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
광포한 군화 소리와도 같은 시끄러운 소음들이 공간을 한치의 빈틈도 없이 꽉 메워 인간들의 귀를 점령하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인간들은 자신들이 점령당한지도 모른 채 그 삶이 뱉어내는 소음들을 언제나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가까웠지만 여느 때와 다름없이 새한 스포츠 신문사의 편집부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 저곳에서 걸려오는 신경질적인 전화벨 소리에, 팩스나 프린터에서 원고가 뽑아져 나오는 소리, 기자들의 토론하는 소리들로 주위는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거기에 대해 불평하는 소리는 어디서도 들려오지 않았다.
편집부장 공천국이 지훈을 올려다보고 싱긋이 웃었다. 불독처럼 늘어진 볼가죽이 그 때문에 위로 치켜 올라갔다.
“송 기자, 이번 건은 아주 괜찮아… 아주 잘했어. 지난번 오유미의 인생 시리즈도 괜찮았는데 연이어 히트를 치겠구만.”
데스크 위 공천국의 두툼한 손에는, 영화배우 이주영과 재일교포와의 염문사실 내용이 상세하게 담긴 지훈의 원고가 그녀의 사진과 함께 클립에 끼인 채 얌전히 들려 있었다.
공천국 부장의 얼굴은 ‘이것으로 또 판매부수가 제법 올라가게 생겼군.’ 하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지훈이 솔직하게 말했다.
“부장님, 사실 이번 건은 문영환 선배님의 귀띔으로 시작한 일이었습니다.”
불독이 지훈의 원고를 데스크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
“아, 그래? 그렇다면 내가 자네와 문 기자 둘 모두에게 술 한잔 근사하게 내지… 오늘 어때?”
지훈이 머뭇거리자 불독은 시계를 흘긋 쳐다보고 말했다.
“퇴근시간이 삼십 분밖에 안 남았군. 조금 이따 퇴근 후에 한잔하자구…”
불독은 툭하면 에틸 알콜로 그의 부하들과 자신의 간까지도 혹사시키는 것을 좋아하고 있었다.
“네, 저는 언제라도 좋습니다만 문 선배님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매우 바쁘신 모양이던데… 얼굴도 자주 뵐 수가 없고 말이죠.”
불독이 생각난 듯 커다란 머리를 치켜들고 말했다.
“맞아, 문 기자 그 친구… 요즘은 나에게 말 한마디 없이 코빼기도 비치지 않을 때가 더러 있거든…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하고 말이야… 다만 좀 큰 건이라서 그러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문 기자가 요즘 왜 그렇게 쏘다니는지 혹시 자네 아나?”
“부장님께서 모르시는 것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불독이 몸을 뒤로 하여 등받이에 기대며 말했다.
“문영환, 그 친구 실력을 믿고 있으니까 가만두고 보고 있지만 다른 친구 같았으면 당장 시말서에 감봉처분 대상이 되었을 거야. 이건 정말이라구!”
그렇게 말은 하고 있었지만 불독의 늘어진 볼가죽은 그다지 화가 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의 눈이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독이 다른 원고를 들고 말했다.
“어쨌든 문영환에게 지금 바로 연락해서 회사로 들어오라고 해. 내가 좀 보잔다고 해… 이거 뭐 내가 상사인지, 심부름꾼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다른 것은 그만두고라도 무슨 일인지 좀 알고라도 있어야 할 게 아냐? 그러고 나서 우리 함께 한잔하러 가자구. 알겠지?”
“알겠습니다, 부장님.”
공손히 대답한 지훈은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아 전화를 들어 문영환의 핸드폰 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문영환의 목소리가 수화기로 흘러나왔다. 활기 찬 음성이었다.
“여보세요?”
오랜만에 들어보는 문 선배의 목소리였다.
“문 선배님? 저 송지훈입니다.”
“아, 송 기자. 웬일이야?”
문영환의 목소리에 직직거리는 잡음이 섞여 있었다.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저는 지금 회사에서 전화하는 겁니다. 공 부장님께서 한번 뵙자고 하셔서요.”
