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데 제타 안에서는 랭던이 유리 위에 빛나는 여섯 글자를 감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자들은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 위에 지그재그로 그림자를 드리우면서,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랭던은 속삭였다.

 

“시온 수도회. 이것은 당신 할아버지가 그 일원이었음을 증명하고 있소.”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소피는 랭던을 바라보았다.

 

“이걸 이해한단 말이예요?”

 

생각을 휘저으며, 랭던은 고개를 끄덕였다.

 

“흠잡을 데가 없소. 이것은 시온의 가장 근본적인 철학을 선언한 것 중 하나요.”

 

모나리자의 얼굴 위로 갈겨쓴 메시지에 소피는 당황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간의 진로는 너무 어둡다.

 

“소피, 불멸의 여신숭배라는 시온의 전통은 어떤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그 믿음이란 초기 기독교 교회에서 강한 힘을 가진 남성들이 여성을 비하하고, 남성의 편의대로 저울질한 거짓말들을 널리 선전하면서 세상에 진로를 조종하기 시작했다는 거요.”

 

글자를 바라보고만 있을 뿐 소피는 말이 없었다.

 

“시온 수도회는 콘스탄티누스 대제와 그 뒤를 이은 남성 계승자들이 세상을 모계 중심의 종교에서 가부장제의 기독교로 성공적으로 개조했다고 믿고 있어요. 신성한 여성을 악마같이 만들어 버리는 선전, 선동에 열을 올림으로써, 현대 종교에서 여신의 존재를 영원히 소멸시켜 버렸다는 얘기요.”

 

소피의 표정은 확신이 없어 보였다.

 

“할아버지는 이걸 보라고 날 이곳에 보냈어요. 그렇다면 분명히 그 이상의 것을 내게 말하려고 하셨을 거예요.”

 

랭던은 소피의 뜻을 이해했다.

 

‘소피는 이것이 또 하나의 코드라고 생각하고 있군.’

 

숨겨진 뜻이 여기에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랭던은 즉시 대답할 수가 없었다. 랭던의 마음은 여전히 소니에르의 외관상의 메시지에서 명백하게 드러난 의미를 붙들고 있었다.

 

‘인간의 진로는 너무나 어둡다. 정말로 어둡군.’

 

랭던은 생각했다. 고통스러운 오늘의 세상에서 현대 교회가 행한 엄청난 선행을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교회가 기만과 폭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교도와 여성숭배 종교들을 재교육시킨다는 명목하에 벌인 잔인한 십자군 전쟁은 3백 년 동안이나 자행되었다. 인간의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는 끔찍한 방법들을 이용해 가면서 말이다.

 

가톨릭 종교재판소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핏물을 적셨다고 감히 부를 수 있는 책을 발간했었다. 그 책 <마녀의 망치>는 자유로이 사고하는 여자들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세상에 불어넣었다. 그리고 성직자들에게 이런 여자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고문하고, 파멸시키는지 가르쳤다. 교회에 의해서 마녀가 된 여자들은 학자, 여사제, 집시, 신비주의자, 자연 예찬론자, 약초를 모으는 자,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는 모든 여자들이었다. 산파들 역시 출산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이교도적인 의학지식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살해되었다. 출산의 고통은 지혜의 사과를 먹는 데 한몫한 이브의 행동에 대해서 신이 내린 정당한 벌이라는 것이 교회의 주장이었다. 3백년에 걸친 마녀 사냥으로 교회는 5백만 명에 달하는 여성을 말뚝 위에서 태워 죽인 것이다.

 

이 선동과 유혈의 참사는 제대로 기능을 발휘했다. 오늘날의 세계가 그 살아 있는 증거다. 한때, 영혼의 계몽을 위해 필수적인 반쪽으로 찬양받던 여성은 세계 모든 신전에서 추방당했다. 유대교의 랍비, 가톨릭의 사제, 이슬람 성직자 그중 여성은 없다. 신성 결합은 남녀의 자연스러운 성적 결합을 통해서 각자의 영혼이 완전해지는 것을 의미했다. 이 신성 결합의 강령은 부끄러운 강령으로 바뀌어 버렸다. 신과 이야기하기 위해서 한때 상대 여성과 성적 결합을 요구하던 고결한 남자들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성적 충동을 악마의 작업, 특히 악마가 선호하는 공범자와 협력해서 만들어 내는 충동으로 여겨 두려워했다. 그 공범자란… 여자였다.

