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모르타티 추기경은 시스티나 소성당의 호화로운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반추의 시간을 가지려고 애썼다.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벽에는 지구상의 각 나라에서 온 추기경들의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촛불을 밝힌 성당 안에서 사람들은 흥분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여러 가지 언어로 의논하면서 서로 밀치고 다녔다. 보편적으로 들리는 언어는 영어와 이탈리아 어, 그리고 스페인 어였다.
하늘에서 내리는 광선처럼 어둠을 가르며 쏟아지는 성당의 불빛은 긴 햇살 같았다. 보통 때는 이 빛이 숭고하게 여겨졌지만 오늘은 그렇지가 않았다. 관습대로 비밀의 이름 아래, 성당의 모든 창문에는 검은 벨벳이 드리워졌다. 이것은 성당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바깥세계에 신호를 보내거나, 바깥세계와 통할 수 없음을 확인시키는 의미다. 그 결과 성당 안은 오직 양초로만 불을 밝힌 심오한 어둠이 깔렸다. 아른아른하게 빛나는 촛불은 불빛에 닿은 모든 이들을 정화시키고, 사람들을 유령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마치 성인(聖人)들처럼.
모르타티는 생각했다.
‘내게 이 신성한 일을 감독할 권한이 주어지다니 얼마나 큰 영광인가.’
여든 살 이상의 추기경은 선거에 참여하기에는 고령이기 때문에, 교황 선거회의에 참석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흔아홉 살인 모르타티가 여기에 모인 추기경 중에서 가장 연장자이고, 회의 과정을 감독하도록 지명을 받았다.
전통에 따라 추기경들은 선거회의 두 시간 전에 모여들었다. 그리고 친구들을 만나 마지막 몇 분 간 토론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녁 7시 정각에 서거한 교황의 공무처장이 도착할 것이고, 미사를 집전한 뒤 떠날 것이다. 그럼 스위스 근위병들이 성당의 문을 봉쇄하고, 모든 추기경을 이 안에 가둘 터였다. 그때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신성한 정치 의식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추기경들은 그들 중 누가 차기 교황이 될 것인지 결정짓기 전에는 방에서 나오지 못한다.
교황 선거회의(Conclave). 심지어 그 명칭마저 비밀스럽다. ‘콘클라베’는 말 그대로 ‘열쇠로 잠그다’라는 의미다. 추기경들은 바깥세상과 어떤 형태로든 접촉이 금지되었다. 전화 통화를 포함해 메시지를 주고 받거나, 창문을 통해 서로 속삭이는 일이 금지되었다. 교황 선거회의는 바깥세상의 어떤 영향에서도 자유로운 진공상태여야 한다. 이것이 추기경들에게 ‘솔로 둠 프라에 오쿨리스(Solum Dun prae ocuilis)’ 즉, 그들 눈앞에 오직 신만 존재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물론 시스티나 소성당 밖에서는 언론이 이를 지켜보며 기다리고 있다. 10억에 가까운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누구 될 것인지 추측하면서 말이다. 선거회의는 긴장감이 넘쳤고, 정치적으로 달아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수백 년을 거치면서 선거회의는 심하게 변모했다. 독살과 주먹싸움, 심지어는 살인까지 신성한 벽 안에서 행해지기도 했다.
모르타티는 생각했다.
‘고대의 역사는 그랬지. 하지만 오늘 밤 선거회의는 통일된 의견으로 즐거운 회의가 될 거야. 어느 때보다도… 짧은 회의가 되겠지.’
이제 모르타티 추기경의 추측이었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이상하게도 네 명의 추기경이 시스티나 소성당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모르타티는 바티칸 시국의 모든 출구를 근위병들이 지킨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사라진 추기경들이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개막 미사가 시작되려면 한 시간도 채 안 남았는데, 모르타티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무엇보다도 사라진 네 명의 추기경들은 평범한 추기경들이 아니었다.
발탁된 네 사람.
