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이별
나는 질겅질겅 씹힌 실오라기 같은 기분으로 차를 돌려 헐리우드로 돌아왔다. 식사를 하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인데다가 너무 덥기도 했다. 나는 사무실에 있는 선풍기를 켰다. 공기가 더 시원해지지는 않았지만 좀더 활기찬 분위기가 돌았다. 바깥 대로 위에서는 차들이 끝없이 떠들어대고 있었다. 내 머릿속에는 끈끈이에 붙은 파리떼처럼 생각이 엉켜 있었다.
세 번 사격에 세 발 모두 빗나갔다. 이제까지 한 일이라고는 의사들이나 여럿 만나고 다닌 것밖에 없었다.
나는 웨이드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멕시코 억양이 묻어나는 목소리가 전화를 받아 웨이드 부인은 집에 없다고 했다. 나는 웨이드 씨를 바꿔달라고 해보았다. 그 목소리는 웨이드 씨도 역시 집에 없다고만 대답했다. 나는 이름을 남겼다. 남자는 별로 어려움 없이 내 이름을 알아들은 듯싶었다. 남자는 하인이라고 했다.
나는 칸 협회의 조지 피터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쩌면 그는 의사를 좀더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자리에 없었다. 나는 가짜 이름을 남겼지만 전화번호는 똑바로 댔다. 한 시간이 병든 바퀴벌레처럼 기어갔다. 나는 망각의 사막에 있는 모래 한 알이었다. 나는 총알이 다 떨어져버린 쌍권총 카우보이였다. 세 번 사격에 세 발 모두 빗나가다니. 나는 셋으로 떨어지는 것을 싫어한다. A씨에게 전화를 해본다. 아무것도 없다. B씨에게 전화를 해본다. 아무것도 없다. C씨에게 전화를 해본다. 마찬가지이다. 일주일이 지나면 D씨에게 알아봐야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깨닫게 되는 시점인데 고객이 마음을 바꿔서 수사 의뢰를 취소한다.
부카니치 박사와 발리 박사의 이름은 지워버렸다. 발리는 알코올 중독 환자들과 어울리기에는 너무 부자였다. 풋내기 푸카니치는 아슬아슬하게 밧줄 위를 걷는 사람처럼 감히 자기 사무실에서 판을 벌리는 대담한 짓을 하고 있었다. 간호사는 알고 있을 것이었다. 적어도 환자들 중 몇 명은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약 올라서 전화로 신고라도 해버린다면 그는 그날로 끝이었다. 웨이드는 취했을 때나 제정신이었을 때나 그런 의사라면 주변에는 얼씬도 안 했을 것이었다. 성공한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정신적으로 뛰어난 인물과는 거리가 먼 법인데, 웨이드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남자는 아니라도 부카니치와 어울릴 만큼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유일하게 가능성 있는 사람은 베린저 박사였다. 그는 은둔하기 좋은 장소도 있었다. 아마 인내심도 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세풀베다 계곡은 아이들밸리에서 먼 길이었다. 접촉한 장소는 어디였으며, 어떻게 서로 알았을까. 게다가 만일 베린저가 그 부지를 소유했고 그것을 살 사람이 있다면 곧 꽤 많은 돈을 벌게 될 텐데. 그러자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토지의 상태를 알아내기 위해 부동산 소유권 보증보험사에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답이 없었다. 다들 하루의 일을 마치고 퇴근한 것이었다.
나도 하루의 일을 마쳤으니 라시에나가로 차를 몰고 가서 루디의 바베큐 식당으로 찾아갔다. 나는 지배인에게 이름을 말한 뒤 바 의자에 앉자 자리 안내를 기다리면서 위스키사워 한 잔을 앞에 두고 마렉 웨버의 왈츠 음악을 들었다. 잠시 후 나는 벨벳 줄을 친 정문을 지나서 안으로 들어가 루디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솔즈베리 스테이크를 먹었다. 불에 탄 나무판에 얹어 내오는 햄버거로, 노릇노릇하게 구운 매시드포테이토, 튀긴 어니언링, 집에서 부인이 해줬으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겠지만 식당에서는 군말 없이 먹어치우는 혼합 샐러드를 곁들인 음식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현관을 열자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일린 웨이드예요, 말로우 씨. 전화해달라고 그러셨다면서요.”