 

왼쪽과 여성의 연관 역시 교회의 비방을 피할 수 없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왼쪽을 나타내는 말들은 아주 부정적인 어조를 갖게 되었다. 그 반면에 오른쪽은 정직하고, 영리하고, 정확하다는 뜻이 있다. 오늘날에도 급진적인 사고는 좌파, 비이성적인 행동은 좌뇌라고 불리며, 왼쪽은 사악하고 불길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여신의 시대는 끝났다. 세력이 바뀐 것이다. 어머니인 지구는 남자들의 세계가 되어 버렸고, 파괴와 전쟁의 신들이 그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 남자의 자아는 그 짝인 여자의 견제를 받지 않은 채 2천 년을 소비해 버렸다. 시온 수도회는 현대적인 삶에서 신성한 여성의 소멸이 아메리칸 인디언인 호피 부족이 말한 ‘코야니스쿠아치’ 즉 균형이 맞지 않는 삶을 야기했다고 보았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의 일종)이라는 연료로 빚어지는 전쟁들. 여자를 폄하하는 사회. 그리고 어머니인 지구를 불손하게 대하는 인간들의 증가.

 

소피의 속삭임이 랭던의 생각을 다시 되돌렸다.

 

“로버트! 누가 오고 있어요!”

 

랭던도 홀에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이리로!”

 

소피가 손전등을 꺼버리자 눈앞에서 소피가 증발한 것처럼 보였다. 순간 랭던의 눈은 완전히 장님이었다.

 

‘어디로?’

 

눈이 어둠에 익자, 방 한가운데에 있는 팔각형 의자 밑으로 소피가 숨는 것이 보였다. 그녀를 따라 막 움직이려는 순간, 시끄러운 목소리가 랭던을 차갑게 막았다.

 

“멈춰!”

 

문가에서 한 남자가 명령했다. 루브르 박물관의 경비원이 전용 관람실의 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똑바로 뻗은 경비원의 권총은 정확히 랭던의 가슴을 겨누고 있었다. 랭던은 자기 팔이 본능적으로 하늘을 향해 들어 올려진 것을 알았다.

 

“엎드려! 바닥에 엎드려!”

 

요원은 명령했다. 몇 초 후에 랭던의 얼굴은 바닥에 닿았다. 경비원이 서둘러 다가와, 양 다리를 벌리라며 다리를 찼다.

 

“허튼 생각이오. 랭던 씨. 허튼 생각!”

 

총으로 랭던의 등을 누르며 요원이 말했다. 팔과 다리를 좍 벌리고 얼굴을 바닥에 붙이고 있었지만, 지금의 자세가 랭던은 조금도 웃기지 않았다.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가 생각나는군. 얼굴이 아래로 향해 있긴 하지만 말이야.’

 

 

생 쉴피스 교회 안에서는 상일래스가 봉헌된 무거운 철제 촛대를 들고 제단에서 오벨리스크로 돌아오고 있었다. 바닥을 파는 데 쓰기 위해서였다. 빈 공간을 덮고 있는 것이 분명한 회색 대리석 타일을 노려보며, 사일래스는 시끄럽지 않게 타일을 깨는 것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리석의 쇳조각을 들이대면, 둥근 천장까지 소리가 울릴 것이다. 수녀가 듣지 않을까? 지금쯤이면 수녀는 깊이 잠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일래스는 일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촛대 끝을 감쌀 만한 천이 없나 둘러 보았지만, 제단을 덮고 있는 천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제단의 천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내 망토’

 

사일래스는 생각했다. 어차피 교회 안에는 혼자뿐이었다. 사일래스는 끈을 풀고, 망토를 벗어 내렸다. 모로 된 망토의 섬유조직이 등에 갓 생긴 상처에 들러붙어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느껴졌다. 사일래스는 이제 허리에 찬 기저귀 같은 속옷 외에는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촛대의 끝을 망토로 감싸고, 눈여겨 봐둔 타일 중앙에 촛대의 끝을 들어밀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돌은 깨지지 않았다. 다시 촛대로 눌렀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이번에는 금이 갔다. 세번의 시도 만에 타일은 마침내 산산이 부서지고, 파편들이 바닥 아래의 빈 공간으로 떨어져 내렸다.

