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얼마나 똑똑하다고 생각하든 간에, 수사에는 실마리가 있어야 한다. 이름, 주소, 이웃, 경력, 분위기, 뭐든 일종의 참고가 될 만한 것.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난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V 박사.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당신만이 내 편이지’ 라고 쓰여 있는 구겨진 노란 종이뿐이었다. 그걸 가지고 한 달 동안 군(County) 의사회 대여섯 군데를 헤집고 다녀봤자, 결국은 태평양 한가운데를 짚어 수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소득 없이 허탕 치고 말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돌팔이 의사들은 기니피그처럼 번식한다. 시청으로부터 160킬로미터 이내에는 여덟 개의 군이 있고 각 군의 마을마다 의사나 진짜 치료사도 있지만, 티눈을 짜거나 환자의 척추를 위아래로 눌러주는 면허증밖에 없는 우편 주문 기술자들이 허다하다. 진짜 의사 중에도 번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난한 사람도 있으며, 윤리적인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럴 여력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초기 단계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되는 부유한 알코올 중독자는 비타민이나 항생제 사업에서 뒤처진 돌팔이 의사들에게 집에서 부쳐주는 돈처럼 고정적인 수입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단서 없이는 어디서도 시작할 수 없었다. 나는 단서가 없었으며 아일린 웨이드도 단서가 없거나 가지고 있다 해도 모르고 있었다. 이런 정황에 걸맞고 머리글자가 들어맞는 사람을 찾아낸다고 해도, 로저 웨이드의 말이니만큼 가공의 인물일 수도 있었다. 이 어구는 그가 속을 태워서 정신이 나간 동안 머릿속에서 문득 스쳐 지나간 얘기를 휘갈겨놓은 것일지도 모른다. 스콧 피츠제럴드를 넌지시 암시하는 것으로 특이한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그런 상황에서 송사리들은 그 방면에 있어 거물급의 두뇌를 빌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칸 협회라는 곳에 있는 아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곳은 베벌리힐스의 상류층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화려한 대행사로, 말이 경호지 법 안에 한 발만 걸쳐놓고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대신 해주는 곳이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조지 피터스로, 용건을 빨리 얘기한다면 10분 정도 시간을 내줄 수 있다고 했다.

 

협회는 진분홍색의 4층짜리 건물 2층의 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모든 엘리베이터 문은 전자 감지기가 달린 자동문이고, 복도는 시원하고 조용하며, 주차장에는 기둥마다 이름이 붙어 있고, 정문 로비 앞에 있는 약국 주인은 수면제를 조제하느라 한쪽 손목을 삐었을 것 같았다.

 

녹회색 문의 바깥쪽에 돋을새김한 금속 활자는 깔끔하고 새로 산 칼처럼 날카로웠다. ‘칸 협회 주식회사, 제럴드 C. 칸, 회장’ 아래쪽에는 더 작은 글씨로 ‘입구’ 라고 되어 있었다. 마치 투자신탁 회사 같은 외양이었다.

 

안쪽은 작고 추잡한 응접실이었지만, 그 추잡함은 일부러 돈 들여서 꾸며놓은 것이었다. 가구는 주홍색과 진한 녹색이었고, 벽은 전면이 구릿빛이 도는 녹색으로 되어 있었으며 벽에 걸린 사진들은 벽보다 3도 정도 더 짙은 녹색의 액자에 들어 있었다. 높은 울타리를 넘어가고 싶어서 미칠 지경인 것처럼 보이는 커다란 말 위에 올라탄, 붉은 코트 차림의 남자들을 찍은 사진이었다. 그 외에도 옅기는 하지만 구역질나는 장밋빛이 감도는, 테두리 없는 거울이 두 개 있었다. 광택을 낸 흰 마호가니나무 테이블 위에 놓인 잡지들은 최신호였고 투명한 비닐로 하나하나 표지를 싸놓았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 방을 꾸민 사람은 색깔을 택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그는 아마도 빨간 피망색 셔츠에 진한 오딧빛 바지를 입고 얼룩무늬 신발을 신고 다니며 주홍색 속바지에는 귤색으로 머리글자를 새겼을 것이다.

 

모든 것이 단지 전시용이었다. 칸 협회의 고객들은 최소한 시간당 백 달러 정도 청구받고 출장 서비스를 요구한다. 그 손님들은 응접실에서 앉아서 기다릴 이유가 없었다. 칸은 전직 헌병대 대령으로 희고 불그스레한 얼굴에 나무판처럼 단단한 사내였다. 그는 이전에 내게도 같이 일해보자고 제의했지만,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일 만큼 궁한 적은 없었다. 개자식이 되는 방법으로는 백하고도 아흔 가지가 있는데, 칸은 그 모두를 알고 있는 남자였다.

