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드는 거실로 돌아와 긴의자 한쪽에 걸터앉았다. 그는 팔걸이의자에 두 무릎을 세워 끌어안고 턱을 괸 채 앉아 힘없이 웃고 있는 브리짓 오쇼네시는 쳐다보지도 않고 우두커니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불타올랐다. 이마에는 깊은 주름이 새겨져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콧구멍이 벌름거렸다.

 

브리짓 오쇼네시는 그가 얼굴을 들고 자기를 쳐다봐 줄 것 같지 않자 미소를 거두었다. 그를 쳐다보는 그녀의 눈에 차츰 불안한 빛이 더해갔다.

 

갑자기 스페이드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지더니 낮게 가라앉은 쉰 목소리로 지껄이기 시작했다. 화가 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고 바닥을 노려보며 5분 동안 계속 목구멍에서 울려나오는 탁한 목소리로 경감에게 욕을 퍼부었다. 이윽고 그는 문득 손에서 얼굴을 들더니 부끄러운 듯 미소지으며 오쇼네시를 쳐다보았다.

 

“어린아이 같지요? 그건 나도 알고 있소. 그러나 맞기만 하고 때려주지 못한 게 화가 나서…”

 

그는 턱 끝에 살짝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그다지 세게 맞은 건 아니지만.”

 

그는 미소지으며 긴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다리를 포갰다.

 

“이기기 위한 대가라고 생각하면 싼 셈이지요”

 

한순간 그는 얼굴을 찡그리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나 절대로 잊어버릴 수는 없소.”

 

오쇼네시는 미소지으며 의자에서 일어나 그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신처럼 저돌적인 사람은 처음 봤어요. 언제가 그렇게 담이 센가요?”

 

“그러나 순순히 맞아주었잖소?”

 

“그건 그렇지만, 상대방은 경찰관인걸요.”

 

“그 때문이 아니오. 그 녀석이 발끈하여 나를 때린 건 그가 졌다는 증거요. 지나친 행동이었지. 그러나 만일 거기서 내가 되받아쳤다면 그 쪽에서도 순순히 물러날 수는 없었을 것이오. 끝까지 치고받게 되어 결국 우리는 경찰에서 그 바보 같은 연극을 되풀이해야 되었겠지요.”

 

스페이드는 물끄러미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대체 카이로에게 무슨 짓을 한 거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오쇼네시의 얼굴이 붉어졌다.

 

“경찰이 돌아갈 때까지 조용히 있게 하려고 위협했을 뿐이에요. 그러자 놀란 건지 억지를 쓴 건지, 그만 큰 소리를 지른 거예요.”

 

“그래서 권총으로 때렸단 말이오?”

 

“어쩔 수 없었어요. 그가 덤벼들었는걸요.”

 

스페이드는 미소지으면서도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 분별없는 여자로군. 아까도 말했지만 당신은 제멋대로 나대는 버릇이 있소.”

 

그녀는 후회하는 마음이 들어 표정과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

 

“미안해요.”

 

“정말이오?”

 

스페이드는 주머니에서 담배와 담배종이를 꺼내 담배를 말기 시작했다.

 

“자아, 그럼, 이제 카이로와의 이야기도 끝났을 테니 내게 모두 말해도 되겠지요?”

 

오쇼네시는 입에 손가락 끝을 대고 초점없는 눈을 크게 뜬 채 허공을 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눈을 가늘게 하고 흘끗 스페이드를 쳐다보았다. 그는 담배말기에 여념이 없었다.

 

“아아, 그렇지, 그렇게 하기로 했었지요…”

 

그녀는 손가락을 입에서 떼고 푸른 드레스의 무릎 언저리를 매만졌다. 그러나 여전히 눈살을 지푸린 채 자기 무릎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스페이드는 담배를 핥아 이음매를 붙인 다음 라이터를 찾으며 물었다. 오쇼네시는 신중하게 말을 고르는 듯 한 마디 한 마디 띄엄띄엄 말했다.

 

“하지만 나는 카이로와 끝까지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어요. 말을 꺼내자마자 곧 방해를 받아서…”

 

그녀는 무릎을 내려다보던 것을 그만두고 밝고 솔직한 눈으로 스페이드를 보았다. 스페이드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웃음으로 날려버렸다.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부를까요?”

