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문영환은 눈을 떴다.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며 머리가 욱신거렸다.
그의 시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천장에 매달린 커다란 샹들리에였다. 둥근 원을 그리며 달려 있는 보석 모양의 투명한 크리스탈 조각들에서 노란빛들이 쏟아져 나와 찬란하게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문영환은 눈이 부셔 얼굴을 찡그렸다. 안경 너머로 흐릿하게 겹쳐 보이던 사물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연한 푸른색의 카펫이 깔려 있는 방에는 별다른 가구들은 없었지만 둥글고도 커다란 탁자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주위로 등받이가 긴 의자들이 몇 개 둘러져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 어디에도 창문은 없었다. 때문에 문영환은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손목시계를 쳐다보니 3시를 조금 넘고 있었다.
문영환은 지난 일을 더듬어보았다. 채지연이 건네준 브랜디를 받아 마신 기억이 마지막이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풍겨 오던 채지연의 진한 향기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무언가 약물에 마취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술이 너무 과하셨던 모양이군요. 새벽에야 깨어나시는 것을 보니…”
문영환이 몸을 뒤척이자 걸쭉한 사나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문영환이 그 소리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콧수염을 기른 장발의 사나이가 벽 쪽 의자에 앉아 있었다.
장발 사나이가 일어섰다. 그는 무척이나 체구가 커보였다.
“아, 아니 당신은?”
“알아보시겠습니까? 우리 작년쯤인가 만난 적이 있었지요. 나 이기수입니다.”
“어떻게 된 일이오? 그리고 여기는 어디요?”
이기수가 뚜벅뚜벅 문영환이 누워 있는 침대로 걸어왔다.
“이렇게 무례하게 문 기자님을 모셔오게 되어서 미안합니다. 여기는 우리의 비밀장소들 중 한곳입니다.”
문영환은 기자수첩과 녹음기 중 자신의 소지품이 없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자신이 누워 있던 침대를 둘러보았다.
그의 의중을 눈치챘는지 이기수가 말했다.
“문 기자님의 소지품들은 우리가 잠시 보관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녹음기에서는 계속 테잎이 돌아가고 있더군요…”
문영환이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의 뇌리에 퍼뜩 이것이 채지연이 생각한 ‘어떤 방법’ 이라는 직감이 들었다. 공포감이 엄습해 왔다.
그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를 어떻게 하실 작정이오?”
이기수가 의자에 앉아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문영환 씨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한 것뿐이니까요.”
‘단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렇게 납치를?’
문영환은 박성화 의원의 호방한 얼굴을 떠올렸다.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박성화 국회의원과 채지연의 스캔들을 추적했기 때문이 아닌가요?”
이기수가 나지막하게 웃었다.
“물론, 그것도 이유가 되긴 하겠지요. 그러나 그보다도 더욱 중요한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문영환 씨가 영향력 있는 아주 훌륭한 기자라는 것입니다.”
문영환이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군요.”
이기수의 눈이 빛났다.
“좋습니다. 말씀드리지요. 그러나 이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다음에는 분명한 선택을 해주셔야만 합니다.”
문영환은 일단 이들이 자신을 해치려는 의사가 없음을 깨닫자 약간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분명한 선택? 나를 일단 여기서 나가게 해주시오. 그런 뒤에 당신이 하는 말을 듣든지 무슨 선택을 하든지 하겠습니다.이건 명백한 납치행위입니다. 불법이란 말이오…”
이기수는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불법은 이미 당신이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내 사무실의 전화를 도청하지 않았습니까? 물론 그것은 당신의 투철한 기자정신에서 나온 것이겠지만 현행법상 그것이 불법임을 잘 알고 계시겠지요?”
문영환이 체념한 듯한 소리로 물었다.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나와 손잡고 같이 일하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문영환 씨가 우리에게 했던 이제까지의 모든 잘못은 묵인될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특별한 혜택이 주어질 것입니다.”
문영환은 이기수의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라 당황하고 있었다.
“당신들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오?”
이기수가 허연 담뱃재를 재떨이에 떨고 나서 말했다.
