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호된 타격에, 소년 보트를레는 한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그가 그 기사를 발표하게 된 것은, 어떠한 신중성도 무시하게 하는, 억제할 수 없는 열정에 이끌려서 한 일이었지만, 마음속으로는, 설마하니 아버지가 납치되리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 그는 충분히 경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세르부르의 친구들은 아버지를 보호하고, 혼자만은 결코 밖에 내보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편지도 먼저 뜯어 본 뒤라야 전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니 위험은 없다. 뤼팽은 위협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보트를레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이번의 타격은 정말 뜻밖이었던 것이다.

 

그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었다. 오직 한 가지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직접 현장에 가서 사정을 알아보고 손을 쓰자는 것이었다.

 

그는 저녁 8시 급행을 탔다. 기차 안에서, 그는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무심코, 플랫포옴에서 샀던 저녁 신문을 펴 보았다. 거기에는, 아침 신문의 그의 기사에 간접적으로 대답하는 뤼팽의 편지가 실려 있었다.

 

‘편집국장 귀하, 나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도 이런 평범한 시대에는 세상의 주목거리가 되는 모양입니다만, 사생활에는 일반대중의 불건전한 호기심이 뛰어넘어서는 안 될 한계가 있는 법입니다. 진실을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란 말입니까? 이제 진실은 다 알려져 있으며, 나는 그것을 서슴지 않고 고백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생 베랑 양은 살아 있습니다. 나는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여자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을 슬퍼하고 있습니다. 보트를레 소년의 조사는 완전히 정확합니다. 모든 점에서 틀림이 없습니다. 이제 수수께끼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내 마음의 상처를, 내 가슴 속의 감정을, 깊이 깊이 간직하고 있는 희망을 세상 사람들 앞에 드러내놓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조용한 생활을 바라고 있습니다. 생 베랑 양의 애정을 얻기 위해서도, 가난한 그 여자가 숙부와 사촌동생으로부터 받았던 수 많은 작은 모욕들을 그 여자의 기억에서 지워주기 위해서도 조용한 생활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그 여자가 바랄 수 있는 모든 것을, 비록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얻기 힘든 보물이라 할지라도, 그 여자의 발 아래에 갖다 바칠 것입니다. 그 여자는 행복해 질 것이고, 나를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조용한 생활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기를 내던지는 것이며, 또 적에게 화해를 청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적이 그것을 거절한다면, 매우 중대한 결과를 불러일으키게 되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 둡니다. 그리고, 하알링턴 씨에 관해서도 한 마디 말씀해 두겠습니다. 이 사람은 미국의 백만 장자인 쿨리 씨의 비서로서, 주인으로부터 유럽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모든 옛 미술품을 모아 들이라는 명령을 받은 훌륭한 청년입니다. 그는 불행하게도 내 친구 에티엔 드 보르레, 즉 아르센 뤼팽인 나를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제브르 백작의 네 폭의 루벤스의 그림과 예배당의 조각품을 안전한 곳에 옮긴 날까지, 내 친구 보드레와 하알링턴 씨 사이에는 성실한 거래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런데 하알링턴 씨는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이 불행한 미국인을 풀어 주고, 백만 장자인 쿨리 씨를 혼내 주고, 내 친구 에티엔 드 보드레, 즉 나를 칭찬해 주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하알링턴 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속기만 한 무고한 사람이기 때문이며, 쿨리 씨는 난처한 일이 생길까봐, 자기의 비서가 억울하게 잡혔는데도 두둔하고 나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드레, 즉 나는 이 인정머리 없는 쿨리 씨로부터 미리 받은 50만 프랑의 돈을 돌려 주지 않고 지니고 있음으로써 그의 비 양심에 대한 복수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귀하에게 경의를 표하며… 아르센 뤼팽.’

 

보트를레는 기차 안에서 이 편지를 읽고, 몇 시간이고 불안해 했다. 그는 무슨 이유에서 이런 편지를 신문에 냈을까? 그것은 마치 보트를레 자기를 속이기 위해 쓴 것 같기만 했다. 소년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기의 잘못으로 납치를 당한 늙은 아버지를 생각하자, 이렇듯 상대하기 힘든 무서운 적과 싸움을 계속한다는 것은 철없는 짓이 아닌가 싶어, 한없이 괴로웠다. 싸우기도 전에, 이미 뤼팽은 이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이렇게 풀이 죽은 것도 잠시일 뿐, 몇 시간을 푹 자고 나니 그는 다시 기운이 회복되었다.

 

그가 아침 6시에 기차에서 내렸을 때는 완전히 자신을 되찾아 가지고 있었다. 역에는, 보트를레의 아버지를 머물러 있게 해 준 병기고의 직원 프로베르발이, 13세 난 딸 샤를로트를 데리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트를레는 그들을 식당으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버지가 납치되시다니,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요?”