 

긁혀서 벗겨진 유리 칸막이가 미끄러지듯 열리더니 안내원이 나를 내다보았다. 강철 같은 미소와, 뒷주머니에 있는 지갑속 돈까지 셀 수 있을 것 같은 눈을 가진 여자였다.

 

“어서 오세요. 무얼 도와드릴까요?”

 

“조지 피터스를 만나러 왔는데요. 내 이름은 말로우라고 합니다.”

 

그녀는 녹색 가죽 표지의 장부를 선반 위에 내려놓았다.

 

“선약이 있으신가요, 말로우 씨? 여기 예약 명부에서는 이름을 찾을 수가 없는데요.”

 

“개인적인 일입니다. 막 전화로 약속하고 왔죠.”

 

“알겠습니다. 성을 어떻게 쓰시죠, 말로우 씨? 그리고 이름도 같이 말씀해주시겠어요?”

 

나는 말해주었다. 그녀는 길쭉하고 폭이 좁은 서류에 받아적더니 서류를 출입 시간 기록 펀치 아래 끼워넣었다.

 

“그렇게 해서 누구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겁니까?”

 

나는 여자에게 물었다.

 

“여기서는 사소한 부분까지 꼼꼼하답니다.”

 

여자는 냉담하게 말했다.

 

“칸 대령님은 가장 사소한 사실이 언제 가장 중요한 사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여자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방문 기록을 다 작성하자 그녀는 위를 올려다보고 말했다.

 

“피터스 씨에게 말씀을 전하지요.”

 

나는 그렇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분 후 칸막이 안의 문이 열리더니 피터스가 나와서, 전함 같은 회색빛에 감방처럼 보이는 작은 사무실들이 줄줄이 늘어선 복도 안으로 안내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천장에 방음장치가 되어 있었으며, 회색 철제 책상 하나와 그에 걸맞은 의자 두 개, 회색 받침대 위에 놓인 회색 구술 녹음기, 전화, 벽이나 바닥과 같은 색인 필기도구가 놓여 있었다. 사진 액자 두 개가 벽에 걸려 있었는데, 한 개는 칸이 제복을 입고 헌병대 헬멧을 쓰고 있는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칸이 민간인이 된 후 책상 뒤에 앉아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었다. 벽에는 회색 바탕에 강철 활자로 내용을 찍은 사훈 액자도 걸려 있었다.

 

칸 협회 소속 요원은 복장도 말투도 행동도 언제 어디서나 신사답게 행동한다. 이 규칙에 예외는 없다.

 

피터스는 성큼성큼 두 걸음으로 방 안을 가로질러 가서 사진 중 하나를 옆으로 밀었다. 그 뒤 회색 벽 안에는 회색 마이크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는 마이크를 잡아당겨 전선을 빼버린 뒤 다시 제자리에 끼워넣었다. 그는 다시 앞을 사진으로 가렸다.

 

“지금 당장은 할 일이 없어.”

 

그가 말했다.

 

“저 개자식이 어떤 배우 녀석을 위해 음주운전 혐의를 조작하고 있다는 것만 빼면. 모든 마이크 스위치는 다 그의 사무실에 있지. 곳곳을 다 도청하고 있어. 요전날 아침에 그 자식한테 넌지시 일러줬지. 응접실 감시 거울에 적외선 마이크로필름 카메라를 설치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이야. 그 생각은 별로 안 좋아하더군. 아마도 벌써 그렇게 했기 때문이겠지.”

 

그는 딱딱한 회색 의자 중 하나에 앉았다. 나는 그를 응시했다. 그는 다리가 길고 약간 멍해 보이는 남자로 얼굴은 뼈가 앙상했으며 머리가 벗겨지고 있었다. 피부는 온갖 종류의 날씨를 다 견뎌내며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사람처럼 거칠게 그을려 있었다. 그의 눈은 쑥 들어가 있었고 윗입술은 거의 코만큼이나 길었다. 그가 싱긋 웃을 때면 얼굴 반쪽이 콧구멍부터 넓은 입 끝까지 패인 거대한 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게 참고 사나?”

 

나는 물었다.

 

“앉아. 조용히 숨을 쉬고 목소리도 낮춰. 칸 협회 소속 요원과 자네 같은 싸구려 탐정의 관계는 토스카니니와 풍각쟁이 원숭이의 차이나 마찬가지라는 걸 잊지 말라고.”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싱긋 웃었다.

 

“눈곱만큼도 상관하지 않으니까 참아내는 거라네. 이 일은 돈도 괜찮고, 언제라도 칸이 자기가 전쟁 중에 영국에서 관리했던 경비 빡빡한 감옥에 있는 죄수처럼 나를 취급하면서 소지품만 챙겨서 떠나버리면 되니까. 그래, 자네 무슨 일인가? 얼마 전에 자네가 곤란한 일을 겪었단 얘기는 들었어.”

