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까나락은 자기의 남편에게서 그처럼 차갑고 냉담한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낡은 티셔츠와 미제 자키 반바지를 걸치고 앉아 부엌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밤 9시 10분이었다. 7시에 그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어서 그것들을 세탁기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 바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겨우 반 잔만 마시고는 갑자기 그만두었다. 그런 다음에 그는 저녁을 달래서 아무 말 없이 먹었고, 그 뒤로는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다.

 

미셸은 무슨 말을 할지 몰라 그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가 해고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어쩌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은 르벡 씨와 함께 새로운 제과점을 열 만한 부지를 둘러보러 루앙으로 갈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겨우 스물네 시간이 좀더 지난 지금, 그는 속옷 바람으로 앉아 어두운 밤을 마냥 내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밤. 그것은 미셸이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이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마흔한 살이었던 그는, 독일 군대가 파리를 휩쓸고 있던 당시 그 도시의 자동차 정비공이었다. 지하 운동원으로서, 그는 매일 저녁 일이 끝난 뒤 세 시간씩 그들의 아파트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몰래 그 아래쪽의 길에서 이동하는 나치스 군대의 교통량을 지켜 보고 기록했었다.

 

전쟁이 끝나고 17년이 더 지났을 때, 그는 네 살난 미셸을 그 아파트 건물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가 자기가 점령 기간 동안에 무슨 일을 했었는지 보여 주었다. 아래쪽 길에 있는 차들이 요술처럼 독일 탱크, 반궤도차, 모터 사이클 따위로 바뀌었고, 보행자들은 소총과 기관총을 든 나치스 병사들로 바뀌었다.

 

미셸이 아버지의 그런 행위 뒤에 숨은 목적을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그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었는지 보여 주기 위해 그녀를 그 건물로 데려가 어둠 속에서 옥상으로 이끄는 동안, 비밀스럽고 위험한 과거를 그녀와 함께 나누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아주 개인적이고 특별한 일에까지도 그녀를 끼어 주었고, 그를 기억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그녀는 남편을 바라보며 그가 나쁜 일이면 나쁜 대로 받아들이는 자기 아버지 같을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들은 서로를 사랑했고, 결혼을 했고,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밖의 어둠은 그의 냉담한 태도를 이해하기에 더욱 고통스럽기만 할 뿐이었다.

 

방 건너편에서 세탁기가 멎고 빨래가 끝났다. 당장에 까나락이 벌떡 일어서서 세탁기 뚜껑을 열고 작업복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옷가지들을 내려다보면서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방을 횅하니 가로질러서 거칠게 옷장 문을 열었다. 잠시 뒤에, 그가 아직 젖은 빨랫감들을 비닐 쓰레기 봉지 속으로 집어 넣고 비닐끈으로 묶기 시작했다.

 

“아니, 뭘 하려는 거예요?”

 

미셸이 물었다.

 

그가 고개를 홱 치켜들었다.

 

“당신, 떠나도록 해. 마르세유에 있는 당신 언니 집으로, 처녀적 이름으로 호적도 바꾸고, 사람들 모두에게 내가 당신에게서 떠났다고 해. 나는 인간 쓰레기라고, 그리고 당신은 내가 어디로 갔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미셸은 어리둥절해졌다.

 

“내가 시킨 대로 해. 오늘 밤에 당장 여기를 떠나.”

 

“앙리, 뭐가 잘못됐는지 얘기해 봐요, 제발.”

 

대답을 하는 대신, 까나락이 쓰레기 봉지를 내던지고 침실로 들어갔다.

 

“앙리, 제발… 내가 도와줄게요.”

 

갑자기 미셸은 그 말이 진담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앙리를 뒤따라 침실로 들어갔다가 그가 침대 밑에서 찌그러진 여행 가방을 두 개 끄집어낼 동안 정신이 반쯤은 나간 채로 문간에 서 있었다. 그가 여행 가방을 그녀 쪽으로 밀었다.

 

“이걸 받아.”

 

그가 말했다.

 

“이거면 짐을 다 챙길 수 있을 거야.”

 

“싫어요! 난 당신 아내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죠? 어떻게 아무 설명도 없이 이럴 수가 있어요?”

 

까나락이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무슨 말인가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 바로 그 때 밖에서 자동차 경적이 한 번 울리고, 다음에는 두 번이 울렸다. 미셸이 눈을 가늘게 좁혀 떴다가 그를 밀치고 창가로 다가갔다. 아래쪽 길에 아그네스 당블롱의 흰색 시뜨로엥 승용차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엔진에는 시동이 걸려 있었고, 배기 가스가 밤 하늘로 떠올랐다.

 

앙리가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을 사랑해. 이제 마르세유로 가. 거기로 돈을 보내 주겠어.”

 

미셸이 그에게서 뒷걸음질로 물러섰다.

 

“당신은 루앙으론 가지도 않았군요. 저 여자하고 같이 있었어요!”

 

까나락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꺼져, 이 개자식! 저 아그네스 당블롱에게로 꺼져 버려!”

 

“가야 하는 건 당신이야.”

 

그가 말했다.

 

“어째서? 저 여자가 옮겨 와?”

 

“그게 당신이 듣고 싶어하는 소리라면. 좋아, 그래. 저 여자가 옮겨 와.”

 

“지옥에나 떨어져라, 언제까지고! 지옥에나 떨어져라, 이 개자식아! 이 천벌을 받을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