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드는 개트맨의 방이 있는 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입술이 바싹 마르고, 땀이 촉촉히 밴 얼굴이 창백했다. 땀을 닦으려고 손수건을 꺼내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것을 보고 그는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쉬었다. 그 소리가 너무 컸던지 엘리베이터보이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뭐라고 그러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스페이드는 기얼리 거리를 걸어서 팰레스 호텔로 가 점심을 먹었다. 식탁 앞에 앉았을 때는 얼굴빛도 창백하지 않고 입술도 다시 촉촉해졌으며 손도 떨리지 않았다. 천천히 배불리 먹고 난 다음 그는 시드 와이즈의 사무실을 찾았다.

 

스페이드가 들어갔을 때 와이즈는 손톱을 물어 뜯으며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입에서 손을 떼며 의자를 돌려 스페이드와 마주보았다.

 

“어서 오게. 샘, 의자를 가져오게나.”

 

스페이드는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인 책상 옆으로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아처 부인이 왔던가?”

 

와이즈의 눈이 조금 빛났다.

 

“으음. 그 여자와 결혼할 생각인가, 샘?”

 

스페이드는 초조한 듯이 코로 숨을 내쉬었다. 그는 투덜거리듯 말했다.

 

“자네까지 그런 말을 하나?”

 

변호사는 입꼬리를 위로 치켜 올리며 한순간 지친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좀 복잡해지겠는데.”

 

스페이드는 말고 있던 담배에서 눈길을 들며 짓궂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에게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인가? 그거야 자네가 바라던 바가 아닌가? 그래, 그녀가 뭐라고 말하던가?”

 

“자네에 대해서 말인가?”

 

“나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무엇이든지 내가 알아야 할 일에 대해서.”

 

와이즈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북북 긁었다. 어깨에 비듬이 하얗게 떨어졌다.

 

“그녀는 마일즈와 헤어질 생각이었다고 하더군. 이혼이 되면 그녀는…”

 

“그건 알고 있네.”

 

스페이드는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건 생략하고 내가 모르는 것을 이야기해 주게.”

 

“내가 뭘 알아야지? 그 여자가 어디까지 자네에게…”

 

“시드, 속이지 말게. 나에게 숨겨두고 싶은 말을 했겠지?”

 

스페이드는 라이터 불을 담배 끝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시드 와이즈는 나무라듯 스페이드를 쳐다보았다.

 

“여보게, 샘, 그런 건…”

 

스페이드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신음하듯 말했다.

 

“오오, 하느님! 이 사나이는 나를 통해 부자가 된 변호사입니다. 그런데 내가 무엇을 묻기 위해 그 사나이 앞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해야 합니까?”

 

스페이드는 와이즈를 노려보았다.

 

“내가 그녀를 이곳으로 보낸 데 대해 자네는 어떻게 생각했나?”

 

와이즈는 지루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자네 같은 의뢰인이 한 사람만 더 있다면 나는 곧 요양소로 가야 할 걸세. 아니, 선킨틴(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주립형무소)에 가야 할 걸세.”

 

“의뢰인들을 줄줄이 데리고 말인가? 참, 그녀는 마일즈가 살해된 날 밤 어디 있었다는 말을 하던가?”

 

“했네.”

 

“어디인가?”

 

“마일즈의 뒤를 밟았었다더군.”

 

스페이드는 고쳐 앉으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여자란 굉장하군!”

 

그는 한바탕 웃고 나서 몸을 천천히 움직였다.

 

“그래, 무엇을 보았다던가?”

 

와이즈는 머리를 내둘렀다.

 

“본 게 별로 없다네. 그날 밤 마일즈는 저녁을 먹으러 돌아와서 아내에게 이제부터 세인트 마크 호텔에서 젊은 여자와 데이트하러 간다고 말했다는군. 바라는 이혼을 하는 데는 더없이 좋은 기회가 아니냐고 놀려대더라네. 그녀도 처음에는 남편이 자기를 화나게 만들려고 꾸며낸 이야기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무튼 마일즈란 사나이도…”

 

“그런 복잡한 집안사정은 다 아네. 그것도 생략. 그보다 그 여자가 한 일을 말해 주게.”

 

“이야기를 중간에서 가로막지만 않는다면 가르쳐주지. 남편이 나가자 그녀는 데이트한다는 말이 어쩌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네. 마일즈에 대해서는 자네도 잘 알고 있겠지. 그 사람이라면 이런…”

 

“마일즈의 성격도 생략, 생략!”