“채지연은 어떤 목적에 의해서 박성화 국회의원에게 접근했고, 그것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어떤 목적이란 우리가 계획하고 있는 방대한 프로젝트의 일부분이지요. 거기에 대해서는 일단 그 정도만 이야기해 두도록 하지요. 어쨌든 내 말은, 채지연의 스캔들은 우리의 방대한 프로젝트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일이라는 겁니다.”
이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문영환은 이기수가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만 무언가 커다란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었다.
문영환은 문득 이기수 사무실의 도청기록이 생각났다.
‘루앞입니다…’
이기수가 담배연기를 허공에 날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인지 지금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당연하겠지요.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문영환 씨가 우리의 프로젝트에 참가했으면 하는 것이오. 말하자면 문영환 씨의 실력을 우리가 높이 산 셈이지요.”
“그 프로젝트란 무얼 말하는 겁니까?”
“한마디로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 모든 설명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세계를 변혁시키는 것이 방대한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인 것이지요.”
“변혁을 시키다니요?”
문영환의 물음에 이기수는 잠시 문영환의 안경 너머의 쌍꺼풀진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하나의 통합된 세계,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선(善)의 시대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는 물론 우리가 세계적으로 방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이미 이 세상의 어느 국가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단숨에 이 세계를 변화시킬 능력도 가지고 있습니다만 우리의 이상에 비추어볼 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므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뿐입니다. 우리의 이상은 평등과 박애 등등입니다.”
문영환은 어리둥절했다. 납치를 일삼는 이들이 평등과 박애의 고결한 이상을 말하고 있다니…
“솔직히 나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왜 내가 그렇게 원대한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개 신문사 연예부 기자가 말입니다.”
“우리의 프로젝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 등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문화는 가장 중요한 사업이지요. 흔히 정치가 문화를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반대로 문화가 정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지요. 문화란 곧 이 세상 사람들을 지배하고 있는 총체적 의식이니까요. 문화는 사람들의 의식주나 사고체계, 나아가 상징체계까지 지배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중에서도 특히 대중문화는 가장 중요하지요.”
“…?…”
“대중문화는 매스미디어를 통한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작업을 통해 조종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특성을 지닌 대중문화를 우리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선(善)의 직접적인 전도자가 되는 거지요. 아주 천천히… 누구도 느끼지 못할 만큼 아주 서서히 사회 전체적인 문화를 하나씩 하나씩 변경시키는 것이지요. 물론 처음에는 약간의 거부반응이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지속적이고 반복되는 문화는 결국 모든 것을 정복해 버립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지요.”
이기수의 말에 문영환은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 그럼 당신들의 계획은 결국 이 나라의 문화를 총체적으로 바꾸어간다는 말씀이군요.”
이기수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 나라뿐이 아니라 전세계가 그 대상이 되는 것이고, 사회, 정치, 경제 등등 모든 분야에 걸쳐 변혁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대중문화의 일선을 담당하고 있는 문영환 씨와 같은 분들의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것입니다.”
“…!…”
“물론 도움의 그 대가는 엄청나지요. 우선적으로 우리의 회원들은 각 분야의 리더로서 새로운 시대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도, 당신이 그 동안 가지고 있던 욕망의 그 어떤 것도 쉽게 이룰 수 있는 뒷받침을 우리는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문영환은 이기수의 말에 머리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너무도 급작스럽고 충격적인 말씀이라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어쨌든 말하자면 내가 당신들과 한패가 되면 이 세상의 부귀와 영달을 쉽게 누릴 수가 있다는 것이군요?”
“한패라? 그렇게 듣기 좋은 말은 아니군요. 하지만 좋습니다. 어쨌든 지금 문영환 씨가 말한 그런 의미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영환 씨가 돈을 원한다면 돈을, 명예를 원한다면 명예를, 최고의 섹스를 원한다면 최고의 섹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당신 내부에 있는 어떤 욕망이라도 우리는 기꺼이 제공할 것입니다.”
문영환은 이기수의 말에 어떤 굴욕감을 느꼈다.
‘내가 진실로 지금 이 순간 가지고 있는 욕망은 바로 너와 네가 속해 있는 단체의 정체를 파헤쳐 보도하는 것이야…’
이기수가 웃었다.
