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랭과 맥비는 국립 자연사 박물관까지 오스본과 베라를 추적했고, 그 다음부터는 경찰 표지가 없는 또 다른 경찰차가 생루이 섬에 있는 베라의 아파트까지 그들을 미행했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선 직후, 르브랭은 무선으로 그 아파트의 주소를 보고받았다. 그리고 사십 초 뒤에는 우체국의 컴퓨터 확인 체크로 그 건물에 들어 있는 거주자들의 명단을 입수했다.

 

르브랭이 그것을 훑어보고 나서, 안경을 꺼내 쓰고 있던 맥비에게 건네주었다. 그 명단으로 께 드 베띤느 18번지에 있는 여섯 가구의 아파트가 모두 차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었다. 그 중 둘은 이름이, 아마도 독신녀임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이니셜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그 하나는 M. 세이리그였고, 다른 하나는 V. 모느레였는데, 운전면허 기록으로 M. 세이리그는 예순 살 된 모니끄 세이리그고, V. 모느레는 스물여섯 살 된 베라 모느레임이 밝혀졌다. 그로부터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르브랭의 경찰 표시가 없는 포드 승용차에 베라 모느레의 운전 면허증이 팩스로 들어왔다. 함께 온 사진으로 그녀가 폴 오스본과 동행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본부로부터 느닷없이 감시를 그만두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은 바로 그때였다. 르브랭이 들은 바로는 폴 오스본은 파리 경찰청이 아니라 인터폴의 감시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스본이 어떤 아가씨를 희롱하고 있을 동안 인터폴이 누군가를 시켜 길 건너편에서 감시를 하고 싶어한다면 그들이 경비를 치르게 놓아두자. 지역 경찰은 경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까.

 

맥비는 관료들이 예산의 귀퉁이르 잘라먹는다는가, 특정 선거구에만 유리한 행정을 펴는 정치가들이 배당된 자금을 서로 차지하려고 드는 시 예산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반 시간 뒤 르브랭이 미안해하면서 그를 다시 경찰청에 내려놓았고, 맥비는 이제부터 자기 발로 직접 뛰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어깨를 으쓱해 보인 다음, 인터폴이 그에게 배당해 준 문 두 개짜리 베이지색 승용차 쪽으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생루이 섬까지 돌아가는 길을 찾으려고 애쓰면서 사십 분이 넘게 맴돌듯 차를 몬 뒤에야, 맥비는 베라 모느레의 아파트 건물 뒤켠 주차장에 차를 댈 수 있었다. 한 블록을 다 차지한, 돌과 장식 벽토로 된 그 건물은 보존 상태가 아주 좋았고, 새로 페인트칠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건물 뒤쪽 아래층은, 적당한 간격을 두고 나 있는 직원 전용 출입구들이 묵직한 덧문들로 봉해져 있어서, 마치 밀폐된 군대 감옥처럼 보였다.

 

맥비는 차에서 내려 자갈 포장 도로를 따라 건물 모퉁이에 있는 네거리까지 반 블록을 걸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데다 쌀쌀하기까지 해서 으슬으슬 추웠고, 오래된 자갈 포장 도로는 그의 항공모함 같은 신발 밑에서 지독히도 미끄러웠다.

 

그는 손수건을 꺼내어 코를 푼 다음, 그것을 줄이 간 대로 조심스럽게 접어서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20세기 폭스 영화사 맞은편에 있는 파코 란쵸파크 골프 클럽에서의 스모그가 낀 날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소용이 없었다. 따스한 햇살이 퍼지기 시작하는 아침 8시경에 제 1구를 치고, 그 뒤로 몇 시간 동안 비번인 날에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지 않으려고 빠져 나온 다른 네 명의 살인 사건 담당 형사들과 함께 보냈던…

 

네거리에 이르자 맥비는 오른쪽으로 돌아 건물 앞쪽으로 걸어갔다. 놀랍게도, 그는 말 그대로 센 강 위에 있었다. 손을 내뻗으면 지나가는 유람선들이 잡힐 것만 같았다. 강 건너편으로는 왼쪽 제방 전체가 눈길이 미치는 데까지 좌우로 굽이치는 두꺼운 구름층 밑에 누워 있었다. 목을 뒤로 꼬아 위쪽을 올려다보다가, 맥비는 그 건물에 들어 있는 아파트들 모두가 똑같이 전망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았다.