“그쪽에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보려고 전화한 겁니다. 오늘 하루 종일 의사들을 만나고 다녔지만 사귈 만한 사람은 없더군요.”
“죄송하게도 없어요. 남편은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어요. 초조해지지 않을 수 없네요. 그럼 아무것도 하실 말씀이 없겠네요.”
그녀의 가라앉은 목소리는 맥이 빠진 듯했다.
“우리 군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습니다, 웨이드 부인.”
“오늘밤이면 실종 나흘째가 돼요.”
“물론이죠. 그렇지만 그렇게 오랜 시간은 아닙니다.”
“나한테는 길어요.”
그녀는 잠시 동안 침묵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뭔가 기억을 되살려보려고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뭔가 있을 거예요. 실마리라든가 기억나는 것이나. 로저는 모든 종류의 일에 대해서 얘기를 참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베린저라는 이름을 들으면 뭐 생각나는 게 있습니까, 웨이드 부인?”
“아뇨, 없는 것 같아요. 생각해내야 하나요?”
“카우보이 의상을 입은 어떤 키 큰 남자가 웨이드 씨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말한 적이 있죠. 그 키 큰 남자를 다시 보면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부인?”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망설이면서 말했다.
“조건이 같다면 말이죠. 그렇지만 그냥 흘끗 봤을 뿐이라서요. 그 사람 이름이 베린저예요?”
“아닙니다, 웨이드 부인. 베린저는 육중한 몸매를 한 중년 남자로 세풀베다 계곡에서 관광 목장 같은 곳을 운영하는,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운영했던 사람이죠. 그 밑에서 일하는 얼이라는 청년은 화사한 옷을 차려입고 있더군요. 베린저는 스스로 의사라고 말했고요.”
“대단하네요.”
그녀는 따뜻하게 물었다.
“맞는 길로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 안 드세요?”
“물에 빠진 새끼 고양이처럼 완전히 잘못된 길로 간 걸 수도 있죠. 알아보고 전화드리죠. 로저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는지, 부인께서 뭔가 확실한 게 생각난 게 없는지 확인해보려고 전화한 겁니다.”
“전 별로 도움이 못 된 것 같아요.”
부인은 슬프게 말했다.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아무리 늦은 밤이라도 상관없어요.”
나는 그러겠다고 했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이번에는 총과 건전지가 세 개 들어가는 회중전등을 챙겼다. 약간 총신이 짧은 32구경으로 끝이 납작한 총탄을 넣는 총이었다. 베린저 박사가 데리고 있는 얼은 금속 너클 말고 다른 장난감도 가지고 있을지 몰랐다. 만약 가지고 있다면 그는 워낙 얼간이라 그런 장난감을 서슴없이 휘두를 것이다.