“아, 나는 지금 차 안이야. 누구를 좀 만나려구… 불독이 무슨 일로 나를 보자고 하는데?”
문영환은 누가 듣거나 말거나 공천국 부장을 불독이라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었다. 지훈은 새삼 직선적인 성격의 문영환이 부러웠다.
“네, 요즘 문 선배님이 하도 바쁘시니까 대체 무슨 일인지 알고 싶다시는군요.”
“난 또 뭐라고… 불독은 내가 일하는 스타일을 잘 알고 있을텐데… 그런 거라면 걱정 말라고 해. 불독에게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전해줘.”
수화기 너머로 거친 클랙슨 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문 선배님이 전에 말씀하신 이주영을 잡았습니다. 오늘 원고를 데스크에 넘겼습니다. 부장님도 그 건으로 기분이 좋으신 모양입니다. 술 한잔 하자시는군요. 저하고 문 선배님과 함께요. 오늘 말입니다… 실은 그 때문에 전화드린 겁니다.”
문영환의 진심 어린 기쁜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이주영을 잡았다니 잘되었군… 역시 내 후배가 될 자격이 있어.”
목소리가 조금 어두워졌다.
“하지만 오늘은 좀 곤란한걸… 술이라면 사양하는 법이 없는 나지만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말이야. 이번 일을 마무리지을 일이야. 술은 나중에 하기로 하지.”
“부장님께는 뭐라고 말씀드릴까요?”
“불독에게는 지금 중요한 일로 누굴 만나러 가는 중이라고 하고, 이번 일이 거의 끝나가니까 걱정 말라고 전해줘.”
지훈이 확신한다는 듯이 물었다.
“이번 일 분명히 특종이겠죠?”
“아마 그럴 거야.”
지훈은 문영환의 특종이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무슨 일인지 좀 가르쳐주시지요. 이제 거의 다 끝나간다면 알려주셔도 상관없잖아요?”
수화기 속 문영환이 대어를 낚기 직전 낚시꾼의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허어, 참. 조금만 기다리면 될 텐데… 빠르면 내일이나 모레쯤, 늦어도 3일이야… 한 3일만 기다리라구… 온 국민이 모두 다 깜짝 놀랄 만큼 크게 터뜨려줄 테니까…”
“네? 온 국민이 놀랄 만큼 그렇게 대단한 일입니까? 선배님, 그러시지 말고 살짝 귀띔이라도 해주세요.”
지훈이 물러서지 않고 한 번 더 졸라대자 문영환이 한숨을 한번 내쉬고 말했다.
“흐음… 좋아, 송 기자한테 만큼은 귀띔해 주지. 학교후배로서 말이야… 하지만 활자가 되기까진 비밀은 확실하게 지켜야 돼. 불독에게도 절대 이야기해선 안 돼!”
“그야 물론이지요.”
“국회의원과 탤런트의 스캔들이야.”
“스캔들요? 그것도 국회의원과 탤런트라구요? 야! 이거 더욱 궁금해지는군요. 그들이 누군지 말씀 좀 해주세요. 말이 나온 김에 아예 속 시원하게요.”
“글쎄… 그들은… 이제 다 끝나가는 일이니까… 더 이상은 다음에 이야기하지. 그럼…”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린 후 바로 통화가 끊어졌다.
지훈은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서 담배를 빼물고 불을 붙였다.
역시 문 선배는 대단해… 국회의원과 탤런트의 스캔들이라?… 잘못하면 온 나라가 시끄러워지겠군… 누구와 누구일까?… 이거 또 혹시 영국의 <크리스티안 킬러> 사건 같은 엄청난 섹스 스캔들로 확대되는 것 아냐?…
지훈은 언젠가 사진에서 본 크리스티안 킬러의 아름다운 금발머리를 떠올렸다.
