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서 10분이 지난 뒤, 직선 거리로 불과 여덟 구획을 - 직선이라고 해도 그것은 두 개의 직선이었다 - 하나는 똑바로 일곱 구획, 그리고 나서 왼쪽으로 돌아 다시 한 구획을 달려 그는 길모퉁이 아파트 앞에서 택시를 내렸다.

 

거스름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나서 열쇠를 꺼내어 현관문을 열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정문 현관에서 어떤 사내가 어슬렁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남자는 누구나가 그런 것처럼 목적없이 왔다갔다 하며 서성거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헨더슨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엘리베이터의 숫자판에 불이 켜져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어딘가 위층에서 멈춰 있는 모양이다. 헨더슨은 그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곁을 지나쳐서 엘리베이터의 하강 버튼을 눌렀다. 그 남자는 벽에 걸려 있는 그림 하나를 발견하고는, 별 값어치도 없을 듯한 그 그림을 물끄러미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헨더슨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 자신 이외의 다른 사람이 현관에 있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모습을 지으려고 했지만, 그 행동은 어딘가 어색하게 보였다.

 

뭔가 꺼림칙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라고 자세히 들여다보며 감상할 정도로 가치가 있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틀림없이 누군가가 현관으로 내려오는 걸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그로서는 함께 데리고 나갈 아무런 권리가 없는 듯한 그런 누군가를…

 

헨더슨은 생각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저런 남자에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지? 나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엘리베이터가 내려와서 그는 안에 탔다. 육중한 청동문이 자동으로 닫혔다. 작동판 맨 위에 있는 6층 버튼을 눌렀다. 현관이 아래로 떨어져 내려가는 것이 바깥문에 끼워넣은 작은 유리창으로 보였다. 바로 그 직전에 그림을 감상하고 있던 남자가 데이트도 좋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는 없다는 태도로 그림 앞을 떠나 교환대에 섰다. 이것도 헨더슨에게는 아무 관계가 없는 장면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6층에서 내려 아파트 열쇠를 찾으려고 호주머니를 만지작거렸다. 복도는 조용해서 그의 주머니 안의 동전이 짤랑거리는 소리밖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열쇠를 찾아서 자기 아파트의 문을 열었다. 그의 아파트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오른쪽에 있었다. 실내는 불이 꺼져 있어 어두컴컴했다. 그 광경을 보고 그는 목 안에서 화가 난 듯한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스위치를 누르자 아담한 현관이 나타났다. 하지만 전등은 이 작은 공간밖에는 비추지 못했다. 그의 앞에 있는 아치 안쪽은 여전히 컴컴했다. 한쪽에 있는 의자 위에 모자와 윗도리를 내던졌다. 이렇게 고요하고, 또한 전등조차 꺼져 있는 것이 그에게는 좀 약이 오르는 일이었다.

 

그는 또 그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 저녁 6시, 길거리에서 유달리 눈에 띄던 그 무뚝뚝한 표정을…

 

그는 아치 저쪽에 펼쳐진 어두컴컴한 공간을 향해서 이름을 불렀다.

 

“마셀라…”

 

별로 다정함이 들어 있지 않은 명령적인 목소리였다. 암흑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날카롭게 야단치는 듯한 어조로 다시 소리치면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이봐, 적당히 해둬! 멀쩡히 깨어 있을 텐데 누굴 놀리는 거야? 침실 창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밖에서 봤단 말야.”

 

계속 그렇게 어둠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그는 어둠 속을 어기적어기적 가로질러 익히 알고 있는 벽의 어떤 지점을 노려보았다. 그는 조금 전의 흥분된 목소리가 아닌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돌아올 때까지는 당신은 분명히 깨어 있었어. 그러다가 내 낌새를 알아차리고는 그렇게 잠든 체 해! 이렇게 해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그는 팔을 앞으로 뻗었다. 그 손이 아직 아무것에도 닿지 않았는데 탁 하는 소리가 났다. 갑자기 위에서 빛이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그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생각지도 못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등이 켜졌던 것이다.