선거회의의 감독자로서 모르타티는 적당한 채널을 통해 스위스 근위병에게 추기경들의 부재를 알리는 메시지를 이미 보냈다. 하지만 아직까지 답신이 없다. 이제 다른 추기경들도 네 명의 후보자가 오지 않았음을 눈치챈 것이 틀림없었다. 수상쩍은 속삭임이 일었다. 이 네 사람만큼은 제시간에, 이 자리에 있어야 한다! 모르타티 추기경은 결국 이 선거회의가 긴 밤이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바티칸의 헬리콥터 착륙장은 안전과 소음 방지를 이유로 바티칸 시국의 북서쪽 끄트머리에 자리잡았다.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이다.
“도착했습니다.”
헬리콥터가 땅에 내리자 조종사가 알려주었다. 조종사는 좌석에서 빠져나가 랭던과 비토리아를 위해 문을 열어주었다. 헬리콥터에서 먼저 내린 랭던은 비토리아가 내리는 것을 도와주러 돌아섰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별 어려움 없이 땅으로 내려섰다. 그녀의 모든 근육은 오직 한 가지 목표-끔찍한 유산을 낳기 전에 반물질을 찾으라는 목표-를 향한 것 같았다.
조종석 창문에 태양광선을 차단시키는 타르 방수천을 쳐놓은 후, 조종사는 두 사람을 착륙장 근처에서 대기중인 대형 전동 골프카트로 이끌었다. 카트는 그들을 바티칸 시국의 서쪽 경계를 따라 조용히 실어 날랐다. 바티칸 시국의 경계는 15미터 높이의 시멘트 성곽으로, 탱크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정도로 두꺼웠다. 성곽 안쪽을 따라 50미터 간격으로 스위스 근위병이 내부를 살피며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다. 골프카트는 오른쪽으로 홱 돌아서 관측소 길로 향했다. 모든 방향에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바티칸 시국 정부 청사
에티오피코 대학
산 피에트로 대성당
시스티나 소성당
그들은 잔디가 잘 다듬어진 길을 올라가, ‘바티칸 방송국(Radio Vatican)’이라는 표지가 붙은, 납작하게 웅크린 건물을 지나쳤다. 바티칸 라디오 방송은 지구상의 수백만 청취자들에게 신의 복음을 전파하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청취율을 자랑하는 카톨릭 방송의 중추이다.
“조심하십시오.”
로터리가 재빨리 돌아나가면서 조종사가 말했다.
골프카트가 로터리를 돌아갈 때, 랭던은 그의 시야에 들어온 전망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바티칸의 정원’이라고 짐작했다. 바티칸 시국의 심장. 바로 그 앞에는 산 피에트로 대성당의 후면이 솟아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오른쪽에는 집전관의 궁전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바로크 양식의 청정한 교황의 주거지는 오직 베르사이유 궁전만이 견줄 만한 상대다. 바티칸 시국의 행사을 관장하는 진지한 외관의 정부 청사 건물은 이제 그들 뒤에 있었다. 왼쪽위로는 사각형의 육중한 바티칸 박물관이 자리했다. 랭던은 이번 여행길에서는 박물관을 방문할 시간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모두들 어디에 있죠?”
한적한 잔디밭과 길을 둘러보며 비토리아가 물었다.
근위병은 검은 색 스콥위치 군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부풀어오른 소맷자락 아래에 드러난 구식 스타일의 손목시계는 복장과 기이한 조화를 이루었다.
“추기경들께서는 시스티나 소성당에 소집하셨습니다. 불과 한 시간도 안 남았군요. 교황 선거회의가 시작되려면 말입니다.”
랭던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선거회의가 시작되기 전,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소성당에서 전 세계에서 몰려온 다른 동료 추기경과 서로 조우하고 조용히 숙고하는 두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동안 오랜 우정을 다지고, 열기가 부족한 선거 분위기를 달군다.
“그럼 다른 거주자와 직원들은?”
“선거회의가 종결될 때까지 비밀 보안을 위해 모두 바티칸 시국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럼 선거회의는 언제 끝나요?”
근위병이 어깨를 으쓱했다.
“신만이 아시죠.”
기묘하지만 말 그대로이다.
