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색 연구
우리의 포로는 맹렬히 저항했으나 우리에게 난폭한 행동을 할 생각은 없었던 것 같다. 그는 도저히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씩 웃고서 우리가 다치지 않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를 경찰서로 데리고 가겠군요.”
그는 셜록 홈즈에게 말했다.
“문 밖에 내 마차가 있습니다. 다리를 풀어 준다면 걸어서 가겠습니다. 나는 전처럼 가볍지 않아서 들기 힘들 겁니다.”
그렉슨과 레스트레이드는 이 제안이 뻔뻔스럽다는 듯이 서로 얼굴을 보았으나, 홈즈는 즉시 포로의 말을 믿고 그의 발목에 묶은 타월을 풀었다. 그는 일어서서 다리가 다시 자유스러워졌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다리를 쭉 폈다. 나는 그때 그를 바라보면서 이렇게 튼튼하게 생긴 남자는 드물다고 생각했던 일과, 햇볕에 탄 검은 얼굴에 그의 체력 못지않게 강력한 결의와 기백이 나타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난다.
“만일 경찰서장 자리가 비어 있다면 당신이 그 자리에 적임자입니다.”
그는 홈즈를 존경스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를 정말로 신중하게 추적하셨습니다.”
“두 분은 나와 같이 갑시다.”
홈즈는 두 형사에게 말했다.
“내가 마차를 몰지요.”
레스트레이드가 말했다.
“좋습니다! 그렉슨은 나와 같이 안에 탑시다. 왓슨. 자네도 이 사건에 흥미가 있으니 같이 가지.”
나는 기쁜 마음으로 동의했고, 우리는 다 같이 아래로 내려갔다. 제퍼슨은 도망치려고 하지 않고 침착하게 그의 마차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는 뒤따랐다. 레스트레이드는 마부석에 앉아 말에게 채찍질을 했고 우리는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는 작은 방으로 안내되었고, 거기서 경감 한 사람이 제퍼슨의 이름과 그가 살해했다는 사람들의 이름을 적었다. 경감은 얼굴이 창백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그의 임무를 단조롭고 기계적으로 수행했다.
“피의자는 이번 주 안으로 판사 앞에 서야 합니다. 제퍼슨 호프 씨, 할 말은 없습니까? 당신의 말은 기록될 것이며 앞으로 당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도 있습니다.”
“난 할 말이 많습니다.”
제퍼슨이 천천히 말했다.
“나는 여러분에게 모든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참았다가 판사에게 말하는 것이 좋지 않겠소?”
경감이 물었다.
“나는 재판에 회부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제퍼슨이 대답했다.
“놀라지 마십시오. 자살할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은 의사입니까?”
그는 사나운 검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렇소.”
“그럼 여기에 손을 대보시지요.”
그는 수갑 찬 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리키며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 그리고 즉시 그의 심장이 몹시 어지럽고 강하게 고동치는 것을 알았다. 약한 건물 안에서 강력한 엔진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그의 흉벽이 진동하고 있었다. 방안이 조용해서 나는 그의 가슴속에서 고동치는 소리를 더욱 크게 들을 수 있었다.
“아니, 당신은 대동맥류 환자잖소!”
“의사들이 그렇게 부르더군요.”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그것 때문에 지난주에 병원에 갔었는데, 며칠 안에 심장이 터질 거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내 몸은 점점 나빠졌습니다. 그 병은 내가 솔트레이크의 산 속에서 심하게 노출되고,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해 얻은 병입니다. 나는 이제 내가 할 일을 다 했으니 언제 죽어도 상관없지만 일의 전말은 기록으로 남겨 두고 싶습니다. 나는 보통 살인자로 기억되고 싶지 않습니다.”
경감과 두 형사는 제퍼슨이 말을 하게 해도 좋은지 급히 상의했다.
“왓슨 씨, 위험이 금방 닥칠 것 같습니까?”
경감이 물었다.
“틀림없습니다.”
“그렇다면 정의를 위해서 그의 진술을 듣는 것이 우리들의 임무입니다. 제퍼슨 씨, 마음대로 이야기를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기록한다는 것을 다시 말해 두겠소.”
