는 한층 더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들에게는 공적인 기록과 진술서, 그리고 증거가 있습니다. 피고의 주장과 재판과정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것들이지요!”

 

그는 배심원석의 앞 난간을 주먹으로 쾅 하고 내리쳤다. 숨막힐 듯한 정적이 잠시 이어졌다. 그리고 나서 목소리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배심원 여러분은 살인이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과 가정의 배경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십니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피고 들으신 대로 피고는 그것을 확인했습니다. 압력을 받아 본의 아니게 진술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그는 인정했습니다. 이것은 곧 사건에 얽힌 여러 상황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본인보다도 피고의 말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본인은 어제 증언대에 나온 남자를 심문했습니다. 그때 그의 답변은 여러분도 잘 들으셨을 줄 압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확실히 해두기 위해 간단하게 되풀이해 보겠습니다.

 

스코트 헨더슨은 집 밖에서 어느 여인과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그가 이 법정에 서게 된 것은 그것 때문이 아닙니다. 그 젊은 여성은 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지 않았습니다.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그 여성의 이름은 이 더없이 잔인한, 그리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살인에 그 여성을 끌어들여 증언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녀는 이 사건에 아무런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억울한 사람을 벌주고 그 사람의 인생에 굴욕적인 오명을 씌우는 것이 이 법정의 목적이 아닙니다.

 

이 범죄는 저기 보이는 저 남자 혼자서 저지른 것이지 그 여성은 아무 관계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녀에게는 비난받을 만한 점이 없습니다. 그녀는 경찰과 검찰의 조사를 받았지만 범죄에 관련되었다든가, 뒤에서 살인을 교사했다든가 하는 의심은 모두 풀렸습니다. 그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을 정도입니다. 그녀는 지금 아무 죄도 없는데도 고통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 변호인측과 검찰측 모두 말입니다 - 다음 한 가지 사실에 대해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습니다. 그것은 그녀의 이름이나 신분을 알고는 있지만, 그녀를 단지 '젊은 여성'이라고만 부르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피고가 이 ‘젊은 여성’에게 자신은 결혼한 몸이라는 것을 고백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두 사람의 사이는 위험한 상태에까지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위험이라는 것은 물론 피고의 아내의 입장에서 본 견해입니다. 그 ‘젊은 여성’도 피고가 유부남인 것을 알았다면 절대로 그런 관계에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조심성이 많고 모든 면에서 훌륭한 여성입니다. 우리는 그녀와 받았습니다. 본인도 역시 그녀가 우연히 유부남을 사랑하는 불행에 빠지기는 했지만 훌륭한 여성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실을 모두 알고 나서 불륜의 관계를 맺는 여자는 없으니까요. 그녀는 어느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피고는 두 여인과 관계를 맺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피고는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몇 번이나 강요했던 것이지요. 하지만 그녀는 거절했습니다. 어째서였을까요? 그녀에게 있어서 결혼은 신성한 것이었습니다. 순간적인 변덕으로 헤어질 수 있는 그런 경솔한 행위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피고가 그러한 아내의 이야기를 하자 '젊은 여성'은 그렇다면 단념하고 헤어지자고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는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두 여자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란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부인은 그를 놓아주지 않았으며, 그는 그 나름대로 '젊은 여성'을 단념할 수도 없었던 것입니다. 그는 기회를 보아서 완전히 끝내버리려고 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이 냉담했다고 하면, 두 번째 방법은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그는 아내를 접대하려고 한 겁니다. 그것은 마치 거래처의 손님을 접대하는 것과 똑같은 방법이었습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이것만 보아도 이 남자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을 거라고 판단됩니다. 엉망진창이 된 이러한 것들은 모두 그에게는 당연한 결과였지요. 그는 하룻밤의 일시적인 외출을 계획했습니다. 우선 극장표를 두 장 구하고 레스토랑의 좌석을 예약했습니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오늘 밤 함께 외출 하자고 말했겠지요. 그녀는 이 갑작스러운 남편의 제의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는 그의 뜻을 잘못 생각해서 화해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울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녀는 외출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잠시 뒤, 방에 들어온 그는 아내가 아직 화장대에 앉은 채 더 이상 준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때는 그녀도 남편의 목적을 알아차렸던 것이지요. 그녀는 그에게 헤어지지 말자고, 요리보다도 가정이 훨씬 더 소중한 거라고 말했겠지요. 다시 말해서, 그가 이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사이도 없이 그녀 쪽에서 강력하게 거절의 뜻을 나타냈던 겁니다. 그것이 그에게 결정적인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는 이미 외출준비를 마치고 난 순간이었습니다. 두 손에 넥타이를 들고 길이를 조절해서 목에 막 매려고 하는 중이었지요.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선수를 치는 아내의 말에 견딜 수 없는 증오와 경멸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손에 들고 있던 넥타이를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아내의 목에 세차게 감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졸라맨 것입니다. 경찰의 증언으로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감겨져 있었는지 잘라내지 않으면 안될 정도였습니다.

