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쉴피스 교회 2층, 성가대의 발코니 왼쪽에는 소박한 방이 있었다. 돌로 된 바닥에 최소한의 가구들만 갖춘 두 칸짜리 방은 지난 10년 동안 상드린 비에유 수녀의 숙소였다. 누군가 물어보면 근처의 수도원이 공식 집이라고 말했을 테지만, 수녀는 교회의 조용함을 더 좋아했다. 침대와 전화기, 전기 히터가 있는 2층과 더불어 조용한 교회가 수녀는 편했다.

 

교회의 보수 유지 관리자로서, 상드린 수녀는 교회 운영에 비종교적인 모든 일을 총괄하는 책임을 지고 있었다. 교회의 일반 보수 유지를 비롯해서 보조 인력과 안내원들의 고용 문제, 폐관 후의 문단속, 성체 포도주나 성체 빵 같은 필수품 주문도 상드린 수녀의 몫이었다.

 

작은 침대에서 자고 있던 수녀는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 피곤해하며 수녀는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생 쉴피스 교회의 상드린 수녀입니다.”

 

“여보세요? 수녀님.”

 

상드린 수녀는 일어나 앉았다.

 

‘대체 몇 시지?’

 

자기 상관인 신부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지난 15년간 신부는 한 번도 밤중에 깨운 적이 없다. 신부는 미사가 끝나면 숙소로 돌아가서 곧장 잠을 청하는 무척 경건한 사람이었다. 신부는 불안하고 조바심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부탁이 있습니다. 방금 영향력 있는 미국인 주교 한 분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수녀님도 아시죠? 마누엘 아링가로사 주교라고.”

 

“오푸스 데이의 수장 말인가요?”

 

‘물론 그 사람을 알고 있지. 교회에 있는 사람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이 있겠어?’

 

오푸스 데이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급성장했다. 은총을 입었다고 할 정도로 그 성장은 비약적이었는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오푸스 데이를 ‘교황의 사적 자치단’으로 승격시킨 1982년부터였다. 이때 교황은 오푸스 데이의 모든 예배 관행을 승인한 셈이다. 의심스러운 것은 통상 바티칸 은행으로 불리는 ‘종교업무를 위한 바티칸 협회’에 오푸스 데이가 10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보냈다고 알려진 그해에 오푸스 데이가 승격되었다는 것이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 돈이 도산 위기에 놓여 있던 바티칸 은행을 구했다고 한다. 눈썹을 몇 번 들어 올림으로써 교황은 오푸스 데이의 창시자를 성인의 반열에 들 수 있는 급행열차에 앉힌 것이다. 죽은 사람을 성인의 반열에 올리려면 백 년 정도를 기다려야 했지만, 이 경우에는 고작 20년으로 시간을 단축해 버린 것이다.

 

로마에서 오푸스 데이가 자리매김하는 것이 상드린 수녀는 왠지 의심스럽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문제를 교황에게 문제삼지 않았다.

 

“아링가로사 주교에게서 전화가 왔었습니다. 자기 신도중 한 사람이 오늘 밤 파리에 있다고…”

 

신부의 목소리는 불안했다. 이상한 요청을 듣고 있던 상드린 수녀는 혼란스러웠다.

 

“죄송합니다만, 그 오푸스 데이 신도가 교회 방문을 내일 아침까지 미룰 수 없다고 지금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링가로사 주교를 태운 비행기가 벌써 떠났답니다. 주교가 부탁한 신도는 생 쉴피스를 둘러보기를 꿈꿔 왔다는군요.”

 

“하지만 낮에 보는 것이 훨씬 좋을 텐데요. 둥근 창을 통과하는 햇살이라든가, 해시계에 드리워진 그림자들, 이런 게 우리 교회를 독특하게 만들잖아요.”

 

“수녀님, 저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오늘 밤 그 신도가 교회 안으로 들어 갈수 있게끔 개인적인 부탁을 드리는 겁니다. 그 사람이 거기로 갈 겁니다. 한 시쯤이라고 하던가? 이십 분밖에 안 남았군요.”

