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판타지
Spider-Man 3 (http://www.imdb.com/title/tt041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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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
SF, 판타지, 액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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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 |
2007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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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 |
미국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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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
샘 레이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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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 / |
샘 레이미, 이반 레이미, 알빈 새전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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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 |
크리스토퍼 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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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연 / |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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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프랑코, 토마스 헤이든 처치, 토퍼 그레이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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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로즈마리 해리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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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시리즈의 최신작. 빌딩숲을 거침없이 휘젓고 다니는 스파이더맨의 탄생과정(1편)과 느닷없이 초인이 된 소심한 남자의 정체성 찾기(2편)가 주요테마였던 전편들의 흥행스코어는 역대 박스오피스 상위권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남았다. 영화 자체의 수준이 높고 낮음을 떠나서 그럭저럭 평범한 탄생기였던 1편, 자아실현과 영웅으로서 부여된 사명감을 되찾는 2편에 이어 한층 다양해지고 더욱 스펙타클한 액션으로 돌아온 3편은 제작초기부터 베놈이라는 한 명의 악당 캐릭터로 인해 기대를 한몸에 받았는데…
시리즈 1편에서도 나쁜놈의 역할을 부여받았던 그린 고블린의 후예와 사고(?)로 모래인간이 된 샌드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능력을 지녔지만 위력만큼은 주인공을 압도하는 베놈의 3색대결은 이 영화에 엄청난 버전업이 시도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부분의 영웅물은 한 명의 영웅과 한 명의 악당이 서로 지지고 볶는 것이 관례이다. 이는 상영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영화 특성상 짧은 시간 안에 탄생과 활약, 위기와 절정 모두를 다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공한 블럭버스터에는 액션과 드라마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낸 작품들이 많다. 아닌 것도 더러 있지만 통상적으로 극장가를 잠식했던 대작들은 볼거리와 드라마의 수준차이를 줄이거나 그 절충선을 찾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스파이더맨 2편은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훌륭한 작품이었다. 현실에서 겪게되는 금전적인 압박과 영웅으로서의 사명감 때문에 개인사를 희생당하는 소심한 남자의 이야기는 기존의 초인영화들에게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시도되었지만 심도있게 그려내지는 못한) 판타지 속의 현실주의였고 역대로 가장 훌륭한 슈퍼히어로 영화라는 평가를 이끌어내었다. 과거 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2>에서 이러한 주제가 다루어졌지만 감독이 교체되는 과정의 어수선함과 열악한 제작과정 때문에 기대에 못미치는 완성도를 보였다.
제작초기부터 기대를 한껏 부풀려놓았던 3편은 냉정하게 평가해서 볼거리와 드라마의 구성 모두가 뜸이 들다가 만 어설픈 영화가 되었는데 세 명의 악당이라는 설정은 얼핏보면 더욱 늘어난 액션 스펙타클을 연상케 하지만 실상은 어느 한쪽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서로 따로 노는 듯한 단편 액션 에피소드에 머물고 있으며 정체성 고민에서 해방된 피터 파커가 심비오트에 감염되어 벌이는 엽기적인 돌발행동은 그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또한 학창시절 별볼일 없었던 피터와 교내 퀸카였던 MJ의 연애담은 3편에 이르러 입장이 역전되었는데 뉴욕시민들의 영웅이 된 피터와 삼류배우가 되어버린 MJ의 갈등은 정체성을 고민해봐야할 그웬 트웨이시라는 인물이 끼어들면서 혼란스럽기만 하다.
영화는 마지막에 이르러 나름의 반전을 준비했고 소위 태크매치를 정점으로 끝을 보인다. 헌데 그 반전이라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한계를 가지는데 조금전까지 죽일 듯이 원수로 지내다가 뜬금없이 화해와 용서모드가 흐르는 대목에 이르러 과연 감독이 이 영화를 어떤 관점에서 만들게 되었는지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과거 <에이리언 시리즈>에서 구현된 것처럼 서로 다른 감독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면 이해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세 편의 영화가 모두 샘 레이미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더욱 더 3편의 완성도는 놀랍기만 하다. 아마도 3편의 제작과정에서 샘 레이미 감독의 심경에 어떤 변화가 온 것은 아닐까.