 

배심원 여러분에게 물어보겠는데, 여러분은 넥타이를 두 손으로 잡아당겨 본 적이 있습니까? 그것은 절대로 풀어지지 않습니다. 그녀는 죽었습니다. 처음에야 손을 휘두르면서 저항해 보았겠지만, 결국엔 남편의 손 안에서 숨이 끊어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녀를 영원히 사랑하고 보호하겠다던 바로 그 남편의 손에 의해 저 세상으로 보내진 겁니다. 이 사실을 여러분 마음속에 분명히 새겨두시기 바랍니다. 그는 거울을 마주보고 선 채로 그녀의 몸을 끌어안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말하자면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는 한참 동안 그런 자세로 끊어졌는지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어떻게 했을까요? 아내를 살려보려고 노력했을까요? 아니면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까요? 아니, 결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뒤의 상황은 이제부터 말씀드리지요.

 

그는 아내의 시체가 누워 있는 바로 그 방에서 태연하게 몸단장을 하고 외출준비를 끝마쳤습니다. 그는 아내의 목을 조른 넥타이 대신에 다른 넥타이를 꺼내어 맸습니다. 모자를 쓰고 윗도리를 입고 집을 나서기 직전에, '젊은 여성'의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그녀에게 있어선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마침 그녀는 집에 없었던 거지요. 따라서 그녀는 그 뒤 몇 시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왜 가책을 받아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그녀의 도움이나 충고를 받고 싶었기 때문일까요? 아닙니다. 그는 단순히 그녀를 증인으로 이용하려고 했던 것뿐입니다. 그녀에게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채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어내려고 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 극장표와 레스토랑의 예약석을 핑계로 살해한 아내 대신에 그녀를 꾀어내려고 하는 의도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면 곧 시간을 확인시켜서 그녀가 나중에 정확한 시간을 기억하도록 꾸밀 작정이었지요. 그녀 스스로 법정에 출두하여 증언하도록 해서 그의 알리바이를 인정받으려는 생각이었습니다. 물론 조작된 시간을 그녀에게 기억시킬 작정이었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그녀와 없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 했습니다.

 

그는 혼자 외출하여 태연한 태도로 자신과 아내를 위해 계획해 두었던 곳을 하나도 빠짐없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때는 아직 피고가 주장하는 것 - 즉, 도중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를 끌어들여 알리바이에 이용하려던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에 그는 굉장히 흥분된 상태에 있었을 테니까요. 아니, 그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긴 했지만, 행동으로 옮길 용기가 없었겠지요. 또, 상대방이 자신의 행동에서 진상을 눈치챌지도 모른다는 불안도 있었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알리바이를 만들어내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지나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요?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환상이지만 적당히 얼버무려두면 뒤에 나타나서 두 사람이 만났던 시간에 대한 그의 진술을 깨버릴 염려는 전혀 없을 테니까요. 바꾸어 말하면, 그에게 뒷받침 없는 알리바이와 들통이 날 알리바이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유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되지요. 배심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근거 없는 알리바이는 완전히 입증되지 않고 계속 논리상의 의문을 남기는 것입니다. 반면에, 들통이 날 수 있는 알리바이는 저절로 진실이 밝혀져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되는 거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근거 없는 알리바이 쪽을 택한 것입니다.

 

그는 이야기를 집어넣었습니다. 그의 쪽에서는 그런 여자가 존재하지 않으며, 절대로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 여자가 발견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 묘한 쾌감을 맛보고 있을 겁니다. 이것은 그 여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그가 내세운 알리바이가 도움이 될 테니까요. 본인은 여러분에게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한 가지 드리겠습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그 남자의 생사가 어떤 인물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지 없는지에 달려 있을 경우, 그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저 남자는 단 한 가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눈동자의 색깔, 머리카락의 못합니다. 그녀의 특징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없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저 사람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십시오. 여러분의 목숨이 걸려 있는데, 이렇게 완고하고 철저하게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요? 만일, 그가 그녀가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하면 어떻게 이렇게 완전히 그녀를 잊어버릴 수가 있을까요? 그녀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이라면 말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현명하신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본인은 더 이상 말할 것이 없습니다. 이 사건은 아주 간단합니다. 다시 생각해 볼 것도, 따져볼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그는 연극 대사처럼 말끝을 길게 끌면서 말했다.

 

“본인은 스코트 헨더슨을 아내 살해용의자로 기소합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의 생명을 요구합니다. 본인의 논고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이튿날, 재판은 간단명료하게 끝났다.

 

“피고는 일어나서 배심원 쪽을 향해 서주십시오. 그리고 배심원장도 일어서 주십시오. 배심원 여러분, 판단을 내렸습니까?”

 

“예, 재판장님.”

 

“이 피고는 기소 사실에 대해서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

 

“유죄입니다.”

 

피고석에서 목을 조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하나님… 나는 절대로…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