근위병은 산 피에트로 대성당 뒤에 있는 넓은 잔디밭에 카트를 주차했다. 그리고 랭던과 비토리아를 성당의 뒤쪽, 대리석 광장으로 이어지는 급경사진 돌길로 안내했다. 그들은 광장을 가로질러 삼각형의 안뜰을 지나 성당의 담을 따라갔다. 그러자 벨베데레 길이 나왔고, 길을 가로질러 세 사람은 건물들이 밀집한 곳으로 들어갔다. 랭던의 예술사 지식은 그에게 이탈리아 어를 어지간히 배우게 했다. 덕분에 그는 바티칸 인쇄소와 태피스트리 복원연구실, 우체국, 그리고 성 안 교회 들의 표지판을 읽을 수 있었다. 그들은 다른 작은 광장을 가로질러 목적지에 도착했다.
감시청에 인접한 스위스 근위대 사무실은 산 피에트로 대성당에서 정확히 북동쪽에 있었다. 이 사무실은 작달막한 석조 건물이었다. 두 명씩 짝을 지은 근위병들이 돌로 만든 조상처럼 양쪽 입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이 근위병들은 외양만큼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랭던은 인정했다. 이들 역시 파란색과 황금색 제복을 입었지만, 둘다 전통적인 ‘바티칸의 장검(長劍)’을 들고 있었다. 바티칸의 장검은 매우 날카로운 낫이 달린 240센티미터의 창이다. 15세기에 십자군을 보호하면서 그 창으로 수많은 이슬람교도의 목을 벴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랭던과 비토리아가 다가가자 두 근위병이 긴 창으로 입구를 엇갈려 막으며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그 중 한 사람이 곤란한 표정으로 조종사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비토리아의 반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바지”
조종사가 근위병에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
“사령관님께서 즉시 만나고 싶어하시는 분들이다.”
근위병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은 마지못해 한쪽으로 비켜섰다.
실내 공기가 차가웠다. 랭던이 상상한 행정보안 사무실 같은 구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화려한 장식의 흠 잡을 데 없는 가구들로 꾸며진 복도에는 세계 어느 미술관이라도 기꺼이 그들의 화랑에 두고 싶어할만한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조종사는 아래로 향한 가파른 계단을 가리켰다.
“내려가십시오.”
하얀 대리석 계단에는 벌거벗은 남자 조상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었다. 랭던과 비토리아는 조상들의 태형을 받으며 지나는 기분이었다. 각각의 조상은 피부색보다 밝은 무화과 잎사귀를 달고 있었다.
‘위대한 거세로군.’
랭던은 생각했다.
이 무화과 잎사귀는 르네상스 예술에서 가장 끔찍한 비극 중의 하나이다. 1857년에 교황 피우스 9세는 남자 성기의 사실적인 표현이 바티칸 내부에 색욕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피우스 9세는 끌과 망치로, 바티칸 시국에 있는 모든 남자 조상의 성기를 난도질해버렸다. 교황은 미켈란젤로, 브람테, 베르니니의 작품을 훼손시켰다. 그 손상을 감추기 위해 석고로 만든 무화과 잎사귀들이 사용되었고. 수백 점의 조상이 거세를 당했다. 랭던은 종종 바티칸 어딘가에, 조상에서 떼어낸 남자 성기로 가득 찬 커다란 궤짝이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여기입니다.”
근위병이 말했다.
그들은 계단 바닥으로 내려왔고, 그들 앞에는 육중한 강철문이 버티고 있었다. 근위병이 비밀번호를 누르자 문이 스르르 열렸다. 랭던과 비토리아는 안으로 들어갔다. 문지방 너머는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
스위스 근위대 사무실.
그들 앞에 벌어진 세기의 충돌을 관찰하며 랭던은 문가에 서있었다.
‘완전히 짬뽕이로군.’
사무실은 상감 세공을 한 책장과 동양산 카펫, 다채로운 테피스트리들로 가득한 르네상스 시대의 도서관처럼 한껏 멋을 부렸다. 그리고 북적대는 하이테크 장비들이 사무실을 채웠다. 한 줄로 늘어선 컴퓨터, 팩시밀리, 바티칸 시국을 나타내는 전자 지도, 그리고 CNN에 채널이 맞춰진 텔레비전들, 화려한 색의 바지를 입은 남자들이 열심히 컴퓨터에 뭔가를 기록하고, 초 현대적인 헤드폰을 머리에 쓰고는 주의 깊게 귀를 기울였다.
근위병이 말했다.
“여기에서 기다리십시오.”