“허락하신다면 앉겠습니다.”
제퍼슨은 말하고 앉았다.
“내가 앓고 있는 동맥류 때문에 나는 쉽게 지치고, 30분 전에 있었던 격투도 몸에 좋지 않았습니다. 나는 곧 죽을 몸이니 거짓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는 진실이고, 당신들이 내 말을 어떻게 이용하던 나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제퍼슨 호프는 의자 뒤로 몸을 기대고 다음과 같은 놀라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하는 말이 보통 이야기인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조용히 얘기했다. 나는 레스트레이드의 노트를 볼 수 있었고, 거기에는 제퍼슨이 한 말이 정확히 기록되었기 때문에 다음 이야기가 정확하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다.
“내가 왜 그 사람들을 증오했는지 당신들은 흥미가 없을 겁니다. 그들이 아버지와 딸, 두 사람을 죽이는 죄를 짓고 나서 시간이 지나자 내가 법정에서 그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도록 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그들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 자신이 판사와 배심원과 사형 집행인, 이 세 사람을 한데 모은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당신들도 남자라면 그리고 나와 같은 입장에 있었더라면 같은 일을 했을 것입니다.
내가 말한 여자는 20년 전에 나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드레버와 강제로 결혼했고 그 일로 상심해서 죽었습니다. 나는 결혼반지를 그녀의 죽은 손가락에서 빼고 나서, 드레버란 놈은 그 반지를 보며 죽을 것이며, 자기가 저지른 범죄 때문에 죽는다는 생각을 하도록 만들겠다고 맹세했습니다. 나는 그 반지를 지니고 다니며 드레버와 그의 공범을 잡을 때까지 두 대륙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들은 나를 지치게 만들려고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내가 내일 죽는다면, 그럴 가능성이 많지만,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을 훌륭히 처리했다는 것을 알고 죽을 겁니다. 그들은 내 손에 죽었습니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이나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들은 부자였고 나는 가난했기 때문에 그들을 추적하기는 힘들었습니다. 내가 런던에 도착했을 때, 나는 돈이 떨어져서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마차를 모는 일과 말을 타는 일은 걷기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마차 회사에 일자리를 신청했고, 곧 취직할 수 있었습니다. 1주일마다 회사에 일정한 금액을 납입하고 나머지 돈은 내가 갖는 조건이었습니다. 많이 남은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럭저럭 살았습니다. 가장 힘든 일은 길을 익히는 것이었습니다. 이 도시만큼 미로가 얽혀 있는 복잡한 도시도 없을 겁니다. 나는 항상 지도를 지니고 다녀야 했지만 중요한 호텔이나 역이 있는 곳을 알고 나서는 일이 쉬워졌습니다.
얼마 동안은 그 두 사람이 사는 곳을 찾지 못했지만, 나는 묻고 또 물어서 드디어 그들을 찾았습니다. 그들은 강 건너 캠어웰에 있는 어느 하숙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일단 그들을 찾자 그들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턱수염을 길렀기 때문에 그들이 나를 알아볼 가능성은 없었습니다. 그들을 계속해서 미행하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지만 자주 놓치곤 했습니다. 그들이 런던 어디를 가든지 나는 그들을 쫓아다녔습니다. 어떤 때는 마차를 타고, 어떤 때는 걸어서 뒤따랐습니다. 그러나 마차로 뒤쫓으면 그들이 도망칠 수 없어 그 편이 더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침 일찍 아니면 밤늦게나 돈을 벌 수 있어서 주인에게 내는 돈이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사람만 잡을 수 있다면 나는 상관없었습니다.