 

상드린 수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알겠습니다. 신부님,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신부는 고맙다고 얘기한 뒤 전화를 끊었다. 어리둥절한 수녀는 온기가 남아 있는 따뜻한 침대에 잠시 그대로 누워있었다. 아직 남아 있는 잠의 흔적을 떨치려고 애쓰면서, 예순 살 먹은 몸은 쉽게 기운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전화 한 통은 수녀의 감각을 확실히 깨워 놓았다. 수녀는 오푸스 데이가 항상 불편했다. 육체의 고행이라는 비밀의식을 고수하는 것 외에도 여성에 대한 그들의 관점은 중세 시대나 다름없었다. 오푸스 데이의 남자 신도들이 미사에 참석하는 동안에 여성 신도들이 아무런 보수도 받지 않고 남자 신도들의 방을 청소한다는 것을 알고 나서 상드린 수녀는 충격을 받았다. 또 남자들은 짚으로 만든 매트에서 잠을 자지만, 여자들은 딱딱한 마룻바닥에서 잔다고 한다. 여자들은 육체의 고행을 위해 남자들보다 많은 조건을 참아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원죄를 속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브가 지식의 사과를 한 입 깨물었을 때부터, 여성에게는 영원히 그 빚을 갚아야 할 어두운 운명이 지워진 것처럼 보였다. 대부분의 가톨릭 교회들이 점진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오푸스 데이는 그런 흐름을 바꾸어 놓으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수녀는 부탁을 받은 입장이었다.

 

침대에서 다리를 빼내면서 상드린 수녀는 천천히 일어섰다. 맨발에 닿는 차가운 돌바닥에서 냉기가 느껴졌다. 냉기가 몸을 타고 올라올 때 수녀는 예기치 못한 두려움을 느꼈다.

 

‘여자의 직감?’

 

신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상드린 수녀는 자기의 영혼의 고요한 목소리 안에서 평화를 찾는 법을 배워왔다. 하지만 오늘 밤 그 목소리는 수녀를 둘러싼 텅 빈 교회만큼이나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랭던은 마룻바닥에 휘갈겨 쓴 자줏빛의 글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자크 소니에르의 마지막 메시지는 랭던의 상상에서 벗어난, 있을 법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13-3-2-21-1-1-8-5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 (O, Draconian devil!)
오, 불구의 성인이여! (Oh, lame saint!)

 

메시지가 무엇을 뜻하는 지 랭던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별 모양이 악마 숭배와 관련되었을 거라는 파슈의 직감을 이제 이해할 수 있었다.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

 

소니에르는 악마라는 표현을 그대로 남긴 것이다. 파슈가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우리 암호해독 요원이 벌써 작업을 마쳤을 겁니다. 우리는 이 숫자들이 소니에르를 죽인 자를 밝혀줄 열쇠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전화 교환국이나 무슨 신분증에 나와 있는 번호일지도 모르죠. 이 숫자들이 뭔가를 상징하고 있습니까?”

 

랭던은 숫자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어떤 상징을 도출하려면 몇 시간은 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니에르가 의도한 바가 있다 해도 랭던에게는 숫자들 모두 무작위로 뽑힌 것 같았다. 감각을 이리저리 꿰맞추어 상징의 해석 절차를 밟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지만, 여기 있는 별 모양과 글자, 숫자들은 모두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도 전혀 다른 별개의 것들로 보였다.

 

“랭던 씨가 앞서 단언한 대로, 소니에르의 행위가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여신숭배라든가, 뭐 그런 연장선에 있는 뭔가를 말이죠. 그런데 이 메시지가 어떻게 들어맞는 겁니까?”

 

랭던은 파슈의 얘기가 입에 발린 칭찬임을 알고 있었다. 이 기괴한 메시지는 여신숭배라는 랭던의 시나리오와는 조금도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 오, 불구의 성인이여?’

 

“저 구절은 무슨 규탄처럼 보이는데요, 안 그런가요”

 

파슈가 말했다. 랭던은 대화랑에 홀로 갇힌 관장의 마지막 몇 분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관장은 자기가 곧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닥의 글은 논리적인 것으로 보였다.

 

“자기를 살해한 범인에 대한 규탄이라… 이치에 맞는 것 같군요.”

 

“물론 제 직업은 그놈의 이름을 알아내는 것입니다. 랭던씨, 하나 물어봅시다. 당신 눈에는 저 숫자들말고, 문자들 중에서 어떤 것이 제일 이상합니까?”

 

‘제일 이상한 것?’