 

“그럴 리는 없겠는데, 아무튼 행방 불명이 되셨단 말이야.”

 

“언제부터입니까?”

 

“그걸 모르겠어.”

 

“뭐라구요?”

 

“어제 아침 6시에, 여느 때처럼 내려오시질 않기에, 내가 올라가서 문을 열어봤더니 안 계셨어.”

 

“그러나 그저께는 계셨겠지요?”

 

“그럼, 그저께는 방을 떠나시지 않으셨어. 좀 피곤하다고 하시기에, 샤를로트가 정오에 점심과 오후 7시에 저녁 식사를 갖다 드렸지.”

 

“그렇다면 아버지가 없어지신 건, 그저께 저녁 7시와 어제 아침 6시 사이였군요?”

 

“그래, 그저께 밤이야. 그런데 밤중엔 아무도 병기고에서 나갈 수가 없는데…”

 

“그래도 역시 나가셨으니까 안 계시는 거겠죠!”

 

“그럴 리가 없어. 철통같이 지키고 있었는걸.”

 

“침대에 이불이 펴져 있었던가요?”

 

“아니.”

 

“방도 깨끗이 치워져 있었고요?”

 

“그래, 파이프도 담배도 읽으시던 책도, 다 제자리에 있었어. 그 책 속에 자네의 이 조그만 사진도 있더군.”

 

보트를레는 그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것은 폐허와 나무가 있는 잔디밭에서,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찌른 채 서 있는 자기의 사진임에 틀림없었다.

 

“이건 내가 보낸 사진이 아닙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앙브뤼메지의 폐허에서 찍힌 겁니다. 아마 판사의 서기가 한 짓이겠지요. 그 녀석은 아르센 뤼팽의 일당이니까요.”

 

“그렇다면?”

 

“이 사진을 가지고 아버지를 믿게 했을 겁니다.”

 

“하지만 누가 어떻게 해서 내 집에 들어올 수가 있었겠나?”

 

“그건 나도 모르겠군요. 그러나 아버지께서 속임수에 넘어가신 건 확실합니다. 내가 근처에 와 있는데 아버지를 만나 보고 싶어한다고, 누가 그렇게 말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그 말을 곧이 들으셨겠지요. 그래서 아버지께서 그 곳에 가시자, 놈들이 덮쳐 버렸겠지요.”

 

“하지만 아버님은 그저께 온종일 방을 떠나지 않으셨고, 밤중엔 아무도 드나들질 못하는데…?”

 

“그야 알아보는 길이 있습니다. 그저께 병기고에서 보초를 선 사람을 만나 보십시오. 빨리 갔다 오세요.”

 

프로베르발이 나가고, 보트를레와 샤플로트만이 남아 있었다. 소년과 소녀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보트를레는 다정스럽게 소녀의 손을 잡았다. 소녀는 숨이 막힌 듯이 당황한 얼굴을 하고 소년을 한참 바라보더니, 갑자기 얼굴을 두 팔 속에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소녀가 우는 것을 가만히 보고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다 네가 한 일이지? 사진을 갖다 드린 것도 바로 너고, 그렇지? 안 그래? 우리 아버지가 그저께 방에 계셨다고 말했지만, 안 계셨다는 걸 너는 이미 잘 알고 있었지? 우리 아버지가 밖에 나가시는 걸 네가 도왔으니까 말이야…”

 

그는 소녀의 팔을 풀고 얼굴을 들게 했다. 가엾게도 그 얼굴에는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자, 이제 다 끝났어. 이런 얘기는 그만 하자… 그러나 내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다 얘기해 줘. 그 사람들이 무슨 말이라도 하는 걸 못 들었니? 어떻게 해서 모셔 갔니?”

 

소녀는 곧 대답했다.

 

“자동차로… 그 사람들이 자동차 얘기 하는 걸 들었어요.”

 

“그래, 어느 길로 갔지?”

 

“그런 건 몰라요.”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무슨 말을 하지 않던?”

 

“아니… 그렇지만 한 사람이 이런 말을 했어요. ‘서둘러야 겠어. 내일 아침 8시에, 두목이 그리로 전화를 걸 테니까.’ 라고 말이예요.”

 

“그리로라니? 어디야? 잘 생각해 봐. 무슨 도시의 이름이 아니던?”

 

“그래요… 사토… 뭐라는 이름이었는데…”

 

“샤토브리앙? 샤토 티에리?”

 

“아니, 그런 이름이 아니었어요…”

 

“샤토루?”

 

“맞았어요. 샤토루예요.”

 

보트를레는 소녀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일어나서, 문을 열고 역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