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수요일.

 

앙리 까나락이 제과점에서 반 블럭쯤 떨어진 조그만 식료품점으로 들어선 것은 오전 10시가 막 지난 시각이었다. 그는 미국인에게 폭행을 당한 사건 때문에 여전히 불안했지만 지난 이틀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그 사내가 다른 사람을 잘못 봤거나 아니면 단순히 미쳤을 것이라는 자기 아내와 아그네스 당블롱의 말에 수긍을 하기 시작했다. 그가 허리를 굽혀 일터로 가져갈 미네랄 워터를 몇 병 고르고 있을 때 뒤룩뒤룩 살이 찌고 거의 장님이나 마찬가지인 가게 주인이 갑자기 그의 팔을 잡아채서 내실로 데리고 들어갔다.

 

“무슨 일이오?”

 

까나락이 불끈해서 따지고 들었다.

 

“내 수표는 부도가 나지 않았단 말요.”

 

“그런 게 아니라…”

 

포도르가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지나 않은지를 확인하려고 두꺼운 안경 너머로 금전 등록기 쪽을 건너다보면서 말을 꺼냈다. 그는 이 가게의 주인이자 서기이며, 회계원에다 재고 조사원이며 그리고 관리인 노릇까지 도맡아 하고 있었다.

 

“어떤 사내가 좀 전에 여길 다녀갔소. 사설 탐정이었는데, 당신 얼굴을 서툴게 그린 그림을 갖고 있습디다.”

 

“뭐라고요?”

 

까나락은 가슴이 철렁하는 것을 느꼈다.

 

“그런 사내가 그걸 내보이고 돌아다녔소. 사람들한테 당신을 아느냐고 물으면서 말이오.”

 

“당신은 아무 말 안 했겠지요!”

 

“물론이오. 난 당장에 그 사람이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혹시 세무서원?”

 

“모르겠소.”

 

앙리 까나락이 눈길을 돌렸다. 사설 탐정이, 그것도 여기까지 추적을 해오다니. 어떻게? 갑자기 그가 다시 포도르를 쳐다보았다.

 

“그 사람 회사가 뭐요? 그 사람 이름 알아 뒀소?”

 

포도르는 고개를 끄덕였고 책상으로 쓰는 테이블의 하나뿐인 서랍을 열었다. 그리고 명함을 한 장 꺼내어 그에게 건넸다.

 

“그 사람이 우리한테 당신을 보면 전화를 걸어 달라고 합디다.”

 

“우리라니, 우리가 누구요?”

 

까나락이 물었다.

 

“가게에 있던 다른 사람들 말이오. 그 자가 여기 있던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다 물어 봤소. 다행히 그 사람들은 모두 뜨내기 손님이어서 아무도 당신을 알지 못했지만. 그 사람이 여길 나가서 어디로 갔고 누구하고 얘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소. 만일 내가 당신이라면 일터로 돌아갈 때 조심을 할 거요.”

 

앙리 까나락은 일을 하러 돌아가지 않았다. 그날 하루만이 아니라, 어쩌면 영영 돌아가지 않을지도 몰랐다. 손에 들고 있는 명함을 흘끔거리면서 그는 제과점으로 전화를 걸어 아그네스를 바꿔 달라고 했다.

 

“그 미국놈…”

 

그가 말을 이었다.

 

“그놈이 사설 탐정을 고용해서 내 뒤를 쫓고 있어. 만일 그 탐정이 나타나면 놓치지 말고 얘기를 해 봐. 누구도 그 자와 얘길 하지 못하게 하고. 그 탐정 이름은…”

 

까나락이 명함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이름은 장 빠까르이고 콜브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어.”

 

갑자기 그는 화가 뻗쳤다.

 

“그런데 뭐라고 할 셈이지? 뭐라고 해야 되는 줄 알아? 그 자한테 내가 지금은 거기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한동안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 그리고 내가 어디서 사는지 알려고 들더라도 모른다고 해. 내가 그만둔 뒤에 몇 가지 서류를 보냈는데 그게 옮겨 간 주소로 가지 않고 되돌아왔다고 말이야.”

 

그런 다음 까나락은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며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로부터 반 시간도 채 안 되어 장 빠까르는 제과점으로 들어가 그 안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바로 그 제과점이라는 것은 다른 두 가게 주인들과 어쩌다 그 스케치를 본 사내아이에게서 알아낼 수 있었다. 앞쪽에는 소매를 하는 조그만 매점이 있었고 그 뒤로는 사무실이 보였다. 그리고 사무실 너머로는 닫힌 문이 하나 있었는데, 빠까르의 짐작으로는 그 문이 뒤쪽의 빵을 굽는 곳으로 통하는 것 같았다.

 

어떤 늙수그레한 여인이 빵 두 덩이 값을 치른 뒤에 나가려고 돌아섰다. 빠까르가 그녀에게 웃어 보이며 문을 열어 주었다.

 

“메르시 보꾸(고마워요).”

 

그녀가 지나가면서 말했다.

 

장 빠까르는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카운터 뒤에 있는 젊은 여자를 돌아다보았다. 이 제과점은 그 사내가 일하는 직장이었으므로 이곳 직원 누구에게도 그 스케치를 보여 주어서는 안 될 것이었다. 그것은 누군가가 뒤를 쫓고 있다는 경고가 될 테니까. 그는 고용인들의 명담을 입수하기만 하면 되었다. 이곳은 급료 명부에 아마도 열 명이나 열다섯 명 정도만이 올라 있는 소규모 회사인 게 분명했고, 그들 모두가 중앙 조세국에 등록이 되어 있을 것이었다. 따라서 컴퓨터로 비교 분석을 하면 그들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열 명이나 열다섯 명 정도라면 조사를 하는 데 어려울 것이 없었다. 그저 삭제를 시켜나가기만 하면 찾는 사람이 드러날 것이었다.

 

카운터 뒤에는 젊은 여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짧은 타이트 스커트를 입었고, 길고 멋진 다리에는 검은 망사 스타킹과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 그리고 머리칼을 바짝 당겨 올려서 정수리에다 쪽을 찌은 헤어스타일이며 커다란 귀고리와 긴 속눈썹, 그리고 짙은 눈화장을 한 것으로 보아 그녀는 밤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낮 시간의 대부분을 보내는 반은 처녀이고 반은 아닌, 그렇고 그런 여자로 보였다.

 

그가 보기에 그녀는 제과점의 회계원 노릇은 그녀가 썩 마음내켜하는 일이 못 되는 것처럼 보였고 더 나은 일자리가 생길 때까지 그저 돈벌이를 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졌다.

 

“봉주르(굿 모닝).”

 

장 빠까르가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건넸다.

 

“봉주르.”

 

그녀 역시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를 받았다. 그녀는 아양기가 몸에 배어 있는 것 같았다.

 

십분 뒤에 장 빠까르는 크라쌍 여섯 개와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명단을 가지고 그곳을 나섰다. 그 명단을 구하는 데는 그리 어려울 게 없었다. 그 근처에다 나이트 클럽을 열려고 하는데 개업날 저녁에 그 부근의 상인들과 직장인들을 초대했으면 한다고 둘러대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그것은 쓸 만한 선전이 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