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암성
아침 6시가 되자, 마을 경찰서에서는 디에프 검찰청에 간단한 범죄 상황을 급히 알린 뒤에, 수사 반장이 현장에 달려왔다. 10시에는 두 대의 자동차가 저택을 향해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한 대에는 검사와 판사 및 그의 서기가 타고 있었고, 또 한 대에는 「르왕」 신문과 「파리」 신문의 두 젊은 기자가 타고 있었다.
낡은 저택이 보였다. 제브르 백작이 20년 전부터 살아온 집이다. 큰 시계가 있는 본관과, 그 양쪽에 두 채의 건물이 있는데, 여기서는 정원의 담장 너머로, 저 멀리 높은 언덕과 파란 바다가 보인다. 제브르 백작은 이 저택에서, 예쁘지만 허약한 금발의 딸 쉬잔과 조카 딸 레이몽드와 함께 살고 있었다. 레이몽드는 2년전에 한꺼번에 부모를 여의어 고아가 되었기 때문에 백작이 데려온 것이다. 저택에서의 생활은 조용했고, 때때로 이웃 사람들이나 찾아올 뿐이었다. 여름에는, 백작은 두 처녀를 날마다 디에프에 데려가 주었다.
백작은 키가 크고 머리는 희긋희끗했지만, 의젓한 미남이었다. 매우 큰 부자여서, 손수 자기의 재산을 다스리고, 비서인 장 다발의 도움을 받아 토지를 보살피고 있었다. 판사는 들어오자마자 수사 반장 크비용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범인의 체포는 시간 문제라는 것이었다. 정원의 출구를 모조리 지키고 있었으므로, 빠져 나가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행은 2층으로 올라갔다. 객실은 완전히 정돈되어 있는 것이 이내 눈에 띄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고, 없어진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화려한 벽장식 융단이 걸려 있었다. 안쪽 벽 널빤지에는, 신화의 장면을 그린 네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것은 루벤스의 유명한 그림들이었다. 판사인 피욜씨가 말했다.
“범죄의 목적이 도둑질이었다 하더라고, 결코 이 객실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누가 압니까?" 하고 검사가 말했는데, 그는 말 수는 적었으나 늘 판사의 의견과는 반대였다.
“그렇다면 도둑놈은 맨 먼저 저 벽걸이와 그림을 가져갔을 거요.”
“그럴 겨를이 없었겠지요”
“그 점은 곧 알게 되겠죠.”
이 때 제브르 백작이 의사와 함께 들어왔다. 백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두 사법관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그런 뒤에, 침실의 문을 열었다. 이 방은 범행 이후 의사 외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는데, 객실과는 반대로 몹시 어질러져 있었다. 의자며 탁자가 넘어지고 부서져 있었으며, 온갖 것이 방바닥에 흐트러져 있었다. 흩어진 몇 장의 흰 종이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의사는 시체를 덮어 놓은 시트를 벗겼다. 장 다발이 빌로오드의 평복에, 징을 박은 반장화를 신은 채 쓰러져 있었다. 셔츠를 젖혀 보니, 가슴에 커다란 상처가 나 있었다.
의사가 말했다.
“즉사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단도로 한 번 찔린 거지요.”
“객실의 가죽모자 옆에 놓아 둔 그 단도인가 보죠?”
“그렇습니다. 단도는 여기에 떨어져 있었지요. 애당초는 저 객실의 무기들 중에 끼여 있었는데… 운전사의 모자는 살인자의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피욜 판사는 방안을 자세히 살펴보고, 의사에게도 몇 마디 물어 본 뒤, 제브르 백작에게 자초지종을 말해 달라고 했다. 백작은 이렇게 이야기 했다.
“나를 깨운 건 장 다발입니다. 눈을 떠 보니, 다발이 침대 옆에 촛불을 들고, 저렇게 옷을 다 입은 채 서 있었습니다. 그는 밤 늦게까지 일은 하는 수가 흔히 있었지요. 그는 매우 흥분된 목소리로, ‘객실에 사람들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더군요. 나는 일어나서 침실의 문을 빠끔히 열었어요. 그 순간, 큰 객실로 통하는 저 쪽의 문이 확 열리더니 한 사나이가 내게 덤벼들어 주먹으로 관자놀이를 한 대 쳐서, 나는 그만 까무러쳐 버렸습니다. 판사님, 내가 더 자상하게 이야기 못하는 이유는, 주요한 사실밖에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고, 이런 사실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런 뒤에는?”
“그 뒤엔 통 모릅니다. 정신이 들어서보니, 다발이 쓰러져 있더군요.”
“의심이 가는 사람은 없습니까?”
“없습니다.”
“원수진 사람도 없고요?”
“없는데요”
“다발 씨도 원수진 사람이 없나요?”
“다발에게 그런 사람이 있느냐고요? 다발처럼 좋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 20년이 넘게 내 비서 노릇을 해 왔지만, 내 심복이라고 할 수 있고, 주위의 사람들은 그에 대해서 호의와 호감밖에 품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놈들의 가택 침입과 살인에는 무슨 동기가 있었을 게 아닙니까?”
“그야 순전히 도둑질이겠지요.”