 

자신의 손끝을 쳐다보니 스위치는 닿지도 않은 상태였다. 누군가의 손이 스위치에서 떨어져 벽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그 손에서부터 소맷부리로 점차 옮겨가서는 어떤 남자의 얼굴에 다다르게 되었다. 그는 깜짝 놀라 몸을 옆으로 얼른 돌렸다. 그러자 거기에서는 또 다른 얼굴이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다시 몸을 돌려서 자기 뒤를 바라보았다. 거기에도 또 다른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렇게 세 개의 얼굴이 그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조각품처럼 꼼짝 않고 늘어서 있었다. 이 세 물체, 아니 세 망령들에게 둘러싸인 헨더슨은 너무도 놀라 머뭇머뭇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방을 잘못 찾은 것은 아닐까? 여기가 정말 내 아파트인가?

 

전기 스탠드의 하늘색 받침대에서 멈추었다. 분명 자기 것이었다.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키 낮은 의자, 이것도 그의 것이었다. 문갑 위에 놓인 두 개의 사진틀. 그 중 하나에는 숱많은 머리를 구불구불하게 퍼머한, 토끼 같은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자가 뾰로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다른 하나에는 그의 얼굴이 있었다.

 

그 두 개의 얼굴은 반대방향을 향하고 서서 서로를 외면하고 있었다.

 

역시 자기 집에 돌아온 것은 틀림없었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세 명의 남자가 말을 걸어올 기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대로 계속 밤새도록이라도 그를 바라보고 서 있을 듯한 태도였다.

 

“당신들 도대체 누구요?”

 

나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물었다.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오?”

 

역시 대답이 없었다.

 

“이곳에 무슨 용무가 있소? 도대체 당신들은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요?”

 

그는 다시 한 번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 이번에는 아까와는 달리, 이 남자들이 어째서 여기에 와 있는가에 대해서 아내에게 설명을 들어보려고 불렀던 것이다.

 

그가 얼굴을 돌린 쪽의 문은 지금 지나온 아치를 제외하곤 그곳에 있는 유일한 문이었는데, 웬일인지 닫혀 있는 것 같았다. 쥐죽은 듯이 비밀스럽게 닫혀 있는 것이다.

 

남자들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얼른 뒤돌아보았다.

 

“당신이 스코트 헨더슨이오?”

 

그를 둘러싼 반원이 조금 좁혀졌다.

 

“아, 그렇소.”

 

그는 다시 닫혀진 침실문 쪽으로 눈을 돌렸다.

 

“어떻게 된 일이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상대방은 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기분나쁠 정도로 침착하게 자기들의 질문만을 계속 퍼부었다.

 

“당신은 여기 살고 있소?”

 

“틀림없이 여기에 살고 있소!”

 

“그리고 당신이 마셀라 헨더슨의 남편이 맞죠?”

 

“그렇고말고.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어떤 것을 내보인 것 같은데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가 들여다보려 했을 때는 이미 그가 손을 거둬간 뒤였다. 그가 문 쪽으로 가려고 하자 그 중 한 남자가 앞을 가로막았다.

 

“집사람은 어디에 있죠? 여기 없습니까?”

 

“있기는 있어요, 헨더슨 씨.” 하고 그 남자가 부드럽게 말했다.

 

“있다면 어째서 나오지 않는 겁니까?”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말해 보시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요?”

 

“당신 부인은 나올 수 없어요, 헨더슨 씨.”

 

“잠깐, 조금 전에 당신이 내보인 게 무엇이었소? 경찰 배지가 아닙니까?”

 

“자, 진정해요, 헨더슨 씨.”

 

스퀘어 댄스를 시작했다. 그가 한쪽으로 조금 움직이면 그들도 같은 방향으로 따라 움직였다. 그가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면, 그들도 따라서 위치를 바꾸었다.

 

“진정하라고! 아니, 나는 먼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알고 싶소. 강도입니까? 아니면 사고? 아내가 자동차에라도 치였습니까? 이 손을 놓으시오. 나를 저 방으로 들어가게 해주시오.”

 

하지만 상대방은 세 쌍의 손을 가지고 있었다. 한 쌍의 손을 뿌리칠 때마다 다른 두 쌍의 손이 그를 붙잡았다. 그는 갑자기 분노가 치밀어 올라와서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았다.

 

네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조용한 실내를 가득 채웠다.

 

“나는 이 집의 주인이오. 여기는 나의 집이란 말이오! 이런 장난은 하지 마시오! 도대체 당신들이 무슨 권리로 나를 붙잡는 거요?”