나는 다시 고속도로로 들어가 최대한 빨리 달렸다. 달도 없는 밤으로 베린저 박사의 영지에 이르는 정문에 도착했을 즈음에는 어두워지고 있었다. 어둠은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문은 여전히 사슬과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나는 차를 더 달려 고속도로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주차했다. 나무 아래에는 여전히 햇빛이 남아 있었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멀리 뒤쪽 골짜기 안에서 메추라기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구슬피 우는 비둘기는 비참한 인생에 대해 탄식하는 듯했다. 하이킹 도로가 없었으므로, 아니면 있더라도 찾을 수 없었으므로, 나는 큰길로 돌아나가 자갈길 가장자리를 따라 걸었다. 유칼립투스 숲이 참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를 넘자 멀리 불빛이 한두 군데 보였다. 45분이 지날 무렵 나는 간신히 수영장과 테니스코트 뒤를 돌아 길 끝에 있는 본관이 내려다보이는 자리로 갈 수 있었다. 본관에는 불이 켜져 있었고 안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숲속 끄트머리에 있는 오두막에도 불빛이 보였다. 숲속 여기저기에 작은 오두막들이 어두컴컴한 점들처럼 흩어져 있었다. 오솔길을 따라가노라니 갑자기 본관 오두막 뒤에서부터 조명등이 비쳤다. 나는 우뚝 멈춰 섰다. 조명등은 무언가를 수색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다. 불빛은 똑바로 아래를 비추더니 뒷현관과 땅 위에 널따랗게 원을 그렸다. 그러고 나서 문이 쾅 하고 열리더니 얼이 나왔다. 그때서야 내가 맞게 찾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은 오늘밤에는 카우보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전에 로저 웨이드를 집으로 데려다줬던 카우보이임에 틀림없었다. 그는 밧줄을 돌리고 있었다. 흰 실로 수놓은 짙은색 셔츠를 입고 목에는 물방울무늬 스카프를 헐렁하게 맨 차림이었다. 허리에는 상아 손잡이 권총이 든 가죽 권총집이 달리고 은장식이 가득박힌 가죽 벨트를 차고 있었다. 우아한 승마바지 밑으로는 수를 놓은 흰색의 번쩍번쩍하는 새 부츠를 신은 모습이었다. 머리 위에는 흰 솜브레로 모자(챙이 넓은 멕시코 풍의 모자)를 썼으며 꼬아놓은 은사슬처럼 보이는 턱끈은 묶지 않고 헐렁하게 셔츠 위로 풀어내린 채였다.
그는 하얀 조명등 밑에 홀로 서서 몸 주위로 밧줄을 빙빙 돌리며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했다. 마치 관중 앞에 선 배우처럼 키가 크고 날씬하고 잘생긴 카우보이 청년은 홀로 매 순간을 만끽하면서 쇼를 펼치고 있는 것이었다. 쌍권총 얼, 코치즈 군의 공포. 그는 사람들이 지독히도 말을 좋아해서 전화교환수들도 승마부츠를 신고 출근하는 그런 동네의 관광 목장에 적격인 사람이었다.
그는 문득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그런 척하는지도 몰랐다. 밧줄을 내던지더니 재빠르게 총집에서 쌍권총을 뽑았고, 구부러진 양엄지손가락을 똑같이 권총 공이 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어둠 속을 들여다보았다. 나는 움직일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빌어먹을 총에는 장전이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명등 때문에 눈이 부셔서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는 총을 총집에 다시 슬쩍 집어넣고 밧줄을 집어서 대충 챙긴 뒤 집 안으로 도로 들어갔다. 불이 꺼지자 나도 활동을 개시했다.
나는 나무들 사이를 돌아 비탈길에 있는 불 켜진 작은 오두막집에 다가갔다. 안에서는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나는 창에 친 차양을 슬쩍 올리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불빛은 침대 옆 협탁 위에 있는 전등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 남자가 똑바로 누워 있었다. 남자는 잠옷을 입고 있는 팔을 이불 밖으로 내놓은 채로 눈을 환히 뜨고 맥없이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덩치가 커다란 사람 같았다. 얼굴은 반쯤 그늘이 져 있었으나 얼굴이 창백하고 면도를 해야 할 것 같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한참 동안이나 면도를 안 한 얼굴이었다. 쭉 편 손가락은 아무런 움직임 없이 침대 밖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는 마치 몇 시간 동안이나 꼼짝 않고 누워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오두막 저쪽 편에서 오솔길을 따라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방충문이 삐걱거리더니 베린저 박사의 단단한 체구가 문간에 나타났다. 그는 토마토주스 같은 것이 든 큰 컵을 들고 있었다. 그는 스탠딩램프를 켰다. 박사의 하와이안 셔츠가 노랗게 빛났다. 침대에 누워 있는 남자는 박사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베린저 박사는 잔을 협탁 위에 내려놓고는 의자를 가까이 끌어다 앉았다. 그는 손목을 잡더니 맥박을 재보았다.
“오늘 기분은 어떠시오, 웨이드 씨?”
그의 목소리는 친절했고 염려하는 기색이 가득했다.
침대 위에 누운 남자는 박사의 말에 대답을 하지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계속 천장만 바라보았다.