랭던과 비토리아는 근위병이 방을 가로질러 진한 파란색 군복을 입은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남자는 보기 드물게 키가 크고 강한 인상이었다. 그는 휴대전화로 얘기하고 있었다. 그가 몸을 곧추 세우자 쳐다볼 때 몸이 거의 뒤로 젖혀질 정도였다. 근위병이 남자에게 뭔가를 보고하자, 남자는 랭던과 비토리아에게 힐끔 시선을 던졌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두 사람에게 등을 돌리고 전화통화를 계속 했다.
근위병이 돌아왔다.
“올리베티 사령관님께서는 잠시 후에 오실 겁니다.”
“고맙습니다.”
근위병은 자리를 떠나 계단 위로 향했다.
랭던은 방 건너편의 올리베티 사령관을 관찰했다. 사령관은 한 국가의 군대 총괄자의 분위기를 풍겼다. 사무실 풍경을 구경하며 비토리아와 랭던은 기다렸다. 밝고 화려한 옷차림의 근위병들이 이탈리아어로 소리 높여 지시를 내리느라 소란스러웠다.
“계속 시도해봐!”
한 사람이 전화기에 대고 고함을 질렀다.
“박물관도 찾아봤어?”
다른 사람이 물었다. 보안센터가 현재 심각한 수색 상황으로 돌입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유창한 이탈리아 어 실력은 필요 없었다. 이 상황은 좋은 소식이다. 나쁜 소식이라면 이들이 아직 반물질을 못 찾아냈다는 것이다.
“괜찮습니까?”
랭던이 비토리아에게 물었다. 피곤한 미소로 비토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침내 사령관이 통화를 마치고 방을 가로질러왔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사령관의 키가 더 자라는 것처럼 보였다. 랭던도 키가 큰 편이었기에 사람을 올려다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리베티 사령관은 랭던조차 올려다보아야 했다. 랭던은 사령관이 숱한 난관을 뚫고 여기까지 오른 사람이라는 것을 금세 감지했다. 남자는 강철처럼 단단한 노익장을 과시했다. 사령관의 짙은 머리카락은 여느 군인처럼 아주 짧았고, 눈동자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굳건한 의지로 타올랐다. 사령관은 정확한 보폭으로 움직였고, 한쪽 귀 뒤로는 눈에 띄지 않게 수신기를 달고 있었다. 그의 모습은 스위스 근위병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미국 첩보기관의 요원 같았다.
사령관은 억양이 들어간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목소리는 건장한 몸집에 비해 아주 조용했다. 속삭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긴장감있고 군인다운 효과를 자아냈다. 사령관이 인사했다.
“안녕하시오. 나는 스위스 근위대 총사령관 올리베티요, 당신네 소장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나입니다.”
비토리아가 시선을 들었다.
“저희를 만나주셔서 고맙습니다. 사령관님.”
사령관은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더니 두 사람에게 따라오라는 몸짓을 해보였다. 그리고 전자장비 사이를 지나, 사무실 한쪽 벽에 있는 문으로 이끌고 갔다. 두 사람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사령관이 말했다.
“들어가시오.”
안으로 들어간 랭던과 비토리아는 자신들이 어두컴컴한 통제실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통제실 벽에는 비디오 모니터들이 바티칸 시국의 이미지를 흑백 화면으로 천천히 계속 방송하고 있었다. 한 젊은 근위병이 그 화면을 주의 깊게 지켜보며 앉아 있었다.
“나가 있게.”
올리베티가 지시했다. 젊은 근위병이 짐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올리베티는 한 화면으로 걸어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런 다음 손님들에게 돌아섰다.
“이 이미지는 바티칸 시국 어딘가에 숨겨진 무선 카메라에서 수신되는 것이오. 이게 뭔지 설명을 듣고 싶소.”
랭던과 비토리아는 화면을 쳐다보고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그 이미지는 분명했다.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화면 안의 물건은 CERN의 반물질 트랩이었다. 깜박거리는 LED 디지털 시계의 불빛을 받아, 트랩 안에 둥실 떠있는 금속성 액체 방울이 불길한 빛을 발산하였다. 컴컴한 방이나 옷장에 들어 있는지, 트랩 주변은 음산할 정도로 어두웠다. 화면 위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왔다.
생중계-카메라 #86
비토리아는 트랩 밑동에서 깜박이는 디지털 시계의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얼굴이 굳어진 비토리아가 랭던에게 속삭였다.