 

‘이런 데라면 집 세가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질문은 자기의 두 번째 아내이자 그에게는 단 하나뿐인 참된 동반자였던 쥬디에게 했을 법한 소리였다. 첫번째 아내인 발레리와는 고등학교를 갓 마쳤을 때 결혼을 했었고, 그들은 둘 다 너무 젊었다. 발레리는 그가 경찰 학교를 거쳐 경찰 초년생으로 고생을 하고 있을 동안 슈퍼마켓에서 카운터로 일을 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일도, 경력도 아닌 아이였다. 그녀는 자기의 부모처럼 아들 둘에 딸 둘을 원했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그것이 전부였다. 맥비가 로스앤젤레스 경찰국에서 근무한 지 삼년째 접어들었을 무렵 그녀는 첫 임신을 했다. 그리고 넉 달 뒤, 그가 자동차 절도 사건을 수사하러 나가 있을 동안 그녀는 어머니 집에서 유산을 했고, 병원으로 옮기던 중에 출혈로 사망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고개를 들었다가 맥비는 자기가 베라 모느레의 아파트 건물 입구에서 선조 세공을 한 철제 덧문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안쪽에서 제복 차림의 도어맨이 그를 쳐다보았고, 그는 자기가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으려면 수색 영장을 가져 오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설령 수색 영장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하더라도, 무엇을 찾아낼 수 있을까? 아직도 행위중인 오스본과 미스 모느레? 그리고 또 무슨 이유로 그들이 아직 거기에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르브랭과 그의 부하들이 감시를 그만둔 것은 거의 두 시간 전이었는데…

 

몸을 돌려서 맥비는 다시 차를 세워 둔 곳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 분 뒤에는 오펠 승용차의 운전석에 앉아 어떻게 하면 생루이 섬을 벗어나 자기의 호텔로 돌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빨간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서 있다가 바로 옆 모퉁이에서 공중전화 부스가 보이자, 그는 고민스럽지만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고 왼쪽으로 도는 대신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 생각은 순식간에 떠오른 것이었다. 어떤 택시 앞을 가로질러 그는 길가에다 차를 세운 다음, 공중전화 부로 들어가 전화번호부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V. 모느레를 찾아 그녀의 아파트 번호를 돌렸다. 전화벨이 한참을 울렸어도 받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막 수화기를 내려놓으려는 참에, 어떤 여자가 전화를 받았다.

 

“베라 모느레?”

 

그가 물었다.

 

한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위.”

 

그녀가 대답했다.

 

그와 함께 맥비는 전화를 끊었다. 적어도 둘 중 하나는 아직 거기에 있었다.

 

 

“베라 모느레, 께 드 베띤느 18번지? 이름과 주소뿐이잖소?”

 

맥비가 서류철을 닫고 르브랭을 노려보았다.

 

“이게 전부란 말이오?”

 

르브랭이 담배를 비벼 끄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 6시가 약간 지난 시각이었고, 그들은 파리 경찰청 4층에 있는 르브랭의 조그만 사무실에 있었다.

 

“마구잡이 추측을 하는 열 살짜리 아이라도 그보다는 더 나을 거요.”

 

맥비의 말투가 그답지 않게 신랄했다.

 

 

그는 오후 한나절 동안 불법적으로 오스본의 객실에서 그의 소지품들을 뒤져 보았지만 빨리 않은 속옷과 여행자 수표, 비타민, 항히스타민제, 두통약,  그리고 콘돔 같은 것들 외에는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콘돔을 제외한다면, 다른 것들은 모두 맥비의 호텔 방에도 있는 것들이었다. 그의 방에 콘돔이 없는 것은 고무에 반감을 느껴서가 아니라 4년 전에 쥬디가 죽은 이후로, 솔직히 섹스에 관심을 잃었기 때문이었다.