“문영환 씨… 당신은 아주 훌륭한 기자정신을 가지고 있군요. 모든 것을 파헤쳐 보도하고 싶어하는…”
문영환은 이기수가 어떻게 지신의 생각을 읽었는지 알 수가 없어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다보았다.
“그렇게 놀랄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독심술 정도의 능력은 보통이니까요. 문영환 씨도 원한다면 교육을 통해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도청 따위의 낡은 기술은 이제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독심술이라니…”
문영환의 이기수의 말이 과연 사실일까 하고 생각했다. 이기수가 나지막히 웃으며 말했다.
“아직 내 말을 못 믿는군요. 그럼 한 가지 실험을 해볼까요? 지금부터 아무 생각이나 한 가지 해보시지요.”
이기수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문영환의 안경 너머 눈을 가만히 응시했다.
잠시 후, 이기수가 크게 웃었다.
“하하하… 문영환 씨는 지금 이 방을 어떻게 하면 빠져 나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군요. 그리고 이 방에 창문이 왜 없는가를 생각하고 있군요.”
세상에 이럴수가… 문영환은 흠칫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정확한 이기수의 지적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런 일이 지금 그의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독심술!
그런 것이 실제로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리고 그것을 사용할 줄 아는 이기수는 과연 어떤 존재란 말인가?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 믿을 수 있겠지요? 우리는 각 회원들에게 그 소질과 능력에 따라 이러한 기술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회원들에게 베푸는 일종의 특전이지요. 물론 모든 회원들이 다 이런 능력을 소유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의 기본적인 소양이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급수에 따라 교육 내용이 달라지기도 하지요.”
문영환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회원들에게 급수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프리메이슨은 33단계의 복잡한 급수가 정해져 있지만 우리는 5단계로 훨씬 간단합니다. 물론 누구나 처음에는 사회적인 지위에 관계없이 제일 낮은 등급부터 시작하게 되지만 능력과 실적에 따라 특혜와 직위 그리고 급수가 차차 올라가게 됩니다.”
“이기수 씨… 당신은 몇 등급입니까?”
“으음… 나는 현재 1등급으로 여기까지 올라오는 데 거의 십 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세계적인 조직이라고 하셨지요? 그럼 당신이 우리나라의 최고의 책임자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위에 최고 책임자가 계십니다.”
다시 도청기록이 생각났다.
‘루앞입니다!’
문영환이 그 생각을 하자 이기수가 다시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나와 통화한 바로 그분입니다. 나는 조직내에서는 루앞이라고 불리지요.”
“역시 그랬군요…”
문영환은 이기수가 이렇게까지 조직의 비밀을 자신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그가 확실히 자신을 회원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만약 자신이 거절한다면 아마도 그 순간 이 자리에서 그의 생명은 끝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독심술을 사용하고 있는 그에게 속마음을 숨길 방도는 없었다.
문영환은 그때까지도 조직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직의 이름을 물어보아도 되겠습니까?”
이기수는 씨익 웃더니 자랑스러운 듯이 말했다.
“우리 조직의 이름은 엠, 오 에스, 에스(MOSS)… <모스>입니다. 지금은 생소하겠지만 앞으로 몇 년 지나지 않아 이 이름은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가는 위대한 이름이 될 것입니다.”
문영환은 혼자말처럼 말했다.
“모스? 영어로 풀이하자면 이끼란 말이 되는데… <이끼 조직>이라… 음습한 곳에서 소리 없이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키는…”
문영환은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다시 말했다.
“아까 프리메이슨 이야기를 하셨는데 모스 조직과 프리메이슨은 연관성이 있습니까?”
이기수가 낮게 웃었다.
“후후후… 역시 기자답게 날카로운 질문을 하시는군요. 비슷하다고만 생각해 주십시오. 그들과 우리는 모두 같은 일원이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어딘가 모르게 검은 음모의 냄새가 느껴지는군요.”
이기수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검은 음모 운운하는 것은 아직 우리를 잘 모르는 문영환 씨의 솔직한 견해로 받아들이겠습니다만…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런 말은 용납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신성한 이상을 모독하는 그런 말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습니다.”