 

“그 일에 대해서 불평할 생각은 없어. ‘철창 의사’ 들에 의한 자네 파일 좀 보고 싶어서 왔네. 자네가 하나 갖고 있다는 거 알아. 에디 다우스트가 여기를 그만둔 다음에 말해줬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친구는 칸 협회에서 일하기에는 너무 섬세한 성격이었지. 자네가 말한 파일은 일급비밀일세. 어떤 경우에라도 비밀정보를 외부인에게 공개하는 것은 금지야. 즉시 가져오지.”

 

그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회색 휴지통과 회색 리놀륨 바닥, 책상 앞판의 회색 가죽 모서리를 바라보았다. 피터스는 손에 회색 마분지 파일을 들고 돌아왔다. 그는 파일을 내려놓고 펼쳤다.

 

“맙소사, 이곳에는 회색 아닌 건 없나?”

 

“협회의 색깔이라네, 이 친구야. 협회의 정신이지. 그래, 회색 아닌 것도 있긴 있어.”

 

그는 책상 서랍을 열더니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시가를 하나 꺼냈다.

 

“업맨(세계적인 쿠반 산 시가 브랜드) 서티라고 하는 거지. 캘리포니아에 40년 동안이나 살면서도 아직 라디오를 ‘무선’ 이라고 하는 영국 출신 노신사에게서 선물받은 거지. 정신이 말짱할 때는 겉치레로만 매력적인 노인일 뿐이었지만, 나야 개의치 않았지. 겉치레건 아니건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매력도 없으니까 말이야. 칸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친구에게 매력이 있다고 쳐도 제철공 속옷 정도의 매력이겠지. 이 고객은 정신이 나가면 계좌도 없는 은행의 수표를 쓰는 이상한 습관이 있었어. 그렇지만 이 사람은 항상 잘 빠져나왔고 내 호의로 큰집에 안 가고 버틸 수 있었지. 그 사람이 이걸 주더군. 대학살을 계획하는 한 쌍의 인디언 추장처럼 우리 둘이 이거나 피워볼까?”

 

“난 시가는 안 피워.”

 

그러자 피터스는 거대한 시가를 슬픈 듯 바라보았다.

 

“나도 마찬가지야. 칸에게 줄까 생각도 해봤지. 그렇지만 이건 1인용 시가도 아니고, 더더구나 칸에게 줄 마음은 없어.”

 

그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거 아나? 칸 얘기를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걸. 아마 내가 신경이 좀 날카로워졌나 봐.”

 

그는 서랍 속에 시가를 도로 집어넣고는 펼쳐놓은 파일을 보았다.

 

“여기서 뭘 찾고 싶은데?”

 

“값비싼 취향과 그것을 만족시켜 줄 만한 돈을 가진 부유한 알코올 중독자를 찾고 있어. 지금까지는 수표가 거절당한 적은 없는 것 같아. 그런 얘기는 어쨌거나 못 들어봤어. 폭력적 기질이 있고 그 부인이 걱정하고 있지. 부인 생각으로는 남편이 어딘가 알코올 중독자 요양원 같은 데 있을 것 같다고 하는데, 본인도 확신할 수는 없나 봐.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이라고는 V 박사라는 이름이 나온 시구뿐이지. 단지 머리글자뿐이야. 내가 찾고 있는 남자는 지금 사흘째 실종 상태고.”

 

피터스는 신중하게 나를 응시했다.

 

“별로 오래되지도 않았군. 뭣 때문에 걱정하는 거야?”

 

“내가 그 친구를 먼저 찾으면 돈을 받지.”

 

그는 나를 좀더 바라본 뒤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알았네. 찾아보지.”

 

그는 파일의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별로 쉽지 않겠어. 이런 사람들은 계속 돌고 도니까. 한 글자 가지고서는 실마리가 안 되잖아.”

 

그는 한 장을 폴더에서 찾아 뺀 뒤 다시 여러 장을 넘겼다가 다른 한 장을 더 빼내고서는 마지막으로 세 번째 장을 빼냈다.

 

“여기 세 사람이 있어.”

 

그가 말했다.

 

“에이머스 발리, 접골사. 알타디나에 있는 큰 업소지. 50불이면 야간 출장도 와줬다고 해. 지금도 그럴걸. 면허증을 소지한 간호사 두 명이 있고. 2년 전쯤 주 마약단속반 사람들하고 약간 알력이 있어서 처방전을 제출한 적이 있었군. 이 정보는 아직 갱신되지 않았는데.”

 

나는 이름과 알타디나의 주소를 받아 적었다.

