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엘 스페이드의 길고 네모진 턱은 끝이 V자 모양으로 튀어나왔다. 그 위에는 좀더 유연하지만 역시 V자 모양의 입이 있다. 코끝을 따라 콧구멍 선이 깊숙이 파였으므로 이것도 작지만 V자 모양이다. 노란빛 도는 회색 눈만이 수평이지만, 메부리코 위에 새겨진 한 쌍의 골진 주름에서 바깥쪽으로 뻗어나간 숱많은 눈썹 또한 V자의 모티브를 재현한다. 게다가 연갈색 머리카락까지 (두 뺨 위 평평한 관자놀이에서) 툭 튀어나온 이마의 한곳을 향해 나 있다. 그 재미있어 보이는 얼굴 모습은 아무래도 블론드의 사탄처럼 보였다.

 

그는 에피 필라인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지?”

 

에피는 햇볕에 그을린 늘씬한 아가씨였다. 얇은 황갈색 모직 옷이 여윈 몸에 꼭 붙어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무스름하게 반짝이는 남자아이 같은 얼굴에 갈색 눈이 짓궂어 보였다. 그녀는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더니 거기에 기대서며 말했다.

 

“당신을 뵙고 싶다는 여자가 와 있어요. 윈덜리라는 분일래요.”

 

“의뢰인인가?”

 

“그런 것 같아요. 아무튼 만나서 손해볼 건 없을 거예요. 굉장한 미인이니까요.”

 

“좋아, 어서 들여보내요.”

 

스페이드는 말했다. 에피는 다시 문을 열고 바깥사무실로 한 걸음 내딛더니 손잡이에 손을 댄 채 말했다.

 

“윈덜리 양, 이리 들어오세요.”

 

“고맙습니다.”

 

그것은 발음이 분명치 않았다면 뜻을 알아들을 수 없을 만큼 작은 목소리였다.

 

젊은 여자가 모습을 나타냈다. 머뭇거리는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오면서 겁먹은 듯한 파란 눈으로 스페이드를 말끄러미 쳐다보았다. 키가 크고 조금 야윈 듯한 화사한 몸매가 모난 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곧은 몸매, 풍만한 가슴, 쭉 뻗은 늘씬한 다리에 손발도 자그마하니 아담했다. 눈빛에 맞게 고른 모양인지 옷은 짙고 연한 두 가지 푸른색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파란 모자 밑으로 비어져 나온 고수머리는 검붉은색이며, 도톰한 입술은 그보다 훨씬 고운 빨간색이었다. 조심스럽게 미소짓는 초승달 모양 입매에서 하얀 이가 반짝 빛났다.

 

스페이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이고 나서 굵은 손가락으로 책상 옆 떡갈나무 팔걸이의자를 가리켰다. 그는 키가 1백80센티미터나 되는 거구로, 두 어깨가 봉긋할 정도로 살이 쪄서 전체적인 모습이 마치 원뿔을 거꾸로 세워놓은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모처럼 다려 입은 윗옷도 그다지 몸에 어울린다고 할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여자는 여전히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나무의자에 앉았다.

 

스페이드는 회전의자에 털썩 앉더니 4분의 1쯤 돌려서 그녀를 마주보며 점잖게 미소지었다. 입술을 다문 채 미소지었으므로 얼굴의 모든 V자가 보다 길게 늘어났다.

 

닫힌 문 밖에서 에피 필라인이 두드리는 타이프라이터 소리와 조그맣게 들리는 전화 벨소리, 중얼거리는 듯한 말소리 등이 들려왔다. 어딘지 가까운 사무실에서 쓰고 있는 동력의 무딘 모터 소리도 들렸다. 스페이드의 책상 위에 놓인 담배꽁초가 잔뜩 담긴 놋쇠재털이에서 피우다 만 담배 한 개비가 연기를 뿜어 올리고 있었다. 노란 책상 표면에도 녹색 압지 위에도 서류 위에도 하얀 담뱃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2, 30센티미터쯤 열어둔 노란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으로 암모니아 냄새가 밴 바람이 안뜰에서 불어와 책상 위의 재가 이리저리 날렸다.

 

윈덜리는 날리는 흰 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침착성이 없어 보였다. 의자 가장자리에 살짝 걸터앉아 금방이라도 발딱 일어날 듯 두 발을 꼭 붙이고 있었다. 까만 장갑을 낀 두 손도 무릎 위에 놓인 납작한 검은 핸드백을 꼭 움켜쥔 채였다. 스페이드는 의자 속에서 몸을 뒤로 젖히며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윈덜리 양?”

