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의자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사일래스는 기도하는 척하며 교회 내부의 배치를 관찰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회들처럼, 생 쉴피스도 거대한 로마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교회들처럼, 생 쉴피스도 거대한 로마 십자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중앙의 본당은 곧장 제단으로 향하고, 제단은 수랑(袖廊 : 십자형 회당의 좌우 날개부분)이라고 불리는 구역과 교차되었다. 본당과 수랑이 만나는 지점은 정확히 교회의 둥근 지붕 바로 밑이며, 교회의 심장부로 간주되는 곳이다… 교회 안에서 가장 신성하고 신비로운 지점.

 

‘하지만 오늘 밤은 아니다. 생 쉴피스는 어딘가에 비밀을 감추고 있다.’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사일래스는 남쪽 수랑을 응시했다. 그리고 오른쪽 뒤편, 마지막 줄의 의자 너머로 보이는 차가운 교회 바닥에서 희생자들이 묘사한 물체를 찾았다.

 

‘저기 있다.’

 

회색 화강암 바닥에 윤기 나게 잘 닦인 가는 황동 선이 반짝거렸다… 황동색 선이 교회 바닥을 사선으로 가로지르고 있었다. 선에는 자처럼 눈금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 선은 해시계였다. 이교도적인 천문 관측기라고 들었다. 세계 도처에서 관광객과 과학자, 역사가 그리고 이교도 들은 이 유명한 선을 보기위해 생 쉴피스 교회로 몰려들었다.

 

‘로즈 라인(Rose Line)’

 

사일래스는 천천히 황동선의 궤적을 추적했다. 선은 사일래스의 오른쪽 끝에서 왼쪽 앞으로 교회 바닥을 가로지르는데, 사일래스 앞에서 약간 이상한 각도로 틀어지는 바람에 대칭형인 교회와는 전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제단을 자르면서 지나가는 선이 사일래스에게는 고운 얼굴에 난 상처처럼 보였다. 선은 교회를 둘로 나누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의 전체 폭을 가로지르는 셈이었다. 결국 선이 끝나는 곳은 북쪽 수랑이 있는 구역이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전혀 예기치 못한 구조물이 서 있었다.

 

거대한 이집트 오벨리스크. 여기에서 로즈 라인은 90도로 방향을 틀어 수직으로 올라갔다. 오벨리스크 자체를 직접 타고 오르는 것이다. 오벨리스크를 타고 10미터를 올라간 로즈 라인은 오벨리스크의 꼭대기에서 마침내 진행을 멈추었다.

 

‘로즈 라인. 이 라인에 조직은 쐐기돌을 숨겼다.’

 

오늘 밤 일찍, 스승에게 쐐기돌이 생 쉴피스 교회 안에 숨겨져 있다고 말했을 때, 스승은 미심쩍어했다. 하지만 사일래스가 생 쉴피스 바닥을 지나는 황동 선과 관련해, 형제들이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다고 덧붙이자, 스승은 뜻밖의 사실에 숨을 들이켰다.

 

“지금 로즈 라인을 말한 것이냐!”

 

스승은 재빨리 사일래스에게 생 쉴피스 교회의 유명한, 그러면서도 기이한 건축 특성에 대해 알려주었다. 정확히 남북을 축으로 서 있는 교회를 로즈 라인이 분할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로즈 라인은 고대 해시계의 일종이며, 한때 이교도의 사원이 바로 그 자리에 서 있던 흔적이라는 내용이었다. 극점에서 극점으로 움직이는 태양광선이 남쪽 벽의 둥근 창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면서, 매일 선 아래를 따라 움직인다는 거였다.