 

갑자기 그들은 손을 놔주었다. 가운데에 있는 남자가 문에 가장 가깝게 있는 남자에게 신호를 보내며 내뱉듯이 말했다.

 

“좋아, 들어가게 해줘, 조.”

 

갑자기 문을 여는 바람에 그는 그만 헛발을 내딛고 말았다. 그곳은 아름답고 달콤한 사랑의 보금자리였다. 장식품은 푸른색과 은색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그에게 낯익은 향기가 공기 속에 떠돌고 있었다. 화장대 위의 파란색 스커트를 입은 인형이 커다란 눈에 공포를 가득 담고 그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개의 유리 기둥 중 하나가 인형의 무릎 쪽으로 비스듬히 쓰러져 있었다.

 

두 개의 침대에는 푸른색 커버가 씌워져 있었다. 하나는 평평했지만, 다른 하나는 누군가가 그 안에 숨겨져 있는 것처럼 부풀어올라 있었다.

 

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 병이 난 것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히 시트로 덮여 있었다. 시트 한쪽 끝에서 거품처럼 느슨하게 말린 머리카락 몇 가닥이 삐져나와 있었다.

 

그는 갑자기 발을 멈추었다. 그의 얼굴에 창백한 빛이 스쳤다.

 

“저, 저것은, 드디어 일을 저질렀군! 오, 바보 같은 사람…”

 

그는 겁먹은 표정으로 두 침대 사이에 있는 작은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그는 비틀비틀 침대로 다가갔다. 등을 구부리고 시트 안에 있는 그녀에게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는 둥근 어깨를 잡고서 걱정스러운 듯이 흔들어댔다.

 

“마셀라, 괜찮아?”

 

세 남자는 그의 뒤를 쫓아 방에 들어와 있었다. 막연하긴 하지만 그는 자신의 일거일동이 그들에게 계속 감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아내에게밖에는 아무것에도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문 근처에서 세 쌍의 눈이 그가 푸른색 시트를 만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시트의 한쪽 끝을 잡고 홱 젖혔다. 그러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음산한 광경, 평생토록 마음에 새겨져서 잊혀지지 않을 그런 광경이 펼쳐졌다.

 

그녀는 슬쩍 웃고 있었다. 죽은 얼굴 특유의 싸늘한 유머를 담고 빙긋이 웃고 있었던 것이다. 머리카락은 부채살처럼 펼쳐져 베개 위에서 물결치고 있었다. 몇 개의 손이 귀찮게 다가왔다. 그는 비틀비틀 한 발자국씩 물러섰다. 그는 푸른색 시트와 그녀의 모습에서 눈길을 돌렸다. 영원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만은 원치 않았는데.” 하고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이렇게 되리라고는 정말 생각도 못했어.”

 

그의 이야기는 그들 세 사람의 뇌리에 차곡차곡 들어가리라.

 

그들은 헨더슨을 침실에서 데리고 나와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는 한 남자가 되돌아가서 침실문을 닫았다.

 

눈부신 듯이 한쪽 손으로 눈을 가리고 있었다. 세 남자는 그를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한 사람은 창가에서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두 번째 남자는 작은 테이블 곁에 서서 잡지를 뒤적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은 그와 마주앉아 있었지만 그를 보지는 않고 있었다. 그는 무엇인가로 손톱을 소제하고 있었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처럼 완전히 몰두해서…

 

이윽고 헨더슨이 눈을 가리고 있던 손을 떼었다. 문득 정신이 들어 그는 사진틀 속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것은 자기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는 손을 뻗어 사진틀을 탁 덮었다.

 

세 쌍의 눈이 무언의 눈짓을 나누었다. 그리고는 자신을 짓눌러왔다. 이윽고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할 이야기가 있소.”

 

“잠깐만 기다려 주지 않겠소?”

 

힘없이 그가 말했다.

 

“너무 놀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앉아 있는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창가의 남자는 계속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테이블 옆에 있는 남자도 여전히 여성잡지를 넘기고 있었다.

 

이윽고 헨더슨은 눈을 크게 뜨기 위해서인지 눈꼬리를 손가락으로 잡고는 큰소리로 말했다.

 

“이젠 괜찮습니다, 말씀하시죠.”