 

윈덜리는 숨을 죽이고 스페이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어, 내가… 실은…”

 

그녀는 문득 말을 끊고 하얀 이로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입을 다물어버렸다. 파란 눈이 무언가 호소하고 있는 듯했다.

 

스페이드는 잘 알았다는 듯 빙그레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곧 그다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밝은 얼굴을 지어 보였다.

 

“아무튼 처음부터 이야기해 주십시오. 그래야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으니까요. 되도록 일의 발단부터 말씀하시는 게 좋습니다.”

 

“장소는 뉴욕이었어요.”

 

“아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여동생이 어디서 그 남자를 만났는지는 몰라요. 내 말뜻은 뉴욕 어디인지 모른다는 거예요. 그 아이는 나보다 5살 아래로 17살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공통된 친구 사이도 아니었고, 다른 자매들처럼 다정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지금 유럽에 계시지만 이 사실을 아시면 틀림없이 놀라 돌아가실 거예요. 그러니까 부모님이 돌아오시기 전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생을 데려오지 않으면…”

 

“오오, 그랬군요.”

 

스페이드가 말했다.

 

“두 분은 다음달 초에 돌아오실 거예요.”

 

스페이드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앞으로 2주일 남았군요.”

 

“동생으로부터 편지가 오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몰랐어요. 나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 미칠 것만 같았어요.”

 

그녀의 입술이 떨리며 두 손이 무릎 위에 놓인 핸드백을 더욱 꼭 쥐었다.

 

“동생이 무슨 일 (이번과 같은 일)을 저지른 게 아닌가 생각하면 경찰에 알리기가 두렵고, 또 한편 그 아이의 몸에 무슨 일이 닥친 게 아닐까 생각하면 빨리 경찰에 알려야 될 것 같아서 아무튼 안절부절 못했어요. 의논할 만한 사람도 전혀 없어요.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나 같은 여자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요. 그런데 동생에게서 편지가 왔다고 하셨지요?”

 

“네, 그래서 나는 곧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보를 쳤어요. 샌프란시스코 우체국 사서함으로요. 그 아이의 편지에는 주소가 그렇게만 씌어 있었거든요. 그 뒤로 꼬박 1주일을 기다렸어요. 그러나 동생으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오실 날은 하루하루 다가오므로 나는 생각다못해 직접 그애를 데려가려고 여기에 온거예요. 내가 가겠다고 편지로 알려두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한 건 아닐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안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동생은 아직 찾지 못했습니까?”

 

“네 못 찾았어요. 편지에 세인트 마크 호텔에 머무를 테니 비록 집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더라도 꼭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썼는데, 끝내 오지 않는군요. 사흘이나 기다렸는데도 나타나기는커녕 연락조차 없어요.”

 

스페이드는 블론드의 사탄 같은 얼굴에 동정한 표정을 떠올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입술을 굳게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윈덜리는 억지로 웃어 보이려고 애썼다.

 

“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어요. 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전혀 모르는 채 우두커니 앉아서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그녀는 웃으려는 노력을 그만두고 몸을 떨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주소는 우체국 이름뿐이에요. 그래서 또 한 번 편지를 써서 어제 오후 우체국으로 가보았지요. 그곳에서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지만 동생은 나타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또 가보았지요. 그러나 역시 콜린느는 보이지 않았아요. 대신 플로이드 새스비를 만났어요.”

 

스페이드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마의 주름이 사라지고 대신 날카로운 주의력이 얼굴에 떠올랐다.

 

윈덜리는 절망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플로이드는 콜린느가 있는 곳을 알려주지 않았어요. 그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어요. 그러나 내가 어떻게 그 말을 믿겠어요? 플로이드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겠어요?”

 

“그렇지요.”

 

스페이드는 동의했다.

 

“하지만 사실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부디 그렇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녀는 외치듯이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대로 돌아갈 수 없어요. 얼굴도 못 보고 전화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했는걸요. 플로이드는 나를 동생에게 데려다주지 않았어요. 동생이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플로이드는 그렇게 말했지요. 그 말은 믿을 수 없어요. 하지만 플로이드는 동생에게 나와 만났다는 말을 전하고 만일 콜린느가 승낙하면 오늘밤 호텔로 데리고 오겠다고 약속했어요. 보나마나 승낙할 리 없다면서, 그렇게 되면 자기 혼자서라도 오겠다고 말했지요. 틀림없이 그 사람은…”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으므로 윈덜리는 깜짝 놀라며 얼른 입으로 손을 가져갔다. 문을 연 사나이는 안으로 한 발 들여놓더니 당황해하며 갈색 모자를 벗어들고 다시 나가려고 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괜찮네, 마일즈. 들어오게. 윈덜리 양, 소개하겠습니다. 이 사람은 나와 함께 일하는 마일즈 아처입니다.”