 

화랑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그 안에서 죽어 가는 남자가 자기 몸에 별모양을 그렸다. 바닥에는 이상한 비난의 글을 휘갈겨 놓았다. 이런 장면에서 이상하지 않은 게 무엇이겠는가?

 

“드라코 같은? ‘드라코 같은 악마’라는 어휘를 선택한 게 이상해 보이는군요”

 

랭던은 제일 먼저 마음에 떠오른 것을 말했다. 기원전 7세기의 무자비한 정치가 드라코를 언급한 것이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드라코 같은? 여기에서 소니에르 씨의 어휘 선택은 그렇게 중요한 문제 같아 보이지 않는데요.”

 

파슈의 목소리에는 이제 성급함이 묻어났다. 파슈의 마음에 어떤 문제들이 들어 있는지 랭던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드라코와 파슈는 서로 사이 좋게 지낼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단조로운 파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소니에르 씨는 프랑스인입니다. 그리고 파리에 삽니다. 그런데 이 메시지를 남기려고 소니에르 씨는…”

 

“영어를 사용했죠”

 

반장의 뜻을 알아차리고 랭던은 말을 받았다. 파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소니에르가 흠잡을 데 없는 영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최후의 말을 남길 때 왜 영어를 선택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랭던은 어깨를 움츠렸다. 파슈는 소니에르의 복부에 그려진 별을 다시 가리켰다.

 

“악마숭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아직도 그렇게 확신하십니까?”

 

랭던은 이제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저 기호와 문자는 서로 들어맞지 않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분명하게 해줄 수도 있겠군요.”

 

시체에서 몇 걸음 뒤로 물러선 파슈가 불가시광선 조명등을 다시 들어올렸다. 그리고 더 넓게 주위를 비추기 시작했다.

 

“자, 지금은요?”

 

놀랍게도 미완성의 원이 관장의 몸 둘레에서 빛나고 있었다. 분명히 관장은 누워서, 자기 둘레에 여러 차례 호(弧)를 그렸을 것이다. 원 안에 자기가 들어있는 것처럼 보이게 말이다.

 

순간 번쩍 생각이 나면서 의미가 명료해졌다.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

 

랭던은 숨이 막혔다. 소니에르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스케치를 자기 몸으로 묘사한 것이다. 해부학에서 그 당시의 가장 정확한 그림으로 간주되는 다 빈치의 <비트루비우스의 인체비례>는 세계 도처에서 티셔츠에, 포스터에, 컴퓨터의 마우스패드에 그려진 근대 문화의 상징이다. 이 축복받은 스케치에는 날개를 펼친 독수리처럼 팔다리를 쭉 뻗은 알몸의 남자가 완벽한 원 안에 들어가 있다.

 

 ‘다 빈치’

 

랭던은 전율을 느꼈다. 소니에르의 의도는 명백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관장은 옷을 벗고, 비트루비우스의 이미지대로 자기 몸을 펼쳐 보인 것이다. 원은 놓쳐 버린 중요한 요소였다. 원은 보호를 나타내는 여성적인 상징이다. 알몸의 남자 둘레에 쳐진 원은 다 빈치의 메시지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알몸의 남자 둘레에 쳐진 원은 다 빈치의 메시지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남성과 여성의 조화. 이제 질문은 왜 소니에르가 이 유명한 스케치를 모방하려고 했는가였다.

 

“랭던 씨, 당신 같은 분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흑예술(성서에서 유래된 종교인 기독교나 유대교의 관점에서 보면 신을 통하거나 신을 위한 예술은 백예술이지만, 악마나 사탄을 위한 예술은 흑에술이다.)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아실 테죠?”

 

랭던은 다 빈치에 관한 파슈의 지식에 놀랐다. 확실히 이 사건이 악마숭배와 관련 있으리라는 반장의 의심을 설명해 주는 면목이기도 했다. 다 빈치는 역사가들에게, 특히 기독교에서는 다루기 힘든 주제다. 다 빈치는 미래를 내다보던 천재였지만 동성애자였을 뿐만 아니라 자연의 신성한 질서를 숭배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끊임없이 다 빈치를 신에게 대적하는 죄악의 상태에 처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예술가로서 기이한 괴벽은 악마적 분위기를 풍기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인체 해부학을 연구하기 위해 시체를 도굴한다든지, 남들이 읽을 수 없게 글자를 거꾸로 쓴 불가사의한 일기를 간직한다든지 하는 일들이었다. 다 빈치는 자기가 납을 금으로 바꿀 수 있는 연금술이 있다고 믿었고, 죽음을 지연시킬 수 있는 만병통치약을 개발해 신을 속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다 빈치의 발명품 중에는 끔찍하고, 누구도 결코 상상하지 못한 전쟁 무기와 고문도구들도 있었다.

