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모르타티 추기경은 검은 사제복 안에서 땀을 흘리고 있었다. 시스티나 소성당이 사우나실 처럼 느껴졌다. 20분 후면 선거회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그런데 사라진 추기경들에 관해서는 아직 아무런 소식도 없다. 이들의 부재 때문에 다른 추기경들 사이에서도 불안한 속삭임이 거리낌 없이 표출되었다.
무단으로 빠진 추기경들이 도대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타티는 알 수가 없었다.
‘혹시 궁무처장과 함께 있나?’
궁무처장이 아까 오후에 네 명의 발탁된 후보들을 초대해 개인적으로 차를 대접한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벌써 여러 시간 전이다.
‘그 사람들이 아픈 건가? 뭘 잘못 먹었나?’
모르타티는 이상했다. 죽음의 문턱에 있다 하더라도, 발탁된 후보자들은 여기 이 자리에 있어야 했다. 추기경이 교황으로 선출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은 인생에서 오직 한 번뿐이다. 한 번 이상은 결코 없다. 바티칸 법령에 따라 투표가 진행될 때, 추기경은 시스티나 소성당 안에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격이 박탈된다.
비록 발탁된 후보는 네 사람이지만, 이들 중에 다음 교황이 나오리라는 것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지난 보름 간 잠재적인 후보자를 논의 하는 팩스와 전화가 쇄도했다. 관례에 따라 네 명이 후보자로 선택되었고, 이들 각각은 교황이 되기 위한 무언의 조건을 충족하였다.
‘이탈리아 어, 스페인 어, 영어 등 다국어에 능함.’
‘숨겨진 비밀이나 수치(羞恥)등이 전혀 없음.’
‘예순다섯 살과 여든 살 사이’
보통은 발탁된 후보자들 중 한 사람을 추기경단이 뽑고, 거기에서 선택된 추기경이 다른 이들을 제치고 교황이 된다. 오늘 밤 그 사람은 밀라노에서 온 알도 바치아 추기경이다. 바치아의 오점 없는 봉사 경력은, 완벽한 언어 구사력과 정신의 본질을 전달하는 능력과 더불어 그를 가장 확실한 후보자로 만들었다.
‘대체 바치아 추기경은 어디에 있는 거지?’
모르타티는 궁금했다. 그는 사라진 추기경들이 유난히 걱정스러웠다. 선거회의를 감독하는 업무가 그에게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1주일 전에 추기경 단장은 선거회의의 내부 의식과 절차를 총 관장하는 자리다. 공식적으로는 궁무처장이 바티칸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지만, 궁무처장은 그저 사제에 불과했고 선거 과정에는 익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추기경 한 사람을 뽑아 시스티나 소성당 안의 의식을 총괄하도록 하는 것이다.
추기경들은 추기경 단장으로 지명되는 것이 가톨릭계에서 가장 잔인한 명예라는 농담을 종종 한다. 단장으로 지명이 되면 당사자는 선거 기간 동안 교황직 후보자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거회의에 앞서 추기경 단장은 선거가 적절하게 치러지도록 선거회의에 관련된 의식들의 복잡한 세부사항을 모두 살피고. ‘주님의 양떼(Universi Domnici Gregis)’의 내용을 숙독하며 많은 날을 보내야 한다.(주님의 양떼:1996년 2월 22일에 ‘사도좌 공석과 선출에 관해’내린 요한 바오로2세의 교황령.)
하지만 모르타티는 아무런 불만도 없었다. 자신이 추기경들의 합리적인 선택임을 알고 있었다. 그는 이제 연장자 축에 드는 추기경일 뿐만 아니라, 서거한 교황의 절친한 친구였다. 이 사실은 그에 대한 존경을 한층 고취시켰다. 법적으로는 모르타티 역시 교황 후보자가 될 수 있는 나이지만, 진정한 후보자가 되기에는 나이가 많았다. 보편적으로 일흔아홉 살이 넘으면 교황직의 과도한 업무를 감당해낼 수 없을 것이라 추기경단을 판단했고, 일흔아홉 살이라는 나이로 모르타티는 말없이 그 선을 넘은 것이다. 교황이 되면 보통 하루에 열네 시간을 일하고, 1주일에 7일은 일해야 했다. 그리고 과로로 재임 평균 6.3년 안에 죽었다. 교황직을 수락하는 것은 추기경으로 ‘천국으로 가는 가장 빠른 노선’이란 농담이 바티칸 안에서 나돌 정도이다.
