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밤새도록 복잡한 좁은 길과 돌들이 깔린 울퉁불퉁한 길을 달렸다. 그들은 여러 번 길을 잃었으나, 그때마다 호프의 산에 대한 지식 덕분에 다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아침이 되자 훌륭하지만 황량한 경치가 눈앞에 펼쳐졌다. 사방에는 눈을 이고 있는 산봉우리들이 그들을 둘러싸고, 서로의 어깨너머로 멀리 있는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길 양옆에는 병풍 같은 바위가 우뚝우뚝 솟아 있고, 그 위에는 낙엽송과 소나무가 머리 위를 덮을 정도여서 바람만 불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이러한 걱정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 메마른 골짜기에는 이렇게 떨어진 나무들과 돌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도 커다란 바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져서, 그 소리가 조용한 골짜기에 메아리쳤고 지친 말들을 놀라게 해 달리도록 만들었다.

 

해가 동쪽 지평선에 천천히 떠오르자, 거대한 산꼭대기가 축제 때의 램프가 켜지는 것처럼 하나씩 켜지면서 붉게 빛났다. 그 장관은 세 도망자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그들에게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 좁은 골짜기를 흐르는 급류 옆에서 그들은 잠깐 정지하여 말들에게 물을 먹이고, 급히 아침 식사를 했다. 페리어와 루시는 좀더 쉬고 싶어 했지만 제퍼슨 호프는 냉혹하게 말했다.

 

“지금쯤 놈들은 우리를 추적하고 있을 겁니다. 모든 것은 빨리 움직이는 것에 달렸습니다. 일단 카슨시티에 도착해서 안전하게 되면, 그때는 한없이 쉴 수 있을 겁니다.”

 

그날 하루 종일 그들은 고생하며 좁은 길을 걸었고, 저녁이 되자 솔트레이크시티로부터 30마일은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밤이 되자 튀어나온 바위를 바람막이로 삼아 세 사람은 바짝 붙어서 두어 시간정도 잠을 잤다. 그러나 그들은 날이 새기도 전에 일어나서 다시 길을 떠났다. 일행은 추적자들을 보지 못했고, 제퍼슨 호프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호프는 그 강력한 힘이 얼마나 멀리까지 뻗을 수 있고, 자신들을 없애기 위해 얼마나 빠르게 쫓아오는지 알지 못했다.

 

그들이 도망친 지 이틀 반나절쯤 되자 얼마 되지 않은 음식이 떨어졌다. 그러나 호프는 산에는 짐승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전에 자주 사냥으로 생명을 유지한 적이 있었으므로 걱정하지 않았다. 그들이 있는 곳이 해발 5,000피트는 됐고, 바람은 살을 에이 듯이 차서 호프는 남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후미진 곳을 선택하여 마른 나뭇가지들을 쌓고 불을 피워 페리어와 루시가 몸을 녹이도록 했다. 그는 우선 말을 매어 놓고 루시에게 잠깐 다녀오겠다고 인사한 뒤에 총을 어깨에 메고 사냥을 위해 떠났다. 뒤돌아보니 꼼짝도 안하고 서 있는 세 필의 말 옆에서 페리어와 루시는 활활 타는 불 위로 몸을 굽히고 있었고, 곧 그들의 모습은 바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한 계곡에서 다른 계곡으로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걸었으나, 나무껍질에 난 자국들과 다른 표시들로 미루어 근처에는 곰이 여러 마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두세 시간 동안 아무 것도 잡지 못한 그는 낙심하여 돌아갈까 생각하고 문득 머리 위를 올려다보다가 깜짝 놀랄 만큼 반가운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양 같이 생겼지만 커다란 뿔을 갖고 있는 동물이었다. 큰뿔양이라고 불리는 그 동물은 자신의 무리들을 지키고 있는 중인 듯 했지만, 다행히도 양은 반대 방향을 보고 있어서 호프를 보지는 못했다. 호프는 배를 깔고 엎드려서 총을 바위 위에 올려놓은 다음 오랫동안 침착하게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짐승은 위로 펄쩍 뛴 다음 바위에서 비틀거리다가 밑의 골짜기로 떨어졌다. 짐승이 너무 무거워서 호프는 다리 한 짝과 옆구리의 살 일부분의 잘랐다.