 

결혼 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10대 소녀에서부터 중년의 고상한 숙녀들에 이르기까지 온갖 여인들과 그 짓을 해보는 데 대한 선정적인 환상을 품어 왔었다. 그리고 또 살인 사건 담당 형사를 위해 즉석에서 기꺼이 다리를 벌려 주겠다는 여자들도 수없이 만났었다. 물론 실제로 그랬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그러다 쥬디가 세상을 뜨고 나자 그 모든 것이, 심지어는 환상들까지도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였다. 그는 굶주렸다고 생각했다가 갑자기 배가 고파지지 않은 그런 남자 같았다.

 

오스본의 소지품들 중에서 잠시라도 그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스케줄 수첩에 끼어 넣어진 식당 영수증뿐이었다. 그것들은 9월 30일 금요일과 10월 1일 토요일 날짜가 찍혀 있었는데, 금요일 것은 제네바, 토요일 것은 런던에서였고, 두 사람 몫으로 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오스본은 그 두 도시에서 모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한 것이었다. 하지만 수천 수만의 다른 사람들도 그러기는 마찬가지였다. 맥비는 파리의 형사들로부터 오스본이 런던의 호텔에서 혼자 묵었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들은 아마 식사에 대해서는 물어 보지도 않았을 것이었다. 맥비가 지금 그를 머리 잘린 시체들과 관련시킬 이유가 없었던 것처럼 그럴 만한 이유란 없었다.

 

맥비가 몹시 실망한 것을 보고 르브랭이 미소를 지었다.

 

“이보시오, 당신은 여기가 파리라는 걸 잊고 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그런 말이오, 친구. 우리가 알아낸 게 그것뿐이라고 해도…”

 

르브랭이 효과를 노리고 잠시 말을 멈췄다.

 

“그 여자가 수상과 동침을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거지요.”

 

맥비가 입을 쩍 벌렸다.

 

“지금 그 말 농담이겠지요.”

 

“농담이 아닙니다.”

 

르브랭이 다시 담배를 붙여 물면서 말했다.

 

“오스본도 알고 있습니까?”

 

르브랭이 어깨를 으쓱했다.

 

맥비가 그를 노려보았다.

 

“그래서 그 여잔 제쳐 놨다 이겁니까?”

 

“위.”

 

르브랭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살인 사건 담당의 베테랑 형사라면, 그가 아무리 미국인이라 할지라도 ‘밀애’ 에 대해서 놀라기보다는 좀더 잘 알고 있어야 했다. 아니면 그 일이 얼마나 가망 없이 복잡해질 것인가 하는 파급 효과에 대해서라도…

 

맥비가 일어섰다.

 

“당신이 괜찮다면, 나는 호텔로 갔다가 런던으로 돌아가야겠소. 그리고 좀더 확실한 용의자가 있으면 당신 스스로 먼저 확인해 보시오, 알겠소?”

 

“이번에는 자청을 한 것 같은데요.”

 

르브랭이 씩 웃으면서 말했다.

 

“파리로 오겠다는 게 당신 생각이었다는 거 기억할 수 있을 겁니다.”

 

“다음 번에는 그 얘기를 해주시오.”

 

맥비가 문 쪽으로 걸어갔다.

 

“맥비, 오늘 오후에는 당신과 통 연락이 되지 않더군요.”

 

르브랭이 팔을 뻗쳐 담배를 눌러 껐다.

 

 

맥비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의 수사 방법은 그 나름의 것이었고, 언제나 완전히 합법적인 것은 아니었다. 또 언제나 동료 경찰관들이 파리 경찰국, 인터폴, 런던 경찰국,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경찰국 사람들이 관련되지도 않았다.

 

“나는 연락이 됐으면 했습니다만…”

 

르브랭이 덧붙였다.

 

“어째서요?”

 

맥비는 르브랭이 자기가 오스본의 방을 몰래 뒤진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떠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냉담하게 물었다. 르브랭이 책상 맨 위 서랍을 당겨 또 다른 서류철을 꺼냈다.