 

‘공간이 나왔다!’

 

남은 조각들을 빨리 치우고, 사일래스는 빈공간을 들여다보았다. 그 앞에 무릎을 꿇자 심장이 무섭게 뛰기 시작했다. 창백한 팔을 안으로 들이밀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빈 공간의 바닥은 매끈한 돌이었다. 로즈 라인 아래로 팔을 더 집어넣자 뭔가 만져졌다! 두꺼운 석판이었다. 손가락으로 석판의 가장자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꺼냈다. 사일래스는 일어서서 석판을 살펴보았다. 가장자리가 우둘투둘하게 잘리고, 표면에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사일래스는 순간 현대판 모세가 된 기분이었다.

 

석판 위에 적힌 글을 읽으면서 사일래스는 놀랐다. 석판에는 지도나 복잡한 지시들, 아니면 암호로 된 뭔가가 적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석판에 있는 글은 너무나 간단했다.

 

욥기 38:11

 

‘성경구절?’

 

순간 사일래스는 기절할 지경이었다. 그들이 찾아 헤매던 비밀 장소가 성경 구절에 들어있다? 조직은 정의의 사람들을 속이는 일엔 결국 실패했다!

 

‘욥기 38장 11절’

 

비록 정확한 구절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성서의 욥기는 반복되는 시련을 신에 대한 믿음으로 뚫고 살아남은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을 사일래스는 알고 있었다.

 

‘들어맞는군.’

 

흥분을 간신히 감추면서 사일래스는 생각했다. 사일래스는 어깨 너머로 은은하게 빛나는 로즈 라인을 내려다보며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중앙의 재단 위에는 거대한 가죽 장정의 성경이 도금된 책 받침대 위에 얹혀 있었다.

 

발코니 안에서 상드린 수녀는 몸을 떨었다. 조금 전 아래에 있는 남자가 갑자기 망토를 벗었을 때, 수녀는 달아나서 자기의 의무를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석고처럼 하얀 사내의 살갗을 본 순간, 수녀는 공포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사내의 널찍하고 창백한 등은 핏자국이 선연한 상처들로 덮여 있었다. 심지어 수녀가 있는 자리에서도 상처들이 얼마 전에 생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저 남자는 회초리로 무자비하게 맞았다.’

 

수녀는 사내의 허벅지에 묶인 말총 허리띠에서도 피가 떨어지는 걸 보았다.

 

‘대체 어떤 신이 이런 식으로 육체를 벌하기를 원한단 말인가?’

 

오푸스 데이의 의식이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상드린 수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순간 수녀의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오푸스 데이가 쐐기돌을 찾고 있다.’

 

생각할 시간도 없었지만, 그들이 어떻게 알아냈는지 수녀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피투성이 사내는 다시 망토를 입고 있었다. 전리품을 꼭 쥐고서 제단의 성경책으로 다가갔다. 숨소리도 내지 않고, 수녀는 서둘러 발코니를 떠나 자기 방으로 향했다. 손과 무릎을 들이밀어서, 침대 아래 숨겨 놓았던 봉인된 봉투를 끄집어 냈다. 지난 10년간 수녀가 감춰 온 것이었다.

 

봉투를 찢자, 파리 전화번호 네 개가 나왔다.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며 수녀는 전화 다이얼을 돌리기 시작했다. 아래층에서는 사일래스가 석판을 재단 위에 놓고 성경책에 손을 뻗고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길고 하얀 손가락은 땀에 젖었다. 구약성서 편을 넘기다가 욥기를 찾아냈다. 38장을 찾아낸 손이 11절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이제 읽게 될 구절을 사일래스는 예상했다.

 

‘이 구절이 길을 안내할 것이다!’