 

남북으로 이어지는 이 선이 로즈 라인으로 알려져 있다. 수세기 동안, 장미는 영혼을 바른 곳으로 인도한다는 지도와 관련된 상징이었다. 거의 모든 지도에 그려져 있는 ‘로즈 나침반’은 동서남북을 가리킨다. 원래는 ‘바람의 로즈’라고 불렸는데, 이 이름이 암시하는 대로 나침반에서 서른 두 개의 바람 방향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여덟 개의 주요 바람. 주요 바람들 사이에 또 여덟 개의 중간 바람, 그리고 여덟 개 중간바람들 사이에 열 여섯 개의 바람들. 하나의 원 안에 나침반의 서른 두 개 방향의 점을 찍어 원들을 그려내면, 서른 두 장의 꽃잎을 가진 전통적인 장미 모양이 되었다. 오늘날까지도 기본적인 항해 도구를 로즈 나침반이라고 하는데, 북쪽은 항상 화살머리 모양을 하고 있다… 아니 좀더 보편적으로는 붓꽃의 상징이다.

 

지구에서 자오선 또는 경선이라고 불리는 로즈 라인은 북극과 남극을 잇는 상상의 선이다. 지구의 어느 지점에서라도 북극과 남극을 잇는 경선이 있기 때문에 로즈 라인의 수는 사실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초기 항해사들의 의문은 무한한 경선들 가운데, 어느 것을 로즈 라인, 즉 경도0으로 불러야 하느냐였다.

 

오늘날 이 라인은 영국의 그리니치에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제1자오선으로 그리니치가 선정되기 전에, 전세계의 경도0은 프랑스 파리의 생 쉴피스 교회를 통과했다. 생 쉴피스의 황동 선은 세계의 첫째 주요 자오선이었음을 기념하는 것이다. 비록 1888년에 그리니치가 그 영광을 가져갔지만, 본래의 로즈 라인은 여기 남아서 오늘날까지 여전히 볼 수가 있다.

 

스승은 사일래스에게 말했다.

 

“그래, 전설이 사실이었군. 쐐기돌은 장미의 표식 아래 누워있을 것이다.”

 

벤치에 여전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사일래스는 교회 안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지 확인했다. 순간, 성가대 발코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사일래스는 몸을 돌려 잠시 올려다보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 혼자다’

 

사일래스는 일어서서 제단을 마주했다. 그리고 세 번 무릎을 꿇었다. 그런 뒤에 왼쪽으로 돌아서서 오벨리스크로 향한 황동 선을 따라갔다.

 

그때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국제 공항에서는, 착륙하는 비행기의 타이어 소리가 아링가로사 주교의 선잠을 깨웠다.

 

‘잠이 들었었군.’

 

잠이 들 정도로 자신이 편안한 상태라는 것이 스스로 생각해도 인상적이었다.

 

“로마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비행기의 안내방송이었다. 자리에 앉아 아링가로사는 검정 사제복의 주름을 펴고, 좀처럼 짓지 않는 웃음까지 지었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방어적으로 지내왔어.’

 

하지만 오늘 밤 규칙은 바뀔 것이다. 겨우 다섯 달 전만 해도, 아링가로사는 자기 신념의 미래가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마치 신의 뜻인 것처럼 해답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성한 개입’

 

오늘 밤 파리에서의 모든 일이 계획대로 잘 이루어진다면, 아링가로사는 기독교 세계에서 그를 가장 강력한 인간으로 만들어 줄 뭔가를 곧 갖게 될 터였다.

 

 

숨을 헐떡이며 소피는 살 데 제타의 커다랗고 육중한 문에 도착했다. 들어가기 전에 소피는 홀 아래쪽을 마지못해 바라보았다.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할아버지가 지중 조명을 받으며 조용히 누워 있었다.

 

갑자기 강한 후회가 그녀를 붙들었다. 죄책감과 함께 깊은 슬픔이 밀려왔다. 지난 10년 동안 할아버지는 수천 번이나 그녀와 접촉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피는 할아버지의 편지와 소포들을 뜯어보지도 않은 채 서랍에 넣어두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한 할아버지의 노력을 부인하면서 말이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거짓말을 했어! 끔찍한 비밀을 감추고 있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할아버지를 자기에게서 몰아냈다. 완전히. 이제 할아버지는 죽었고, 무덤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모나리자.’