 

그들은 평범한 이야기처럼 자연스럽게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전체의 사실 중에서 빠져 있는 것을 알아내기 위한 능숙한 화술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것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헨더슨 씨, 당신의 나이는?”

 

“서른둘입니다.”

 

“부인은?”

 

“스물아홉.”

 

“결혼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5년 됐습니다.”

 

“당신의 직업은?”

 

“주식중개인.”

 

“오늘밤 몇 시쯤 집을 나갔습니까?”

 

“5시 반에서 6시 사이.”

 

“조금 더 정확히 말해 주겠습니까?”

 

“좋아요. 정확하게 문을 닫고 나간 시간이 몇 시 몇 분인지 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5시 45분에서 5시 55분 사이일 울린 것을 기억하고 있으니까. 다음 구획에 허름한 교회가 있거든요.”

 

“흠, 그럼 저녁식사는 하고 나갔습니까?”

 

“아닙니다.”

 

그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아닙니다. 하지 않았어요.”

 

“그럼, 식사는 밖에서 했습니까?”

 

“그래요, 밖에서 했습니다.”

 

“혼자서요?”

 

“그렇습니다. 집사람과 함께 나가지 않았으니까.”

 

테이블의 남자는 잡지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창가의 남자도 창밖을 쳐다보는 데에 흥미를 잃은 모양이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는 헨더슨이 화를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인지 일부러 호들갑스러운 어조로 계속 이야기해 나갔다.

 

“평상시와는 달랐다는 거군요? 부인과 따로 밖에서 저녁식사를 했다는 것이 말입니다.”

 

“그렇소, 보통 때와는 달랐습니다.”

 

“그럼, 오늘밤에 특별한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형사는 헨더슨 쪽을 쳐다보지 않고 옆의 재떨이로 눈길을 돌렸다.

 

“나와 집사람은 오늘밤 밖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었습니다. 그런데 외출할 때쯤 되어 집사람이 갑자기 머리가 아프고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해서 나 혼자만 나갔었지요.”

 

“말다툼이라도 했습니까?”

 

형사가 목소리를 잔뜩 내리깔아서 물어보았기 때문에 알아듣기 어려웠다. 헨더슨도 똑같이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한두 마디 옥신각신하기는…”

 

“흠…”

 

형사는 부부 사이의 사소한 말다툼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사소한 것이었다는 말이죠?”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집사람이 저렇게 될 정도의 일은 없었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갑자기 빠른 말투로 물어보았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네들 쪽에서는 내게 무엇 하나 알려주지 않았어요. 도대체 어떻게 해서…”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그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최면술에라도 걸린 것처럼 멍하게 쳐다보고 있자니 이내 침실문이 닫혔다. 그는 벌떡 일어섰다.

 

“당신들은 대체 무슨 일로 온 거요? 도대체 뭐하는… 어쩌겠다는 겁니까?”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다가와서 그를 앉히려고 어깨에 손을 갖다댔다. 하지만 힘을 주어 꽉 누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로해 주는 듯한 태도였다.

 

창가의 남자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조금 흥분하셨군요, 헨더슨 씨.”

 

모든 인간에게 감춰져 있는 일종의 선천적이고 자연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헨더슨 내부에서 솟아올라왔다.

 

“날더러 침착하라고?”

 

그는 벌컥 화를 냈다.

 

“집에 돌아와 보니 집사람이 죽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흥분하지 말라고?”

 

그는 정곡을 찔렀다. 창가의 남자도 그 일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말은 생각해 내지 못한 것 같았다. 침실문이 다시 열렸다.

 

헨더슨은 눈을 크게 뜨고 문에서부터 현관 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겨갔다.

 

“아니, 그럴 수가 있소! 이봐요! 꼭 감자 부대 다루듯이 하다니, 원. 저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바닥에 질질 끌고 있잖아… 집사람이 얼마나 소중히 아끼던 머리카락인데…”

 

손이 뻗쳐와서 그를 꽉 잡았다. 현관문이 소리도 없이 닫혔다. 희미한 향수 냄새가 텅 빈 침실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은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잊지 말아요. 당신과 즐겁게 지낸 시절의 나를 잊지 말아줘요.’