그들은 대단히 교활했습니다. 드레버와 스탠거슨은 혼자 나가거나 밤에 밖에 나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자신들이 미행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합니다. 2주일 동안 나는 그들 뒤를 마차로 쫓았지만, 두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드레버는 거의 취해 있었지만 스탠거슨은 조는 법도 없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밤늦게 아니면 아침 일찍 감시했지만 도저히 기회를 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쩐지 좋은 기회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내 가슴 속의 심장이 조금 일찍 터져서 내가 할 일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어느 날 저녁에 내가 그들의 하숙집이 있던 거리인 토퀘이테라스를 마차로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마차 한 대가 그들의 집 앞에 서는 것이 보였습니다. 곧 짐들을 갖고 나와 마차에 싣더니, 잠시 후에 드레버와 스탠거슨이 나와서 마차를 타고 떠났습니다. 나는 말에 채찍질을 하고 그들의 마차를 따라가면서 놈들이 하숙집을 옮기지나 않을지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유스턴 역에 오자 그들은 마차에서 내렸고, 나는 한 소년에게 말을 잡고 있으라고 말한 뒤, 그들을 따라 플랫폼으로 갔습니다. 그들이 역무원에게 리버풀 행 열차에 대해 묻자 역무원은 한 대가 방금 떠났고, 얼마 동안 있어야 다른 기차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스탠거슨은 매우 실망한 것 같았으나 드레버는 오히려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그곳이 혼잡하였으므로 그들에게 바짝 접근하여 둘의 대화를 하나도 빠짐없이 들었습니다. 드레버는 잠시 볼 일이 있다며, 스탠거슨에게 기다리고 있으면 곧 돌아오겠다고 말했습니다. 스탠거슨은 단독범행은 절대 있을 수 없다며 단호하게 항의했지만 드레버는 워낙 미묘한 일이라 혼자 가야만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 스탠거슨이 무엇이라고 대답했는지 듣지 못했지만 드레버는 벌컥 화를 내고 욕설을 퍼부으며, 너는 돈을 받는 고용인에 불과하니까 자기에게 명령을 할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더니 스탠거슨은 마지못해 단념하고 만일 드레버가 마지막 기차를 놓친다면 할리데이스 프라이빗 호텔에서 만나자고 말했습니다. 드레버는 열한 시 이전에 플랫폼에 돌아오겠다며 역 밖으로 나갔습니다.
드디어 내가 그토록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원수는 이제 내 손 안에 들어온 것입니다. 둘이 같이 있을 때는 서로 상대를 보호할 수 있지만, 혼자라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경솔하게 굴지 않았습니다. 계획은 이미 짜여져 있었습니다. 누구의 손에 의해서, 무엇 때문에 죽는다는 것을 상대가 모르고서는 복수의 만족감은 느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게 괴로움을 준 놈이, 자기가 옛날에 저지른 죄악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 만한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계획을 미리 짜 놓았던 것입니다.
그러기 얼마 전에 브릭스턴가에 있는 빈집을 보러 갔던 한 신사가 실수로 빈집 열쇠를 내 마차 속에 놓고 내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에 신사가 열쇠를 찾으러 와서 돌려주었지만, 그동안 나는 열쇠를 복사해서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거대한 도시에서 방해를 받지 않는 장소 한 곳을 갖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드레버를 그 빈집으로 어떻게 유인하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가 남았습니다.
드레버는 길을 걷다가 두어 군데 술집에 들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들어간 술집에는 거의 30분이나 있었고, 그곳을 나온 드레버는 많이 취해 비틀거렸습니다. 그때 내 앞에는 이륜마차가 한 대 있었는데 그는 거기에 탔습니다. 나는 그 마차 가까이, 1야드도 떨어지지 않을 만큼 꽁무니에 바짝 붙어서 미행했습니다. 우리는 워털루 다리를 건너고 몇 개의 다리를 또 건너며 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곳은 놀랍게도 토퀘이 테라스의 드레버가 하숙했던 집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왜 거기로 돌아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집 앞에 약 100야드쯤 되는 곳에 내 마차를 세웠습니다. 드레버는 집안으로 들어갔고 이륜마차는 떠나갔습니다. 물 한 잔만 주십시오. 얘기를 하다 보니 목이 탑니다.”