 

스페이드가 말했다. 그러자 마일즈 아처는 문을 닫고 다시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모자를 손에 든 채 윈덜리를 보고 고개숙여 인사한 다음 싱긋 미소를 떠올리며 은근히 정중한 태도를 지어 보였다. 보통키에 튼튼한 몸집, 떡벌어진 어깨, 굵은 목, 네모진 턱에 명랑해 보이는 붉은 얼굴, 짧게 자른 머리에는 희끗희끗한 흰 머리가 제법 섞여 있었다. 나이는 스페이드가 30살이 훨씬 넘어보이는 것처럼 이 사나이는 40살이 훨씬 넘어보였다.

 

스페이드가 아처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윈덜리 양의 여동생이 새스비라는 사나이와 이곳에 도망 와 있다는군. 윈덜리 양은 새스비를 만나 오늘 밤 다시 만날 약속을 했다네. 어쩌면 동생을 데려올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은 적은 것 같네. 그래서 윈덜리 양은 그 사나이의 손에서 동생을 되찾아 집으로 데려갈 수 있도록 동생의 거처를 알아내달라고 부탁하러 오셨지.”

 

그는 윈덜리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렇지요?”

 

“네.”

 

그녀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스페이드가 상냥하게 웃고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차츰 사라졌던 당혹이 다시 그녀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그녀는 무릎 위에 놓인 핸드백으로 눈길을 떨어뜨리고 장갑낀 손가락을 신경질적으로 움직여 핸드백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스페이드는 아처에게 눈짓을 했다. 마일즈 아처는 앞으로 나가더니 책상 모서리 옆에 섰다. 그는 무릎 위의 핸드백을 내려다보고 있는 아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작은 갈색 눈이 그녀의 숙인 얼굴에서 발끝으로 그리고 다시 얼굴로 옮겨졌다. 이윽고 그는 스페이드를 보며 굉장한 미인이라 말하고 싶은 듯 휘파람부는 시늉을 해 보였다.

 

스페이드는 경고하듯 의자팔걸이를 잡고 이윽고 손가락 두 개를 들어 보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윈덜리에게 말했다.

 

“우리가 손을 댄다면 그런 것쯤 문제없습니다. 오늘 밤 호텔에서 지키고 있다가 그가 돌아갈 때 뒤를 밟으면 동생이 있는 곳으로 갈 수 있을 테니까요. 만일 동생이 그와 함께 나타나 당신이 타이르는 말을 듣고 고분고분 돌아가겠다고 하면 더 바랄 게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이를테면 거처를 알아낸 뒤에도 동생이 그 사나이와 도저히 헤어질 수 없다고 할 경우에 대해서는 또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합시다. 좋은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아처가 무게 있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윈덜리는 흘끔 스페이드를 올려다보고 눈살을 찌푸려 보였다.

 

“하지만 조심하셔야 해요. 그가 무슨 짓을 할까 생각하면 정말 무서워요. 동생은 아직 어린데 뉴욕에서 여기까지 데려오다니, 보통일이 아니에요. 그 사나이는 설마 동생을 (설마 그런 어린아이를) 어떻게 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그녀의 목소리는 조금 떨려 나왔으며 입술에 신경질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스페이드는 빙그레 미소지으며 의자팔걸이를 두드렸다.

 

“아무튼 우리에게 맡기십시오. 그런 사나이를 다루는 방법쯤 잘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괜찮을까요? 그 사람은…”

 

윈덜리는 여전히 망설였다. 스페이드는 다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무슨 일에나 위험은 따르기 마련입니다. 어쨋든 그 점은 충분히 주의할 테니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네, 모두 맡기겠어요.”

 

그녀는 열심히 말했다.

 

“다만 그 사나이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건 아셔야 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는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에요. 자기가 살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콜린느를 죽이는 일이라도 서슴지 않고 해치울 거예요. 그래도 문제없을까요?”

 

“당신은 그를 협박하지는 않았지요?”

 

“나는 다만 동생이 저지른 일을 어머니와 아버지가 알지 못하도록 두 분이 돌아오시기 전에 동생을 데려가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어요. 나를 도와 동생을 돌려주면 부모님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겠지만, 만일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는 틀림없이 그를 처벌하기 위해 경찰에 신고할 거라고 했지요. 하지만 그는 믿지 않는 것 같았어요.”

 

“동생과 결혼하면 그도 일단 질책을 벗게 되지 않을까요?”

 

아처가 말했다. 윈덜리는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 사람에게는 영국에 부인과 세 아이가 있답니다. 콜린느는 그와 도망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그런 사실을 편지에 써보냈더군요.”

