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는 거기만 하면 됩니다! 거기뿐입니다. 아르센 뤼팽을 찾아 낼 수 있는 곳은!”

 

“아르센 뤼팽이라고!”

 

피욜 씨는 펄쩍 뛰어 일어나면서 외쳤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르센 뤼팽, 저 위대한 모험가, 도둑의 왕, 그가 며칠 전부터 맹렬히 쫓고 있던 적이라니. 정말 그럴 수가 있을까? 그러나 아르센 뤼팽을 체포한다면, 판사에게는 당장 승진과 두둑한 보상이 보장될 것이었다.

 

가니마르는 태연했다. 보트를레는 그에게 말했다.

 

“형사부장님께서도 동감이시겠죠?”

 

“응, 그렇고말고!”

 

“이 사건의 주모자가 뤼팽이라는 걸 결코 의심하지 않으셨겠지요?”

 

“조금도! 뤼팽의 수법은 보통과는 다르거든.”

 

“정말, 정말 그럴까?”

 

피욜 판사는 되뇌었다.

 

“정말 그렇고말고요!” 하고, 소년은 외쳤다.

 

“그들이 무슨 머릿글자를 써서 통신하고 있는지, 이 조그만 사실만 가지고도 알 수 있습니다. A.L.N.이 곧 아르센(ARSENE)이란 이름의 머리 글자와, 뤼팽(LUPIN)이라는 성의 머리글자와 끝글자입니다.”

 

“아! 자네는 아무것도 놓치지 않는군 그래. 참으로 무서운 사람이로군. 이 늙은 가니마르도 손을 들었네.”

 

보트를레는 기뻐서 얼굴이 빨개져 가지고, 형사부장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세 사람은 발코니로 다가가서 폐허를 내려다보았다. 피욜 씨가 중얼거렸다.

 

“그래, 놈은 저기에 있을 거란 말이지?”

 

“저기에 있습니다.” 하고, 보트를레는 나직이 말했다.

 

“쓰러졌을 때부터 저기에 있습니다. 그가 레이몽드 양과 두 하인의 눈에 띄지 않고 달아난다는 건, 논리상으로나 실제로나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슨 증거가 있나?”

 

“증거는 공범자들이 남기고 갔습니다. 그 날 아침, 그들 중의 하나가 운전사로 둔갑하여, 여러분들을 여기로 태우고 왔지요...”

 

“증거품인 그 가죽모자를 찾아 가려고?"

 

“그렇죠. 그러나 또 다른 무엇보다도, 장소를 봐 두고, 두목이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겠지요.”

 

“그래서 알아 냈을까?”

 

“그렇겠지요. 그는 숨은 곳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두목이 매우 위독하다는 것도 알았겠지요. 그러기에, ‘두목이 죽으면, 아가씨를 가만 두지 않겠다!’는 협박의 쪽지를 쓴 거지요.”

 

“그러나, 일당이 그 후 두목을 구출해 갔을 게 아닌가?”

 

“언제요? 판사님의 부하들은 폐허를 떠나지 않았어요. 그리고 옮긴다면 어디로 옮겨 놓는단 말입니까? 다 죽어가는 사람을 말이예요... 그랬다간 들켜 버렸을 걸요? 반드시 저기에 있습니다. 의사를 불러 온 곳도 바로 저 곳입니다. 경관들이 애들처럼 불난 곳으로 우르르 몰려가 있을 동안에 말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 있을까? 살아가려면 물과 먹을 것이 필요한데!”

 

“저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그러나 맹세코, 그는 저기에 있습니다. 그건 틀림없습니다.”

 

보트를레는 손가락을 폐허로 뻗치고, 공중에 조그만 동그라미를 그리며 그것을 차츰차츰 좁혀 가더니, 마침내 하나의 점을 가리켰다. 그 점을 두 사람의 동료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둘 다 몸을 구부리고, 보트를레와 같은 확신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렇다, 아르센 뤼팽은 저기에 있는 것이다. 그것을 이제는 두 사람도 의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저기 어딘가 캄캄한 곳에 숨어서, 제대로 구완도 받지 못한 채 그 유명한 모험가가 땅바닥에 누워서 죽어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측은하고 처량하기까지도 했다.

 

“만약에 죽는다면?” 하고, 피욜 씨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보트를레가 대답했다.

 

“만약에 죽는다면, 그리고 공범자들이 그걸 확실히 알게 된다면, 레이몽드 양을 잘 지켜 주십시오. 판사님. 복수가 무서울 테니까요.”

 

그 후 조금 있다가, 보트를레는 피욜 판사가 한사코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이 날로 휴가가 끝나니 할 수 없다면서, 디에프를 거쳐 파리로 돌아갔다. 가니마르는, 앙브뤼메지의 폐허를 샅샅이 살펴보았으나, 아무 성과도 얻지 못하고, 저녁에 급히 돌아갔다. 집에 도착하니, 다음과 같은 속달이 와 있었다.

 

‘형사부장 귀하. 참고삼아 몇 가지의 정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아르센 뤼팽은 에티엔 드 보드레라는 이름으로, 1년 전부터 파리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이 이름은 사교계의 기사나 스포츠 소식 속에서 종종 보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대여행가로, 벵골 지방에 호랑이 사냥을 간다거나 시베리아로 여우 사냥을 간다는 핑계로, 오랫동안 집을 비우는 일이 많습니다. 사업을 하고 있다지만, 무슨 사업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그의 현주소는 마르뵈프 거리 36번지입니다. (아시다시피, 마르뵈프 거리는 45우편국 근처입니다.) 앙브뤼메지 사건의 전날인 4월 23일 목요일부터, 그의 소식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지도르 보트를레.’

 

이튿날 아침, 가니마르는 마르뵈프 거리 36번지에 가보았다. 문지기에게 몇 가지 물어 본 뒤에 그의 방에 들어가 보니, 벽난로 속에 재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4일전에 그의 친구 둘이 와서, 수상한 서류는 모두 태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니마르가 막 나오려고 했을 때, 우편 집배원이 보드레 앞으로 온 편지 하나를 가져왔다. 거기에는 미국의 우표 가 붙어 있었는데, 그 사연은 다음과 같았다.

 

‘제브르 씨의 네 폭의 그림을 손에 넣으시면, 약속된 방법에 따라 곧 보내 주십시오. 다른 물건도 가능하시다면 함께 보내주십시오. 갑자기 볼일이 생겨서, 저도 그곳으로 떠납니다. 이 편지와 동시에 도착 할 것입니다. 그랜드 호텔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하알링턴.’

 

바로 이날, 가니마르는 미국인 하알링턴을 공범죄로 잡아들였다.

 

이리하여 17세 소년의 뜻하지 않은 정보 덕택으로, 사건의 매듭이 차츰 풀려 가고 있었다. 아르센 뤼팽의 체포는 시간 문제가 되었다. 그의 파리 주소는 알려졌고, 그의 탈은 벗겨졌으며, 그가 오랫동안 걸쳐 교묘 하게 꾸며 놓은 음모의 하나가, 완전히 이루어지려는 순간에 들통이 나 버린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놀라움과 감탄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떠들어댔다. 신문이란 신문은 모두 이 고교생과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가니마르와 피욜 씨가 그 무능함을 여지없이 드러낸 반면, 모든 승리의 공은 보트를레에게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