 

벌써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는 이 전리품을 어깨에 메고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러나 그는 돌아가려다가 자기가 문제에 봉착했다는 것을 알았다. 열심히 사냥감을 찾다가 방향감각을 잃은 것이었다. 호프가 있는 골짜기는 여러 골짜기로 갈라지고 있었고, 각 골짜기들은 너무 비슷해서 구분할 수 없었다. 그는 한 골짜기를 1마일쯤 걷다가 전에는 본 적이 없는 급류를 만났다. 길을 잘못 들어섰다는 것을 알고 다른 골짜기로 갔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날은 금세 어두워지고, 그는 컴컴해서야 눈에 익은 협곡을 찾았다. 그래도 옳은 길로 가기가 힘들었다. 달은 아직 뜨지 않았고, 길 양 옆에 있는 절벽 때문에 사방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짐은 무겁고, 고생을 해서 몸은 지쳐 있었기 때문에 그는 비틀거리며 겨우 걸었다. 하지만 한 발씩 걸을 때마다 루시와 가까워지고 있고, 남은 여정 동안 충분히 먹을 만한 음식을 지고 간다는 생각에 혼신의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갔다.

 

드디어 호프는 자기가 사냥을 떠났을 때 들어간 협곡 입구에 도달했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협곡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절벽들의 모양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페리어와 루시와 거의 5시간이나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하며 기다리겠다고 생각했다. 호프는 기쁜 나머지 자기가 왔다는 신호로 두 손을 입에 대고 ‘야호!’ 하고 골짜기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그는 소리치는 것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응답을 기다렸으나 자기 소리만 조용한 골짜기에 여러 번 메아리쳤다가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는 전보다 더 크게 소리쳤으나 얼마 전에 남기고 떠난 사람들로부터는 아무 응답도 없었다. 어떤 막연한 두려움이 그를 감쌌고, 호프는 흥분하며 사냥한 고기를 내던지고 미친 듯이 위로 올라갔다.

 

모퉁이를 돌자 불을 지폈던 곳이 나타났다. 아직도 벌겋게 불이 남아 있는 재가 있었으나 그가 그곳을 떠난 후로는 불을 돌보지 않았다는 것이 분명했다. 사방이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걱정했던 일이 사실로 변했다는 확신을 얻은 호프는 급히 앞으로 나아갔다. 불이 남아 있는 곳 근처에는 살아 있는 것의 모습은 아무것도 없었다. 말과 노인과 여자,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그가 그곳에 없는 동안 어떤 무서운 재난이 갑자기 들이닥친 게 틀림없었다. 재난은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과 동물들을 덮쳤으나 흔적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이 일에 큰 충격을 받은 제퍼슨 호프는 머리가 어찔어찔해서 총에 기대어 쓰러지지 않도록 몸을 가누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근본적으로 활동적인 사나이여서 일시적인 무기력함에서 빠르게 회복했다. 그는 꺼져 가는 불 속에서 반쯤 타다만 나무 조각을 찾아들고 입으로 바람을 불어 불꽃을 일으킨 뒤에 사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곳에 난 많은 말 발자국을 살펴보니, 말을 탄 많은 사람들이 도망자들을 따라잡은 다음 한참 뒤에 솔트레이크시티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그의 동행자 두 사람을 다 데리고 간 것일까? 제퍼슨 호프가 그랬을 것이라고 자신을 거의 납득시켰을 때, 어떤 무언가를 보고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불을 피웠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전에는 틀림없이 없었던 붉은 흙이 약간 두툼하게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새로 만든 무덤이 틀림없었다. 젊은 사냥꾼이 그곳으로 접근하여 보니 무덤에는 막대가 한 개 꽂혀 있고, 막대 끝은 쪼개어져 종이를 끼워 넣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종이에 써 있는 글은 간단했으나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존 페리어.