많은 사람들은 모르타티가 관대한 마음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젊은 시절 교황이 될 수도 있었을 거라고 믿었다. 교황의 자리를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삼위일체가 이루어져야 했다. 보수성. 보수성. 보수성.
서거한 교황, 신이여 그의 영혼을 쉬게 하소서, 모르타티는 서거한 교황이 일단 교황직에 앉자, 놀랍도록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드러낸 모순을 늘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교황은 현대세상이 교회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과학에 대한 교회의 자세를 온화하게 바꿀 것과 심지어는 몇몇 과학 연구에 기부금을 제의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 일은 정치적으로는 자살 행위였다. 과학지상주의자들은 교회가 속하지 않은 곳에 교황이 영향력을 퍼뜨리려 한다며 교황을 비난했고, 보수적인 가톨릭계는 교황이 ‘망령났다’고 선언했다.
“그분들은 어디에 있습니까?”
모르타티가 돌아섰다. 추기경 중 한 명이 불안하게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단장님은 그분들이 어디에 계시는지 아시겠죠, 그렇죠?”
모르타티는 자신의 걱정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직 궁무처장님과 함께 있나 봅니다.”
추기경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 시간에요? 그건 교리에 크게 어긋나는 일입니다! 궁무처장님이 시간을 잊은 것은 아닐까요?”
모르타티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추기경들이 궁무처장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교황을 가까이 모시기에는 궁무처장이 너무 젊다고 느끼는 듯했다. 하지만 추기경들이 궁무처장을 싫어하는 마음 중에 큰 부분은 질투심이라고 모르타니는 생각했다. 사실 그는 젊은 궁무처장을 존경했다. 그리고 서거한 교황이 젊은 사제인 카를로 벤트레스카를 궁무처장으로 지명했을 때 남몰래 박수를 보냈다. 궁무처장의 눈동자를 보았을 때, 모르타티는 강한 신념을 읽었다. 다른 많은 추기경들과는 달리, 궁무처장은 사소한 정치를 앞세우지 않고 교회와 믿음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그는 진정한 신의 사람이다.
재직 기간 동안 궁무처장의 확고한 헌신은 전설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성품을 궁무처장이 어린 시절에 겪은 기적 같은 일에서 원인을 찾았다. 인간의 가슴에 영원한 인상을 남긴 사건.
‘기적과 경이로움.’
모르타티는 자신의 어린 시절에도 의심 없는 믿음을 가질 만한 사건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종종 돌이켜보았다.
교회로서는 불행한 일이지만, 궁무처장은 노년의 나이에 결코 교황이 될 수 없을 것임을 모르타티는 알고 있었다. 교황직에 오르려면 어느 정도 정치적 야망이 필요한 법인데, 젊은 궁무처장에게는 분명히 부족한 자질이다. 궁무처장은 더 높은 자리를 내리겠다는, 서거한 교황의 제안을 여러 번 거절했다. 그는 보통 사람으로서 교회에 봉사하고 싶다고 제의를 고사했다.
한 추기경이 모르타티를 톡톡 두드렸다.
“다음은 뭡니까?”
모르타티가 고개를 들었다.
“네?”
“그분들이 늦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모르타티가 대꾸했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겠소? 기다리는 겁니다. 믿음을 가지고.”
모르타티의 반응에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한 얼굴로 추기경은 어깨를 움츠리고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관자놀이를 두드리며 모르타티는 잠시 서 있었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모르타티는 제단을 지나 천장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프레스코화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최후의 심판>. 근심을 가라앉히는 데 그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 작품은 예수 그리스도가 인간을 올바른 자와 죄지은 자로 가르고, 죄지은 자들을 지옥으로 떨어뜨리는 모습을 그린 15미터 길이의 무시무시한 그림이다. 그림에는 가죽이 벗겨진 살점, 불에 타오르는 몸통, 심지어 미켈란젤로의 경쟁자 중 한 명이 당나귀 귀를 하고 지옥에 앉아 있는 모습도 있다. 모파상은 이 작품이 무지한 석탄 운반부들이 레슬링을 하며 축제를 벌이는 모습을 그린 것 같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모르타티 추기경은 그 표현에 수긍하는 축이다.