 

소피는 거대한 목재 문을 밀었다. 입구가 하품하듯이 살짝 열렸다. 소피는 문턱에 서서, 잠시 사각형의 큰 방을 살펴보았다. 이 방 역시 부드러운 붉은 조명 아래에 있었다. 대화랑 한가운데에 있는 살 데 제타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몇 개밖에 되지 않는 막다른 방들 중 하나였다. 그래서 지금 밀고 들어간 이 문이 전용 관람실의 유일한 출입문이었다. 문에 들어서면, 정면으로 4.5미터나 되는 보티첼리의 그림이 걸려있다. 그 아래 방 중앙에는 팔각형 모양의 거대한 의자가 놓여 있다. 루브르의 가장 유명한 소장품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쉬어 갈 수 있도록 말이다.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소피는 한 가지 빼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불가시광선.’

 

저기 아래에서 여러 전자기구에 둘러싸여 누워 있는 할아버지를 응시했다. 할아버지가 여기에 뭔가를 적었다면, 워터마크 펜으로 적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소피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환한 범죄 현장으로 서둘러 다가갔다. 할아버지를 보지 않으려고 조심하면서, PTS 도구를 찾는데 집중했다. 작은 자외선 만년필형 손전등을 찾아내어 주머니에 집어넣고, 서둘러 전용실의 열린 문으로 돌아갔다.

 

문턱을 넘어 들어가려는 순간, 소피는 방 안에서 서둘러 걸어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누군가 안에 있다.’

 

어두컴컴한 붉은 조명에서 유령 같은 형체가 불쑥 나타났다. 소피는 놀라 뒤로 물러섰다.

 

“여기 있었군!”

 

그녀 앞으로 다가오며 랭던의 거친 속삭임이 공기를 갈랐다. 소피가 안도감을 느낀 건 순간뿐이었다.

 

“로버트, 빠져나가라고 말했을 텐데요! 만일 파슈가…”

 

“어디 있었어요?”

 

“불가시광선이 필요해서요. 할아버지가 내게 메시지를 남겼다면…”

 

랭던의 푸른 눈이 그녀를 확고하게 붙들었다.

 

“소피, 들어봐요. P.S.라는 글자들… 그 글자들이 당신에게 다른 의미는 없어요? 전혀?”

 

그들의 목소리가 홀 아래로 울려퍼질 것이 두려워, 소피는 랭던을 전용 관람실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육중한 문을 가만히 닫았다.

 

“말했잖아요. 그 이니셜은 프린세스 소피라고.”

 

“압니다. 그런데 그게 다른 곳에 쓰인 것을 본 적이 없냐고요? 당신 할아버지가 다른 식으로는 P.S.를 사용한 적이 없느냔 말입니다? 가령, 모노그램으로라든가 아니면 문서라든가, 무슨 개인 물품 같은 것에 말이오.”

 

랭던의 질문은 소피를 놀라게 했다.

 

‘랭던이 어떻게 그것을 알고 있지?’

 

정말로 소피는 전에 한 번 P.S.를 모노그램의 형태로 본 적이 있었다. 아홉 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할아버지가 숨긴 생일 선물을 찾아서 소피는 집 안을 몰래 훑고 있었다. 그때는 자기가 모르는 비밀이 있는 것이 싫었다.

 

‘할아버지가 올해에는 어떤 선물을 주실까?’

 

소피는 벽장과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내가 갖고 싶어하는 인형을 주시겠지? 그런데 그걸 어디에 숨기신 거야?’

 

집 안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자, 소피는 용기를 내 할아버지의 침실로 살며시 들어갔다. 할아버지의 침실은 출입이 허락되지 않았지만, 할아버지는 아래층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얼른 둘러만 봐야지!’

 

발끝을 들고 삐걱거리는 나무 마룻바닥을 가로 질러 할아버지의 옷장으로 다가갔다. 옷들 뒤에 있는 선반을 살펴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침대 아래도 살폈지만 역시 없었다. 할아버지의 책상으로 다가가서, 소피는 사람을 하나씩 열어보았다.

 

‘여기에 있을 거야!’

 

서랍 하나만 남아 있을 때까지 인형의 머리털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낙담한 소피는 마지막 서랍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입은 적이 없는 검은 색 옷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서랍을 닫으려는 순간 안쪽에서 금빛으로 빛나는 뭔가가 소피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시계줄처럼 보였지만, 할아버지에겐 그런 것이 없다는 것을 소피는 알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를 깨닫자 소피의 가슴은 뛰기 시작했다.