 

‘오해는 불신을 낳는 법이다.’

 

랭던은 생각했다. 심지어 숨이 멎을 정도의 엄청난 기독교적 작품들마저, 정신의 위선으로 유명하던 이 예술가의 명성을 더 키워 놓았을 뿐이다. 다 빈치는 바티칸에서 돈벌이가 되는 수백 건을 의뢰받아서 기독교적 주제들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의 믿음을 표현했다기보다는 사업 수완, 즉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옳다. 다 빈치는 장난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종종 즐거움을 위해 자기를 먹여 살리는 의뢰인의 손을 콱 깨물기도 했다. 많은 기독교적인 그림들에 기독교와는 상관없는 기호들, 그러니까 자기 자신만의 믿음에 대한 헌정사나 교회에 대한 미묘한 경멸을 기호로 숨겨 놓은 것이다. 랭던은 영국 런던의 국립박물관에서 ‘레오나르도의 비밀생활 : 기독교 예술에 나타나는 이교도적 상징주의’라는 주제로 강연한 적도 있다.

 

“반장님의 염려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다 빈치는 실제로 흑예술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는 예외적일 정도로 정신적인 인간이었지요. 비록 교회와 끊임없이 투쟁을 했지만 말입니다.”

 

이 말을 하는 순간, 랭던은 퍼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랭던은 바닥에 있는 메시지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오, 드라코 같은 악마여! 오, 불구의 성인이여!’

 

“그래서요?”

 

파슈가 물었다. 랭던은 신중하게 말에 무게를 실었다.

 

“방금… 소니에르 씨가 다 빈치의 많은 정신적 이념을 공유한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교회가 현대 종교에서 신성한 여성을 자꾸 배제하려고 하는 데에 따른 걱정을 포함해서 말이죠. 단지 현대 교회가 여신을 악마로 둔갑시킨 데 대한 좌절감을 다 빈치의 좌절감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 아닌가 하는 거죠. 다 빈치의 유명한 그림을 모방해서 말입니다.”

 

파슈의 눈동자가 굳어졌다.

 

“그럼 랭던 씨는, 소니에르가 교회를 불구의 성인이자 드라코 같은 악마로 불렀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자기 의견이 억지스럽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지만, 별 모양은 자기 생각을 어느 정도 지지해 주는 것 같았다.

 

“제 말은 소니에르 씨가 여신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톨릭 교회만큼 그러한 역사를 지워버리려고 한 집단도 없습니다. 소니에르 씨가 마지막 작별인사로 자기의 깊은 실망을 표현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은 그럴듯해 보입니다만.”

 

“실망이라고요? 이 메시지는 실망보다는 분노에 가깝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파슈의 목소리는 적대적으로 들렸다. 랭던은 인내심의 끝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반장님, 반장님은 소니에르가 여기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제 직관을 물으셨습니다. 저는 그에 관한 제 나름의 답을 드린 겁니다.”

 

“그럼 이것이 교회를 고발하는 얘기란 말입니까?”

 

이를 악물고 말해서 그런지, 파슈의 턱은 뻣뻣해 보였다.

 

“랭던 씨, 일을 하면서 나는 많은 죽음을 보았소만, 이것 한 가지만은 얘기해 두겠소.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살해될 때,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생각이,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모호한 정신적인 진술서를 쓰는 것이라고는 믿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한 가지뿐일 겁니다.”

 

속삭이는 것 같은 파슈의 목소리가 허공을 갈랐다.

 

“복수, 저는 소니에르 씨가 우리에게 누가 자신을 죽였는지 말해 주기 위해 이런 표현을 남겼다고 믿습니다.”

 

랭던은 가만히 응시했다.

 

“하지만 어쨌든 이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맞지 않다고요?”

 

랭던은 지치고 화도 난 상태에서 되받아쳤다.