 

그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그때까지 참아왔던 것이 한꺼번에 무너져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울지 않아야 하는데, 이렇게 울어버려서…”

 

앞의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담배를 내밀어 불을 붙여주었다. 성냥불의 불꽃이 헨더슨의 눈동자 속에서 반짝였다. 이러한 잠시 동안의 일들이 방해가 되어서 그랬는지,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물어볼 재료가 떨어져서 흐지부지된 것인지 질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다시 그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을 때는 시간을 메우기 위해 할 수 없이 하는 맥빠진 잡담이었다.

 

“헨더슨 씨, 옷차림이 꽤 화려하군요.”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가 말을 걸었다. 헨더슨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조화를 잘 이루고 있군요. 아주 멋집니다.”

 

“화려함 자체가 하나의 예술이지요.” 하고 잡지를 보던 남자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구두, 셔츠, 그리고 윗도리 호주머니의 장식용 손수건…”

 

“하지만 넥타이만은…” 하고 창가의 남자가 머뭇머뭇 말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들은 겨우 내 옷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겁니까?” 하고 헨더슨이 가냘프게 항의했다.

 

“그것은 푸른색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 남자는 악의없게 말했다.

 

“다른 것들이 모두 푸른색이니까 말이오. 그 넥타이 때문에 전체적인 조화가 엉망이 되어버렸군. 나는 유행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누가 봐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할 있는데, 가장 중요한 넥타이 때문에 조화를 잃어버리다니… 당신은 푸른색 넥타이가 없습니까?”

 

헨더슨은 애원하듯이 말을 되받았다.

 

“도대체 나를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겁니까? 지금 나에게는 그런 하찮은 일을 생각하고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은 당신들도 잘 아실 텐데…”

 

남자는 아까와 같이 억양없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물었다.

 

“푸른색 넥타이가 없습니까, 헨더슨 씨?”

 

헨더슨은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올리면서 말했다.

 

“당신들은 나를 미치게 하려는 거요?”

 

그리고는 이런 진부한 이야기에는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듯이 일부러 억제한 목소리로,

 

“방안의 장롱 속에 걸려 있을 거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것을 매지 않았지요? 당신의 옷 전체가 푸른색으로 통일되어 있는데 말이오.”

 

형사는 상대방의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처음에는 푸른색을 매려고 했다가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지금의 그것을 맸다면야 이야기가 다르지만…”

 

“도대체 그것이 어떻다는 겁니까? 어째서 그런 하찮은 일로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겁니까?”

 

헨더슨은 목소리를 조금 높여 말했다.

 

“내 아내가 죽었어요. 지금 내 머리는 혼란스러워요. 그런 내가 왜 푸른색 넥타이를 맸느니 매지 않았느니 하고 떠들어야 합니까?”

 

그러나 질문은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똑같은 질문이 계속 퍼부어졌다.

 

“정말 확실합니까, 처음부터 그것을 매지 않았었다는 것이?”

 

그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그래요, 확실합니다. 그것은 침실 장롱 속에 걸려 있을 겁니다.”

 

형사는 천연덕스럽게 계속했다.

 

“하지만 장롱 속에는 그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묻고 있는 겁니다. 우리들은 이미 장롱을 열고 당신이 넥타이를 걸어두는 곳을 뒤져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이 없었습니다. 다른 넥타이들은 모두 가지런히 걸려 있는데 말이오. 이것은 당신이 처음에는 그것을 골라서 맸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째서 갑자기 마음이 바뀌어 하루 종일 바꿔 맸느냐 하는 겁니다. 그것도 밤 외출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런 넥타이를 말입니다.”

 

헨더슨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치며 벌떡 일어섰다.

 

“그만두시오!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소. 도대체 무엇을 바라고 있는 건지 그것부터 말해 주시오. 장롱 속에 없었다면 도대체 어디에 있겠습니까? 나는 그 넥타이를 매지 않았었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알고 있다면 가르쳐 주시죠! 어디에 있든지 그게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그것이 큰 문제입니다, 헨더슨 씨.”

 

그 뒤에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의 얼굴은 점점 새파래져 갔다.

 

“그것이 당신 부인의 목에 꽉 졸려져 있었지요. 결국 그 넥타이가 부인의 숨통을 막아 버린 겁니다. 칼로 끊지 않으면 풀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묶여 있었단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