 

‘목걸이!’

 

소피는 조심스럽게 줄을 잡아당겼다. 놀랍게도 줄 끝에는 반짝이는 황금열쇠가 달려 있었다. 열쇠는 묵직하고 아른아른하게 빛났다. 마법에 걸린듯, 소피는 열쇠를 집어 들었다. 대부분의 열쇠들은 납작한 다리에 톱니 모양의 이빨 자국들이 나 있지만 이 열쇠는 삼각기둥 모양의 다리에 온통 작은 곰보 자국뿐이었다. 큰 열쇠 머리는 시자가 모양이었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그런 십자가는 아니었다. 팔길이가 다 같은 더하기(+) 모양이었다. 십자의 한가운데에는 이상한 기호가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는데, 꽃처럼 생긴 디자인과 두 글자가 서로 얽혀 있었다.

 

소피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게 뭐지?’

 

“소피?”

 

할아버지가 문가에 서 계셨다. 너무 놀란 소피는 돌아보다가 쨍, 소리를 내며 열쇠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할아버지의 얼굴을 쳐다보는 것이 무서워 소피는 열쇠를 내려다보았다.

 

“저… 생일 선물을 찾고 있었어요.”

 

소피는 머리를 숙였다. 자기가 할아버지의 신뢰를 배반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영원같이 느껴지는 시간 동안, 할아버지는 침묵을 지키며 문가에 서 있었다. 마침내 할아버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열쇠를 주워라. 소피.”

 

소피는 열쇠를 집었다. 할아버지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온화하게 무릎을 꿇고, 할아버지는 소피에게서 열쇠를 가져갔다.

 

“소피, 넌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이 열쇠는 아주 특별한 거란다. 만일 내가 이것을 잃어버리면…”

 

할아버지의 조용한 목소리가 소피의 기분을 더 처참하게 만들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정말 죄송해요. 난 이게 제 생일 선물인 목걸이라고 생각했어요.”

 

할아버지는 잠시 소피를 쳐다보았다.

 

“소피, 이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한번 더 네게 말하는 거야.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예, 할아버지.”

 

“나중에 더 얘기하자. 지금은 정원에서 잡초를 좀 뽑아야 할 것 같구나.”

 

소피는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다음 날 아침, 소피는 할아버지에게서 아무런 선물도 받지 못했다. 어제일 때문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하루 종일 생일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생일날 밤, 슬픈 기분으로 잠자리에 들려던 소피는 침대에 기어오르다가 베개 위에 놓은 카드를 발견했다. 카드위에는 단순한 수수께끼가 적혀 있었다. 수수께끼를 풀기도 전에, 소피는 벌써 웃고 있었다.

 

‘뭔지 알아!’

 

지난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소피를 위해 할아버지가 이런 장난을 했다.

 

‘보물찾기!’

 

수수께끼를 풀 때까지 소피는 카드에 골몰했다. 해답은 집 안의 다른 장소를 가리키고 있었고, 거기에는 다른 수수께끼 카드가 놓여 있었다. 이걸 풀고 ,소피는 다음 장소로 또 달려갔다. 단서들을 쫓아 집 안 여기저기를 바쁘게 왔다 갔다 하던 소피는 마침내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었다. 해답은 다시 자기 침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쏜살같이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뛰어든 소피는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방 한가운데에 손잡이에 빨간 리본이 달린 빨간 자전거가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소피는 탄성을 내질렀다.

 

“네가 인형을 바란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걸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지.”

 

구석에서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다음 날, 할아버지는 소피에게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쳤다. 소피가 무성한 잔디 위로 자전거를 몰고 가다 균형을 잃으면, 둘은 함께 잔디 위로 구르면서 웃었다. 할아버지를 껴안으며 소피는 말했다.

 

“할아버지, 그 열쇠는 정말 미안해요.”

 

“안다. 얘야. 난 널 용서했단다. 내가 어떻게 계속 화낼 수 있겠니. 할아버지와 손녀는 항상 서로 용서하는 거란다.”