 

오쇼네시는 웃지도 않고 머리를 내저었다. 그녀의 눈은 스페이드를 보고 있었는데, 눈동자가 좌우로 왔다갔다했다. 그 눈은 무언가 묻고 싶어하는 듯했다.

 

스페이드는 그녀의 등으로 팔을 돌려 드러나 있는 희고 매끄러운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그녀는 그의 팔에 몸을 기댔다. 그는 말했다.

 

“자아, 이야기해 보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미소를 던졌다. 거만하게 보이려는 장난기어린 눈이었다.

 

“손을 이렇게 해야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나요?”

 

“아니, 뭐…”

 

스페이드는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 팔을 그녀의 등 뒤로 내렸다.

 

“당신은 정말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분이에요.”

 

그녀는 중얼거렸다.

 

“듣고 있으니까 어서 말해 보시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상냥하게 말했다.

 

“어머나,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

 

오쇼네시는 갑자기 소리치며 둘째손가락으로 책 위에 놓여 있는 괘종시계를 가리켰다. 그 멋없는 시계바늘이 2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바쁜 밤이었으니까.”

 

“이제 그만 가봐야겠어요. 너무 늦었어요.”

 

그녀는 긴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스페이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는 보낼 수 없소.”

 

“하지만 시간을 보세요. 이야기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요.”

 

그녀는 항의했다.

 

“그럼, 많은 시간에 하면 될 게 아니오?”

 

“난 뭐예요, 포로인가요?”

 

오쇼네시가 명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밖에는 그 꼬마가 있소. 아마 아직 자러 가지 않았을걸.”

 

그녀의 얼굴에서 밝은 빛이 사라졌다.

 

“아직도 지키고 있을까요?”

 

“물론.”

 

“확인해 주시겠어요?”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가보고 올 수도 있지.”

 

“정말이에요? 그럼, 부탁해요.”

 

스페이드는 잠깐 동안 불안해 하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긴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는 칸막이장에서 모자와 코트를 꺼냈다.

 

“10분 동안만 나갔다 오겠소.”

 

“조심하세요.”

 

그녀는 현관문 앞까지 따라나오며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스페이드는 나갔다.

 

포스트 거리는 인적이 없었다. 스페이드는 동쪽으로 한 블록 걸어서 거리를 가로질러갔다. 그리고 반대쪽을 서쪽으로 두 블록쯤 걸었다. 거기서 또 길을 건너 다시 아파트 건물로 돌아왔는데, 차고에서 차를 수리하고 있는 두 명의 기계공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고 브리짓 오쇼네시가 복도모퉁이에서 서서 카이로의 총을 아래로 향해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있소.”

 

스페이드가 말했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방향을 바꾸어 거실로 돌아갔다. 스페이드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가 모자와 코트를 의자 위에 놓았다.

 

“덕분에 이야기할 시간이 생겼군.”

 

그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오쇼네시가 부엌으로 얼굴을 들이밀었을 때 스페이드는 커피포트를 난로 위에 올려놓고 길다란 프랑스 빵을 얇게 자르는 중이었다. 그녀는 문 앞에 선 채 멍하니 그것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왼손가락이 아직도 오른손에 든 권총의 총대를 천천히 쓰다듬고 있었다.

 

“테이블보는 거기 있소.”

 

스페이드는 빵 자르는 칼 끝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구석에 칸막이된 그릇장을 가리켰다. 그녀가 식탁준비를 하는 동안 스페이드는 얇게 자른 타원형 빵에 레버 소시지를 올려놓고 빵 사이에 차가운 콘비프를 끼웠다. 그리고 나서 그는 커피를 따르고 그 위에 키작은 병에서 브랜디를 조금 따라 부었다. 두 사람은 식탁에 앉았다. 그들은 한 개의 긴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녀는 가까운 자리에 권총을 놓았다.

 

“자아, 이야기를 시작해 보시오, 먹으면서…”

 

오쇼네시는 뿌루퉁해서 투덜거렸다.

 

“당신은 정말 끈질긴 사람이군요.”

 

그리고 그녀는 샌드위치를 베어물었다.

 

“그렇소. 끈질기고 난폭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사람이오. 그런데 모든 사람이 혈안이 되어 떠들고 있는 그 새인지 매인지 하는 게 대체 뭐요?”