랭던은 산 피에트로 광장의 부산한 미디어 트레일러들을 내려다보며, 교황 집무실의 방탄 창문가에 가만히 서 있었다. 기괴한 전화 통화는 고름덩이가… 더 커진 듯한 느낌이다. 랭던 혼자만이 아니다.
일루미나티라는 고대의 적이, 잊고 있던 역사의 구덩이에서 독사처럼 기어올라와 그들을 덮쳤다. 요구도 없고, 협상도 없었다. 그저 복수뿐이었다. 지독하게 단순하다. 쥐어짜기. 4백 년에 걸쳐 형성된 복수. 수백 년 박해의 세월을 보낸 뒤, 과학이 종교에 앙갚음을 다짐하며 물어뜯으려는 것 같았다.
궁무처장은 전화기를 멍하니 바라보며 책상에 물끄러미 서 있었다. 침묵을 처음 깬 사람은 올리베티였다. 올리베티는 사령관이라기보다는 걱정하는 친구처럼 궁무처장의 이름을 불렀다.
“카를로 궁무처장님. 26년 동안 저를 이 집무실의 경호를 위해 제 목숨을 걸고 맹세했습니다. 제가 불명예를 감수해야 할 날이 바로 오늘 밤인 것 같습니다.”
궁무처장은 머리를 저었다.
“사령관님과 저는 서로 다른 능력으로 신께 봉사했습니다. 봉사는 항상 명예로운 것입니다.”
올리베티는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이 사태는… 어떻게 이 상황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오직 한 가지 행동만이 남아 있음을 깨달으셨겠지요. 추기경단의 안전은 제 책임입니다.”
“그 책임은 제 것입니다, 궁무처장님.”
“그럼 부하들을 시켜 즉시 바티칸을 비우도록 하세요.”
“궁무처장님?”
“폭파 장치를 찾는 일, 행방불명된 추기경님들과 범인을 찾는 조직적인 수사. 이런 선택은 나중에라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추기경단을 안전하게 대피시키는 일입니다. 인간 생명의 신성함은 모든 것보다 우선합니다. 그리고 추기경님들은 이 교회의 반석입니다.”
“지금 당장 선거회의를 취소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제게 다른 선택이 있습니까?”
“새 교황님을 모셔와야 하는 궁무처장님의 임무는 어떻게 하고요?”
젊은 궁무처장은 한숨을 쉬며 창가로 돌아섰다. 그의 시선은 아래에 어지럽게 펼쳐진 로마 시내를 떠다녔다.
“교황님은 한때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교황은 두 세계를 가르는 사람이라고… 현실세계와 신성한 세계. 교회가 현실을 무시하면 살아남아서 신성함을 음미할 수 없다고 경고하셨죠.”
궁무처장의 목소리는 교황을 모신 세월 때문인지 현명하게 들렸다.
“오늘 밤 우리를 덮친 것은 현실세계입니다. 우리가 그걸 무시해봤자 헛된 일이지요. 자존심과 관례가 합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감명받은 표정으로 올리베티는 고개를 끄덕였다.
“궁무처장님, 제가 그동안 궁무처장님을 과소평가한 것 같습니다.”
궁무처장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그의 시선은 창문 너머에 있었다.
“궁무처장님, 툭 터놓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실세계는 제가 속한 세계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좀더 순수한 것을 추구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저는 매일 매일 자신을 추한 세상에 담급니다. 현재 상황에 충고를 드리겠습니다. 그게 제가 훈련을 받은 목적입니다. 궁무처장님의 판단은 가치가 있습니다만… 여전히 재앙으로 변할 소지가 있습니다.”
궁무처장이 돌아섰다. 올리베티는 한숨을 쉬었다.
“추기경단을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대피시키는 것은, 궁무처장님이 지금 당장 내리실 수 있는 일 중에 가장 최악의 선택입니다.”
궁무처장은 분개한 것 같지 않았다.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사령관님의 제안은 무엇입니까?”