 

소피는 물어봐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열쇠는 뭘 여는 거예요? 그런 열쇠는 본 적이 없어요. 아주 예쁘던데.”

 

할아버지는 꽤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을 소피는 알 수 있었다.

 

‘할아버지는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아.’

 

마침내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그 열쇠는 어떤 상자를 여는 거란다. 그 안에 이 할아비는 많은 비밀을 보관하고 있거든.”

 

소피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난 비밀이 싫어요!”

 

“나도 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중요한 비밀이란다. 언젠가는 너도 나처럼 그 비밀을 이해하는 것을 배우게 될 게다.”

 

“열쇠 위에 글자와 꽃이 있는 걸 봤어요.”

 

“그래. 그 꽃은 할아비가 좋아하는 꽃이지. 붓꽃이란다. 우리 집 정원에도 있지.”

 

“나도 그 꽃 알아요! 나도 좋아해요!”

 

소피에게 뭔가 도전적인 일을 시킬 때면 항상 그랬듯이, 할아버지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좋아, 그럼 우리 계약을 하나 맺을까. 네가 내 열쇠를 비밀로 간직하고, 나에게나 다른 누구에게도 절대로 열쇠 얘기를 하지 않겠다면, 언젠가 그 열쇠를 네게 주마.”

 

소피는 자기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요?”

 

“내 약속하지. 때가 되면, 그 열쇠는 네 것이 될 거야. 그 열쇠에는 이미 네 이름도 있잖아.”

 

소피는 얼굴을 찌푸렸다.

 

“아니예요. 열쇠에는 P.S.라고 써 있었어요. 내 이름은 P.S.가 아니잖아요!”

 

할아버지는 목소리를 낮추고, 마치 듣는 사람이 없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좋아, 소피. 네가 꼭 알아야 하겠다면 말해주마. P.S는 암호란다. 네 비밀 이니셜이야.”

 

그녀는 눈이 둥그레졌다.

 

“내 비밀 이니셜이 있어요?”

 

“물론이지. 모든 손녀들에게는 오직 할아버지만 아는 비밀 이니셜이 있단다.”

 

“P.S.?"

 

할아버지는 그녀를 간질였다.

 

“프린세스 소피”

 

그녀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난 프린세스가 아니야!”

 

“넌 나의 프린세스란다.”

 

그후로 둘은 다시는 열쇠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피는 할아버지의 프린세스 소피가 되었다.

 

살 데 제타안에서 소피는 깊은 상실감에 젖어 침묵 속에 서 있었다.

 

“그 이니셜을 본 적이 있소?”

 

소피를 이상하게 쳐다보며 랭던은 속삭였다. 소피는 박물관 화랑에서 할아버지의 속삭임이 들리는 것 같았다.

 

‘열쇠에 관해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내게도. 다른 누구에게도.’

 

소피는 할아버지를 실망시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다시 할아버지의 신뢰를 자신이 어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P.S. 로버트 랭던을 찾아라.’

 

할아버지는 랭던이 돕기를 원했다. 소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 한 번 봤어요. 내가 아주 어렸을 때요.”

 

“어디에서요?”

 

소피는 망설였다.

 

“할아버지에게 아주 중요한 어떤 물건에서.”

 

랭던의 눈이 소피의 눈과 얽혔다.

 

“소피,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요. 그 이니셜이 다른 상징과 함께 있었는지 말해 줄 수 있겠어요? 붓꽃인가요?”

 

소피는 너무 놀라 뒤로 비틀거렸다.

 

“아니… 어떻게 당신이 그걸 알죠!”

 

랭던은 숨을 토해 내며 소리를 낮췄다.

 

“내 장담하건데, 당신 할아버지는 비밀단체의 일원이었을 거예요. 아주 오래되고 은밀한 조직 말이오.”

 

소피는 뱃속에 딱딱한 응어리가 뭉치는 것을 느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끔찍한 이 사실을 그녀에게 확인시켜 준 사건을 잊기 위해 지난 10년동안 노력했다. 생각하기도 싫은 어떤 일을 목격한 것이다.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어.’

 

“붓꽃, P.S라는 이니셜과 결합된 붓꽃은 어떤 조직의 공식적인 의장이죠. 조직의 문장이자 로고인 셈이예요.”