영국의 수많은 정치인사들과 정부의 고관들이 금발의 고급 창녀인 그녀에게 홀려 결국 정가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었다. 그녀는 많은 고급 정보를 어렵지 않게 빼낼 수 있었고, 그녀의 배후에는 소련의 스파이가 있었다. 그 결과로 많은 인사들이 자진사퇴하거나 혹은 파직당하여 정계구도가 바뀌게 되었고, 초미의 세계적인 관심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지훈은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자신의 맞은편 문영환의 빈자리를 바라다보았다. 철두철미한 그의 성격처럼 문 선배의 책상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고, 책꽂이에는 그의 책들이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지훈이 전자수첩을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문 선배는 전자수첩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언제나 다이어리 크기의 기자용 붉은색 수첩을 들고 다니며 직접 글씨를 써넣는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고 있는 문 선배였다. 신문사에서 해마다 연초에 지급하는 그 기자용 수첩은, 물론 지훈도 가지고 있었지만 지훈은 별로 애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혹시나 실수로라도 스캔들의 주인공 이름을 적어놓은 메모쪽지라도 없을까 해서 지훈은 문영환의 자리로 가서 책꽂이를 뒤적였지만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서랍도 물론 굳게 잠겨 있었다. 역시 비밀에는 철저한 문 선배였다.
지훈은 별수없이 자기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습관처럼 주머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 일정들을 살펴보았다. 직사각형의 연녹색 모니터에 검은 글씨로 출력되는 일정들을 검색해 내려가던 지훈의 눈이 어느 한 항목에서 멈추었다.
일요일 관악산 10:00 수미와 서바이벌 게임 참가.
지훈은 수미와 약속한 일요일을 생각하자 입가에 웃음이 돌았다. 수미의 말이 생각났다.
‘심신단련에 이보다 재미있는 놀이는 없어요…’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단어는 그에게 생각나게 해주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것은 군시절의 추억이었다.
강수미…
그녀에게는 야생마 같은 기질이 있었다. 아마도 걸스카우트 시절에 배양되었을 활달하고 직선적인 그녀의 성격은, 문화부 기자로서의 취재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하고 있었다.
그런 수미의 성격이 이번에는 그녀를 서바이벌 게임에 열중케하고 있었다. 서바이벌 게임은 일종의 전쟁놀이였다.
근래 들어 우리나라에 유입된 이 놀이는, 지훈이 어린 시절 골목에서 같은 또래의 조무래기들과 장난감 총으로 전쟁놀이하던 것과 유사한 것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장난감 총에서 실제로 총탄이 발사되는 총으로 바뀌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진짜 총에서 진짜 총탄이 발사되는 것은 아니었고, 실제와 별다름 없는 모형총과 일명 <비비탄>이라 불리우는 무게 0.2~0.3g 정도, 지름 2~6mm의 작은 플라스틱 탄알이 사용되는 것이었다.
지훈은 여지껏 한 번도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 본 적은 없었다. 수미에게 몇 번 말로만 설명을 들었을 뿐이었다.
문화부 기자로서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수미와 데이트를 하려면 수미의 일정에 맞추는 도리밖에 없었다.
지훈은 모조총을 들고 산등성이의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가짜 군복 차림의 자신을 상상해 보았다. 아무래도 어색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지훈은 입가에 쓴웃음을 지었다. 땀깨나 흘려야 할 일요일이 될 것이었다.
문영환은 끝이 없을 것만 같은 거대한 차량의 흐름에 합류하고 있었다. 태양이 점차 그 힘을 잃어 도시가 어둑어둑해지자 차량들이 하나 둘씩 헤드라이트를 켜대기 시작했다.
문영환은 앞 차의 뒤꽁무니에서 떨구어내는 빨간 미등을 쫓아가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 빨간 미등은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의 눈이 되었고, 파란색 번호판은 로봇의 입으로 변했다.
문영환은 침침한 눈을 껌벅거리고 나서 차창을 열었다. 음침한 재색의 공기가 쏴하고 밀려 들어와 그의 머리칼을 거칠게 헝클어뜨렸다.
담배를 찾아 천천히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파아란 연기를 뱉어내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지난밤, 자신의 집으로 전화가 걸려왔었다. 침대에 누워 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이었다.