“추기경님들께는 아무 말씀도 마시고, 선거회의를 봉하십시오. 그러면 저희에게 다른 선택을 해볼 시간이 생길 겁니다.”
궁무처장은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지금 제게 시한폭탄 위에 추기경단 전체를 가둬놓으라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궁무처장님. 잠시 동안만입니다. 만일 필요하다면, 나중에라도 그분들은 다른 곳으로 모실 수 있습니다.”
궁무처장은 머리를 저었다.
“선거회의 시작 전에 의식을 연기하는 것은 나중에 단독 심문의 장(場)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성당의 문이 봉해지면 아무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선거회의 절차에 따르면…”
“궁무처장님, 현실세계를 고려하십시오. 오늘 밤 궁무처장님은 현실세계에 계십니다. 잘 들으십시오.”
올리베티는 이제 경험 많은 현장요원의 능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되지도 않고, 보호하지도 못하는 165명의 추기경님들을 로마 시내로 행진시키는 것은 무모한 짓입니다. 나이 드신 분들께 혼란과 공포를 야기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번 달에 치명적인 뇌출혈 사망자는 한 명으로 충분합니다.”
‘치명적인 뇌출혈.’
사령관의 말에 랭던은 하버드 대학교 식당에서 몇몇 학생들과 저녁을 먹으며 읽은 신문의 머릿기사를 회상했다.
교황, 잠자리에서 뇌출혈로 서거.
시스티나 소성당의 부드러운 촛불 빛에도 불구하고, 모르타티 추기경은 안절부절 못했다. 교황 선거회의는 공식적으로 시작되었다. 그것도 가장 불길한 방식으로.
30분 전, 지정된 시각에 카를로 벤트레스카 궁무처장이 성당으로 들어왔다. 궁무처장은 정면의 제단으로 걸어가 개막 예배를 열었다. 그런 뒤에 궁무처장은 손을 펼치고, 모르타티가 시스티나 소성당의 제단에서 일찍이 들어보지 못한 직설적인 말투로 추기경들에게 고지했다.
“여러분 모두가 잘 아실 겁니다. 이 순간 우리의 발탁된 후보자, 네 분은 이 자리에 안계십니다. 하지만 서거하신 교황의 이름으로 여러분의 의무를 이행해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믿음과 목적을 가지고. 여러분 눈앞에는 오직 신만이 계실겁니다.”
그런 뒤에 궁부처장은 떠나려고 돌아섰다. 한 추기경이 불쑥 물었다.
“그런데 그분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궁무처장은 멈칫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언제 돌아오시는 겁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은 괜찮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그분들이 돌아오기는 합니까?”
긴 침묵이 이어졌다.
“믿음을 가집시다.”
궁무처장은 이렇게 말하고, 방에서 걸어나갔다.
관례대로 시스티나 소성당의 문은 봉해졌다. 밖에서 두 개의 묵직한 쇠사슬이 문을 묶고, 네 명의 스위스 근위병이 복도 너머에서 성당을 지켰다. 이제 교황이 선출되기 전에 문이 열리는 유일한 방법은 안에 있는 누군가가 죽을 정도로 아프거나, 아니면 발탁된 후보자들이 돌아오는 길뿐이었다. 지금의 답답한 심정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르타티는 후자의 이유로 문이 열리기를 기도했다.
‘우리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궁무처장의 목소리에서 결연함을 느끼고, 모르타티는 자신의 의무를 다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투표를 시행했다. 그 외에 그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첫 투표에 이르는 준비 의식을 치르는 데 30분이 걸렸다. 모르타티는 나이순에 따라 추기경들이 한 명씩 제단으로 나와, 특이한 투표 절차를 수행하는 것을 끈기 있게 지켜보았다. 이제 마침내 마지막 추기경이 제단에 도착해서 모르타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증인으로 모십니다.”
앞서 투표한 다른 추기경들과 똑같은 말을 선언했다.
“주님은 신 앞에서 당연히 선출되어야 하는 사람에게 제 표가 갈 수 있도록 판단해주십니다.”