 

“어떻게 그걸 알고 있죠?”

 

랭던이 자신도 그 조직의 일원이라고 말하지 않기를 소피는 기도했다.

 

“그 조직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어요. 비밀단체들의 상징을 연구하는 것이 내 전공이죠. 그들은 자기들을 시온 수도회(Priory of sion) 라고 불렀어요.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유럽 전역에서 힘있는 멤버들을 끌어들였죠. 사실 이 조직은 지구상에 살아남은 가장 오래된 비밀조직이예요.”

 

랭던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 소피는 이런 것들에 관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랭던은 속사포처럼 말하고 있었다.

 

“시온 수도회의 회원들을 보면 역사상 가장 고결한 인물들이 몇몇 포함되어 있어요. 예를 들자면, 보티첼리나 아이작 뉴턴, 빅토르 위고 등이 그런 사람들이죠.”

 

랭던은 학문적 열정으로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잠시 말을 쉬었다.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어요.”

 

소피는 멍하는 쳐다볼 뿐이었다.

 

“다 빈치가 비밀단체의 일원이었다고요?”

 

“다 빈치는 1510년부터 1519년 사이, 조직의 회장. 즉 그랜드 마스터로서 시온을 이끌었어요 .이 점이 당신 할아버지가 왜 그토록 레오나르도의 작품에 열정을 보였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요. 당신 할아버지는 레오나르도에게서 역사적으로 맺어진 형제애 같은 것을 공유한 것이 틀림없어요. 그리고 두 사람의 사상은 여신 도상학에 대한 열정이나 이교주의, 여신의 신성, 교회에 대한 혐오 등 여러 면에서 완벽하게 들어맞아요. 시온 수도회는 역사적으로 신성한 여성을 찬양하는 기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지금 저한테 그 조직이 이교도적인 여신숭배 집단이라고 말하는 건가요.”

 

“이교도적인 여성숭배 집단 그 이상이에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고대 비밀의 수호자로 알려져 있다는 거죠. 조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게 만든 비밀.”

 

확신에 찬 랭던의 눈을 보면서도, 소피의 솔직한 반응은 믿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비밀스러운 이교도 집단이라고? 한때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조직을 이끌었다고?’

 

모든 것이 터무니없게만 들렸다. 하지만 랭던의 얘기를 별것 아닌 걸로 치부하려 해도, 그녀의 마음은 10년 전 사건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실수로 할아버지를 놀라게 하고 ,그녀가 아직까지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그날 밤의 일.

 

‘그걸 설명할 수 있을까?’

 

랭던은 말했다.

 

“살아 있는 시온 회원들의 신분은 최상급 비밀이예요. 하지만 당신이 아이였을 때 보았다는 P.S와 붓꽃이 증거요. 그것들은 오로지 시온 수도회와 관련이 있을 뿐이죠.”

 

소피는 자기가 상상한 것보다 랭던이 할아버지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미국인은 그녀와 공유할 수 있는 많은 양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는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경찰이 당신을 잡아가게 둘 수는 없어요. 로버트, 우리가 서로 의논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에요. 당신은 나가야 해요!”

 

랭던은 소피의 목소리가 웅얼거리는 소리로만 들렸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정신은 지금 다른 곳에 가 있었다. 고대의 비밀이 표면으로 떠오르는 곳. 역사에서 잊혀진 장소가 어둠에서 나오는 곳이었다. 마치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랭던은 머리를 천천히 돌려 붉은 안개 같은 조명 속에 있는 <모나리자>를 응시했다.

 

붓꽃은 불어로 fleur-de-lis다.

 

‘fleru-de-lis… flower of Lisa (리자의 꽃)… Mona Lisa(모나리자)’

 

모나리자. 모든 것은 서로 얽혀 있었다. 시온 수도회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역할에 공명하는 소리 없는 교향악처럼 말이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앵발리드 너머 강둑에서, 트레일러를 몰던 운전사가 경찰이 들이댄 총 끝에 둘러싸여 당황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법경찰 반장이 분노에 찬 욕설을 내지르며 넘실대는 센 강에 비누를 던져 버리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