 

“그럼, 할 말이 없잖나! 아무튼 그녀는 차고에서 자동차를 꺼내 세인트 마크까지 가서 길 반대쪽에 세우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네. 그러자 마일즈가 호텔에서 나와 한 걸음 앞서 나온 한 쌍의 남녀를 뒤따르더라는군. 그 여자란 어젯밤 자네와 같이 있던 젊은 여자인 모양일세. 그래서 남편은 역시 일을 하기 위한 것이면서 자기를 놀렸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네. 아마 실망이 되고 화도 났겠지. 이야기하는 태도에서 그걸 느낄 수 있었네. 그래서 한동안 마일즈의 뒤를 밟아 남편이 그 두 사람을 미행하고 있음을 확인한 다음 그녀는 자네 아파트로 갔다네. 그런데 자네가 없었다는 걸세.”

 

“그게 몇 시쯤인데?”

 

스페이드가 물었다.

 

“자네 집에 간 시간 말인가? 첫 번째는 9시 30분과 10시 사이.”

 

“첫 번째?”

 

“그렇지. 30분쯤 드라이브한 다음 다시 갔다네. 그러니까 두 번째는 10시 30분쯤이었겠지. 그때까지도 자네가 돌아오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다시 번화가로 나와 극장에 들어갔다네. 거기서 12시가 넘을 때까지 시간을 보낼 생각이었다는군. 그때쯤이면 자네도 돌아오겠지 생각하고…”

 

스페이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10시 30분에 영화관에 들어갔다고?”

 

“그러더군. 밤 1시까지 상영하는 파우엘 거리 영화관이라네. 집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았고 마일즈가 돌아왔을 때 집에 있기도 싫었다는 걸세. 그런 일이 있으면 마일즈는 언제나 화를 냈던 모양이네. 특히 한밤중에는 더. 그래서 그녀는 극장문을 닫을 때까지 안에 있었다네.”

 

와이즈의 말이 점점 느려지고 그 눈이 차갑게 비웃는 듯 번쩍 빛났다.

 

“그때쯤 되자 자네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는군. 그처럼 늦은 시간에 찾아가면 자네가 좋아할 것 같지 않아서 말일세. 그래서 엘리스 거리 테이트 가게에 가서 뭘 좀 먹고 혼자 집으로 돌아갔다고 하네.”

 

말을 마치자 와이즈는 의자등받이에 기대어 스페이드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스페이드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자네는 그 말을 믿나?”

 

“그럼, 자네는 믿지 않나?”

 

와이즈가 되물었다.

 

“그런 걸 어떻게 믿을 수 있나? 나에게 말하려고 자네와 그녀가 의논하여 꾸며낸 이야기인지도 모르지…”

 

와이즈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자네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위해 덮어놓고 수표를 현금으로 바꿔 주지는 않겠지, 샘?”

 

“몇백 장이 되면 곤란하지. 그래, 그 뒤 어떻게 되었나? 마일즈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때는 적어도 2시쯤 되었을 텐데… 그러니까 마일즈는 죽은 뒤였겠지.”

 

“마일즈는 돌아오지 않았다네.”

 

아이즈는 다시 설명했다.

 

“그래서 화가 난 모양일세. 남편이 먼저 돌아와 있지 않은 것은, 자기가 집에 없어서 화가 났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 거지. 그래서 다시 차고에서 자동차를 꺼내 자네를 찾아갔다네.”

 

“그러나 나도 없었지. 마일즈의 시체를 보러 가 있었을 테니까. 정말이지 메리 고 라운드처럼 빙빙 남의 뒤만 쫓아다니는군…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그녀는 집으로 돌아갔다네. 그러나 남편이 아직도 돌아와 있지 않더라는군. 그래서 옷을 갈아입는데 자네가 보낸 사람이 마일즈가 죽었다는 소식을 가져왔다고 하네.”

 

스페이드는 말없이 담배를 말고 있었다. 라이터 불을 붙인 다음에야 가까스로 그는 입을 열었다.

 

“그런대로 줄거리가 맞아들어가는군. 지금까지도 알고 있는 사실과도 딱 들어맞고, 그 정도라면 쓸 만하겠지.”

 

와이즈는 다시 손가락을 머릿속에 집어넣고 마구 긁어댔다. 전보다 더 많은 비듬이 어깨 위에 떨어졌다. 그는 살피듯 스페이드의 얼굴을 흘끔 쳐다본 다음 물었다.

