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의 침착하고 자신만만한 데에 감탄하여, 모두들 그의 말에 바짝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면 살인범이 어디 있는지도 알겠구만?”

 

“예!”

 

피욜 판사는 두 손을 비볐다.

 

“거 참 잘 됐군! 덕분에 내가 공을 세울 수 있겠는데. 그럼 지금 당장 그걸 알려 주겠나?”

 

“예, 당장이라도… 하지만, 괜찮으시다면 한 두 시간 후 수사가 일단 끝난 뒤에 말씀드리지요.”

 

이때, 처음부터 보트를레르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던 레이몽드가 피요 판사에게 나와서 말했다.

 

“판사님, 저분에게, 어제 무슨 이유로 샛문 바깥 길에서 어정거리고 있었는지 물어 봐 주세요.”

 

그것은 뜻밖의 말이었다. 보트를레도 당황해 보였다.

 

“제가요, 아가씨? 저를 어제 보셨다고요?”

 

레이몽드는 망설이듯 계속 보트를레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어제 오후 4시쯤 산책을 하고 있었는데, 저분과 키도 같고 복장이랑 수염도 같은 청년 하나를 만났어요. 그런데 어쩐지 사람의 눈을 피하고 있는 듯 하더군요. 틀림없이 저 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도, 꼭 그런 것만 같아요…”

 

“아가씨께서 잘 못 알고 계신 겁니다. 그걸 증명하는 건 문제 없습니다. 저는 어제 그 시간에 뵐에 있었으니까요.”

 

“그 증거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어쨌든 사정이 달라졌는걸. 수사반장, 부하 하나를 저 사람에게 붙여 놓게나. 필요한 정보를 얻을 때까지 말일세.”

 

보트를레는 무척 난처한 빛을 보였다.

 

“판사님, 되도록 빨리. 그리고 비밀리에, 정보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건 왜?”

 

“제 아버님은 늙으셨습니다. 그러니 저 때문에 아버님께 걱정을 끼쳐 드리고 싶지 않아요.”

 

보트를레는 울먹울먹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판사는 약속했다.

 

“오늘 저녁… 늦어도 내일까지는 처리하겠네.”

 

판사는, 이번에는 구경꾼들은 다 쫓아 버리고, 수도원의 폐허로 돌아가서, 몸소 수색대를 지휘하여, 이잡듯이 뒤지게 했다. 그러나, 저녁 때가 다 되어서도 아무런 실마리도 얻지 못했다. 그러자, 판사는 이 저택에 몰려와 있는 수많은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점으로 미루어보아, 부상자는 우리의 손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만 실제는 그렇지가 않으니, 빠져 나갔음에 틀림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니 그를 잡게 되는 곳은 저택 바깥일 것입니다.”

 

그래도, 판사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수사 반장과 의논하여 정원에다 파수꾼을 세워 놓게 하고는, 검사와 함께 디에프로 돌아갔다. 밤이 되었다 다발의 시체는 침실에서 다른 방으로 옮겨졌다. 아래층에서는 보트를레가 숲지기의 감시아래, 기도실의 벤치 위에서 자고 있었다. 밖에서는, 경관들이며 소작인, 그리고 두어 명의 농부들이 폐허의 여기저기를 지키고 있었다. 11시까지 일없이 조용했다. 그러더니 별안간, 한 발의 총 소리가 저택의 저쪽에서 울려 왔다.

 

“출동!” 하고, 수사 반장이 고함을 질렀다.

 

“두 명만 여기 남고, 다들 뛰엇!”

 

다들 뛰어갔다. 어둠 속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달아났다. 그러더니 이내 두 번째의 총소리가 더 멀리, 농장 끝에서 터졌다. 모두들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니 소작인의 집 오른 쪽 헛간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저런 악당들 같으니!” 하고, 크비용 수사 반장은 외쳤다.

 

“불을 지른 건 놈들이다. 다들 쫓아가라. 아직 멀리는 못 갔을 거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 불꽃이 몸채 쪽으로 쏠리므로, 우선 불을 가라앉혀 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불을 다 끄고 보니 2시였다. 그제야 쫓아가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수사 반장이 말했다.

 

“날이나 새거든 조사해 보자. 틀림없이 무슨 흔적을 남겨 놓았을 거다.”

 

모두 폐허로 돌아갔다. 그러나 거기에 남겨 두었던 두 파수꾼이 보이지 않았다. 샅샅이 찾아본 결과, 샛문 바깥길에서 발견되었다. 두 파수꾼은, 꽁꽁 묶이고 입이 틀어막히고 눈이 가려진 채, 땅바닥에 나자빠져 있었다. 수사 반장이 입을 열었다.

 

“백작님, 이건 완전히 놀림감이 됐습니다그려, 총을 쏘고 불을 지른 건 모두 우리를 그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에, 두 파수꾼을 묶어 놓고 일을 치러 버린 거지요.”

 

“일이라니요?”

 

“부상당한 놈을 데려간 거지요, 제기랄!”

 

“그랬을까요?”

 

“예, 틀림없습니다. 더 일찍 알아챘어야 했는데. 저도 참 바보였어요. 모조리 잡아 버렸을 텐데…”

 

크비용 수사 반장은 화가 치밀어 발을 동동 굴렀다.

 

“대관절 어디로 빠져 나갔을까? 여태 어디에 숨어 있었을까, 이 불한당은? 그렇게도 온종일 이잡듯이 뒤졌는데, 정말 귀신이 곡할 일인데…”

 

크비용 반장의 놀람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날이 새어, 보트를레 소년을 가두어 두었던 기도실에 가 보니 그가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숲지기는 의자 위에 몸을 구부린 채 자고 있었다. 그 옆에는 물과 컵 두 개가 있었는데, 한 컵 밑바닥에는 하얀 가루가 조금 묻어 있었다. 검사 결과, 보트를레가 숲지기에게 마취약을 먹인 뒤, 창으로 달아난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재미나는 것은, 창의 높이가 2미터 반이나 되므로, 소년은 숲지기의 등을 발판으로 삼지 않고서는 창에 닿지 못했을 거라는 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