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레
런던, 화요일.
화요일 아침, 런던의 타블로이드판 신문들에는 경찰국 소속 화가가 그린 절단된 머리의 얼굴 스케치가 실렸다. 그 스케치는 실종된 남자의 얼굴이라는 명목으로 게재되었고, 그 밑에 누구든 그에 대해서 아는 사항이 있으면 즉시 런던 경찰국으로 알려 달라는 요청이 부기되었다. 그리고 아울러, 어떤 제보자라도 원한다면 이름을 밝히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전화번호도 제시되었다. 즉 경찰이 알고자 하는 것은 그의 소재지를 알려 줄 제보라는 것이었고, 몹시 걱정스러워하고 있을 가족들을 위해 그 얼굴이 몸체가 없는 머리의 일부라는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정이 될 때까지 단 한 통의 전화도 걸려 오지 않았다.
파리에서는 또 다른 스케치에 좀더 운이 따랐다. 단 100프랑의 뇌물로 장 빠까르는 폴 오스본이 스텔라 레스토랑에서 앙리 까나락을 폭행했을 때 까나락에게서 그를 떼어 냈던 웨이터들 중 하나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 웨이터는 손이 여자처럼 가냘프고 태도라든가 말투도 여자 같은 조그만 사내였는데, 그의 말로는 한 달쯤 전 다른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고 있었을 때 까나락을 본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 레스토랑은 그 후 불이 나서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또 그가 스텔라 레스토랑에서 본 바로는, 까나락이 혼자 들어와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다음 담배를 피우면서 신문을 읽었고, 시간도 전과 거의 같은 오후 5시경이었다고 했다.
그가 전에 일을 했던 레스토랑은 르 브와라는 곳으로, 동역과 시민 광장 중간쯤의 마젠따 대로에 있었다. 그런데 르 브와에서 스텔라 레스토랑까지 직선을 그어 보면 그 부근에는 여러 곳의 지하철 역이 있을 뿐 아니라, 그 낯선 사내가 택시를 탈 만한 사람으로도 보이지 않은 이상, 그곳까지 걸어서 왔거나 아니면 승용차로 왔다고 가정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옳았다. 하지만 퇴근 무렵의 러시아워에 차를 레스토랑 근처에 세워 놓고 혼자 빈둥거리면서 에스프레소나 마시는 일 또한 있을 법하지가 않았으므로, 간단한 논리로도 그가 걸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스본과 그 웨이터는 모두 까나락의 모습을 수염이 꺼끌꺼끌했다거나 거뭇거뭇했다고 묘사했다. 근로 계층의 태도 및 용모와 일치하는 그 사실로 미루어, 그는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는 가정을 할 수 있었고, 또 적어도 두 번을 그렇게 했던 이상, 중간에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 그런 곳에 들르는 습관이 있는 것 같았다.
이제 빠까르가 해야 할일은 두 레스토랑 사이에 있는 다른 레스토랑들을 둘러보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소득이 없으면 그는 폴 오스본의 스케치를 알아보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그 두 곳의 레스토랑으로부터 주위의 다른 레스토랑들로 범위를 넓혀 나갈 것이고, 그때마다 자기의 신분 증명서를 내보이면서 그 사내가 실종되었는데 자기는 그의 가족에게 고용되어 그를 찾고 있다는 설명을 할 셈이었다.
하지만 단 네 번째 시도에서 빠까르는 그 조잡한 그림을 알아보는 여인을 만났다. 그녀는 마젠따 대로에서 약간 떨어진 루시앵 로의 어느 조그만 술집 회계원이었는데, 스케치에 있는 그 사내가 지난 이삼 년 동안 가끔씩 그곳에 들르곤 했다는 것이었다.
“그 사람 이름이 뭡니까, 마담?”
그러자 여자가 그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이 사람 가족의 부탁을 받고 조사를 한다면서 이름도 모른다는 건가요?”
“이 사람은 자주 이름을 바꾸거든요.”
“범죄잔가요?”
“병을 앓고 있지요.”
“그렇군요. 하지만 몰라요, 그 사람 이름은…”
“이 사람이 어디서 일하는지는 압니까?”
“몰라요. 대개 재킷에 고운 먼지 아니면 가루 같은 걸 묻히고 왔다는 것밖에는요. 난 그 사람이 늘 그걸 털어 내곤 해서 기억을 하고 있죠. 신경질적인 습관 같았어요.”