“여섯 시간도 안 남았어요.”
랭던은 시계를 확인했다.
“그럼…”
위가 꽉 죄는 느낌에 랭던은 말을 멈췄다.
“자정까지예요.”
움츠러진 표정으로 비토리아가 말했다.
‘자정이라. 극적인 효과를 위해 정말 빈틈이 없군.’
랭던은 되뇌었다. 지난밤에 트랩을 훔친 자가 누구든지간에, 분명 시간 하나는 완벽하게 맞추었다. 랭던은 현재 아무런 단서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밀려드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올리베티의 속삭임은 한층 더 낮아졌다.
“이 물건이 당신네 연구소의 것이 맞습니까?”
비토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도난당한 것입니다. 이 보관용기는 반물질이라고 불리는 극도로 타기 쉬운 가연성 물질을 담고 있어요.”
올리베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베트라양. 나는 발연성 물질은 꽤 잘 압니다만, 반물질이라는 것은 처음 들었소.”
“그건 신기술입니다. 즉시 이 보관용기를 찾아내든지, 아니면 바티칸 시국을 다른 곳으로 소개(疏開)시켜야 해요.”
올리베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비토리아를 다시 쳐다보면, 방금 들은 얘기가 달라지기라도 할 것처럼 말이다.
“소개시킨다고? 오늘 밤 여기에서 무슨 일이 진행되는지 알고나 있소?”
“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기경들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도요. 우리에게는 지금 여섯 시간 정도의 시간이 있습니다. 저 트랩을 찾아내는 수색에 어떤 진전이라도 있나요?”
올리베티는 머리를 저었다.
“아직 찾아보지도 않았소.”
비토리아는 숨이 막혔다.
“뭐라고요? 하지만 여기 근위병들이 수색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분명히 들었…”
올리베티가 비토리아의 말을 끊었다.
“수색이라, 그렇소. 하지만 당신네 깡통을 찾는 수색이 아니오. 내 부하들은 당신네 문제가 아닌 다른 것을 찾고 있소.”
비토리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트랩찾는 일을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요?”
올리베티의 동공이 그의 머릿속으로 쑥 들어간 것처럼 보였다. 그는 감정이 없는 곤충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베트라 양? 맞소? 설명을 해드리리다. 당신네 연구소 소장은 전화상으로 이 물건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하려들지 않았소. 이 깡통을 즉시 찾아야 한다는 말만 하고서는 말이오. 우리는 오늘 평상시와 달리 무척 바쁜 날이오. 구체적인 사실을 접수하기 전까지는, 내가 파악하지도 못한 상황에 인력을 차출할 만큼 호사를 누리고 있지도 않소.”
비토리아가 말했다.
“이 순간에는 오직 한 가지 진실만이 중요해요. 앞으로 여섯 시간 후면 저 장치가 바티칸 시국 전체를 날려버린다는 것이죠.”
올리베티는 움직이지 않았다.
“베트라양, 당신이 알아두어야 할 게 있소.”
그의 어조에는 상대방을 구슬리려는 의도가 배어 있었다.
“바티칸 시국의 외관은 무척이나 고풍스럽지만, 공식적인 입구든 비공식적인 입구든 모든 출입구에는 최첨단 기계들이 장착되어 있소. 만일 누군가 어떤 종류이든 발화장치를 가지고 들어오려 한다면, 그 즉시 적발될 거요. 우리는 방사성 동위원소 스캐너에다 가연성물질과 독소의 희미한 화학냄새를 감지하기 위해 미국 마약 단속국이 개발한 후각여과 장치도 가지고 있소, 또한 최첨단 금속 탐지기와 X-레이 스캐너도 사용중이오.”
“매우 감동적이군요.”
올리베티의 냉정한 태도를 따라하듯 비토리아도 차갑게 비꼬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반물질은 방사능 물질이 아니라 화학적으로 순수한 수소일 뿐입니다. 그리고 보관용기 자체는 플라스틱이죠. 바티칸 시국이 보유한 어떤 장비로도 감지해낼 수 없어요.”
깜박이는 LED를 가리키며 올리베티가 말했다.
“하지만 저 장치는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소, 아주 작은 니켈-카드뮴의 흔적이라도 우리는 감지…”
“베터리 또한 플라스틱입니다.”