“그럼 무슨 도난당한 거라도 있나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도난당한 것도 없고, 없어진 것도 없지만, 적어도 뭔가 가져갔겠지요.”
“그게 뭔가요?”
“나는 모릅니다. 그러나, 내 딸과 조카딸에게 물어 보십시오. 그 애들은 두 사나이가 큼직한 짐을 들고 정원을 지나가는 걸 봤다니까요.”
두 사촌 자매가 객실로 불려왔다. 쉬잔은 아직까지도 새파랗게 질려서 떨고 있어, 말도 제대로 못 했다. 레이몽드는 훨씬 더 침착하고 예쁜 얼굴에 그 갈색 눈을 반짝이면서, 간밤의 사건과 자기가 한 일을 이야기했다.
“그래, 아가씨 말씀은 틀림없겠지요?”
“예, 절대로 틀림없어요. 정원을 지나간 두 사나이는 물건을 들고 갔습니다.”
“세째 번 사나이는?”
“여기서 빈손으로 나갔습니다.”
“그는 플래시로 줄곧 우리의 눈을 부시게 해서 잘은 못 봤지만, 키가 크고 뚱뚱해 보였어요.”
“아가씨에게도 그렇게 보였나요?”
판사는 쉬잔에게 물었다.
“예…, 아니 , 오히려 제가 보기엔 보통 키에 약간 마른 것 같아 보였어요.”
피욜 판사는 빙그레 웃었다 똑같은 사실에 관해서도, 목격자에 따라서 의견과 보는 눈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객실에 있었던 사나이는, 큰 키이거나 중키이고, 뚱뚱하거나 빼빼하다는 것이고 정원의 두 사나이는 객실에서 물건을 내갔다고 하는데, 그 물건이 아직도 여기에 있다는 말이군요.”
이러한 상황에 있는 객실에 수많은 구경군들이 몰려와 있었다. 신문 기자들 외에도, 소작인 부자, 정원사 내외, 이어서 이 저택의 하인들, 디에프에서 자동차를 몰고온 두 운전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또 세 번째 사나이가 어떻게 달아났는지, 그것도 알아 둬야겠군요. 아가씨는 이 총으로 쏘았겠죠? 이 창에서…?”
“예, 그 사나이가 수도원 왼쪽의, 가시덤불로 덮인 묘석까지 다 갔을 때였어요.”
“그러나 다시 일어났지요?”
“겨우 절반쯤 일어났어요. 그때 곧 빅토르가 내려가서 샛문을 지켰고, 저는 하인 알베를 여기에 남겨서 감시하게 하고, 그의 뒤를 쫓았지요.”
그러자 알베르가 말을 했다. 그런 뒤에 판사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총을 맞은 사나이는 왼쪽으로 달아나지 못했군요. 자네 동료가 샛문을 지키고 있었으니까. 또, 오른쪽으로도 못 달아났어. 달아 났다면 잔디를 지나가는 것을 자네가 봤을 테니까 말야. 그러므로 그 사나이는 현재, 우리 눈에 보이는 비교적 제한된 범위 내에 있는 셈이군요…”
좌중은 모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검사는 빈정거리듯 외쳤다.
“수사 범위는 좁아요. 그러니 4시간 전부터 시작한 수색을 계속하기만 하면 됩니다.”
피욜 판사는, 벽난로 위에 있던 가죽모자를 집어들고 살펴보더니, 수사 반장을 따로 불러 말했다.
“부하 한 사람을 즉시 디에프의 메그레 모자점에 보내서, 이 모자를 어떤 사람에게 팔았는지 알아봐 주게.”
검사가 가리킨 수사 범위지역 내에는, 중세에 유명했던 수도원 앙브뤼 메지의 폐허가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짓밟힌 풀 속에서는 이내 도망친 범인의 발자취가 눈에 띄었다. 새까맣게 마른 핏자국이 두 군데나 보였다. 수도원의 끝에 있는 아케이드의 모퉁이에서부터는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부상자는, 어떻게 레이몽드와 빅토르와 알베르의 눈을 벗어날 수 있었을까? 판사는, 열쇠를 갖고 있는 정원사에게 예배당의 문을 열게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이 건물은 고딕 양식의 걸작으로서, 그 현관의 테두리는 아름답게 조각이 되어 있었다. 예배당 안의 대리석 재단밖에는 아무 장식도 없어 숨을 만한 곳이란 하나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숨으려고 했더라도, 어떻게 들어올 수가 있었겠는가?
사람들은, 폐허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의 출입문으로 되어 있는 샛문까지 샅샅이 뒤졌다. 샛문 바깥길로 나온 피욜 판사는 몸을 구부렸다. 길바닥에는 자동차의 타이어 자국이 나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레이몽드와 빅토르는, 총을 쏘고 난 뒤에 자동차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고 했다.
판사가 넌지시 말했다.
“부상자는 제 패거리들과 함께 달아났나봐.”
“절대로 그럴 리가 없습니다. 여기에 틀림없이 있습니다.”
하고, 하인들은 끝끝내 주장했다. 판사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침울한 듯이 저택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정말 사건은 고약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도둑이 들어왔는데도 도둑맞은 것은 하나도 없고, 독 안에 들어 있는 범인은 보이지 않으니, 정말 재미없는 사건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