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성
새벽 4시, 보트를레는 장송 고등학교의 친구 집에 있었다. 그는 뤼팽에 대한 싸움이 끝나기 전에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으리라.
철없는 맹세! 어리석은 싸움! 무기도 없는 외톨이 소년이 엄청난 능력을 가진 천재와 대결해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 그는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암호의 해석은 틀렸던 것이다.
「에귀유」 라는 말은 그 크뢰즈 냇가의 성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아가씨들」 이라는 말도 레이몽드와 쉬잔 양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 쪽지의 암호는 수백 년 전에 씌어진 것이 아닌가.
그러니 모든 것을 다시 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단 하나의 확실한 자료는, 루이 14세 때에 발간된 책 뿐일 것이다. 그런데, 「철가면」의 사나이가 찍어 낸 100권 중, 타지 않고 남은 것은 두 권 뿐이다. 한 권은 근위 대위가 훔쳐가서 없어져 버렸다. 또 한 권은 루이 14 세가 간직한 뒤, 루이 15세에 전해졌다가 루이 16세가 태워버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페이지를 베껴 쓴 것은, 마리앙트와네트에게 전해져, 기도서의 표지 밑에 감추어져 있을 것이다.
그 쪽지는 어찌 되었을까? 보트를레의 손에 들어와 있는 것을, 뤼팽이 브레두 서기를 시켜서 빼앗아 간 것이 그것일까? 아니면, 아직도 마리앙트와네트의 기도서 속에 끼워져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문제는, 왕비의 기도서는 어찌되었느냐? 는 것이 된다.
보트를레는 조금 쉬고 나서, 유명한 옛 문서 수집가인, 자기 친구의 아버지를 찾아가서 물어보았다. 그 결과, 그것이 카르나발레 박물관에 간직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박물관의 문이 열리자마자, 보트를레는 친구와 함께 자동차에서 뛰어내렸다.
“여어! 보트를레 씨!”
놀랍게도, 「에귀유 크뢰즈 사건」을 맡은, 여러 신문사의 기자 10여 명이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다가 인사를 했다. 모두 박물관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온 목적을 알게된 관장은, 그들을 한 유리 상자 앞으로 안내하여 책 한 권을 보여 주었다. 보트를레는 조금 떨리는 손으로 그 책을 집었다. 첫째, 책을 싼 양피지다.
책 앞쪽의 표지 사이를 찾았으나, 감춰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책 뒤쪽의 양피지를 벗기고 보니, 종이 한 장이 불거졌다.
“야, 있구나!”
보트를레는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그러고는 둘로 접은 쪽지를 꺼냈다.
“어서 읽어봐. 붉은 잉크로 썼는데 그래, 저것 봐, 꼭 피 같아. 어서 읽으라니까!”
보트를레는 읽었다.
“나의 아들을 위하여, 1073년… 마리앙트와네트.”
갑자기, 보트를레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왕비의 사인 아래, 있었다…
있었다. 검은 잉크로 씌어진 '아르센 뤼팽'이라는 두 낱말이. 모두들 차례차례로 그 종이를 집어 들고는, 같은 말을 되풀이 했다.
“마리앙트와네트… 아르센 뤼팽.”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아르센 뤼팽!” 하고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이 귀중한 쪽지 아래에 적혀 있는 악마 같은 이름을 한결 더 무서워 보이게 했다.
“그렇소, 아르센 뤼팽이오. 뤼팽은 모든 것을 알아 내고, 훔쳐 냈습니다.” 하고, 보트를레는 말했다.
“훔치다니, 뭣을?”
“물론 그 종이 조각이죠! 루이 16세가 쓴 종이 말입니다. 나는 그걸 한 때 갖고 있었어요. 이것과 똑같은 것이었어요. 뤼팽이 왜 그 종이를 내가 갖고 있지 못하게 했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내가 그 종이를 살펴보기만 해도 그것을 이용할 수 있었을 테니까 그랬던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그 종이에 씌어져 있는 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았으니까, 틀림없이 성공할 자신이 있습니다.”
“어떻게요? 그 문서가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루이 16세가 그 설명을 써 놓은 책을 태워 버렸는데?”
“옳습니다. 하지만 루이 14세의 근위 대위가 불에서 꺼낸 한 권은 무사히 남아 있을 겁니다.”
“어떻게 알 수 있어요?”
“남아있지 않다는 증거도 없으니까요.”
보트를레는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비밀을 쥐게 된 대위는, 그것을 군데군데 베껴 쓰기 시작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설명을 주지 않고 있는데, 왜 그랬을까요? 그는 이 비밀을 이용하려는 유혹에 결국은 지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증거가 뭐냐고요? 그가 죽었을 때 몸에 지니고 있었던 그 굉장한 보석이 증거지요. 그는 그것을 틀림없이 왕실의 보물창고에서 꺼냈을 겁니다. 그런데 그것을 감춰 둔 곳은 아무도 모르므로, 에귀유의 비밀이 되고 만 겁니다. 뤼팽도 내게 그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그의 말은 결코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 얘기에 관해서 널리 선전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에귀유의 조약’이라는 책을 찾고 있다는 것을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립니다. 어쩌면 어느 시골 구석에서라도 나올지 모르니까요.”