“이런 이런, 웨이드 씨. 우울함은 떨쳐버립시다. 맥박은 단지 정상보다 약간만 빠를 뿐인걸. 몸이 쇠약해지기는 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테지.”
침대 위의 남자가 갑자기 말했다.
“저 개자식한테 내 상태가 어떤지 안다면 안부 같은 것 묻지 말고 나한테 신경 끄라고 전해줘.”
근사하고 또렷한 목소리였으나 어조는 신랄했다.
“테지가 누구요?”
베린저 박사가 참을성 있게 물었다.
“내 대변인. 그 여자가 저기 구석에 있잖아.”
베린저 박사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작은 거미 한 마리밖에 안 보이는데.”
그가 말했다.
“연기는 그만둬요, 웨이드 씨. 나한테까지 그럴 필요는 없소.”
“테제나리아 도메스티카. 폴짝 뛰어다니는 평범한 집거미지. 난 거미가 좋아. 거미들은 실제로 절대 하와이안 셔츠를 안 입으니까.”
베린저 박사는 입술을 축였다.
“장난칠 시간 없소, 웨이드 씨.”
“테지하고는 절대 장난칠 수 없지.”
그는 마치 머리 무게가 천근만근 되는 것처럼 머리를 돌리더니 경멸하듯 베린저 박사를 응시했다.
“테지는 죽도록 진지해. 저기 당신한테 기어오고 있는데. 안 보고 있을 때 신속하고 조용하게 뛰어오를 거야. 잠시 후면 가까이에 있지.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탁 튀어오르겠지. 그러면 마를 때까지 피를 빨리게 될걸, 박사. 바싹 마를 때까지. 테지는 당신을 잡아먹지는 않아. 단지 거죽 말고 아무것도 안 남을 때까지 액을 다 빨아내겠지. 그런 셔츠를 더이상 입을 작정이라면, 박사. 그런 일이 곧 일어날 거야.”
베린저 박사는 의자 등받이에 기댔다.
“5천 달러가 필요해요.”
박사는 침착하게 말했다.
“얼마나 시간을 주면 되겠소?”
“벌써 6백하고도 50불을 가져갔잖아.”
웨이드는 불쾌하게 말했다.
“내 잔돈들도 가져갔고. 도대체 이 매음굴은 요금이 얼마인 거야?”
“닭 모이 값 정도밖에 안 되오.”
베린저 박사가 말했다.
“그리고 치료비가 올랐다고 말하지 않았소.”
“윌슨 산(콜로라도에 있는 산 이름) 꼭대기만큼이나 올라갔다는 말은 안 했잖아.”
“나한테 대충 넘어갈 생각은 마, 웨이드.”
베린저 박사가 딱 잘라 말했다.
“지금 장난칠 입장이 아닐 텐데. 그리고 내 신뢰를 배신했고.”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는데.”
베린저 박사는 의자 팔걸이를 천천히 두드렸다.
“당신은 한밤중에 나한테 전화했어.”
그가 말했다.
“절망적인 상황에 있다고 했지. 내가 와주지 않으면 자살할 거라고. 나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당신은 그 이유를 알잖아. 나는 이 주에서는 의료행위 면허증이 없어. 난 지금 이 부동산을 날리지 않고 처분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난 얼도 돌봐야 하고, 걔는 지금 발작을 일으킬 때가 다 됐어. 처음부터 돈이 많이 들 거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래도 애걸복걸해서 내가 간 거고. 그러니 5천 달러를 받아야겠네.”
“독한 술을 마시고 맛이 갔던 거겠지.”
웨이드가 말했다.
“사람들에게 그런 종류의 거래를 들이밀면 안 되지. 이미 충분히 돈을 받았잖아.”
“게다가.”
베린저 박사는 천천히 말했다.
“내 이름을 당신 마누라에게 얘기해줬지. 내가 당신을 데리러 올 거라고 말했다며.”
웨이드는 놀란 듯했다.
“그런 일은 한 적 없어. 아내를 보지도 못했는걸. 아내는 자고 있었다고.”