 

“그러니까 자네는 믿지 않는단 말인가?”

 

스페이드는 물고 있던 담배를 입에서 빼냈다.

 

“믿고 안 믿고도 없네, 시드. 나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변호사는 입을 일그러뜨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지루한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알았네. 내가 자네를 배신하고 있다는 말이로군. 그렇다면 왜 좀더 솔직한 변호사에게 부탁하지 그러나? 자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에게 말일세.”

 

“그런 사나이가 지금 어디 있나?”

 

스페이드는 일어나서 차갑게 비웃듯이 와이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화가 난 건가? 내 생각이 모자랐던 모양이군. 자네에게 좀더 공손한 태도를 취해야 하는 건데. 대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했다는 건가? 들어올 때 굽신거리는 것을 잊었기 때문인가?”

 

시드 와이즈는 쑥스러운 듯이 빙그레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말 자네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사람이군.”

 

 

스페이드가 들어가자 에피 필라인이 바깥사무실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듯한 갈색 눈으로 그를 보며 곧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스페이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이라니?”

 

“왜 그 여자가 안 오지요?”

 

스페이드는 성큼성큼 두 발자국 다가서더니 에피의 두 어깨를 붙잡았다. 그는 겁에 질린 그녀의 얼굴을 향해 소리쳤다.

 

“아직 도착하지 않았소?”

 

에피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무리 기다려도 와야지요. 그래서 당신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받지 않아서 생각다못해 와 본 거예요.”

 

스페이드는 에피의 어깨에서 두 손을 홱 떼더니 바지주머니에 쑥 집어넣었다.

 

“제기랄! 또 메리 고 라운드인가!”

 

그는 화가 난 듯 자기 방으로 성큼성큼 들어가더니 곧 되돌아왔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동안에라도 왔는지 알아보오.”

 

에피가 전화를 걸고 있는 동안 그는 방안을 왔다갔다했다.

 

“아직 안 왔대요.”

 

그녀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말했다.

 

“택시를 태워보내셨나요? 무사히 떠나는 것을 확인하셨어요?”

 

그는 뭐라고 중얼거렸는데, 아마 그렇다는 뜻인 것 같았다.

 

“정말 확인하셨어요? 누가 뒤쫓지 않던가요?”

 

스페이드는 서성거리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허리에 두 손을 짚고 에피를 노려보며 큰 소리로 거칠게 외쳤다.

 

“아무도 뒤쫓는 사람은 없었소! 나를 코흘리개 초등학생으로 아오? 택시에 태우기 전에도 충분히 사방을 확인해 보았고 신중을 기해 10블록쯤 함께 타고 갔소. 택시에서 내려서도 5, 6블록쯤 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소.”

 

“하지만…”

 

“하지만 오지 않았단 말이지? 한 번 들으면 알 수 있소. 그 말을 믿는단 말이오. 내가 그녀가 착한 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에피 필라인은 코웃음치며 말했다.

 

“당신은 정말 코흘리개 초등학생 같군요.”

 

스페이드는 의욕에 넘쳐서 복도문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부터 나가 하수도를 파헤쳐서라도 그녀를 찾아내고 말겠소. 당신은 내가 돌아오거나 전화할 때까지 여기 있어주오. 내 힘 닿는 데까지 해볼 참이니까.”

 

그는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다가 다시 되돌아왔다. 문을 열자 에피 필라인이 자기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에피, 당신은 영리하니까 내가 이렇게 말해도 화를 내서는 안 되오.”

 

“그런 일로 내가 화내리라고 생각했다면 당신이 오히려 이상하군요. 다만…”

 

그녀는 가슴 앞으로 팔짱을 끼고 자신의 어깨를 만지며 입술을 조금 일그러뜨렸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앞으로 2주일 동안 이브닝드레스 한 번 못 입겠어요. 정말 너무해요!”

 

스페이드는 조심스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정말 나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골치거리야!”

 

그는 허풍스럽게 고개를 숙여보인 다음 문을 닫았다.

 

 

두 대의 노란 택시가 길모퉁이의 주차장에 멈춰서 있었다. 스페이드는 그리고 갔다. 운전기사가 밖에 나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스페이드는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낮에 이곳에 있던 얼굴이 붉은 금발머리 기사는 지금 어디 있소?”

 

“손님을 태우고 나갔습니다.”