곧 신문 광고를 냈다. 그리고 보트를레는,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기다리지도 않고 일을 시작했다.
대위는 가용 근처에서 죽은 것으로 알고 있었으므로, 그는 바로 그 날로, 그곳으로 갔다. 물론 200년이나 전에 일어났던 사건을 제대로 조사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추억이나 그 고장의 전설 같은 데에 흔적이 남아 있는 그런 예도 있는 것이다. 그는 가용 근처에서 파리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알아보았으나, 헛수고였다.
그는 조사의 방향을 바꾸었다. 루이 16세가 갇혀 있을 때 탕플 탑에 파견되었고, 그 후 나폴레옹의 장교로 워털루 싸움에 나갔던 사나이의 증조부인, 그 대위의 이름을 알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애쓴 보람이 있어, 그는 마침내 두 개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었다.
하나는 루이 14세를 섬긴 라르베리 씨라는 사람이었고, 또 한 사람은 공화국 시대의 라브브리라는 시민이었다. 이것을 알아 낸 것만으로 벌써 중요한 단서가 잡힌 셈이었다. 그는 이 라르베리 씨나 그 자손에 관해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신문에 냈다.
그에게 대답을 써 보낸 사람은 이번에도 역시 전에 신문에 편지를 실었던 아카데미 회원 마시방 씨였다.
‘보트를레 씨에게.
참고로, 볼테르의 글 한 구절을 알려 드립니다. 이것은 그가 지은 책 '루이 14세 시대'의 원고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인데, 그 책 속에는 빠져 있는 부분입니다.
<루이 14세는 어느 날, 라르베리 씨가 암살되고 훌륭한 보석을 빼앗겼다는 소식을 듣자, 황급히 마차를 타고 납시었다. 국왕은 매우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았으며, ‘다 글렀다… 다 글렀다…’ 중얼거렸다. 이듬해 이 라르베리의 아들과, 벨린 후작에게 시집간 딸은 프로방스와 브레타누 지방으로 귀양을 갔다. 여기에는 무슨 곡절이 있음에 틀림없다.>
이 글에서 어떤 실마리를 끌어 낼 수 있는지, 그리고 두 사건의 사기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당신은 아시겠지요. 라르베리 씨에게는, 아마도 장교 라르브리의 할아버지일지도 모를 아들과 딸 하나가 있었다는 것으로 보면, 라르베리가 남겨 놓은 서류의 일부는 그 딸의 손으로 넘어갔고, 그 서류 속에는, 대위가 불 속에서 꺼낸 그 한 권의 책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가 조사해 보았더니, 렌 부근에 벨린이라는 남작이 살고 있는데, 이분이 벨린 후작의 자손이 아닐까요? 그래서 나는, 행여나 싶어, 어제 이 남작에게 편지를 냈습니다. 제목에 에귀유라는 말이 들어가 있는 한 권의 낡은 책을 혹시 가지고 있지 않느냐고 물어 본 거지요.
나는 지금 그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일에 관해서 당신과 이야기 할 수 있다면 매우 기쁘겠습니다. 괜찮으시다면 한번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오후에, 보트를레는 마시방 씨의 집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러나 마시방 씨는 갑자기 일이 생겨서, 편지를 써놓고 조금 전에 나가고 없었다.
보트를레는 편지를 뜯어 보았다.
‘약간의 희망을 주는 전보를 받고 떠납니다. 렌에서 묵을 예정입니다. 당신은 저녁 기차를 타고, 렌에서 내리지 말고, 벨린 역까지 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역에서 4킬로미터 쯤 가면 성이 있으니, 거기서 만납시다.’
보트를레는 저녁에 브레타뉴로 가는 기차를 탔다. 그리고 이튿 날 아침 6시에 벨린 역에서 내렸다. 그는 숲속으로, 4킬로미터의 길을 걸어갔다. 저 멀리 높은 언덕,기다란 저택이 보였다.
보트를레는 벨을 눌렀다. 하인이 문을 열고 물었다.
“어찌 오셨습니까?”
“벨린 남작님을 뵈려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명함을 내주었다.
“남작님은 아직 안 일어나셨으니까, 좀 기다리셔야겠습니다.”
“벌써 어떤 분이 먼저 오시지 않았습니까? 수염이 희고, 허리가 구부러진 분인데…”
보트를레는 신문에 난 사진으로 마시방의 모습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렇게 물었다.
“그분은 10분전에 오셨는데, 응접실로 모셔 드렸습니다. 이리로 오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