솔트레이크시티에 살던 이 사람은 1860년 8월 4일 이곳에서 잠들다.

 

그가 몇 시간 전에 남기고 간 튼튼했던 노인은 죽었고, 그의 묘비명은 이것이 전부였다. 제퍼슨 호프는 두 번째 무덤이 있는지 미친 듯이 근처를 둘러보았지만 무덤은 보이지 않았다. 루시는 장로의 아들 중 한 사람의 첩이 되어야 한다는 숙명에 따르기 위해 무서운 추적자들의 손에 이끌려 돌아간 것이다. 자기가 무력해서 그것을 막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자 호프는 자기도 늙은 농부가 조용히 쉬고 있는 옆에 눕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의 활동적인 정신이 절망감에서 생긴 무기력함을 떨치게 했다. 호프는 최소한 두 사람을 살릴 수 없다 해도 일생을 복수하는 데 바치겠노라 다짐했다. 그는 불굴의 인내심과 함께 전에 같이 생활했던 인디언들로부터 배운 집요한 복수심을 갖고 있었다. 꺼져 가는 불 옆에 서서, 자기의 분노를 푸는 길은 자기가 직접 적들에게 완전한 복수를 하는 것뿐이라고 호프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결국 그는 자기의 강한 의지력과 지칠 줄 모르는 힘을 오로지 복수하는 데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냉혹하고 창백한 얼굴로 떨어뜨렸던 고기를 가지고 와서, 꺼져 가는 불길을 살린 다음 2, 3일 동안 먹을 음식을 구웠다. 그는 그것을 꾸러미로 만든 다음, 많이 지쳐 있었지만 복수의 천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산 속으로 되돌아갔다. 그는 말을 타고 온 길을, 아픈 발과 지친 몸을 이끌고 5일 동안 걸었다. 밤이 되면 바위틈에 몸을 던지고 두어 시간 눈을 붙이고, 날이 새기 훨씬 전에 일어나서 걸었다. 엿새 째가 되는 날에 그들이 비운의 도망을 시작한 독수리 골짜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솔트레이크시티가 눈 아래 내려다보였다. 지칠 대로 지친 그는 총을 지팡이 삼아 기대어 눈 아래 넓게 펼쳐진 조용한 도시를 향해 수척한 손을 사납게 흔들었다. 그가 자세히 보니 도시의 큰길에는 화려한 깃발들이 걸려 있었고, 무슨 경축 행사라도 열리는 듯했다.

 

그가 무슨 일일까 생각하고 있는데 말발굽소리가 들리더니 말을 탄 남자가 자기 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그가 가까이 오자, 호프는 상대가 전에 자신을 여러 번 도와준 카우퍼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가까이 오자 호프는 루시가 어떻게 됐나 알아보기 위해 그에게 다가서서 말을 걸었다.

 

“난 제퍼슨 호프요. 날 기억하겠습니까?”

 

모르몬교인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소름 끼치게 창백한 얼굴에 쏘는 듯이 사나운 눈, 누더기를 두른 너저분한 방랑자를 전에는 단정했던 젊은 사냥꾼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를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곳에 오다니, 당신은 미쳤어! 당신과 이야기하는 걸 남이 보는 날에는 나도 위험해요. 당신이 페리어 집안이 도망치는 것을 도왔다고 장로회의 체포 영장이 떨어졌단 말이오.”

 

“난 그들이나 체포 영장이 겁나지 않습니다.”

 

호프는 진지하게 말했다.

 

“카우퍼 씨, 당신도 이 문제에 대해서 알고 있을 테니 대답 좀 해주시오. 우리는 친구 사이였어요. 제발 대답을 회피하지 말아요.”

 

“뭘 알고 싶소?”

 

모르몬교인은 불안한 듯이 물었다.

 

“빨리 말해요. 바위에도 귀가 있고 나무에도 눈이 있소.”

 

“루시 페리어는 어떻게 됐습니까?”

 

“그녀는 어제 젊은 드레버와 결혼했소. 이봐, 정신 차려, 정신 차려요. 이러다가 쓰러지겠소.”