마지막 추기경이 일어섰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게 투표용지를 머리 위로 높이 들어올렸다. 그런 다음 커다란 성배 위에 접시가 얹혀 있는 제단으로 투표용지를 가져갔다. 마지막 추기경은 투표용지를 접시에 올렸다. 그리고 접시를 들어서 위에 놓인 투표용지를 성배 안으로 떨어뜨렸다. 접시를 사용하는 것은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투표용지를 떨어뜨릴 수 없음을 보장하는 방법이다.
투표용지를 제출한 후에 마지막 추기경은 성배 위에 접시를 다시 올렸다. 그리고 십자가에 절을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마지막 투표까지 행사된 것이다. 이제 모르타티가 일할 시간이었다.
접시를 성배 위에 둔 채 모르타티는 투표용지를 섞기 위해 흔들었다. 그런 뒤 접시를 제거하고, 무작위로 투표용지를 꺼내서 펼쳤다. 투표용지는 폭이 정확히 5센티미터였다.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모르타티는 크게 읽었다.
“나는 교황으로서 선출한다…”
‘나는 교황으로서 선출한다…’
모르타티는 모든 투표용지에 양각으로 새겨진 글귀를 읽으며 선언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적힌 후보자의 이름을 발표했다. 투표용지에 적힌 이름을 읽은 후에 모르타티는 실을 꿴 바늘을 들어올려, 투표용지의 ‘엘리고(Eligo)’라는 단어를 바늘로 뚫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투표용지를 실로 밀었다. 마지막으로 업무일지에 투표 기록을 했다.
다음, 두 번째 투표용지를 집어들었을 때 모르타티는 이 모든 과정을 되풀이했다. 성배에서 투표용지를 골라 큰 소리로 읽고, 실에 꿰고, 일지에 기록했다. 개표 후 즉시 모르타티는 그들의 첫 번째 투표가 실패했다는 감을 잡았다.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겨우 일곱 장의 투표용지를 읽었는데, 벌써 일곱 개의 각기 다른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보통 때 같으면 각각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적을 때, 추기경들은 나무도장을 찍는다거나 화려한 글씨체를 이용해 누가 그 이름을 적었는지 모르게 위장을 했다. 하지만 오늘 같은 경우에 위장은 무의미했다. 추기경들은 각자 자신의 이름을 써서 제출한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분명 자만처럼 보이는 추기경들의 이런 행동은 자기중심적인 야망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모르타티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선거를 보류하는 방어적인 수법이다. 특정한 추기경이 승리에서 필요한 충분한 표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시간 벌기 전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 투표를 시행하는 것이다.
추기경들은 그들이 발탁한 후보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마지막 투표용지까지 기록을 마쳤을 때, 모르타티는 투표 결과를 선언했다.
“실패.”
모르타티는 모든 투표용지를 꿴 실꾸러미를 들고, 양끝을 서로 묶어서 고리로 만들었다. 그런 다음 투표용지 꾸러미를 은쟁반에 올렸다. 꾸러미 위에 화학물질을 뿌리고, 은쟁반을 뒤에 있는 작은 난로 안으로 옮겼다. 모르타티는 난로 안의 투표꾸러미에다 불을 붙였다. 투표용지에 불이 붙자, 그가 첨가한 화학물질이 시커먼 연기를 내뿜었다. 연기는 난로에서 굴뚝을 따라 지붕으로 올라갔다. 성당 지붕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는 로마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모르타티 추기경은 지금 막 바깥세계와 첫 의사소통을 한 셈이었다.
투표 한 번. 교황은 없음.
랭던은 냄새에 거의 질식한 채, 구멍 위의 빛을 향해 사다리를 올라 가느라 애를 먹었다. 위에서 목소리들이 들렸지만, 어느 말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낙인 찍힌 추기경의 모습이 맴돌았다.
‘흙… 흙…’
위로 몸을 끌어올리면서, 랭던은 시야가 좁아지고 의식이 아득해지는 듯한 두려움을 느꼈다. 꼭대기에서 두 계단을 남겨놓고,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구멍 가장자리를 잡기 위해, 몸을 풀쩍 날렸다. 하지만 입구는 너무 멀었다. 사다리를 쥐고 있던 손의 힘이 풀리고 그의 몸이 어둠 속으로 곤두박질치려는 찰나, 팔에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졌다. 갑자기 랭던을 공중에 떠있는 상태가 되었다. 깊은 수렁 위에서 그의 다리가 제멋대로 흔들거렸다.
