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은 작은 숲을 지났다. 그런 뒤에, 보트를레는 덤불 속을 기어가, 가시 울타리에 손을 여기저기 찢기면서 반쯤 몸을 일으켜, 열쇠를 살그머니 자물쇠에 꽂고 살짝 돌렸다. 그러고는 문을 미니, 문은 삐꺽거리지도 흔들리지도 않고 열렸다.

 

그는 정원으로 들어갔다.

 

“보트를레 군, 잠깐 기다려, 그리고 자네들 둘은 나갈 길이 끊기지 않도록 문을 지켜봐 줘.”

 

그렇게 말하고는, 발메라는 보트를레의 손을 잡고 캄캄한 나무 사이를 거쳐 잔디밭가로 나왔다.

 

때마침 한 줄기의 달빛이 구름 사이로 새어 나와, 뾰족뾰족한 종루들로 둘러싸인, 바늘 끝 모양의 탑이 솟은 성이 보였다. 에귀유 성이란 이름은, 이러한 탑의 모양에서 나온 것임에 틀림없었다. 창에는 불빛 하나 없었고, 소리 하나 들려 오지 않았다.

 

발메라가 동행자의 팔을 잡으며 속삭였다.

 

“쉿!”

 

“뭐요?”

 

“저기에 개가 있어…”

 

개들이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발메라는 나직이 휘파람을 불었다. 두 마리의 하얀 그림자가 뛰어와서, 주인의 발 밑에 뒹굴며 몸을 비벼댔다.

 

“얌전히 굴어라… 거기 누워! 됐어… 이젠 움직이지 마라.”

 

그러고는 보트를레에게 말했다.

 

“자, 이제 가지. 안심이야.”

 

“길은 틀림없겠죠?”

 

“그럼, 지금 테라스에 가까이 왔어. 거기에 잘 안 닫히는 겉창이 하나 있는데, 바깥에서 열 수가 있어.”

 

아닌 게 아니라, 거기에 가서 조금 당겨 보니, 겉창은 곧 열렸다. 발메라는 유리칼로 창유리 한 장을 잘라 내고, 걸쇠를 돌렸다. 그런 뒤에 그들은 한 사람씩 발코니를 뛰어넘어 성 안으로 들어갔다.

 

발메라가 말했다.

 

“이 방은 복도 끝에 있어. 다음 칸은 널따란 현관인데, 그 저쪽 끝에 계단이 있고, 그리로 올라가면 아버님이 계시는 방으로 갈 수가 있어.”

 

그러고 나서 그는 한 걸음 내디뎠다.

 

“따라오고 있지, 보트를레?”

 

“예, 예.”

 

“아니, 안 오지 않아?… 왜 그래?”

 

그는 보트를레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은 싸늘했다. 그리고 그는 보트를레가 방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왜 그러는 거야?”

 

“아무것도 아녜요. 좀 무서워요.”

 

“무서워?”

 

“예.” 하고 , 보트를레는 솔직하게 말했다.

 

“주눅이 든 거예요. 주위가 하도 고요해서… 그러나 곧 괜찮아질 거예요. 자, 인제 괜찮습니다.”

 

과연 그는 일어섰다. 발메라는 그를 방 바깥으로 끌고 나갔다.

 

그들은 더듬더듬 복도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하도 조용조용히 걸어갔으므로, 서로 상대방이 있는지 없는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이 향해 가고 있는 현관에는 희미한 불빛이 있는 것 같았다. 발메라가 기웃해 보니, 계단 아래에 탁자가 있고 그 위에 희미한 등불이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

 

“잠깐!” 하고 발메라는 속삭였다.

 

희미한 등불 옆에, 총을 든 한 사내가 파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을 본 것일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인기척을 느꼈음에는 틀림없다. 총을 겨누었으니 말이다.

 

보트를레는 큰 화분에 몸을 붙이고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꼼짝 않고 있었는데,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러는 동안 파수군은, 아무 소리도 나지 않고 아무것도 움직이는 기척이 없으므로, 안심한 듯 총을 내렸다. 그러나 머리는 여전히 화분 쪽으로 돌린 채로였다.