 

“내 걱정은 말아요.”

 

호프는 기운 없이 말했다. 그는 입술까지 하얗게 질려서 기대고 있던 바위에 걸터앉았다.

 

“결혼을… 했단 말입니까?”

 

“어제 결혼했어요. 그래서 길거리마다 깃발이 꽂혀 있는 거요. 젊은 드레버와 스탠거슨 사이에 누가 그녀를 차지할지 말이 있었지요. 두 사람 다 페리어 부녀를 쫓아간 사람들 틈에 끼어 있었고, 스탠거슨이 그녀의 아버지를 쐈으니 그녀를 차지하는 데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 같았소. 하지만 그 문제를 장로회에서 토론한 결과 드레버 쪽이 우세하여 선지자는 그녀를 드레버에게 주었지요. 하지만 어제 그녀의 얼굴에서 죽음을 보았으니 드레버는 그녀를 오랫동안 갖고 있지는 못할 거요. 그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유령에 가까웠어요. 이제 그만 물어보시오. 당신, 지금 떠나는 거요?”

 

“네, 떠납니다.”

 

제퍼슨 호프는 앉았던 곳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그의 얼굴은 너무 냉혹하고 굳어 있어 마치 대리석으로 조각한 것 같았고, 두 눈만이 불길한 빛을 내뿜으며 이글거리고 있었다.

 

“어디로 갈 거요?”

 

“어디로 가든 걱정 마시오.”

 

호프는 총을 어깨에 메고 골짜기를 내려가서 야수들이 들끓는 산속 깊은 곳으로 떠나갔다. 그러나 야수들 중에서도 호프만큼 사납고 위험한 야수는 없었다.

 

카우퍼의 예상은 적중했다. 아버지의 처참한 죽음 때문인지, 강제결혼으로 인한 생활의 영향인지 모르나 불쌍한 루시는 고개를 다시는 들지 않았고, 점점 수척해지더니 한 달 만에 죽었다. 존 페리어의 재산만 탐내어 그녀와 결혼한 술주정뱅이 남편은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으나 그의 부인들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며 모르몬교의 관습에 따라 매장하기 전날 밤을 꼬박 앉아서 새었다. 그들이 새벽에 관을 둘러싸고 앉아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며 누더기를 걸친 사나운 모습의 남자가 방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여자들은 기겁을 했다. 그는 떨고 있는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난날 루시 페리어의 깨끗한 마음이 깃들어 있던, 조용히 누워 있는 하얀 유해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몸을 굽혀 그녀의 차가운 이마에 경건하게 입맞춤한 다음, 그녀의 손가락에서 결혼반지를 뺐다.

 

“반지를 낀 채 매장될 수는 없다.”

 

그는 사납게 말하고 여자들이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사라졌다. 그 일은 너무나 순간적으로 일어난 기괴한 일이었다. 신부의 표시인 금반지가 없어졌다는 부정할 수 없는 사실만 없었다면 그 일을 직접 본 사람들조차 믿기가 어려웠으니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일을 납득시키기는 더욱 어려웠다.

 

몇 달 동안 제퍼슨 호프는 산 속을 떠돌아다니며 무시무시한 복수의 불길을 가슴에 태우면서 야생에서 생활을 했다. 도시에는 괴상한 사람이 시 외곽을 배회하거나 외딴 산골짜기에 출몰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했다. 한번은 총알이 스탠거슨의 창문을 뚫고 들어와서 스탠거슨으로부터 1피트도 채 되지 않는 곳에 박힌 일도 있었다. 또 한 번은 드레버가 절벽 밑으로 지나가고 있는데 커다란 돌이 그를 향해 굴러 떨어져서 그가 땅에 납작 엎드려서 처참한 죽음을 피한 적도 있었다. 두 젊은 모르몬교도들은 누군가 그들의 생명을 해치려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그들의 적을 죽이거나 잡으러 여러 번 사람들을 이끌고 산 속으로 들어갔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자 그들은 혼자서 또는 밤중에는 집 밖에 나가지 않고 그들의 집을 경비하는 예방 조치를 했다. 얼마 동안 괴상한 사람에 대한 아무 얘기도 들리지 않았고, 그를 봤다는 사람도 없어 세월이 그의 원한을 씻어 준 것으로 생각하고 경계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호프의 원한은 잊혀지기는커녕 오히려 깊어만 갔다. 그는 결코 굽히지 않는 정신을 갖고 있었고, 복수심이 너무나 강해서 그의 마음에는 다른 생각이 생길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그는 무엇보다도 실제적인 사나이였다. 그는 곧 강철 같은 체질도 자기가 쏟고 있는 끊임없는 긴장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험에 자기 몸을 노출시키고,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그의 몸은 점점 쇠약해졌다. 자기가 산 속에서 개죽음을 당한다면 복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간 그런 죽음은 틀림없이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했다가는 적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이 네바다의 광산으로 돌아가서, 건강도 되찾고 자기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돈도 만들기로 했다.