 

한 사람이 대답했다.

 

“그렇겠지요.”

 

또 한 사람의 기사가 동쪽을 향해 머리를 끄덕여 보였다.

 

“저기 오는군요.”

 

스페이드가 모퉁이까지 걸어가 길가에 서 있자 금발 기사가 차를 세우고 안에서 나왔다. 스페이드는 택시 기사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

 

“오늘 낮에 여자와 함께 당신 택시를 탔던 사람이오. 스톡턴 거리로 나가 새클라멘토 거리에서 존스 거리로 접어들자 나는 내렸지요.”

 

“아아, 그렇군요.”

 

붉은 얼굴의 사나이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여자손님을 9번 거리까지 태워다주라고 부탁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은 모양이더군요. 어디로 데려다주었소?”

 

기사는 더러워진 손으로 먼지를 털며 의심스러운 듯 스페이드를 쳐다 보았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스페이드는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명함을 한 장 내밀며 말했다.

 

“뒷일이 걱정된다면 당신 회사까지 같이 가서 책임자의 허락을 받아도 좋소.”

 

“뭐, 그럴 것까지는 없겠지요. 페리 빌딩(연락선 발착소, 항만 사무실도 겸함)까지 태워다드렸습니다.”

 

“그녀가 거기까지 가자고 했소?”

 

“네, 물론이지요.”

 

“그전에 어디 다른 곳에 들른 일은 없었소?”

 

“아니오, 아무데도 들르지 않았습니다. 자세히 이야기하면 이렇습니다. 손님이 내리신 다음 새클라멘토 거리를 달리고 있었지요. 포크 거리까지 왔을 때 여자손님이 운전대 유리를 툭툭 두드리며 신문을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나는 거리모퉁이에 택시를 세우고 휘파람으로 신문팔이 아이를 불렀지요. 그리고 신문을 샀습니다.”

 

“무슨 신문이었소?”

 

“‘코올’ 이었습니다. 그 뒤 줄곧 새클라멘토를 달려 벤 네스를 가로지를 무렵 또 운전대의 유리를 툭툭 두드리더니 페리 빌딩으로 가자고 했습니다.”

 

“흥분되어 있다든가 뭐 달라진 데는 없었소?”

 

“글쎄요, 별로 느끼지 못했는데요.”

 

“페리 빌딩에 닿자 어떻게 했소?”

 

“그녀는 요금을 치르고 내렸습니다. 그뿐입니다.”

 

“누가 기다리고 있지 않았소?”

 

“글쎄요… 그랬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보지 못했습니다.”

 

“택시에서 내려 어느 쪽으로 갔지요?”

 

“페리에서 말입니까?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2층이겠지요. 아무튼 층계 쪽으로 갔습니다.”

 

“신문을 들고 있었소?”

 

“네, 요금을 치를 때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깥으로 나온 쪽이 핑크 페이지였소. 아니면 흰 페이지였소?”

 

“나참, 손님도.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압니까?”

 

스페이드는 운전기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 뒤 담배라도 사서 피우라면서 1달러 은화를 손에 쥐어주었다.

 

 

스페이드는 《코올》지를 한 부 사들고 바람을 피하여 가까운 빌딩 입구로 들어갔다.

 

재빨리 1면 표제를 훑어보았다. 이어서 2면, 3면… 표제를 더듬어 내려갔다. 4페이지의 ‘위조지폐를 만든 용의자 체포’ 라는 표제와 5페이지의 ‘청년 권총자살을 시도하다’ 라는 표제에서 잠깐 눈길이 멎었다. 6페이지와 7페이지에는 흥미를 끌 만한 기사가 없었다. 8페이지에는 ‘강도혐의가 있는 세 소년, 발포했으나 체포하지 못함’ 이라는 기사가 한순간 주의를 끌었다. 그 뒤로는 눈에 띄는 게 없이 35페이지까지 넘어갔다. 거기에는 일기예보, 출입선박안내, 농산, 금융, 이혼, 출생, 결혼, 사망 등의 소식이 실려 있었다. 사망자 리스트를 훑어 보고 36페이지와 37페이지의 재정경제란을 넘겨 마지막 38페이지에 이르렀으나 관심을 끌 만한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신문을 접어 윗옷주머니에 넣고는 담배를 말기 시작했다.