올리베티의 인내심은 분명히 바닥나고 있었다.
“플라스틱 베터리?”
“테플론이 들어 있는 전해질 중합체 젤이에요.”(테플론:열에 강한 합성수지)
신장의 우위를 강조하려는 듯 올리베티가 비토리아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아가씨. 바티칸은 한 달에도 수십 번씩 폭탄 테러의 과녁이 되는 곳이오. 내가 직접 모든 스위스 근위병들에게 현대 폭발 기술에 대해 훈련시켰소. 지금 당신이 야구공 크기의 핵을 가진 핵탄두에 관해서 논하는 것이 아니라면, 당신이 묘사한 대로 바티칸을 날려버릴 만큼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물질은 이 세상에 없다고 알고 있소.”
비토리아는 격렬한 눈빛으로 올리베티를 쏘아보았다.
“자연은 우리가 아직 밝히지 못한 많은 신비를 가지고 있어요.”
올리베티가 비토리아 쪽으로 더 심하게 몸을 기울였다.
“정확히 당신이 누구인지 물어봐도 되겠소? CERN에서 당신 지위가 뭐요?”
“저는 연구부서의 선임 연구원입니다. 그리고 이 위기 때문에 연락자로 바티칸에 왔습니다.”
“내가 무례했다면 사과하오. 하지만 정말로 위험하다면 내가 왜 당신네 소장이 아닌 당신하고 일을 해야 하는 거요? 그리고 그런 반바지 차림으로 바티칸 시국에 들어온 당신의 불손한 의도는 뭐요?”
랭던은 신음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령관이 옷차림을 가지고 잔소리꾼 노릇을 할 줄은 몰랐다. 만약 돌로 만든 남자 성기가 바티칸 거주자들에게 색욕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있다면, 짧은 반바지를 입은 비토리아는 확실히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폭탄이 막 터질 듯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랭던이 끼어들었다.
“올리베티 사령관님. 저는 로버트 랭던입니다. 저는 미국에서 종교를 연구하는 교수입니다. 그리고 CERN과 어떤 친분 관계도 없습니다. 저는 반물질의 폭발 시연을 보았기 때문에, 반물질이 극도로 위험하다는 베트라 양의 주장을 보증합니다. 저희는 바티칸의 교황 선거 회의를 붕괴하고 싶어하는 반종교 단체 때문에, 저 반물질 트랩이 바티칸의 내부에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랭던을 훑어보며 올리베티가 돌아섰다.
“여기 반바지 차림의 여자는 액체 한 방울이 바티칸 시국을 날려버릴 것이라고 협박하고, 또 여기 있는 미국인 교수님은 어떤 반종교 단체가 바티칸을 과녁으로 삼았다는 얘기를 지금 떠들고 있소. 당신들이 원하는 게 정확히 뭐요?”
비토리아가 말했다.
“트랩을 찾아야 해요. 그것도 지금 당장.”
“불가능한 일이오. 그 장치는 어디에든 있을 수 있소. 바티칸 시국은 아주 넓소.”
“여기 카메라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추적장치가 없나요?”
“일반적으로 바티칸의 카메라가 도난당하는 일은 없소. 사라진 카메라를 찾는 일은 며칠 정도 시간이 걸릴 거요.”
비토리아가 강경하게 말했다.
“우리에게는 며칠이란 시간이 없어요. 불과 여섯 시간이 남았을 뿐입니다.”
“베트라양, 어떻게 되기까지 여섯 시간이오?”
올리베티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는 화면을 가리켰다.
“이 숫자들이 카운트다운 될 때까지? 바티칸 시국이 사라질 때까지? 날 믿으시오. 나는 사람들이 우리 보안 시스템에 쓸데없이 참견을 하도록 내버려둘 만큼 너그럽지 않소. 내가 지키는 담장 안에서 이상한 기계장치를 보는 것도 좋아하지 않고, 물론 걱정하고 있소. 걱정하는 것이 내 직업이니까. 하지만 당신들이 지금 한 얘기들은 받아들이기 어렵소.”
랭던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혹시 일루미나티라고 아십니까?”
얼음처럼 차가운 사령관은 표정이 흔들렸다. 그의 눈이 막 공격을 시작하려는 상어처럼 하얗게 변했다.