내가 물을 주자, 그는 물을 마신 후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좀 살 것 같군요. 나는 15분 이상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집안에서 싸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더니 조금 후에 현관문이 활짝 열리며 두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한 사람은 드레버였고, 다른 사람은 처음 보는 젊은이였습니다. 그 젊은이는 드레버의 멱살을 잡고 있었는데, 계단 위에 오자 젊은이는 드레버를 밑으로 밀면서 발로 차는 바람에 드레버는 큰길 한복판까지 날아갔습니다. 그런 다음 젊은이는 몽둥이를 흔들면서 소리쳤습니다. ‘이 나쁜 놈아, 한번만 더 순진한 여자를 모욕했다가는 가만 안 둘 테다!’ 젊은이는 정말로 화가 나 있어서 그놈이 허둥지둥 달아나지 않았더라면 몽둥이로 내리쳤을 겁니다. 드레버는 모퉁이를 돌고 나서 내 마차를 보자 올라타더니 ‘할리데이스 프라이빗 호텔로 갑시다.’ 하고 말했습니다.
드레버가 내 마차 안으로 완전히 들어오자 내 심장이 기쁨으로 마구 뛰어, 이 최후의 순간에 내 동맥이 잘못되지나 않을까 겁났습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생각하며 천천히 마차를 몰았습니다. 우선 그를 교외로 데리고 가서 한적한 길에서 그와 마지막 대화를 나눌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고 있는데 드레버가 말했습니다. 그는 또 술을 마시고 싶었는지, 내게 어느 술집 앞에 마차를 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내게 기다리라고 말하고 술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레버는 술집이 문을 닫을 때까지 있었고, 그가 나왔을 때는 내 맘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만취 상태였습니다. 내가 그를 냉정하게 죽이려고 했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만약 그랬더라면 엄정한 정의가 이루어졌겠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가 원한다면 자기 생명에 대한 도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그에게 주기로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아메리카에서 방랑 생활을 할 때, 내가 가졌던 여러 가지 직업 중에는 요크 대학 연구실의 청소부 직업도 있었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알칼로이드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그것은 자기가 남아메리카 원주민의 독화살에서 채취하여 만든 것인데, 독이 대단히 강해서 아주 적은 양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고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나는 그 독이 들어 있는 약병을 보관하는 곳을 눈여겨봤다가 사람들이 없을 때 소량을 훔쳐냈습니다. 나는 조제 기술이 약간 있어서 이 알칼로이드를 물에 용해되는 작은 알약으로 만들었고, 독약을 넣지 않은 비슷하게 생긴 알약과 함께 작은 상자에 넣었습니다. 그때 나는 결심하길, 내게 기회가 온다면 두 원수에게 상자에서 알약 두 개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하고 나머지는 내가 먹으려고 마음먹고 있었습니다. 약은 독성이 대단히 강해서 손수건 너머로 총을 쏘는 것보다 덜 시끄러웠습니다. 그날부터 나는 상자를 항상 지니고 다녔고, 이제 그것을 쓸 때가 온 것입니다.
때는 새벽 한 시가 가까웠고, 바람이 세게 불고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밤이었습니다. 밖은 참담했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습니다. 기분이 너무도 좋아 환희의 소리를 지를 지경이었습니다. 여러분께서 어떤 것을 갈망하고, 그것을 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원하다가 갑자기 그것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면, 그때의 내 느낌을 이해하실 것입니다.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시가를 피워 물었지만 손을 떨렸고, 흥분으로 관자놀이는 지끈거렸습니다. 나는 마차를 몰고 가면서도 존 페리어 노인과 사랑스러운 루시가 어둠 속에서 웃고 있는 모습이, 내가 지금 당신들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똑똑히 볼 수 있었습니다. 내가 브릭스턴가에 있는 집 앞에 마차를 세울 때까지 그들은 내 말 양쪽에서 걷고 있었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비 내리는 소리밖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창문을 통하여 마차 안을 들여다보니, 드레버는 몸을 웅크리고 취해서 잠들어 있었습니다. ‘다 왔습니다.’ 나는 그의 팔을 잡고 흔들며 말했습니다. ‘알았네, 마부.’ 그는 자기가 말한 호텔에 왔다고 생각했던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려서 정원으로 나를 따라왔습니다. 그는 그때까지 비틀거려서 옆에서 부축해야 했습니다. 현관에 도착해 내가 현관문을 열고 그를 거실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맹세하건데, 그때까지도 존 페리어와 루시는 우리 앞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주 깜깜하군.’ 드레버가 발을 구르며 말했습니다. ‘곧 불을 켜겠습니다.’ 나는 말하며 성냥을 그어 내가 갖고 온 초에 불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에게 몸을 돌리고, 불을 내 얼굴에 비추며 말을 계속했습니다.