젊은 여자의 어여쁜 목소리에 아내는 눈을 흘기며 수화기를 건네주었다.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였다. 문영환이 아내의 곱지 않은 눈길을 묵살하고 수화기를 건네 받았다.
“여보세요?”
“문 기자님이세요?”
문영환의 가슴이 떨려왔다. 목소리만 듣고도 누군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은 태연을 가장하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만… 누구시죠?”
“저…”
문영환은 채지연이 이 밤중에 전화한 이유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말씀하세요.”
“저… 채지연이에요. 제가 누군지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시죠?”
“네, 그럼요.”
아내가 옆에서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누구냐고 물었다. 그녀의 손은 두툼한 남편의 아랫배를 표류하고 있었다.
문영환은 수화기를 손으로 막고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아내가 샐쭉해져 돌아누웠다. 그렇긴 해도 그녀의 귀는 문영환의 대답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채지연의 맑은 금속성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 동안 저를 많이도 쫓아다니셨던 것 알아요.”
문영환은 ‘이제 드디어 시작하는군.’ 하고 생각했다.
그는 도청기록을 떠올렸다. 채지연이 박 의원에게 전화한 내용이었다.
‘그것은 조금도 염려 마세요. 그 기자에 대하여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어요…’
그녀는 드디어 자신이 생각한 그 ‘어떤 방법’ 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이었다.
문영환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흘렀다.
“그래서요?”
“이미 모든 사실을 다 알고 계시다는 것도 알아요. 역시 문 기자님은 소문대로 너무나 무서운 분이었어요.”
채지연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무엇을 말씀하시고 싶은 거요?”
“박 의원님과 이 문제에 관해서 오랫동안 상의했어요. 결국은 두 가지 해답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하나는 일이 더 이상 확대되기 전에 우리가 깨끗이 헤어져버리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물론 문 기자님은 섭섭하시겠지요? 어떤 분명한 증거가 없는 이상 발표를 하실 수는 없을 테니까요…”
문영환은 채지연이 말하는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채지연이 이어 말했다.
“다른 또 하나는 지금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해 가는 것이에요. 그러다가 박 의원님이 부인과의 관계를 정리하시게 되면 그때 모든 언론에 알리는 거죠… 그건 물론 문 기자님의 승낙이 필요해요. 여태껏 고생해 오신 것 잘 알고 있어요. 그러나 문 기자님이 그때까지 기다려주신다는 보장이 있어야만 하겠죠… 우린 결국 후자를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너무도 사랑하니까… 우습죠? 사십대의 유부남 의원과 이십대의 탤런트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이…”
문영환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대화가 진행되는 것에 조금 당황했다. 그녀가 사용할 ‘어떤 방법’ 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문영환이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십니까?”
“내일 오후 일곱 시 삼십 분에 필그림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나와주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모든 것을 문 기자님께 털어놓겠습니다.”
채지연의 목소리는 문영환의 처분만을 기다린다는 말투였다. 문영환은 자신의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음을 느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어요.”
딸칵!
수화기를 내려놓고 나서 문영환은 자신이 지금 기뻐해야 할 것인지 슬퍼해야 할 것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애타게 쫓던 사냥감이 이제 제발로 굴러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그것은 문영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가는 사냥감을 끈질기게 쫓고 쫓아 항거못할 최후의 일격으로 쓰러뜨리는 스타일이었지 이 경우처럼 제발로 사냥감이 굴러 들어와 처분만을 기다리는 것은 그의 스타일에 맞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그것은 조금도 염려 마세요. 그 기자에 대하여는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어요…’
그 말 뜻은, 채지연이 분명 박 의원과는 어떤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무슨 일인가를 꾸미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자신을 불러내기 위한 일종의 트릭에 불과한 것일까?…
문영환의 눈에 저 멀리 필그림 호텔의 거대한 몸집이 보였다. 오렌지 불빛의 가로등에 나방떼가 몰려들고 있었다.
그는 오른발에 힘을 주어 액셀레이터를 꾹 밟았다.
그녀가 계획하고 있는 것이 어떤 방법인지 몰라도 자신에게는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