 

“우리는 이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그가 맥비에게 서류철을 건네면서 말했다.

 

“연락이 됐더라면 당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할 수 있었을 텐데요.”

 

맥비가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서류철을 펼쳤다. 그 안에는 지극히 잔혹한 살인 사건의 현장 사진들이 들어 있었다. 아파트처럼 보이는 곳에서 어떤 남자가 죽어 있는 사진이었다. 그 사진들은 사망자의 무릎을 클로즈업한 것들이었는데, 양쪽 무릎이 모두 한 발의 강력한 총격으로 으스러져 있었다.

 

“소음기가 장착된 미제 38구경 콜트 자동 권총으로 그렇게 된 겁니다. 우린 사망자 옆에서 그 총을 찾아냈죠. 손잡이에 테이프가 둘려 있었고, 지문은 없었습니다. 총기 번호도요.”

 

르브랭이 조용하게 말했다.

 

맥비는 그 다음 두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첫번째 것은 그 사내의 얼굴 사진이었는데, 실물 크기를 세 배 확대시킨 것으로 눈이 두개골에서 끔찍하게 돌출되어 있었고, 목에는 빨랫줄로 쓰였던 것처럼 보이는 끈이 단단히 졸려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은 사타구니 부위를 찍은 것으로, 그 남자의 국부가 총에 맞아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맙소사.”

 

맥비가 나지막하게 신음을 토해 냈다.

 

“같은 무기로 그렇게 된 겁니다.”

 

르브랭이 설명했다.

 

맥비가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가 이 사람에게 아는 대로 다 불게 하려고 그런 거요.”

 

“그게 만일 나였다면 알려고 하는 건 뭐든지 다 얘기했을 겁니다.”

 

르브랭이 말했다.

 

“그저 죽여 줬으면 해서요.”

 

“왜 나한테 이런 걸 보여 주는 겁니까?”

 

맥비가 물었다. 파리 경찰청 제 1국은 그 도시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의 해결에 관한 한 눈부신 업적을 보이고 있었다. 그들은 분명히 맥비의 충고를 필요로 하지는 않았다.

 

르브랭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당신이 지금 당장 런던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해섭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맥비가 한 번 더 열려진 서류철을 흘끔거렸다.

 

“이 사람 이름은 장 빠까릅니다. 콜브 인터내셔널 파리 지사에서 사설 탐정으로 근무했지요. 그런데 화요일에 폴 오스본 박사가 누군가를 찾아내려고 이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오스본이요?”

 

담배를 하나 더 붙여 물고 나서, 르브랭이 성냥을 불어 끄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프로가 한 짓이오, 오스본이 아니라.”

 

맥비가 대답했다.

 

“압니다. 과학 수사 팀이 깨진 유리 조각에서 흐릿한 지문을 하나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그건 오스본의 것이 아니었고, 우리 컴퓨터에는 그 지문과 일치하는 게 아무것도 없더군요. 그래서 우린 그걸 리용에 있는 인터폴 본부로 보냈습니다.”

 

“그랬더니요?”

 

“맥비, 우리가 그 사람을 발견한 건 겨우 오늘 아침입니다.”

 

“그렇더라도 오스본은 아니오.”

 

맥비가 분명하게 말했다.

 

“예, 물론 아니죠.”

 

르브랭이 동의했다.

 

“이 사건은 어쩌면 완전한 우연이고, 그 사람과는 아무 관련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맥비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르브랭이 서류철을 집어서 다시 서랍에 집어 넣었다.

 

“당신은 사태가 아주 복잡하고, 이 장 빠까르 건은 머리 없는 시체나 몸체 없는 머리완 아무 상관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요? 하지만 당신은 또 오스본 때문에, 그 사람이 이 일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아주 희박한 가능성 때문에 파리로 왔다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생겼어요. 그래서 당신은 우리가 더 충분히, 훨씬 더 면밀히 찾아본다면 결국 어떤 관계가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내 말 맞습니까, 맥비?”

 

맥비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