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브르 박물관의 관장 자크 소니에르는 대화랑의 아치형 천장 아래를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소니에르는 제일 가까이 있는 카라바조의 그림으로 돌진했다. 일흔여섯 살의 이 노인은 도금된 그림 액자가 벽에서 떨어질 때까지 잡아당겼다. 소니에르가 뒤로 넘어지자 그림이 몸을 덮쳤다. 소니에르의 예상대로 화랑의 출입을 봉쇄하는 철문이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마룻바닥이 흔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상벨이 울려댔다.

 

소니에르는 숨을 헐떡거리며 잠시 누워 있었다.

 

‘나는 아직 살아 있다.’

 

캔버스 아래에서 기어나오며 소니에르는 몸을 숨길 만한 장소를 찾아보았다.

 

“움직이지 마시오.”

 

냉기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소니에르는 손과 무릎이 얼어붙는 것을 느끼며 머리를 천천히 돌렸다. 4, 5미터 떨어진 철문 밖에서 소니에르를 공격하던 남자의, 산처럼 큰 그림자가 철창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몸집이 큰 사내였다. 유령처럼 창백한 피부에 가늘고 하얀 머리카락을 뒤집어쓴 사내의 눈동자는 암적색이고 홍채는 분홍색이었다. 색소결핍증인 듯한 사내는 외투에서 권총을 꺼내 철창 사이로 소니에르를 겨누었다.

 

“도망치지 말았어야 했소.”

 

들어보지 못한 특이한 억양이었다.

 

“그것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시오.”

 

“무슨 얘긴지 도통 모르겠소.”

 

화랑 마룻바닥에 힘없이 무릎을 꿇으며 관장은 말을 더듬거렸다.

 

“거짓말을 하고 있군.”

 

남자는 소니에르를 바라보았다. 유령처럼 반짝이는 눈동자 외에는 움직임이 없었다.

 

“당신과 당신 형제들이 갖고 있는 그것은 당신들 것이 아니오.”

 

소니에르는 일순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이 작자가 그걸 알지?’

 

“오늘 밤 정통 수호자들이 복귀하실 것이오. 그것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말하시오. 그럼 당신은 살수 있소.”

 

남자는 권총을 낮춰 소니에르의 머리에 겨누었다.

 

“그게 목숨을 걸 정도로 중요한 비밀이오?”

 

소니에르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남자는 총신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약간 숙였다. 소니에르는 손을 들어 방어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잠깐 당신이 원하는 걸 얘기해 주겠소.”

 

관장은 신중하게 말을 꺼냈다. 지금 하려는 거짓말은 수없이 연습하던 것이다… 기도하는 매순간, 결코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소니에르가 말을 마쳤을 때, 남자는 뽐내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 사람들이 말한 그대로군.”

 

소니에르는 움찔했다.

 

‘그 사람들?’

 

“그들을 찾아냈지. 세 명 다. 그들도 당신이 방금 말한 대로 얘기하더군.”

 

거대한 몸집의 남자는 빈정거렸다.

 

‘그럴 리 없어!’

 

세 명의 집사와 관장의 진짜 신분은 그들이 보호하고 있는 고대 비밀만큼이나 신성한 것이다. 소니에르는 집사들이 죽기 전에 엄격한 절차에 따라 똑같은 거짓말을 했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조직의 규정이기도 했다.

 

남자는 다시 권총을 겨누었다.

 

“당신이 사라지고 나면 진실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내가 되겠군.”

 

‘진실.’

 

순간 소니에르는 진짜 공포에 맞닥뜨려졌다.

 

‘내가 죽으면 진실은 영원히 사라진다.’

 

관장은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기 위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권총이 발포되었다. 총알이 복부에 박힐 때 소니에르는 타는 듯한 열기를 느꼈다. 관장은 쓰러졌다. 천천히 몸을 움츠리며 소니에르는 철창 사이로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는 이제 소니에르의 머리를 향해 권총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소니에르는 눈을 감았다. 두려움과 후회가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빈 화랑에 딸각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소니에르는 눈을 번쩍 떴다. 남자는 즐겁다는 듯이 권총을 슬쩍 내려다보았다. 권총의 둘째 핀으로 손을 뻗던 남자는 순간 생각을 바꿨는지, 소니에르를 비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내 일은 끝났군.”

 

관장은 하얀 셔츠에 난 상처를 내려다보았다. 흉골 아래가 5, 6 센티미터 가량 피로 물들어 있었다.

 

‘위장.’

 

무참하게 총알은 심장을 비껴갔다. 알제리 전쟁에 참가한 베테랑으로서 소니에르는 이런 끔찍한 죽음을 목격했었다. 고작 15분 정도만 살 수 있을 터였다. 위산이 흉강에 스며들면, 독 때문에 천천히 독살될 것이다.

 

“고통이란 좋은 것이오. 선생.”

 

남자가 말했다. 그러고는 사라졌다.

 

혼자가 된 자크 소니에르는 고개를 다시 철문으로 돌렸다. 덫에 갇힌 꼴이었다. 적어도 20분동안 저 철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다가오더라도 소니에르는 이미 죽은 목숨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 소니에르를 사로잡는 두려움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 훨씬 큰 것이었다.

 

‘반드시 비밀을 전해야 한다.’

 

비틀거리며 일어난 소니에르는 살해된 세 형제를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들보다 먼저 활동한 윗세대와 그들 모두에게 맡겨진 사명을 생각했다.

 

‘깨져서는 안 될 지식의 사슬.’

 

그리고 이제, 갑자기,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소니에르는 유일하게 남은 연결고리이자 지금까지 지켜온 엄청난 비밀의 외로운 수호자이다.

 

소니에르는 떨리는 몸을 이끌었다.

 

‘방법을 찾아야 해…’

 

박물관 대화랑에 갇힌 소니에르는 횃불을 건네줄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사람이다. 소니에르는 이 고상한 감옥의 벽들을 응시했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들이 오랜 친구처럼 자신을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면서 소니에르는 모든 힘과 재능을 끌어모았다. 소니에르는 그의 필사적인 임무를 위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