 

그는 5분쯤 빌딩 입구에 선 채 담배를 피우며 찡그린 얼굴로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다음 스톡턴 거리로 나가 택시를 잡아 타고 콜로네트 아파트로 향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그는 브리짓 오쇼네시가 맡겨둔 열쇠로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지난밤에 그녀가 입었던 파란 가운이 침대 가장 자리에 걸쳐져 있고 파란 양말과 구두가 침실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스페이드는 그것을 보자 혀로 입술을 축였다. 그는 온 방안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살펴보았으나 결국 아무데도 손대지 않고 콜로네트를 나와 다시 번화가로 돌아갔다.

 

스페이드는 사무실이 있는 빌딩 입구에서 아까 개트맨의 방에서 헤어졌던 젊은이와 마주쳤다. 젊은이는 입구로 들어서며 스페이드 앞을 가로막았다.

 

“갑시다. 보스가 만나고 싶어하오.”

 

젊은이는 두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찌르고 있었다. 주머니는 손의 크기보다 훨씬 크게 부풀어 있었다. 스페이드는 싱긋 미소지으며 놀리듯이 말했다.

 

“5시 25분까지 자네가 와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겠지?”

 

젊은이는 눈을 들어 스페이드의 입가를 노려보았다. 그는 환자처럼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을 가지고 놀지 마시오! 그러다간 배꼽에서 총알을 파내게 될 거요.”

 

스페이드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악당은 조무래기일수록 큰소리치는 법이지. 아무튼 가세.”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새터 거리를 걸어갔다. 젊은이는 여전히 주머니에 두 손을 집어넣고 있었다. 한 블록쯤 말없이 걷다가 스페이드가 쾌활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게, 젊은이, 날치기에서 발을 빼낸 지 얼마나 되나?”

 

젊은이는 못 들은 척했다.

 

“지금까지…”

 

스페이드는 말을 꺼내다가 그만두었다. 부드러운 빛이 그의 회색 눈 속을 스며들었다. 그는 그 뒤 젊은이에게 다시는 말을 걸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 호텔로 들어가자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로 12층까지 올라갔다. 그런 다음 복도를 걸어 개트맨의 방으로 들어갔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스페이드는 조금 뒤처져 따라갔다. 개트맨의 방에서 5미터쯤 떨어진 곳에 왔을 때 스페이드는 젊은이에게서 50센티미터쯤 뒤처져 있었다. 갑자기 비스듬히 몸을 날린 스페이드는 젊은이의 등 뒤에서 그의 양쪽 팔꿈치 바로 밑을 꽉 잡았다.

 

스페이드가 그대로 힘껏 두 팔을 내밀자 그 여세로 코트 주머니 속에 손과 함께 코트가 앞으로 들어올려졌다. 젊은이는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쳤으나 이 큰 사나이의 억센 완력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뒷발질을 했으나 벌리고 선 스페이드의 두 다리 사이를 찰 뿐 아무 효과도 없었다.

 

스페이드는 젊은이의 몸을 높이 들어 바닥에 힘껏 메어쳤다. 두꺼운 카페트 위라 소리는 거의 나지 않았다. 메어치자마자 스페이드의 두 손이 얼른 내려와 다시 젊은이의 양쪽 손목을 잡았다. 젊은이는 이를 악물며 스페이드의 큰 손을 뿌리치려고 버둥거렸으나 도저히 뿌리칠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젊은이의 손이 스페이드의 손 끝으로 내려왔다. 갑자기 스페이드의 손이 젊은이의 손을 꽉 잡자 젊은이의 이가는 소리가 스페이드의 거친 숨소리에 섞여 뚜렷이 들려왔다.

 

한동안 두 사람은 긴장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시 뒤 젊은이의 팔이 축 늘어졌다. 스페이드는 그를 놓고 뒤로 물러섰다. 스페이드의 두 손이 두 손이 젊은이의 코트 주머니에서 나왔을 때는 큰 자동권총이 한 자루씩 쥐어져 있었다.

 

젊은이는 스페이드 쪽으로 돌아섰다. 그 얼굴은 기분나쁠 정도로 파랗게 질려 있었다. 두 손은 아직도 코트 주머니에 넣어져 있었다. 그는 스페이드의 가슴께를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페이드는 두 자루의 권총을 자기 주머니 속에 넣으며 슬쩍 비웃음을 띠었다.

 

“자아, 가세. 이제는 자네도 보스 마음에 들게 되겠지.”

 

두 사람은 개트맨의 방 앞에 이르렀다. 스페이드가 문을 노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