“그럼 다른 때 말했겠지. 사립탐정이 여기 와서 당신 얘기를 물어보고 갔다고.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어디로 와야 할지 알았을 리가 없잖아. 그 친구를 쫓아보내기는 했지만 다시 올지도 몰라. 집에 가줘야겠어, 웨이드 씨. 그렇지만 먼저 나한테 5천 달러나 주고 가.”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아니로군. 그렇지, 박사? 내 아내가 내가 어디 있는지를 알았다면 뭐하러 사립탐정을 썼겠어? 직접 와도 되는데. 물론 아내나 그 정도나 신경 쓰고 있다는 전제하의 얘기지만. 아니면 우리 집 하인 캔디를 데리고 와도 되고. 자네 블루 보이(위아래로 청데님을 입은 사람, 즉 카우보이의 속어)가 오늘은 어떤 영화의 주인공을 할까 고민하고 있는 동안 캔디는 그 친구를 잘게 토막내 버릴 수도 있어.”
“당신 입이 더럽군, 웨이드. 마음도 더럽고.”
“내 5천 불도 더럽긴 마찬가지야. 그럼 한번 가져가보라고.”
“수표를 써줘.”
베린저 박사는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그러고 나서 옷을 입으면 얼이 집에 데려다줄 거야.”
“수표?”
웨이드는 거의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내가 수표를 잘도 주겠군. 좋았어, 그럼 어떻게 현찰로 바꿀 건데?”
베린저 박사는 조용히 웃었다.
“돈을 떼먹으려고 하고 있군, 웨이드 씨. 그렇지만 그렇게는 못 할걸? 그렇게 못 한다고 장담하지.”
“뚱보 악당 같으니!”
웨이드는 고함을 쳤다.
베린저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전적으로 그런 건 아냐. 나는 보통 사람들처럼 여러 성격이 섞여 있으니까. 얼이 당신을 차로 집에 데려다줄 거야.”
“싫어. 그 애송이만 보면 피부에 닭살이 돋는다고.”
웨이드가 말했다.
베린저는 부드럽게 얼어서더니 손을 내밀어 침대 위에 누운 남자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나한테는 얼은 전혀 위험하지 않은 애요, 웨이드 씨. 난 그 애를 다루는 방법을 여럿 알고 있지.”
“하나만 대봐요.”
새로운 목소리가 말했다. 얼이 로이 로저스(서부영화에서 노래하는 카우보이로 출연했던 가수) 복장을 입고 문을 통해 들어왔다. 베린저 박사는 미소지으며 몸을 돌렸다.
“저 정신병자 녀석을 멀리 치워버려.”
웨이드는 처음으로 공포를 나타내며 고함쳤다.
얼은 손을 장식 허리띠 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가볍게 휘파람을 부는 듯한 소리가 잇새에서 흘러나왔다. 그는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어.”
베린저 박사는 급히 이렇게 말하더니 얼 쪽으로 몸을 돌렸다.
“됐어, 얼. 웨이드 씨는 내가 처리하지. 내가 옷을 입힐 테니 그동안 너는 차를 빼와서 가능한 한 오두막에 가까운 곳에 붙여놔. 웨이드 씨는 몸이 상당히 쇠약하니까.”
“점점 훨씬 더 쇠약해질걸요.”
얼은 역시 휘파람 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비켜요, 뚱보 아저씨.”
“이봐, 얼.”
그는 손을 내밀어 잘생긴 청년의 팔을 잡았다.
“카마리요(캘리포니아 남부에 있는 시립 정신병원)에 돌아가고 싶진 않지? 내가 한마디만 하면…”
여기까지밖에 말할 수 없었다. 얼은 팔을 뿌리치더니 금속빛을 번득이며 오른손을 날렸다. 너클을 낀 주먹이 베린저 박사의 턱을 날려버렸다. 그는 마치 심장에 총을 맞은 사람처럼 쓰러졌다. 그가 넘어지자 오두막 전체가 진동으로 흔들렸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문을 잡아 확 젖혀 열었다. 얼은 빙글 돌더니 약간 앞으로 목을 숙이며 알아보는 기색 없이 나를 응시했다. 그의 입술 뒤에서는 부글부글하는 소리가 났다. 그는 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했다.