하지만 3편도 나름 할말은 있다. 전편이 워낙에 블럭버스터의 본질에 충실했던 수작이었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컴플렉스를 갖고 세상에 나왔다는 변명이 그것이다. 자고로 너무 잘난 형을 둔 동생은 늘 비교대상이 되어 제역할을 하고도 평가절하를 받게 된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관객이 원하는 것은 그 영웅이 가진 기적과 같은 초능력을 현란한 비주얼로 감상하고자 하는 목적이 가장 클 것이다. 치밀하게 돌아가는 이야기의 구성은 사실 부수적인 것이고 강력한 악당을 더욱 강력한 초능력으로 물리치는 영웅담을 보고자 하는 것이 슈퍼히어로 영화가 탄생한 이유이며 존재가치의 전부이다. 슈퍼맨에게선 하늘을 질주하는 영웅을 보면 되었고, 스파이더맨은 고층빌딩을 오가는 눈부신 곡예를 보여주면 그걸로 자기역할은 다 한 셈이다.
그러나 존재이유야 어찌되었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더라’ 는 속설은 이 영화에서 여실히 정설이 되고 만다. 허술한 시나리오에 돈 좀 투입된 최신 게임영상의 결정체라면 지나친 폄하인가. 세 명이나 되는 나쁜놈을 홀로 처리하기엔 스파이더맨의 능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편이다. 슈퍼맨처럼 하늘로 날아올라 대륙을 던져버리는 가공할 힘도 없고 배트맨과 같은 재력도 없는 무능한(?) 초인영웅은 극중 대사에도 나오는 것처럼 ‘악당이 너무 많다’ 는 것 때문에 스스로 자기 발목을 붙잡는 원인제공자가 되었다. 죽일놈들이 셋이나 되다보니 누구를 우선적으로 족쳐야할지 영화는 시작부터 삐걱대는데 진행흐름은 우연의 연속이고 사악하게 변한 피터의 주접은 민망하기 그지없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고독한 영웅의 이미지는 어디로 이사갔는지 실종되어 버렸고 마치 비싼 장난감을 손에 넣은 초등학생이 자랑하고 싶어 온 동네를 쏘다니는 것마냥 단순함의 전형만을 재현해 주고 있다.
주인공보다 더욱 주목을 받았던 베놈의 탄생신화도 너무 성의없게 그려졌는데 잘못은 지가 해놓고 모든 걸 스파이더맨에게 덮어씌운 에디라는 인물은 사진조작이 들통나서 내쫓기고는 교회(그것도 하필이면 피터가 착한놈으로 회개하려는 곳)에 가서 찌질대기나 한다. 샌드맨은 또 어떤가. 삼촌을 살해한 진범이라는 뜬금없는 설정이 원작만화에서 나온 것이라면 달리 할말은 없지만 서로 죽이려고 아웅다웅하던 때가 바로 몇분 전인데 별다른 설명도 없이 착한놈이 되어서는 용서와 선처를 구한다. 1편부터 등장한 해리의 역할도 어중간하기는 마찬가지다. 아버지의 복수를 부르짖던 그가 이상한 집사의 말 한마디에 심경을 되돌리는 것은 참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리즈 3편은 이렇듯 모든 사건의 개연성이 너무나 결여되어 있으며 우연이 남발하고,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색깔이 단세포 아메바마냥 흐느적거린다. 자신의 정체성에 괴로워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다는 슬픔과 죄책감, 사랑을 포기하면서 정의로운 길을 가고자했던 피터 파커는 그저 생각없이 촐싹되기만 하는 나사 빠진 인물이 되어버렸는데 심지어 바에 들어가 두 여인과 함께 벌이는 돌발행동은 지금껏 두 편의 영화에서 쌓아올린 입체적이고도 매력적인 영웅의 모습을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결과마저 초래하고 있다. 아무리 사악해졌다지만 과연 이것이 전편들의 그 피터 파커가 맞는지 의아할 정도이다.
2007년은 헐리우드 블럭버스터의 대공습이 예정된 해인데 아마도 <스파이더맨 3>는 올해 최악의 영화 상위권을 예약해 놓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