강한 힘으로 랭던의 겨드랑이를 붙든 스위스 근위병 두 사람이 그를 위로 끌어올렸다. 잠시 후 악마의 구멍에서 랭던의 머리가 나타났다. 질식 상태의 랭던은 공기를 찾아 헐떡였다. 근위병들이 구멍 위로 랭던을 끌어내, 바닥을 가로질러가서 그를 눕혔다. 차가운 대리석 바닥이 그의 등에 닿았다.
잠시 동안 랭던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몽롱했다. 머리 위로는 별들이 보였다.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행성도 있었다. 흐릿한 형체가 그의 옆을 지나다녔다. 사람들이 소리쳤다. 랭던은 일어나 앉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석조 피라미드 밑에 누워 있었다. 귀에 익숙한 성난 목소리가 성당 안에 메아리치자, 랭던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올리베티가 비토리아에게 소리치는 중이었다.
“도대체 왜 당신들은 첫 장소를 알아내지 못했소!”
비토리아는 상황을 설명하려고 애를 먹고 있었다. 올리케티가 도중에 비토리아의 말을 자르고, 돌아서서 자기 부하들에게 고함을 질러댔다.
“시신을 바깥으로 끌어내! 건물 나머지를 수색하도록!”
랭던은 일어나 앉으려고 노력했다. 키지 성당은 스위스 근위병들로 꽉 차 있었다. 성당 입구를 가리던 비닐 장막은 입구에서 뜯겨나갔고, 신선한 공기가 랭던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감각이 천천히 되돌아오자, 비토리아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무릎을 꿇은 그녀의 얼굴이 천사 같았다.
“괜찮아요?”
비토리아는 랭던의 팔을 잡고, 맥박을 쟀다. 피부에 닿은 그녀의 손길은 부드러웠다.
“고맙습니다. 올리베티 사령관이 단단히 화가 났군요.”
랭던은 일어나 앉았다. 비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게는 그럴 권리가 있어요. 우리가 기회를 날려버렸으니까.”
“우리가 아니라 내가 날린 겁니다.”
“그럼 자신을 구제하세요. 다음 번에는 범인을 잡는 거예요.”
‘다음 번?’
랭던은 잔인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번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기회를 놓친 겁니다!’
비토리아가 랭던의 시계를 확인했다.
“미키마우스가 우리에게 사십 분이 남았다고 말해주네요. 정신차리세요. 내가 다음 표지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게요.”
“비토리아, 이미 말했지만 조상들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일루미나티의 길은…”
랭던은 멈칫했다. 비토리아가 부드럽게 웃었다.
갑자기 랭던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는 돌아서서 현기증 나는 원들과 자기 주변의 예술작품을 바라보았다.
‘피라미드, 별, 행성, 타원.’
갑자기 모든 것이 돌아왔다.
‘이곳이 과학의 첫 번째 제단이다! 판테온이 아니라.’
세상에 널리 알려진 유명한 판테온보다 훨씬 은밀하고 선택적인 일루미나티의 장소로서 이 성당이 얼마나 완벽한지, 이제야 깨달았다. 외딴 구석에 있는 키지 성당은 말 그대로 사적인 장소였지만, 과학의 위대한 후원자에 대한 헌사로서 흙의 상징을 장식한 곳이다.
‘완벽하다.’
벽을 따라 둘러보다, 랭던은 거대한 피라미드 조각을 응시했다. 확실히 비토리아의 말이 옳았다. 만일 이 성당이 과학의 첫 번째 재단이라면, 표지 노릇을 하는 일루미나티의 조각품이 아직 이 안에 있을 터였다. 랭던은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자, 희망이 전기충격처럼 몸을 관통하는 것을 느꼈다. 만일 표지가 정말로 여기에 있다면, 그리고 그들이 그 표지를 따라 다음 과학의 재단으로 갈 수 있다면, 살인자를 잡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비토리아가 가까이 다가왔다.
“베일에 싸인 일루미나티의 조각가가 누구였는지 알아냈어요.”
랭던의 머리가 홱 돌아갔다.
“뭘 알아냈다고요?”