‘자, 이녹 드레버,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그는 술 취한 흐릿한 눈으로 잠깐 나를 바라보더니, 눈에 공포의 빛을 띠고 떨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알아봤던 것입니다. 그는 얼굴이 흙빛이 되어 뒤로 비틀거렸고, 이가 떨리며 눈썹에 땀방울이 맺혔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문에 등을 기댄 채 오랫동안 큰소리로 웃었습니다. 나는 복수가 달콤할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때처럼 만족스러울 줄은 몰랐습니다.
‘이 개 같은 자식!’ 내가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세인트 페테르부르크까지 쫓아갔지만 넌 언제나 내게서 도망쳤어. 이제 마침내 너의 방랑 생활은 끝났어. 우리 두 사람 중에 한 사람은 내일 아침에 해가 뜨는 것을 보지 못할 테니.’ 내가 말하는 동안 그는 더 움츠러들었고, 그의 얼굴은 나를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때가 온 것입니다. 내 관자놀이의 맥박은 망치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뚝딱거렸고, 코피가 터져서 나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무슨 발작이라도 일으켰을 겁니다.
‘지금은 루시 페리어를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문을 잠그고, 그의 얼굴에 대고 열쇠를 흔들면서 말했습니다. ‘천벌이 오는 것은 늦었지만 결국은 너를 잡았어.’ 내 말을 듣고 비겁한 놈의 입술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고 싶었겠지만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 나를 살해할 거요?’ 그는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살해라니 무슨 말이야? 미친개를 죽이는 것을 누가 살해라고 하지? 내가 사랑했던 가엾은 사람을 참살 당한 아버지로부터 끌고 가서 네놈의 저주받은 파렴치한 침실에 넣었을 때 너는 자비심을 베풀었어?’ 그러자 드레버가 ‘나는 루시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 라고 소리치더군요. ‘하지만 루시의 순진한 가슴을 찢어 놓은 것은 네놈이야.’ 나도 소리를 지르며 상자를 그의 앞으로 밀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 둘 중 한 사람을 선택하도록 하자. 하나를 골라서 먹어. 알약 하나에는 죽음이 들었고 다른 것에는 삶이 들었어. 나는 네놈이 남기는 것을 먹겠어. 이 땅에 정의가 있는지, 운이 우리를 지배하는지 보자.’ 그는 비명을 지르고 자비를 구하며 몸을 피했지만, 나는 그의 목에 칼을 대고 내 말을 듣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런 다음 나는 남은 알약을 먹었고, 우리는 누가 살고 누가 죽나 보기 위해 말없이 1분 남짓 서 있었습니다. 드디어 최초의 통증이 와서, 자기가 독을 먹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을 나는 절대로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며 루시의 결혼반지를 그의 눈앞에 흔들었습니다.
알칼로이드의 효능은 빨랐습니다. 그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졌습니다. 그는 팔을 앞으로 쭉 뻗고 비틀거리다가 귀에 거슬리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쿵하고 쓰러졌습니다. 나는 발로 그의 몸을 뒤집고 그의 심장에 손을 대보았습니다.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그는 죽은 것입니다! 내 코에서는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지만 나는 그것도 몰랐습니다. 내가 무엇 때문에 벽에다 피로 글씨를 썼는지 모릅니다. 아마도 경찰의 수사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끌려는 장난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때 나는 마음이 들떠서 기분이 좋아 있었으니까요.