 

“그런 사람들이 흔히 쓰는 수법입니다. 꼭 영국에 한한 일은 아니지요.”

 

스페이드는 몸을 앞으로 내밀 듯하며 연필과 종이를 집어들었다.

 

“어떤 사나이입니까?”

 

“나이는 35살쯤 되어 보였어요. 키는 당신과 비슷하고 피부색은 태어날 때부터 검은지 아니면 햇볕에 그을린 것인지 아무튼 거무스름해요. 머리도 검고 눈썹이 굉장히 짙어요. 늘 고함치는 듯한 목소리로 크게 떠들고 태도도 신경질적이며 화를 잘 내요. 아무튼 한번 보기만 해도 난폭한 인상을 주는 사람이에요.”

 

스페이드는 종이에 거칠게 연필을 달리며 얼굴을 들지 않고 물었다.

 

“눈빛은?”

 

“푸른빛도는 회색으로, 촉촉히 젖어 있지만 약한 느낌을 주지는 않아요. 그리고 아아, 그래요. 아래턱에 뚜렷한 상처자국이 있어요.”

 

“여윈 편입니까, 보통입니까, 아니면 뚱뚱한 편입니까?”

 

“스포츠맨 타입이에요. 어깨가 넓고 언제가 가슴을 쫙 펴고 걷는답니다. 흔히 말하는 군대식 자세지요. 오늘 아침에 만났을 때는 밝은 회색 양복에 회색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스페이드는 연필을 놓으면서 물었다.

 

“무슨 일을 해서 생활합니까?”

 

“모르겠어요. 전혀 짐작도 안 가요.”

 

“오늘 밤 몇 시에 만나기로 했습니까?”

 

“8시 지나서요.”

 

“좋습니다. 그럼, 윈덜리 양, 우리가 사람을 하나 보내겠습니다. 틀림없이 도움이 될 겁니다.”

 

“저어, 스페이드 씨, 당신이나 아처 씨 중 어느 한 분이 와주실 수 없을까요? 보내주시는 분이 미덥지 못해서가 아니에요. 하지만 (뭐라고 해야 좋을까요) 콜린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서… 그게 걱정이 돼서 그래요. 난 그 사람이 무서워요. 그렇게 해주시면 비용을 그만큼 더 드리겠어요.”

 

윈덜리는 바르르 떨리는 손 끝으로 핸드백을 열더니 1백 달러 지폐 두 장을 꺼내 스페이드의 책상 위에 놓았다.

 

“이것으로 될까요?”

 

“충분합니다. 그럼, 내가 가기로 하지요.”

 

아처가 대답했다. 윈덜리는 자신도 모르게 아처 쪽으로 손을 내밀고 의자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이번에는 스페이드에게로 손을 내밀고 되풀이했다.

 

“고맙습니다!”

 

“천만에요.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어 우리도 기쁩니다. 새스비가 오거든 되도록 호텔 아래층에서 만나든지, 아니면 적당한 때에 그를 로비로 데리고 나와주시면 한결 힘이 덜 들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하겠어요.”

 

그녀는 얼른 약속하고 두 사람에게 다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를 찾거나 해서는 안 됩니다. 내가 당신들을 찾아서 지켜볼 테니까요.”

 

아처가 주의를 주었다.

 

스페이드는 그녀를 복도 입구까지 바래다주었다. 그가 되돌아와 보니 아처가 그 책상 위에 놓인 두 장의 1백 달러 지폐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만족스러운 듯한 신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충분하고도 남지.”

 

아처는 한 장을 집어들어 접어서 조끼 주머니에 넣었다.

 

“그녀의 핸드백 속에는 이 친구들이 꽤 많이 있던데.”

 

스페이드도 의자에 앉기 전에 나머지 한 장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무튼 그녀에게 너무 열을 올리지 않는 편이 좋아. 그래,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나?”

 

“멋져! 그래서 자네가 나에게 열을 올리지 말라고 말하는 거겠지만.”

 

아처는 우습지도 않은데 갑자기 큰 소리로 웃었다.

 

“여보게, 샘, 자네가 먼저 만나긴 했지만 이야기를 한 건 내가 먼저일세.”

 

그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은 채 발꿈치로 서서 몸을 앞뒤로 움직였다.

 

“그녀에게 깊이 빠져들었다가는 당치도 않은 일을 겪게 될 걸세.”

 

스페이드는 어금니까지 드러내보이며 잔인한 웃음을 띠었다.

 

“머리를 쓰게, 머리를!”

 

그리고 나서 스페이드는 담배를 말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