나는 총을 꺼내 그에게 보여주었다.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자기 총에 장전이 되어 있지 않거나 총에 대해서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았다. 그에게 필요한 건 금속 너클뿐이었다. 그는 계속 돌진했다.
나는 침대 건너편 열린 창문 밖으로 총을 발사했다. 총소리가 작은 방에 울려 퍼져 실제보다 더 크게 들렸다. 얼은 우뚝 멈춰 섰다. 그는 머리를 비틀어 창문 차양에 난 구멍을 보았다.
그는 다시 나를 보았다. 천천히 얼굴이 살아나더니 그는 히죽 웃었다.
“무슨 일이에요?”
그는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 너클이나 치워.”
나는 그의 눈을 살피며 말했다.
그는 놀란 듯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주먹에서 쇠붙이를 빼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구석으로 던져버렸다.
“이제 총띠도.”
나는 말했다.
“총은 만지지 말고 띠만 풀어.”
“장전 안 되어 있는데요.”
그는 미소지으며 말했다.
“총도 아니에요. 그냥 무대 소품일 뿐이지.”
“띠나 풀어. 어서.”
그는 총신이 짧은 32구경을 바라보았다.
“그건 진짜인가요? 아, 물론 진짜겠죠. 차양에 구멍도 났으니까. 차양에.”
침대 위의 남자는 더이상 침대 위에 누워 있지 않았다. 그는 얼 뒤에 서 있었다. 그는 잽싸게 손을 뻗어 반짝이는 권총 중 하나를 빼냈다. 얼은 이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했다. 그의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저 친구를 건드리지 말아요.”
나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걸 원래 있던 대로 돌려놔요.”
“저 친구 말이 맞군요.”
웨이드가 말했다.
“장난감 총이오.”
그는 뒤로 물러나더니 반짝이는 피스톨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
“맙소사, 팔이 부러진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군.”
“허리띠를 풀어.”
나는 세 번째로 말했다. 얼 같은 유형의 사람과 뭔가 일을 벌이면, 끝장을 봐야 한다. 단순하게 밀어붙이고 마음을 바꾸면 안 된다.
그는 마침내 아주 순순히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런 다음 허리띠를 들고 테이블 쪽으로 가더니 다른 총 하나를 집어서 총집에 넣고 다시 허리띠를 맸다. 나는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때서야 비로소 그는 베린저 박사가 바닥에 웅크린 채 벽에 기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는 걱정하는 듯한 소리를 내며 방을 황급히 가로질러 욕실로 가서 유리 물병에 물을 채워 돌아왔다. 그는 물을 베린저 박사의 머리 위에 끼얹었다. 베린저 박사는 거품을 뿜으며 뒹굴었다. 그러고 나서 신음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턱을 탁탁 쳐보았다. 그러고는 그는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얼이 그를 부축했다.
“미안해요, 박사님.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주먹을 날렸나 봅니다.”
“괜찮아. 부러진 데는 없으니까.”
베린저는 손짓으로 그를 물리치며 말했다.
“여기로 차를 가지고 와, 얼. 그리고 저기 아래 자물쇠 열쇠도 잊지 말고.”
“여기로 차를 가지고 오라고요, 네. 바로 그렇게 할게요. 자물쇠 열쇠도요. 알았어요. 바로 가져올게요, 박사님.”
그는 휘파람을 불며 방을 나갔다.
웨이드는 침대 옆에 앉아서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신이 저 사람이 말했던 탐정이오?”
그는 물었다.
“어떻게 나를 찾아냈죠?”
“이런 일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다녔죠. 집에 가고 싶다면 옷을 입는 게 좋겠습니다.”
베린저 박사는 벽에 기대어 턱을 마사지하고 있었다.
“내가 도와주지.”
그는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사람들을 돕는 일밖에 안 하는데 사람들은 내 이빨을 날려버린다니까.”
“어떤 기분인지 나도 알죠.”
나는 말했다.
나는 그들이 준비를 하도록 놔두고 밖으로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