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악마
유럽의 붐비는 어느 거리에서 암살자는 군중 속으로 뱀처럼 슬며시 파고들었다. 그는 힘센 남자였다. 거무스름하고 유능했다. 그리고 사람을 현혹시킬 정도로 민첩했다. 남자의 근육은 야누스와의 만남으로 생긴 전율 때문에 아직도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잘됐어’
그는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자기를 고용한 사람은 결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그 분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명예롭게 느껴졌다.
‘그분이 처음 접촉을 해온 이후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나?’
암살자는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눴던 모든 대화를 기억한다.
“내 이름은 야누스요. 우리는 서로 친척이라고 할 수 있소. 그리고 하나의 적을 공유하지. 당신 실력이 괜찮다고 들었소만.”
“댁이 누구를 대표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암살자가 대꾸했다. 전화를 건 사람이 그에게 뭔가를 말했다.
“지금 농담하는 겁니까?”
“우리의 이름은 당신도 들어봤을 거요.”
전화 속의 목소리가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조직은 전설에나 존재하죠.”
“당신은 혹시 내가 가짜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군 그래.”
“그 조직은 먼지 속으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기막힌 속임수지. 가장 위험한 적은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는 곳에 있는 법이니까.”
암살자는 회의적이었다.
“아직도 조직이 살아남았다는 얘기입니까?”
“그 어느 때보다 가장 깊은 곳에 잠복해 있소. 우리의 뿌리는 당신이 볼 수 있는 모든 것에 침투해있어. 심지어 우리는 복수를 맹세한 신성한 요새에까지 뻗어 있지.”
“불가능합니다. 그들을 이겨낼 수는 없어요.”
“우리의 침투력은 아주 멀리까지 미치오.”
“누구도 그렇게 멀리까지 닿지 못했어요.”
“얼마 안 가서 당신은 믿게 될 것이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조직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이미 실행되었으니까. 배신과 증거를 나타내는 단독적인 행위지.”
“무슨 일을 한 겁니까?”
전화 속의 목소리가 뭔가를 속삭였다. 암살자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다음 날, 각국의 신문들은 동일한 머릿기사를 실었고, 암살자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제 보름이 지난 후, 암살자의 믿음은 의심을 털어버리고 굳건해졌다. 암살자는 생각했다.
‘조직은 참고 견뎠다. 오늘 밤 조직은 그들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표면으로 떠오를 것이다.’
거리를 걷는 암살자의 까만 눈이 어떤 예감으로 번득였다. 지상에서 가장 은밀하고 두려운 조직이 봉사를 명하러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들의 선택은 현명했어’
비밀 보장에 대한 암살자의 명성은 그의 철저한 일처리 방식만큼이나 자자했다. 지금까지 충성스럽게 그들에게 봉사했다. 죽이라는 대로 죽였고, 요청받은 물건을 야누스에게 전달했다. 이제 물건의 위치를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힘을 쓰는 것은 야누스에게 달려있었다.
위치…
암살자는 그런 경이적인 과업을 야누스가 어떻게 해냈는지 궁금했다. 그 남자는 분명 적진 내부에 연줄이 있을 터였다. 조직의 침투력에는 한계라는 단어가 없어 보였다.
‘야누스.’
암살자는 생각했다.
‘분명 암호명이겠지.’
두 얼굴을 가진 로마의 신을 언급하는 것인지… 아니면 토성의 달을 뜻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야누스는 가늠할 수 없는 힘을 휘둘렀다. 의심을 버리도록 능력을 증명했다.
암살자는 길을 걸어가며, 조상님들이 웃으며 자기를 내려다본다고 상상했다. 오늘 그는 조상의 전투에 참여해 싸운 것이다. 1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 조상들이 수백 년 동안 싸워온 똑같은 적과 싸우는 것이다. 적의 십자군 부대가 처음 그의 땅을 약탈하고, 동족을 살해하고, 여자를 강간하고, 그들을 더러운 백성이라 선포하며, 그들의 신과 사원을 모독했을 때가 11세기다.
조상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작지만 치명적인 군대를 만들었다. 군대는 그 땅의 보호자로 유명해졌고, 나라 주변을 떠돌면서 발견하는 적들을 무참히 베어버리는 숙련된 처형자들이었다. 이 군대는 잔인한 살해로 유명했을 뿐만 아니라, 약에 취한 무감각상태에서 자신들의 잔인한 살인을 축하한 것으로도 명성이 자자했다. 그들이 고른 것은 하시시(hashish)라는 효능이 뛰어난 약재였다.
그들의 악명이 세상에 퍼져나가자 이 치명적인 군대의 사람들은 한 단어, 하사신(hassassin)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하시시를 마시는 자’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하사신이라는 이름은 지상에서 죽음과 같은 의미가 되었다. 이 단어는 살인이라는 뜻을 품은 채 진화해서… 심지어 오늘날까지 현대 영어에서도 여전히 쓰이고 있다.
이제 이 단어는 어쌔신(assassin, 암살자)이라고 부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