문영환은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기수가 팔짱을 끼고 다시 말했다.
“우리의 시대가 오는 것은 이미 기정된 사실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전면적으로 부상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대충 우리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으니 이제는 당신의 분명한 선택만이 남았습니다. 인생에는 중요한 선택을 할 경우가 있지요. 문영환 씨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입니다. 그 기로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나머지 인생이 결정될 수 있지요.”
문영환이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만약 제가 거절한다면 제 목숨은 없다는 말씀이군요.”
이기수의 차갑고 비정한 마른 목소리가 문영환의 귀에 들려 왔다.
“48시간의 생각할 여유를 드리겠습니다. 물론 그때까지는 분명한 결정을 내려주셔야 합니다. 잘 알고 있겠지만 거짓으로 승낙한다거나 하는 행동은 우리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나의 제의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경우에는 빛나는 미래가 보장될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물론… 좋도록 생각하십시오.”
문영환의 손목에 찬 시계는 4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떨구며 신음하는 듯한 낮은 소리로 말했다.
“48시간 후… 내일 모레 새벽 4시에는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는군요.”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이곳을 탈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밖에는 무장한 경비원이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에 당신이 탈출을 시도할 경우 가차없이 발포할 것입니다. 그런 불상사가 없기를 바랍니다… 둘째는, 그다지 나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여기 있는 48시간 동안은 최상의 서비스를 받게 될 것입니다. 최고급의 식사와 술, 그리고 그것을 나르는 미녀와의 섹스가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그 미녀들은 당신의 모든 요구에 충실히 응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문영환이 여유를 찾으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 미녀들의 얼굴들이 보고 싶군요… 그녀들도 회원이겠죠? 당신과 같은 그런 놀라운 독심술 능력을 가졌습니까?”
“그녀들이 회원인 것은 사실이지만 급수가 아직 낮기 때문에 그런 특별한 교육을 받을 기회는 없었습니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그 특별한 교육을 행하고 있는 곳은 대체 어디입니까?”
“이곳에서 선택된 소수의 회원들은 각자의 특별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으로 보내집니다. 캘리포니아에 우리의 특별한 교육기관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각자에 맞는 특수한 능력들을 개발하게 되고 거기에 따른 임무들을 부여받게 되지요… 문영환 씨도 우리 회원이 되면 물론 그런 특수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문영환은 완전히 평정을 찾았다.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이기수가 일어서서 뒷짐을 졌다. 그의 몸이 더욱 크게 보였다.
“이제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당신이 좋아졌습니다. 기자로서의 그 끈질긴 근성과 맹렬한 지돌성이 나를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어떤 젊은 여자가 당한 불행처럼 말입니다. 어쩌면 당신의 그 근성이 당신의 목숨을 구한 셈이지요…”
문영환이 고개를 치켜들고 놀란 눈으로 이기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그럼 역시… 오유미 씨의 사고도 당신들이 꾸민 일이라는 말씀이군요?”
“오유미는 자신의 죄값을 치렀을 뿐이오.”
이기수는 말을 마치고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나가다가 문 앞에 이르러 뒤를 돌아다보고 말했다.
“48시간 후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동안에라도 마음에 결정이 선다면 언제든지 미녀들에게 말씀해 주십시오. 나는 당신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부디 내 제의를 거절하지 말기 바랍니다.”
이기수가 문을 열고 나갔다.
열려진 문틈 사이로 푸른색의 제복을 입은 경비원이 얼핏 보였다. 그의 말은 모든 것이 사실이었던 것이다.
문이 밖에서 딸깍! 하고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혼자 남게 된 문영환은 지금 벌어졌던 이 모든 상황이 혹시 꿈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분명히 현실이었다. 자신은 갇혀 있는 것이었다. 그것도 삶과 죽음,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었다.
이기수를 속일 수 있는 방도는 없었다. 마음을 그 즉시 꿰뚫어보는 그런 능력이 실제로 존재한다니… 어쩌면 물론 이기수의 말대로 그의 제의에 순순히 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움직여줄까?
48시간이라… 이곳은 어디일까?
문영환은 될 대로 되라는 듯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러나 그의 머리 속은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특종을 생각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