“이제 여기 있는 조각품 중에 어느 것이 표지인지를 알아내기만 하면…”
“잠깐 기다려요! 일루미나티의 조각가가 누구인지 알아냈다고 했습니까?”
랭던은 이 정보를 알아내려고 수년 간을 연구했다. 비토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베르니니.”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춘 후, 다시 말했다.
“그 유명한 베르니니.”
랭던은 즉시 비토리아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베르니니는 불가능했다.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는 항상 두 번째로 유명한 조각가였다. 베르니니의 명성은 미켈란젤로 때문에 가려졌다. 1600년대에 베르니니는 다른 어느 예술가보다도 많은 조각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들이 찾는 사람은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예술가여야 했다.
비토리아가 눈살을 찌푸렸다.
“흥분되지 않나 보군요.”
“베르니니는 불가능합니다.”
“왜죠? 베르니니는 갈릴레이와 동시대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아주 뛰어난 조각가였고요.”
“그는 너무 유명한 사람이고, 가톨릭 신자였습니다.”
“그래요. 갈릴레이도 그랬어요.”
비토리아가 대꾸했다.
“아닙니다.”
랭던이 반박했다.
“갈릴레이와는 다릅니다. 갈릴레이는 바티칸 측에서 보면 눈에 가시였어요. 하지만 베르니니는 바티칸의 신동이었습니다. 교회는 베르니니를 사랑했어요. 그는 바티칸의 전반적인 예술 사업에 대한 자유 재량권을 가진 사람으로 선출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베르니니는 그의 전 생애를 바티칸 시국 안에서 살았어요!”
“완벽한 위장이네요. 일루미나티의 침투 말이에요.”
랭던은 당황했다.
“비토리아, 일루미나티 회원은 그들의 비밀스러운 예술가를 ‘알려지지 않은 대가’라고 불렀습니다.”
“그래요. 그들에게는 베일에 싸여 있었겠죠. 프리메이슨의 비밀주의를 생각해봐요. 오직 최상층에 속한 사람만이 모든 진실을 알잖아요. 갈릴레이가 베르니니의 진짜 정체를 회원들에게 숨겼을 수도 있어요. 베르니니의 안전을 위해서. 그랬기 때문에 바티칸이 결코 알아내지 못했을 거고요.”
랭던은 확신하지는 않았지만, 비토리아의 논리가 묘하게도 들어맞는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루미나티는 비밀스러운 정보를 구획으로 나눠서 지키는 것으로 유명했다. 오직 최상층의 회원에게만 진실이 공개되었다. 이 방법은 비밀스러운 조직의 생존을 보존하는 그들 능력의 초석이었다. 전체 이야기를 아는 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리고 베르니니가 일루미나티에 가입했다고 보는 게, 그가 저 두 개의 피라미드를 왜 디자인했는지 설명해줄 것 같은데요.”
비토리아가 웃으며 덧붙였다.
랭던은 거대한 피라미드 조각으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머리를 저었다.
“베르니니는 종교적인 조각가였습니다. 그가 저 피라미드를 조각했을 리 없습니다.”
비토리아는 어깨를 으쓱했다.
“당신 뒤에 있는 동판을 읽어봐요.”
랭던은 돌아서서 비토리아가 지적한 동판을 읽었다.
키지성당의 예술
건축은 라파엘로,
모든 실내장식은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
랭던은 동판을 두 번이나 읽었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베르니니는 정교하고 성스러운 조각들, 예를 들어 성모 나리아, 천사, 선지자, 교황의 조각가로 명성이 높았다. 그런 그가 무슨 이유로 피라미드를 조각했던 것일까?
랭던은 우뚝 솟은 피라미드를 올려다보며 종잡을 수가 없었다. 두 개의 피라미드 모두 타원형의 빛나는 메달이 있었다. 이 메달은 피라미드만큼이나 비기독교적이다. 피라미드, 천장의 별, 12궁도의 기호들.
‘모든 실내장식은 지안 로렌초 베르니니의 작품.’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비토리아의 말이 맞는 것이다. 자동적으로 베르니니는 일루미나티의 알려지지 않은 대가가 되는 것이다. 이 성당에 예술 작품을 기증한 사람은 베르니니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에 대한 암시가 랭던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빨리 다가왔다.
‘베르니니는 일루미나티의 회원이었다.’