“건축 회사들은 제외시켰습니다. 공사장 인부들이 출퇴근 시에 스포츠 재킷을 입는 일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또 작업중에 그런 옷을 입을 리도 없겠구요.”
장 빠까르가 오스본과 함께 호텔 바의 어두컴컴한 구석 자리에 앉은 것은 저녁 7시가 막 지났을 때였다. 빠까르는 이틀 내에 그 사내를 찾아내겠다고 약속했었지만 더 빠른 시간 내에 일을 처리해 줄 셈이었다.
“우리가 찾는 남자는 분말 찌꺼기가 생기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작업 시간에는 거기에다 재킷을 걸어 두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전에 얘기한 세 군데 레스토랑에서부터 근무를 끝낸 뒤에 통상적으로 걷는 거리를 넘지 않는, 1마일 반경 내의 공장들을 조사해 본 결과 우리는 합리적으로 그 사람의 직업이 화장품이나 건조 화공 약품 아니면 제빵 재료를 다루는 분야라고 범위를 좁힐 수 있었습니다.”
장 빠까르의 말씨는 조용했고, 그가 제공한 정보는 간단 명료했다. 그러나 오스본은 그의 말을 꿈결에서처럼 듣고 있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그는 제네바에서 세계 의료학회에다 제출할 논문을 작성하는 일에 정신없이 몰두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파리의 어두컴컴한 바에서, 그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내가 살아 있고, 그가 파리에서 살고, 일을 하고 숨을 쉬며 길거리를 돌아다닌다고 단언하는 낯선 사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보았던 얼굴은 실재였다. 그가 손을 댔던 살가죽은 숨통을 조이는 동안에도 손가락 밑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일 이맘때까지 이름과 주소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빠까르가 얘기를 마무리했다.
“좋습니다, 아주 만족합니다.”
오스본은 자신의 말소리를 들었다. 장 빠까르가 일어서기 전에 잠시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오스본이 이제 곧 입수하게 될 정보로 무슨 짓을 하건, 그가 상관할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오스본의 눈에 서린 사납고도 결의에 찬 표정을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본 적이 있었다. 그의 짐작으로는 , 자기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 미국인에게 이름과 주소를 알려 줄 그 사내는 그가 누구이건, 얼마 안 가서 곧 살해당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호텔 방으로 돌아오자 오스본은 옷을 벗고 그날 두 번째로 샤워를 했다. 그가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은 내일을 생각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단 그 사내의 이름과 그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를 알아내면, 그 나머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가 있었다. 그를 어떻게 신문할 것이며, 다음에는 그를 어떻게 죽일 것인지, 그런 것을 지금 생각한다는 것을 너무 어렵고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러자면 그의 삶을 어둡고 처참하게 했던 모든 일들이 다시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느낌은 분노, 죄악감, 외로움 그리고 사랑의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가 면도 거품으로 얼굴이 반쯤 가려진 채 거울에 서린 김을 닦아 내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네.”
오스본은 장 빠까르가 뭔가 잊어 버리고서 빠뜨린 사항을 알려 주려고 걸었을 거라는 생각에서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하지만 전화를 건 사람은 장 빠까르가 아니었다. 베라가 아래층 로비에서 그의 방으로 올라와도 되는지, 그가 누구와 같이 있거나 아니면 다른 계획이 있는지를 묻고 있었다. 그녀는 늘 그런 식이어서, 예의바르고 사려 깊고 어떻게 보면 순진했다. 그들이 처음 사랑을 나누었을 때 그의 성기를 만지기에 앞서 그녀는 먼저 허락을 구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녀는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그는 타월만 한 장 걸치고 문을 열었다가 복도에서 눈물이 글썽해진 채 떨고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그녀가 안으로 들어서자 오스본은 문을 닫았고, 다음에는 두 사람이 뜨거운 키스를 나눈 뒤 서로의 품속으로 달려들었다. 그녀의 옷가지들이 여기저기 흩어졌고, 그의 입술은 그녀의 젖무덤으로, 손은 허벅지 사이의 검은 곳으로 가 있었다. 그녀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벌어지며 그는 환희의 웃음과 눈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욕망을 한꺼번에 맛보면서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아무도 그런 식으로는 작별 인사를 하지 않는다.
아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