 

오쇼네시는 콘비프와 빵을 삼키고 샌드위치가 가장자리에 난 초승달 모양의 잇자국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거기에 대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새에 대해서 말이오?”

 

“아니, 이야기 모두.”

 

스페이드는 송곳니가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뭐 그렇게 놀라지는 않소. 다음에 쓸 방법을 강구해 두었으니까.”

 

그녀는 샌드위치에서 사나이의 얼굴로 관심을 옮겼다.

 

“그게 뭔데요? 그것을 알고 싶었어요. 당신이 다음에 쓸 방법을.”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의 얼굴에 놀리는 듯한 미소가 떠올랐다.

 

“난폭하고 예상도 할 수 없는 건가요?”

 

“그렇겠지.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건 이제 새삼 당신이 그것을 감춰서 무슨 이득이 되는가 하는 점이오. 아무튼 조금씩 알게될 테니 말이오. 물론 지금은 내가 모르는 것도 많겠지. 그러나 이미 얼마쯤 안 것도 있고, 상상해서 짐작이 가는 것도 있소. 이런 식으로 하루만 지나면 당신이 모르는 것까지 알게 될 거요.”

 

오쇼네시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샌드위치로 눈을 돌렸다.

 

“지금도 이미 다 알고 있는지 모르지요. 하지만… 아아… 난 이제 지쳐버렸어요. 그 이야기를 또 해야 하다니, 정말 진저리가 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냥 이대로 있는 게 좋지 않겠어요? 아무래도 당신은 알게 될 거라고 하셨잖아요?”

 

스페이드는 미소지었다.

 

“글쎄… 그건 당신 자신이 잘 생각해 봐야 할 일이오. 내 방법은 비록 상대방이 아무리 복잡한 기계일지라도 스패너를 들어박아 아무렇게나 사정없이 돌리는 그런 식이니까. 그래도 나야 아무 상관없지만, 부품이 튀어나가 당신이 다치게 될까봐 걱정스러워서 그러는 거요. 그래도 괜찮겠소?”

 

오쇼네시는 드러낸 어깨를 불안한 듯이 으슥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없이 - 사나이는 냉담한 태도로, 여자는 생각에 잠겨서 -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이 무서워요. 정말이에요.”

 

“믿을 수 없는데.”

 

“정말이에요.”

 

그는 여전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무서운 사나이를 두 사람 알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밤 두 사람을 모두 만났어요.”

 

“당신이 카이로를 무서워하는 건 알고 있소. 그는 당신이 당해낼 수 없는 사람이오.”

 

“그럼, 당신은 내가 당해낼 수 있는 사나이인가요?”

 

“나는 그런 사람과는 다르오.”

 

스페이드는 싱긋 웃었다. 오쇼네시는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잿빛 레버 소시지를 얹은 빵을 한 조각 떼어 자기 접시에 놓았다. 이윽고 그녀는 하얀 이마에 주름을 모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검은 새 모양의 조각으로 매끈매끈하고 윤이 나요. 매 모양이지요. 이만한 높이의.”

 

그녀는 두 손을 30센티미터쯤 벌려보였다.

 

“그런데 그게 어째서 그토록 소중하오?”

 

오쇼네시는 브랜디가 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몰라요. 아무도 말해 주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은 다만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내가 도와주면 5백 파운드를 주겠다고 약속했어요. 그런 다음 - 조엘과 인연을 끊은 뒤의 일이지만 - 플로이드는 나에게 7백 50파운드를 주겠다고 말했어요.”

 

“그렇다면 7천 5백 달러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일이군.”

 

“아니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나 같은 여자한테는 균등한 배당금을 주겠다고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나를 심부름군으로 고용했을 뿐예요.”

 

“심부름이라니, 그게 뭐요?”

 

그녀는 다시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스페이드는 노란빛도는 회색눈을 그녀의 얼굴에서 떼지 않고 똑바로 눈길을 퍼부으며 담배를 말기 시작했다. 두 사람 뒤에서는 커피포트가 난로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서 그것을 빼앗아내는 일을 거드는 거예요.”

 

그녀는 잔을 내려놓으며 천천히 말했다.

 

“케미도프라는 러시아 사람에게서.”

 

“어떻게?”