‘베르니니가 일루미나티의 앰비그램을 디자인했다.’
‘베르니니가 일루미나티의 길을 설계했다.’
랭던은 입을 뗄 수가 없었다. 저명한 베르니니가 여기, 이 작은 키지 성당 안에 로마를 가로질러 다음 과학의 제단을 가르키는 조각품을 남겨두었을까?
랭던이 말했다.
“베르니니라니. 나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유명한 바티칸 예술가가 아니고서야, 그 누가 로마 주변의 특정 가톨릭 교회 안에 자기의 예술작품을 두고, 일루미나티의 길을 창조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질 수 있었겠어요? 분명히 무명인은 아니에요.”
랭던은 그 점을 고려했다. 피라미드 중에 하나가 표지일까 싶어서, 랭던은 피라미드들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두 개 모두?’
“두 피라미드의 정면이 서로 반대 방향을 보고 있군요.”
랭던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피라미드 두 개가 모양이 같습니다. 어느 것이 표지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우리가 찾는 것이 피라미드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하지만 피라미드만이 여기에서 유일한 조각품입니다.”
비토리아가 올리베티와 몇 명의 근위병이 있는 쪽을 가르키면서 랭던의 입을 다물게 했다. 올리베티를 비롯한 사람들이 악마의 구멍 근처에 모여 있었다.
랭던의 시선은 비토리아의 손가락을 따라 벽 끝까지 갔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였다. 누군가 움직이며 자리를 비키자 뭔가 언뜻 보였다. 하얀 대리석. 팔. 토르소. 그리고 조각된 얼굴. 성당 내의 자체 벽감 안에 조상이 살짝 숨어 있었다. 실물 크기의 인간 형상 두 개가 서로 섞여 있는 모습이었다. 랭던의 맥박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피라미드와 악마의 구멍에 사로잡혀, 미처 이 조상을 보지 못했다.
랭던은 사람들을 뚫고 성당을 가로질러갔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이 조상은 베르니니의 작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술적 구성의 강도, 정교한 얼굴과 흐르는 듯한 옷자락, 바티칸의 돈으로만 살 수 있었던 가장 순수한 하얀 대리석. 바로 그 앞에 선 후에야, 조상 자체를 인식할 수 있었다. 조상의 두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는 숨이 막혔다.
“이들이 누구죠?”
그의 옆으로 다가온 비토리아가 물었다. 랭던은 감탄한 채로 서 있었다.
“<하박국과 천사>.”
그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이 조각품은 예술사 교과서에 나올 정도로 상당히 유명했다. 랭던은 이게 여기에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박국?”
“그래요. 지구의 소멸을 예언한 선지자입니다.”
비토리아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그 표지라고 생각해요?”
랭던은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인생에서 이렇게 강한 확신은 처음이었다. 이것이 첫 번째 일루미나티의 표지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랭던은 조상이 어떻게든 다음 과학의 제단을 ‘가리킬’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렇게 말 그대로 드러내 보일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천사와 하박국, 둘 다 팔을 뻗어 어딘가를 가리켰던 것이다.
랭던은 갑자기 웃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렇게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비토리아는 흥분했다가 이내 곤란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천사와 하박국이 어딘가를 가르킨다는 것은 알겠어요. 하지만 서로 반대방향을 가리키잖아요. 천사는 이쪽을, 선지자는 저쪽을.”
랭던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그건 사실이었다. 천사와 하박국, 둘 다 어딘가를 가리켰지만,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하지만 랭던은 이미 그 문제를 풀었다. 넘치는 기운을 발산하며 그는 문으로 향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비토리아가 불렀다.
“교회 밖으로!”
문을 향해 달려가는 랭던의 다리는 가벼웠다.
“조상이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봐야겠습니다!”
“잠깐만요! 어느 방향을 따라야 하는지 어떻게 알아낸 거죠?”
랭던은 어깨 너머로 소리쳤다.
“시입니다. 시의 마지막 줄!”
“천사들이 너의 숭고한 원정길을 안내케 하라?”
비토리아는 고개를 들어 천사의 쭉 뻗은 손가락을 응시했다. 예기치 못하게 그녀의 눈동자에 물기가 어렸다.
“이런, 내가 한방 먹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