 

“그리고 레스터 부카니치 박사가 있어. 이비인후과. 헐리우드 대로의 스톡웰 건물. 이 친구는 동류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사람이야. 주로 진료소에서 진료만 하고 만성 비강염 전문인 것 같군. 비교적 깔끔한 방식으로 장사하지. 가서 안면두통이 있다고 하면, 비강을 세척해주거든. 물론 처음에는 노보카인으로 마취시키고. 그렇지만, 환자 외모가 마음에 들면 노보카인으로 마취할 필요는 없는 거지. 알아듣겠어?”

 

“그럼.”

 

나는 그 이름도 받아 적었다.

 

“이건 좋은데.”

 

그는 좀더 읽으면서 말을 이었다.

 

“문제는 의약품 수급에서 생기는 것 같아. 그래서 이 부카니치 박사는 엔세나다 앞바다에서 낚시질을 잔뜩 한 다음 자가용 비행기로 날라온다는군.”

 

“이 의사가 마약을 자기 몸에 지니고 들어온다면 오래가지 못할 것 같은데.”

 

피터스는 그 말을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내 생각은 달라. 지나치게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언제까지나 꾸려나갈 수 있을 거야. 그 사람에게 진짜 위험이 있다고 한다면, 만족할 줄 모르는 손님이겠지. 아, 내 말은 환자 말이야. 하지만 그 사람도 그런 손님을 어떻게 다루는지는 알지 않겠나. 같은 진료소에서 15년이나 진료를 하고 있는걸.”

 

“대체 어디서 이런 정보를 다 얻었나?”

 

나는 그에게 물었다.

 

“우린 협회 소속이잖아, 친구. 자네처럼 외로운 늑대가 아니라고. 어떤 건 고객에게 직접 얻기도 하고 어떤 건 내부에서 듣기도 하지. 칸은 정보에 돈 쓰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거든. 그 친구는 자기가 필요할 때는 사교적이 된다네.”

 

“이 대화를 들으면 좋아하겠군.”

 

“칸 따위는 엿이나 먹으라고 해. 마지막으로 찾아낸 남자는 베린저라고 하는 남자야. 이 사람을 기록해둔 요원은 오래 전에 그만뒀군. 언젠가 세풀베다 계곡에 있는 베린저의 목장에서 한 여자 시인이 자살을 했어. 거기에 작가를 위한 문학 모임을 갖고 있나 봐. 세속에서 떨어져서 동류끼리 어울릴 수 있는 그런 모임. 비용도 적당하군. 사람도 합법적으로 보이고. 의학박사가 아니라 철학박사인가 본데. 솔직히 말해서 왜 이런 사람이 이 파일에 끼여 있는지 모르겠네. 이 자살 사건에 수상한 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는 빈 종이에 붙어 있는 신문기사 조각을 집었다.

 

“아, 모르핀 과다복용이군. 베린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어.”

 

“베린저가 마음에 드는데.”

 

내가 말했다.

 

“아주 마음에 들어.”

 

피터스는 파일을 덮고 탁 쳤다.

 

“자네 이건 본 일이 없는 걸세.”

 

그는 일어서서 방을 나갔다. 그가 돌아왔을 때 나는 가려고 일어서 있었다. 나는 그에게 감사 인사를 하려고 했으나 그는 손을 흔들어 가로막았다.

 

“이봐. 자네가 찾는 남자가 있을 만한 곳은 수백 군데는 될 거야.”

 

나는 안다고 말했다.

 

“자네 친구 레녹스에 대한 얘기를 하나 들었네. 자네가 관심 있어할지도 몰라. 우리 요원 중의 한 사람이 오륙 년 전 뉴욕에서 만났던 어떤 남자와 외모가 아주 일치하더란 말이야. 그런데 그 사람의 이름은 레녹스가 아니었다고 하더군. 마스튼이었어. 물론 그 친구가 틀릴 수도 있겠지. 그 남자는 항상 취해 있었다고 하니까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는 말했다.

 

“같은 사람일 것 같지 않은데. 왜 이름을 바꾸겠나?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참전 기록이 있었는데.”

 

“그건 생각하지 못했군. 그 요원은 지금 시애틀에 있어. 뭔가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 친구가 돌아오면 얘기해봐. 그 친구 이름은 애시터펠트야.”

 

“여러모로 고맙네, 조지. 10분치고 꽤 길었어.”

 

“언젠가 나도 자네 도움이 필요할지 모르잖아.”

 

“칸 협회는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을걸.”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무례한 손짓을 해 보였다. 나는 그를 금속성 회색빛 감방에 놔두고 나와 응접실을 지나쳤다. 이제 보니 그 응접실도 괜찮은 곳이었다. 감방 같은 회색만 보았더니 그런 요란한 색깔로 꾸민 것도 이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