 

그는 길어야 1년만 떠나 있으려 했으나 예측하지 못한 상황으로 5년 동안이나 광산을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나도 원한의 추억이나 복수를 갈망하는 마음은 생생했다.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정의만 이루어진다면 자기 목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변장을 하고 가명을 사용하여 솔트레이크시티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곳에는 나쁜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어 달 전에 모르몬교도 사이에 분열이 생겨 젊은 신도 몇 명이 장로의 권위에 반항하여 유타를 떠나 기독교인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들 중에는 드레버와 스탠거슨도 끼어 있었고,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소문에 의하면 드레버는 많은 재산을 돈으로 바꿔 부자로 그곳을 떠났지만 스탠거슨은 그에 비하면 가난한 몸으로 떠났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복수심이 제아무리 많은 사람이라도 그런 난관에 부딪히면 복수심을 버리겠지만 제퍼슨 호프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갖고 있는 얼마 되지 않는 자산에다,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번 돈을 합쳐 그는 적을 찾아 아메리카 전역을 방방곡곡 누볐다. 세월은 점점 흘러 그의 검은머리는 회색으로 변했지만 그는 그의 생애를 바친 하나의 목표를 위하여 사냥개처럼 끈질기게 헤매고 다녔다.

 

드디어 그의 인내심은 결실을 맺었다. 창문에 비친 얼굴을 흘긋 봤을 뿐이지만, 자기가 찾고 있는 사람이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호프는 복수 계획을 완벽하게 세우고 자기의 형편없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러나 드레버도 우연히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길에 있는 방랑자를 발견했고, 그의 얼굴에서 살기를 느꼈다. 드레버는 지금은 그의 비서가 된 스탠거슨을 데리고 보안관에게 급히 가서 옛 연적이 질투심과 원한을 품고 그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고 고발을 했다. 그래서 제퍼슨 호프는 그날 저녁에 체포되었고, 보증인을 구할 수 없어 몇 주일을 감금당했다. 이윽고 그가 풀려났을 때 드레버의 집은 비어 있었고, 드레버와 그의 비서는 유럽으로 떠난 다음이었다.

 

또 한번 복수는 실패했고, 그의 응집된 분노는 호프로 하여금 다시 추적을 계속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자금이 모자랐기 때문에 얼마 동안 다시 일을 해서 다가오는 여행을 위해 동전을 한 푼이라도 모아야 했다. 생명을 유지할 만한 돈을 모은 그는 드디어 유럽으로 떠났다. 호프는 천한 일을 하면서 도시에서 도시로 적을 추격했지만 따라잡지 못했다. 그가 러시아의 세인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하니 그들은 파리로 떠났고, 그들의 뒤를 쫓아 파리에 도착해서는 그들이 조금 전에 코펜하겐으로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덴마크의 수도에 도착했을 때도 그들은 이미 런던으로 떠난 뒤였다. 그러다 결국 런던에서 호프는 그들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런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늙은 사냥꾼의 말을 직접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의 말은 왓슨의 일기에 충분히 기록되었고, 우리는 이미 그 일기에 많은 신세를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