 

11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사일래스는 읽기 시작했다. 고작 일곱 단어에 불과했다. 혼란을 느끼면서 사일래스는 다시 읽었다. 뭔가 심하게 잘못되었다는 감이 왔다. 구절은 간단했다. 여기까지는 와도 좋지만 그 이상은 넘어오지 마라.

 

 

<모나리자>앞에 엎드린 포로를 내려다보며, 경비원 클로드 그루아르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 악당이 관장님을 죽였다.’

 

그루아르를 비롯한 경비 팀에게 있어 소니에르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그루아르는 방아쇠를 잡아당겨 로버트 랭던의 등에 총알을 들이박고 싶었다. 선임 경비원으로 그는 실제로 무기를 소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경비원 가운데 하나였다.하지만 여기서 랭던을 죽여버리는 것은 브쥐 파슈와 프랑스 형무소를 대면하는 참혹한 시간에 비교하면 관대한 운명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루아르는 허리띠에서 무전기를 뽑아들고, 지원을 부탁하는 무전을 치려고 했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정적뿐이었다. 이 방에서는 부가적인 전자 보안장치  때문에, 요원들간의 무전이 항상 어려웠다.

 

‘문가로 나가야 하는데.’

 

랭던에게 계속 총을 겨누면서, 그루아르는 천천히 입구 쪽으로 물러섰다. 세 걸음 옮겼을 때, 경비원은 뭔가가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제기랄, 뭐지?’

 

설명하기 어려운 형체가 방 가운데에 나타났다. 그림자. 방 안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 여자 하나가 왼쪽 벽을 향해 어둠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여자는 자주색 광선 빔으로 바닥 여기저기를 비추고 있었다. 여자는 그 빛으로 뭔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누구냐?”

 

30초 만에 두 번째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경비원은 물었다 어디로 총을 겨눠야 할지,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야 할지 그루아르는 순간 알 수가 없었다.

 

“PTS"

 

손에 들고 있는 전등으로 바닥을 비추면서 여자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루아르는 땀이 났다.

 

‘경찰과학 수사국? 모든 요원은 가버린 줄 알았는데!’

 

이제야 그루아르는 보라색 빛이 PTS팀이 항상 휴대하는 자외선광선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DCPJ가 왜 여기서 증거를 찾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름을 말하시오!”

 

“저예요. 소피 느뵈예요.”

 

소피는 차분한 프랑스어로 응답했다. 그 이름은 그루아르의 마음 깊숙한 어딘가에 기록되어 있었다.

 

‘소피 느뵈?’

 

소니에르의 손녀 이름이지 않은가? 그녀는 꼬마였을 때 여기에 가끔 오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오래 전의 일이었다.

 

‘느뵈일 리가 없어!’

 

그리고 설령 저 여자가 소피 느뵈라 할지라도 신뢰하기 어려웠다. 소니에르와 손녀 사이가 아주 소원하다는 소문을 그루아르도 들은 적이 있었다.

 

“저 아시죠? 그리고 로버트 랭던은 할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요. 저를 믿으세요.”

 

경비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원이 필요해!’

 

무전기를 다시 움직여 보려고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방의 입구는 그루아르 뒤로 족히 20미터는 떨어져 있었다. 총구를 바닥에 있는 남자에게 겨누기로 결심하고, 경비원은 뒤로 천천히 움직였다. 그루아르가 아주 조금 뒤로 움직였을 때 , 여자가 방을 가로질러 가는 것이 보였다. 자외선 빔을 쳐들고 <모나리자>의 맞은편에 걸려 있는 커다란 그림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그 그림이 어떤 것인지를 깨달은 그루아르는 숨을 들이켰다.

 

‘아니 대체 저 여자가 뭘하는 거야?’

 

방을 가로질러 가면서, 소피는 차가운 땀방울이 이마를 가르며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랭던은 여전히 바닥에 날개를 펼친 독수리처럼 엎어져 있었다.

 

‘조금만 참아요, 로버트. 거의 다 됐어요.’