“경고하겠소. 당신과 노닥거릴 만큼 한가하지 않소.”
“그러니까 일루미나티를 아시는군요?”
올리베티의 시선이 총검처럼 사람을 찔렀다.
“나는 가톨릭 교회에 맹세한 파수꾼이오. 물론 일루미나티에 대해 들어보았소. 그 조직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사라졌소.”
랭던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낙인찍힌 레오나르도 베트라의 이미지가 담긴 팩스 용지를 꺼냈다. 그리고 팩스를 올리베티에게 건넸다. 사령관이 사진을 보는 동안 랭던이 설명했다.
“저는 일루미나티를 연구하는 학자입니다. 저 역시 일루미나티가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일루미나티가 바티칸 시국에 대적하는 유명한 서약을 했다는 사실과 이 낙인을 조합해보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컴퓨터로 꾸민 속임수요.”
랭던에게 팩스를 돌려주며 올리베티가 말했다. 랭던은 회의적인 기분으로 상대방을 응시했다.
“속임수요? 이 대칭을 보십시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령관님만은 이게 일루미나티의 분명한 상징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분명함은 당신에게 부족한 것이오. 아마 베트라 양이 당신에게 아직 알려주지 않은 모양이구려. CERN의 과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바티칸의 정책을 비난해왔소. 그들은 정기적으로 바티칸에 천지 창조 이론을 철회하라는 청원을 넣고 있고. 갈릴레이와 코페르니쿠스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며, 위험하고 비도덕적인 연구에 대한 바티칸의 비판을 취소하라는 요구도 하고 있소. 4백 년이나 나이를 먹은 오래 된 악마 숭배집단이 대량 살상을 목적으로 진보된 무기를 들고 다시 표면에 떠올랐다. 아니며 CERN의 몇몇 장난꾸러기가 잘 꾸며낸 사기극으로 신성한 바티칸의 행사를 망치려고 한다. 이 두 가지 중 어떤 시나리오가 당신에게는 더 그럴듯해 보입니까?”
끓어넘치는 용암 같은 목소리로 비토리아가 말을 토해냈다.
“그 사진에 나온 사람은 제 아버지입니다. 살해되셨죠. 사령관님은 아직도 제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시나요?”
“잘 모르겠소, 베트라양. 하지만 확실히 해줄 수 있는 대답은 타당한 이유를 찾을 때까지 경보를 울리는 일은 없을 거라는 점이오. 경계와 신중함은 내 의무요. 그런 정신적인 문제들은 이곳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오. 많은 날들 중에 오늘 역시 그런 날일 뿐이오.”
랭던이 말했다.
“적어도 행사를 연기시켜주십시오.”
“연기하라고?”
올리베티의 입이 떠억 벌어졌다.
“이렇게 오만하다니! 교황 선거회의는 비가 내린다고 취소하는 미국의 야구경기 같은 게 아니오. 엄격한 규약과 과정에 따라 진행되는 신성한 행사란 말이오. 새 지도자를 기다리는 바깥세상의 십억 가톨릭 신자들은 상관없소. 바깥세상의 언론도 상관없고. 이 행사의 규약은 신성한 것이오. 감히 인간이 조정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란 얘기오. 1179년 이래, 교황 선거회의는 지진과 기근, 심지어 전염병을 겪고도 지켜냈소. 신만이 알 수 있는 저 깡통 속의 액체 한 방울과 살해된 과학자 때문에, 이 행사가 취소될 수는 없소.”
“저를 책임자에게 데려다주세요.”
비토리아가 요구했다. 올리베티가 눈을 부라렸다.
“책임자는 여기 있소.”
비토리아가 말했다.
“아니요. 성직에 있는 분 말입니다.”
올리베티의 이마에 혈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성직자들은 떠났소. 스위스 근위대를 제외하면 이 시간에 바티칸 시국에 남은 이들은 추기경단뿐이오. 그리고 그분들은 지금 시스티나 소성당에 계시오.”
“공무처장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랭던이 지나가는 말처럼 언급했다.
“누구?”
“서거한 교황의 궁무처장님 말입니다.”