내가 아메리카에 있을 때 살해된 독일인 사체 머리 위에 ‘RACHE’ 라는 글이 씌어 있는 채로 발견된 일이 뉴욕에서 있었는데, 신문에서는 어느 비밀결사가 저지른 짓이라고 크게 떠들었던 일이 생겨났습니다. 나는 뉴욕 사람들을 골탕 먹였다면 런던 사람들도 애를 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손가락으로 내 피를 찍어 쓰기 편한 곳에 글을 썼던 겁니다. 그런 다음에 나는 내 마차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고 날씨는 아직도 사나웠습니다. 내가 마차를 몰고 조금 가다가 늘 루시의 결혼반지를 보관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더니 반지가 없었습니다. 루시에 대한 추억거리라고는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내가 드레버의 사체 위에 몸을 숙였을 때 떨어진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그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는 마차를 골목에 세워 놓고, 그 반지를 잃어버리기보다는 어떤 위험이라도 무릅쓰겠다고 생각하고 대담하게 그 집으로 걸어갔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자 집에서 나오는 경관과 마주쳐서 술이 취한 것처럼 행동하여 그의 의심을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이녹 드레버는 최후를 맞았습니다.
그 다음에 내가 할 일은 스탠거슨을 죽여서 존 페리어의 원수를 갚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그가 할리데이스 프라이빗 호텔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 근처를 어슬렁거렸지만 그는 하루 종일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드레버가 나타나지 않자,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품었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스탠거슨은 교활했고 항상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만일 그가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어 나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나는 곧 어느 것이 그의 침실 창문인지 알아냈고, 다음 날 아침 일찍 동이 트려고 할 때 호텔 뒷길에 있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그의 침실에 들어갔습니다. 나는 그를 깨워서 그가 오래전에 남의 생명을 빼앗은 일에 대해 대답할 시간이 왔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드레버가 어떻게 죽었는가 설명하고 그에게도 독이 든 알약을 선택할 기회를 줬습니다. 그러나 그놈은 모처럼 주어진 살 수 있는 기회는 잡지 않고, 침대에서 뛰어내려 내 목을 향해 덤벼들었습니다. 나는 내 몸을 지키기 위해 그의 심장을 찔렀습니다. 어쨌든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하나님은 죄를 진 그의 손이 독이 든 알약을 고르게 했을 테니까요.
이제 할 말은 별로 없습니다. 피곤하기도 하니 잘됐습니다. 그 뒤로도 아메리카로 돌아갈 여비를 만들려고 마부 노릇을 더 했습니다. 오늘도 내가 역마차를 두는 곳에 있는데, 남루한 어린애가 제퍼슨 호프라는 마부가 있느냐고 묻고, 베이커가 221B에 계시는 신사 분이 찾는다고 하더군요. 나는 아무 의심도 하지 않고 갔다가 이 젊은 분이 내 손목에 깨끗이 쇠고랑을 채웠습니다. 이것으로 내 얘기는 끝났습니다. 당신들은 나를 살인자로 보시겠지만 나는 내가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정의를 위해 일하는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얘기는 너무 흥미진진했고, 감명을 주어서 우리는 말없이 앉아서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범죄를 많이 다뤄 감동을 잘 하지 않는 두 형사들까지도 호프의 이야기에 많은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 호프의 이야기가 끝나자 우리들은 얼마 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고, 들리는 소리라고는 레스트레이드가 속기록을 정리하는 연필 소리밖에 없었다. 이윽고 홈즈가 물었다.
“한 가지 더 알고 싶은 게 있는데, 내 광고를 보고 반지를 가지러 온 당신의 공범은 누굽니까?”
호프는 홈즈에게 윙크를 보냈다.
“나의 비밀은 말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당신의 광고를 보고 속임수인지, 내가 원하는 반지인지 몰랐습니다. 내 친구가 직접 가서 보겠다고 나서더군요. 당신도 그 친구가 그 일을 훌륭히 해냈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정말로 훌륭히 했소.”
홈즈는 진심으로 말했다.
“자, 여러분.”
그렉슨 형사가 심각하게 입을 열었다.
“법의 절차는 지켜야 합니다. 피의자는 목요일에 판사 앞에 나가야 하며, 여러분도 참석해야 합니다. 그때까지는 내가 이 사람을 책임지겠습니다.”
그는 말하면서 벨을 울렸고, 제퍼슨 호프는 간수 두 명에게 끌려갔다. 홈즈와 나는 경찰서를 나와 마차를 타고 베이커가로 돌아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