 

“어머나, 그런 거야 아무려면 어때요. 당신이 알아야 아무 도움도 안 될 텐데…”

 

그녀는 뻔뻔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당신과 관계 없는 일이에요.”

 

“콘스탄티노플에서의 일이오?”

 

그녀는 망설이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확히 말하며 맬모라예요.”

 

스페이드는 오쇼네시를 향해 담배를 흔들어보이며 말했다.

 

“그리고 어떻게 되었소?”

 

“그게 모두에요. 지금 이야기했잖아요. 5백 파운드 주겠다는 약속으로 그들을 거들었어요. 그런데 조엘 카이로가 우리를 배신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배당금을 내놓지 않고 혼자 매를 가지고 도망치려는 계획이었지요. 그래서 우리가 먼저 선수를 써서 그를 따돌렸던 거예요. 그러나 그렇게 했지만 나에게는 역시 아무 이득도 없었어요. 왜냐하면 플로이드도 약속한 7백 50파운드를 내놓을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그 사실은 이곳에 오기 전에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함께 뉴욕으로 가서 매를 팔아 배당금을 주겠다고 말했지만, 뻔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격분한 나머지 그녀의 눈빛이 보라색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나는 당신에게 부탁하여 매를 찾는 데 힘을 빌어볼까 생각했던 거예요.”

 

“만일 매를 순조롭게 찾았다면 어떻게 할 작정이었소?”

 

“그러면 플로이드 새스비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스페이드는 곁눈으로 그녀를 흘끗 보았다.

 

“그러나 그걸 어디로 가져가야 플로이드와 약속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을, 즉 플로이드가 파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지는 몰랐겠지요?”

 

“몰랐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스페이드는 얼굴을 찡그리고 접시 위에 떨어뜨린 담뱃재를 노려보며 물었다.

 

“그게 어째서 그처럼 어마어마한 값어치가 있는 거요? 당신은 뭔가 알 게 아니오? 적어도 짐작은 가겠지요?”

 

“전혀 몰라요.”

 

그는 찡그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건 무엇으로 되어 있소?”

 

“글쎄요, 도자기인지 검은 돌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만져본 일도 없거든요. 꼭 한 번 보았을 뿐이에요. 그것도 2, 3분 동안 처음으로 손에 넣었을 때 플로이드가 보여주었어요.”

 

스페이드는 피우던 담배를 접시에 비벼 끄고 남은 커피를 마저 마셨다. 찡그린 얼굴은 이제 사라졌다.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나서 그것을 뭉뚱그려 식탁 위에 놓고는 아주 태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거짓말쟁이요.”

 

오쇼네시는 자리에서 일어나 식탁가에 서더니 얼굴을 붉히며 어둡고 기분 나쁜 눈길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래요, 나는 거짓말쟁이에요. 벌써 오래 전부터.”

 

“그렇다고 으스댈 건 없겠지, 아이들처럼.”

 

스페이드는 기분좋은 목소리로 말하고 식탁과 긴의자 사이에서 나갔다.

 

“지금 한 이야기 속에 사실도 조금은 있소?”

 

오쇼네시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검은 속눈썹이 젖어서 빛났다.

 

“네, 조금.”

 

“얼마쯤?”

 

“글쎄요, 아주 조금.”

 

스페이드는 그녀의 턱 끝을 잡아 얼굴을 들게 했다. 그리고 젖은 눈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날이 새기까지는 아직 시간을 많소. 커피를 좀더 따라줄 테니 그것을 마시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그녀의 눈커플이 덮였다.

 

“아아, 이제 아주 진저리가 나요!”

 

그녀의 목소리는 덜리는 듯했다.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생각해 내고, 거짓과 진실을 분간할 수 없게 된 나 자신에 대해 싫증이 나요. 나도 사실은…”

 

그녀는 갑자기 두 손으로 스페이드의 얼굴을 감싸쥐고는 벌린 입을 그의 입에 갖다대며 몸을 바싹 붙였다.

 

스페이드의 두 팔이 여자의 몸을 꽉 끌어 안았다. 푸른 윗옷 소매에 근육이 불끈 솟아올랐다. 한쪽 손이 그녀의 머리를 더듬어 손가락이 빨간 머리털 속에 묻혔다. 다른 한쪽 손은 가냘픈 그녀의 허리를 조용히 쓰다듬었다. 그의 눈은 노란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