기억이 자신을 구해주기를 바라며 랭던은 말을 반복했다. 교황 서거 이후, 바티칸 권력에 대한 기이한 협력을 한 벚 읽은 기억이 났다. 기억이 맞다면 서거한 교황과 새로 선출되는 교황 사이의 공백기에 바티칸의 자치권은 일시적으로, 서거한 교황의 개인 조수이자 추기경인 공무처장에게 이양되었다. 추기경들이 새로운 교황을 뽑을 때까지 공무처장이 선거회의를 감독하는 것이다.
“지금은 궁무처장님이 모든 책임을 총괄하는 분으로 생각됩니다만.”
“궁무처장님?”
올리베티는 얼굴을 찌푸렸다.
“궁무처장님은 단지 여기 바티칸의 사제일 뿐이오. 그분은 서거하신 교황님의 종복이었소.”
올리베티는 팔짱을 꼈다.
“랭던 씨, 바티칸의 규칙에 따라 선거회의 기간에 궁무처장님이 대표 임무를 맡는다는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그건 오로지 교황 자리에 오를 수 없는 궁무처장의 신분이 편견 없는 선거를 보장해주기 때문이오. 이건 당신에 나라 대통령이 죽으면, 그의 보좌관들 중 한 명이 일시적으로 백악관 집무실에 앉는 것과 마찬가지요. 궁무처장님은 젊은데다가 바티칸의 안보에 대한 이해나 그밖의 다른 문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도. 모두의 의지와 목적을 위해, 내가 책임자나 마찬가지요.”
비토리아가 말했다.
“우리를 궁무처장님께 데려다주시죠.”
“불가능하오. 선거회의는 사십분 후면 시작하오. 궁무처장님은 교황 집무실에서 준비하고 계실 거요. 보안 문제로 그분을 방해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소.”
비토리아는 입을 열어 대꾸하려고 했지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때를 놓치고 말았다. 올리베티가 문을 열었다. 제복을 완벽하게 차려입은 근위병 한 명이 시계를 가리키며 밖에 서 있었다.
“사령관님, 시간 다 되었습니다.”
올리베티는 시계를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의 운명을 심사숙고하는 판사처럼 사령관은 랭던과 비토리아에게 돌아섰다.
“나를 따라오시오.”
그는 두 사람을 모니터실 밖으로 데리고 나와, 보안센터를 가로질러 뒤쪽 벽에 달린 작은 방으로 안내했다.
“내 사무실이오.”
올리베티는 두 사람을 안으로 재촉했다. 방에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어질러진 책상, 파일 캐비닛, 접을 수 있는 의자들, 정수기.
“십 분 후에 돌아오겠소. 이 시간을 당신들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하는 데 쓰기 바라오.”
비토리아가 빙글 돌아섰다.
“이렇게 그냥 떠나시면 안 돼요! 그 트랩은…”
올리베티는 열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이런 일에 낭비한 시간이 없소. 어쩌면 이렇게 기회가 될 때, 당신들을 선거회의가 끝날 때까지 여기에 구금하는 편이 낫겠군.”
근위병이 자기 손목시계를 다시 가리키며 재촉했다.
“사령관님, 소탕하러 가시죠.”
오리베티가 고개를 끄덕이고 떠날 준비를 했다. 비토리아가 물었다.
“소탕하러 가시죠? 성당을 소탕하러 간다고요?”
올리베티가 돌아섰다. 그의 눈동자는 지겹다는 듯이 비토리아를 쳐다보았다.
“베트라 양, 우리가 소탕하려는 것은 전자 도청장치 같은 물건이오. 신중함에 신중함을 더하는 거지.”
그 말을 끝으로 사령관은 육중한 유리가 흔들거릴 정도로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유연한 동작으로 열쇠를 꺼내 잠갔다. 묵직한 자물쇠가 채워진 것이 보였다.
비토리아가 고함을 질렀다.
“머저리! 우리를 여기에 이렇게 가둬둘 수는 없어요!”
유리창을 통해 올리베티가 근위병에게 뭔가 지시하는 것이 보였다. 근위병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베티가 방에서 성큼성큼 걸어나가자, 근위병이 홱 돌아서서 팔짱을 끼고 유리창으로 다가왔다. 근위병의 엉덩이에 커다란 권총이 달려있는 게 보였다.
랭던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완벽하군. 더럽게도 완벽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