 

경비원은 두 사람 중 누구에게도 실제로 총을 쏘지는 못할 것이라고 소피는 짐작했다. 소피는 이제 손에 들린 문제로 관심을 집중했다. 다 빈치의 또 다른 걸작인 그림 하나를 구석구석 조사하고 있지만, 자외선 빛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바닥에도, 벽에도, 캔버스 위에도 없었다.

 

‘틀림없이 여기 뭔가가 있을 텐데!’

 

소피는 자신이 할아버지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남기려고 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지금 조사하고 있는 걸작품은 150센티미터 크기의 캔버스였다. 위험하게 드러난 바위들 위에서 서투른 자세의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 세례요한, 천사 우리엘과 함께 앉아 있는 이 이상한 그림은 다 빈치의 작품이었다. 소피가 어린 꼬마였을 때, 할아버지는 <모나리자> 다음으로 이 그림을 보지 않고서는 박물관을 나서지 못하게 했었다.

 

‘할아버지, 저 여기 있어요! 하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어요!’

 

자기 뒤에서, 경비원이 도움을 요청하는 무전을 다시 시도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집중하자!’

 

소피는 <모나리자>를 보호하는 유리벽에 휘갈겨 쓴 메시지를 떠올렸다.

 

‘인간의 진로는 너무나 어둡다.’

 

지금 소피 앞에 있는 그림은 메시지를 남길 만한 보호 유리벽이 없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림 자체에 글을 써서 위대한 작품을 훼손시킬 사람이 결코 아니었다. 그녀는 멈춰섰다.

 

‘적어도 정면은 아니야.’

 

그녀의 눈동자는 캔버스를 붙들기 위해 천장에서 내려온 기다란 케이블을 따라 올라갔다.

 

‘그게 가능했을까?’

 

그림 액자의 왼쪽을 붙들고 소피는 그림을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림이 커서 케이블이 휘었다. 벽에서 그림을 살짝 들어내고, 소피는 머리와 어깨를 그림 뒤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뒤를 조사하기 위해 손전등을 들어올렸다.

 

자기 본능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림 뒤에는 비어 있었다. 자주색 글씨는 없고, 오래된 캔버스 뒷면에는 얼룩덜룩한 갈색 자국들만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기다려.’

 

목재 액자 아래에서 금속물질이 반짝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물체는 작았다. 캔버스가 액자와 만나는 틈에 살짝 끼어, 은은하게 빛을 내는 금사슬이 달랑거리고 있었다. 놀랍게도 사슬에는 금으로 된 열쇠가 붙어 있었다. 십자 모양의 넓고, 조각된 머리에 문양이 새겨진, 그녀가 아홉 살 이후로 보지 못했던 그 열쇠였다. P.S.라는 이니셜과 함께 붓꽃, 그 순간 소피는 할아버지가 자기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

 

‘때가 되면 이 열쇠는 네 것이다.’

 

할아버지가 목숨을 잃으면서도 그 약속을 지켰다는 것을 깨닫자 딱딱한 응어리가 목구멍에 맺혔다.

 

‘이 열쇠는 내가 많은 비밀을 보관한 상자를 여는 거란다.’

 

오늘 밤 낱말 게임의 목적은 바로 이 열쇠였다는 것을 소피는 깨달았다. 할아버지는 살해될 때 이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열쇠가 경찰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았고, 이 그림 뒤에 숨겼다. 그런 뒤에 오직 소피만이 찾을 수 있도록 보물찾기 게임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원 요청!”

 

경비원이 소리를 질렀다.

 

소피는 그림 뒤에서 열쇠를 집어 자외선 전등과 함께 주머니에 넣었다. 캔버스 뒤에서 보니, 그루아르가 연결도 되지 않는 무전기에 대고 지원 요청을 하려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총은 랭던을 겨눈 채였다.

 

“지원 바람!”

 

경비원이 다시 고함을 쳤다. 아무 답변도 없었다.

 

‘경비원은 지원 요청을 할 수 없어.’