 

10분, 15분, 무서운 시간이 흘렀다. 계단의 창으로 달빛이 새어 들었다. 보트를레는 문득, 그 달빛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15분이나 10분도 못 가서, 자신은 달빛에 훤히 드러나게 되리라.

 

땀방울들이 그의 얼굴에서 떨리는 손 위로 떨어졌다. 그는 너무나도 무서워서, 하마터면 일어나서 달아날 뻔했다. 그러나 발메라가 거기에 있다는 생각이 나서, 눈으로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가 어둠 속을 기어가고 있는 것 같은 그런 기척을 느끼고는 깜짝 놀랐다. 발메라는 벌써 계단 아래, 파수군으로부터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다다르고 있었다.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그냥 지나갈 셈인가? 혼자 올라가서, 갇혀 있는 사람을 구출하려는 것인가? 그러나 지나갈 수가 있을까?

 

이제 발메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꼭 일어날 것만 같았다. 답답하고 무서운 고요가 그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자 느닷없이, 사람 그림자 하나가 파수군에게 달려들었다 등불이 꺼지고, 맞붙어 싸우는 소리가 났다. 보트를레는 재빨리 뛰어갔다.

 

두 사람의 몽둥이가 땅바닥에서 뒹굴었다. 보트를레는 그것을 들여다 보려고 몸을 구부렸다. 그때 신음 소리와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벌떡 일어나 보트를레의 팔을 잡았다.

 

“빨리 가자!”

 

그는 발메라였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가, 양탄자가 깔린 복도의 입구로 나왔다.

 

“오른쪽으로 가다가, 왼쪽으로 네째 번 방이야.” 하고 발메라는 속삭였다.

 

그들은 이내 그 방의 문을 찾아 냈다. 미리 짐작하고 있었던 대로,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그 자물쇠를 부수는 데에 그들은 30분이나 숨을 죽이고 소리를 내지 않도록 애를 써야만 했다. 마침내 방으로 들어갔다.

 

보트를레는 더듬더듬 침대를 찾아 냈다. 아버지는 주무시고 계셨다. 그는 아버지를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저예요. 이지도르예요… 그리고 친구 한 사람하구요… 아무 걱정 마세요… 일어나세요. 아무 말씀 마시구요…”

 

아버지는 옷을 다 입고 방을 막 나서려다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 안에 갇혀 있는 건 나 혼자가 아니다.”

 

“또 누구예요. 가니마르? 홈즈?”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못 봤다.”

 

“그럼 누구예요?”

 

“처녀 하나가 있어.”

 

“틀림없이 생 베랑 양이겠죠?”

 

“이름은 모르지만… 정원에 있는 걸 여러 번 멀리서 봤다… 그리고 내가 창에서 몸을 내밀면 그 여자가 있는 방의 창이 보인다. 그럴 때면 내게 손짓을 했지.”

 

“어느 방인지 아세요?”

 

“응, 이 복도의 오른쪽 셋째 번 방이다.”

 

“푸른 방이구나…” 하고 발메라가 중얼거렸다.

 

“그 문은 문짝이 둘이니까, 쉽게 열 수 있어.”

 

아닌 게 아니라, 곧 한쪽 문이 열렸다. 보트를레의 아버지가 처녀에게 알리러 들어갔다.

 

10분 후에 아버지는 처녀를 데리고 나와서 아들에게 말했다.

 

“네 말이 맞다. 생 베랑 양이다.”

 

네 사람은 계단을 급히 내려갔다. 발메라는 계단 아래에서 걸음을 멈추고, 쓰러져 있는 파수군을 살펴보았다. 그런 뒤에 , 세 사람을 테라스의 방쪽으로 끌고 가면서 말했다.

 

“저 놈은 죽지 않았어. 곧 깨어날 거야.”

 

보트를레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들이 밖으로 나가자, 두 마리의 개가 샛문까지 따라왔다. 거기서 보트를레는 두 친구들과 다시 만났다. 그들은 모두 정원으로 나왔다. 새벽 3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