 

“예, 반장님은 분명히 소니에르 씨가 관장실에서 자신이 초대했을 누군가에게 저격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럼 관장은 자기를 공격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고 결론짓는 게 이치에 맞습니다.”

 

파슈는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하십시오”

 

“만일 소니에르가 자기를 죽인 사람을 알고 있었다면, 이게 대체 다 뭐란 말입니까? 숫자, 기호? 불구의 성인? 드라코 같은 악마? 배에 그려진 별? 모든 것이 다 수수께끼 투성이입니다.”

 

이해가 안 된다는 투로 파슈는 눈살을 찌푸렸다.

 

“핵심을 찔렀군요.”

 

“주변 환경을 고려해 볼 때, 만일 소니에르 씨가 자기를 죽인 자를 알리고 싶어했다면 그 사람의 이름을 바닥에 적어 놓았을 겁니다.”

 

랭던이 말을 마치자, 이 밤 내내 웃음이라곤 없던 파슈의 입술에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정확해요, 정확해.”

 

‘나는 지금 반장의 작업을 목격하고 있다.’

 

오디오 장비를 조절하면서 헤드폰에서 흘러나오는 파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콜레 부관은 즐거웠다. 부관인 콜레는 이 같은 순간들이 반장을 프랑스 법 집행의 정점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파슈는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것이다.’

 

사람을 감언으로 꾀려면 심한 압박 아래에서도 평정을 유지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을 꾀는 이 미묘한 기술은 현대의 법 집행에서는 사라졌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업무를 수행하면서 침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파슈는 이런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였다. 파슈의 자제력과 인내는 로봇과 비슷했다.

 

오늘 밤 파슈가 보인 유일한 감정은 확고한 결의였다. 마치 범인의 체포가 파슈에게 사적인 일이라도 되는 듯 말이다. 한 시간 전 파슈가 요원들에게 내린 지시는 보통 때와 달리 간결하고 자신에 차 있었다. 파슈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누가 자크 소니에르 씨를 죽였는지 알고 있다.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이다. 오늘 밤엔 어떤 실수도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어떤 실수도 일어나지 않았다. 용의자의 유죄를 확신하는 파슈의 증거에 콜레는 아직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소의 본능에 의문을 달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때때로 파슈의 직관은 거의 신기에 가까워 보였다.

 

“신이 파슈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파슈의 육감에 따른 아주 인상적인 작전을 본 후에 한 요원이 한 말이다. 만일 신이 있다면, 신의 우선 목록에 파슈의 이름이 들어 있으리라는 것을 콜레도 인정했다. PR이라는 명목하에 다른 관료들도 휴일에 교회에 나가지만, 반장은 그들보다 자주 미사와 고해성사에 꼬박꼬박 참석했다. 몇 년 전 파리를 방문한 교황이 관중들과 대면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 자리를 얻기 위해 파슈는 온힘을 기울였다. 그때 교황과 함께 찍은 사진은 지금도 파슈의 사무실에 걸려 있다. 요원들은 은밀히 파슈를 ‘교황의 황소’라고 불렀다.

 

최근 몇 년 동안 파슈가 공인으로서 보인 자세중, 아동 성추행에 관한 가톨릭 사제들의 스캔들에 대한 반응은 콜레에게는 꽤 뜻밖이었다. 파슈는 단언했다.

 

“이런 사제들은 두 번씩 교수형에 처해야 해! 한 번은 어린이에게 저지른 죄 때문이고, 또 한번은 가톨릭 교회의 이름에 먹칠을 한 대가야.”

 

콜레는 반장을 더 화나게 한 것이 후자일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노트북 컴퓨터를 들여다보면서, 콜레는 오늘 밤 여기서 해야 할 나머지 절반의 일에 착수했다. GPS 추적 시스템을 이용하는 일이었다. 컴퓨터 스크린에는 루브르 박물관 보안사무실에서 보내준 드농 관의 세세한 구조 모형도가 떠 있었다. 미로 같은 화랑들과 복도를 추적하던 콜레의 눈이 원하던 것을 찾아냈다. 대화랑의 깊숙한 중심부에서 조그마한 붉은 점이 깜박였다.

 

‘여기 마크가 있군.’

 

파슈는 오늘 밤 자기 먹잇감을 잘 가둬 놓고 있었다. 현명하게도 말이다. 그리고 로버트 랭던은 자신이 멋진 손님임을 증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