 

<모나리자>를 보러온 관광객들이 자랑하려고 집에 전화를 걸지만 거의 대부분 좌절하고 만다는 것을 소피는 기억해 냈다. 전용 관람실의 벽을 감싸고 있는 추가 보안장치들이, 전화 통화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경비원은 이제 재빨리 출입구로 뒷걸음치고 있었다. 소피는 즉시 행동을 취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을 숨겼던 커다란 그림을 올려다보며, 소피는 오늘 밤 두 번째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자신을 돕기 위해 거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미터만 더 가면.’

 

총을 바로 들고 그루아르는 자신에게 중얼거렸다.

 

“멈춰요! 그렇지 않으면 부수겠어요!”

 

여자의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루아르는 흘끗 보다가 걸음을 멈췄다.

 

“어이구, 안 돼!”

 

붉은 안개 같은 조명 속에서, 여자가 그림을 매달고 있는 줄에서 그림을 떼어내 자기 몸앞에 갖다 놓은 게 보였다. 150센티미터 가까운 크기의 캔버스는 여자의 몸을 거의 감출 정도였다. 그루아르의 첫 번째 생각은 왜 작품을 매달고 있는 케이블의 감지기가 작동하지 않았느냐였다. 하지만 곧, 오늘 밤에 케이블 감지기를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여자가 뭘 하려는 거지?’

그림을 본 경비원은 피가 차갑게 식는 느낌이었다. 그림 한가운데가 부풀어 오르더니,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 세례 요한의 형태가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안 돼! 안 돼!”

 

값을 매길 수 없는 다 빈치의 그림이 망가지는 것을 지켜보며 공포에 사로잡힌 경비원은 비명을 질렀다. 여자가 그림 뒤에서 무릎으로 그림 한가운데를 들이밀고 있었다. 그루아르는 서둘러 총구를 여자에게 겨눴지만, 즉시 이것은 아무 쓸모없는 위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캔버스는 그저 직물에 불과했지만, 단순히 총알로 뚫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5백만 달러짜리 갑옷인 셈이었다.

 

‘다 빈치의 그림에 총알을 박을 수는 없어.’

 

여자가 차분한 프랑스어로 말했다.

 

“총과 무전기를 내려놓으세요. 그렇지 않으면 무릎으로 이 그림을 뚫어 버릴 거예요. 제 할아버지께서 어떻게 느끼실지는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해요.”

 

그루아르는 현기증을 느꼈다.

 

“제발… 안 돼. 그 그림은 <암굴의 마돈나>야.”

 

경비원은 총과 무전기를 떨어뜨리고, 손을 머리 위로 올렸다.

 

“고마워요. 이제 제가 말하는 대로 정확히 움직이세요. 그럼 모든 것이 잘될 거예요.”

 

잠시 후, 소피를 따라 비상계단을 달려 내려가는 랭던의 맥박은 아직도 천둥치듯 뛰고 있었다. 떨고 있는 루브르 경비원을 전용 관람실에 남겨두고 나온 뒤로 그들은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경비원의 권총은 이제 랭던의 손에 들려 있었다. 랭던은 이 물건을 빨리 없애 버리고 싶었다. 권총에서 무겁고 위험스러운 이질감이 느껴졌다.

 

한 번에 두 계단씩 내려오면서, 랭던은 소피가 거의 훼손할 뻔했던 그림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그녀가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의 작품 선택은 오늘 밤의 모험과 이상하리만큼 딱 들어맞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가 잡은 다 빈치의 그림은 <모나리자>와 마찬가지로, 숨겨진 이교도의 상징들이 너무 풍부해서 예술사가들에게 악명 높은 작품이었다.

 

“아주 귀중한 인질을 선택했소.”

 

달리면서 랭던이 말했다.

 

“<암굴의 마돈나(Madonna of the Rocks)> 말이군요. 하지만 그것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예요. 할아버지가 한 것이지. 그 그림 뒤에 할아버지는 내게 뭔가를 남겼어요.”

 

랭던은 놀라운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뭐요? 어떻게 그게 그 그림인줄 알았소? 왜 <암굴의 마돈나>요?”

 

“인간의 진로는 너무 어둡다(So dark the con of man). 처음 두 개의 아나그램은 놓쳤어요. 로버트. 하지만 세 번째는 놓치지 않으려고 했죠.”

 

소피는 승리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