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똑같이 밝은 달이 극장가인 챠링 크로스 로(路)에서 약간 떨어진 골목길을 비추고 있었다. 그 좁은 길은 L자로 굽어 있었고, 양쪽 입구에는 범죄 현장임을 알리는 테이프가 가로질러 있었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 안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으며 또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볼 셈으로 정복 경찰들의 어깨 너머 쪽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맥비의 관심 밖이었다. 그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른 얼굴, 즉 안구에서 눈알이 흉칙하게 튀어나온 이십대 초반 내지 중반인 백인 남자의 얼굴이었다. 어느 극장 관리인이 쇼가 끝난 뒤에 마분지 상자들을 비우다가 쓰레기통에서 발견해 낸 바로 그 얼굴이었다. 그런 사건이라면 통상적으로는 런던 경찰국의 살인 사건 담당 형사들이 맡았겠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그래서 런던 경찰국장 재미슨은 특수부의 이안 노블 총경을 불렀고, 그 다음에는 노블이 맥비의 호텔로 전화를 걸어 선잠이 든 그를 깨운 것이었다.

 

그 얼굴이 런던 경찰국 형사들의 관심을 끌게 되었던 첫 번째 원인은, 머리통에 딸린 몸체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그 머리가 몸체에서 수술로 분리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 나머지가 어디에 있느냐는 모두가 다 궁금해하는 것이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것에 대한 수사는 맥비의 몫이었다.

 

현장 감식을 한 직원 두 사람이 그 머리통을 쓰레기통에서 들어 올려 투명한 플라스틱 봉지에 집어 넣은 다음 운반을 하기 위해 다시 상자에 집어 넣고 있을 동안,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재미슨 경찰국장 휘하의 형사들이 옳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외과 의사는 아니더라도, 날카로운 수술용 도구를 쓸 줄 알고 그레이 해부학에 깊은 지식을 가진 누군가의 소행이 분명했다.

 

즉, 목이 쇄골과 만나는 기부(基部)는 폐와 위(胃)로 이르는 식도와, 윤상연골 조직의 측면으로부터 올라오는 하부 수축근이 만나는 접합점이었다. 그곳이 머리가 몸체에서 분리된 정확한 부위였고, 맥비와 노블 경감이 그것을 확인하는 데는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들이 필요로 했던 것은 그 머리가 죽기 전에 분리되었는지, 혹은 죽은 뒤에 분리되었는지를 알려 줄 사람이었다. 그리고 후자라면 죽음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머리통에 대한 검시는 몸체가 없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전신의 부검이나 같았다.

 

부검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스물네 시간에서부터 길면 사나흘이 걸리겠지만 자기 집에 있다가 그 일을 처리하도록 호출을 받은 노블 총경은 물론, 본청 소속의 동안(童顔)인 젊은 병리학자 에반 마이클도 같은 의견이었다. 즉 그 머리는 죽은 뒤에 분리되었으며 죽음의 원인은 거의 틀림없이 넴부탈과 같은 바르비투르계 약제(진정제 또는 수면제)를 치사량 투여한 결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안구에서 눈알이 그처럼 튀어나오고, 입가에 약간의 피가 흐르게 된 원인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었다. 그것은 시안 가스를 치사량 흡입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었지만, 그에 대한 분명한 증거는 없었다.

 

맥비가 귓등을 긁고 나서 땅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저 사람은 자네에게 사망 시간을 묻고 싶어하는 걸세.

 

이안 노블이 마이클에게 귀띔을 해주었다.

 

노블은 쉰 살이었고 결혼해서 두 딸과 손자 넷을 두고 있었다. 짧게 친 회색 머리칼과 네모진 턱, 그리고 마른 몸집 때문에 그는 구식 군인 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런 그가 전직 육군 정보국 대령이며 샌더스트의 왕립 군사 아카데미 65년도 졸업생이라는 사실은 놀랄 일은 아니었다.

 

“그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마이클이 대답했다.

 

“노력해 보시오.

 

맥비의 회녹색 눈이 마이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대답을 원하고 있었다. 하다못해 지식이나 경험에 근거한 추측이라도

 

“출혈이 거의 없어서 피가 응고한 시간을 추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머리통의 온도가 골목길의 온도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보아, 한동안 발견된 장소에 놓여 있었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사후 강직은 아니로군.

 

마이클이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예, 아닙니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형사님도 아시겠지만 사후 강직은 대체로 다섯 시간 내지 여섯 시간 내에 시작되는데, 먼저 상체가 대략 열두 시간 내에 영향을 받고 전신은 대략 열여덟 시간 내에 굳어 들지요.

 

“우리에겐 시체의 전신이 없소.

 

맥비가 말을 가로챘다.

 

“예, 그렇죠. 없습니다.

 

의무에 대한 책임감을 떠나서, 마이클은 자기가 그날 밤 집에 그냥 눌러 있었더라면, 그래서 다른 누군가로 하여금 이 성미 급하고 머리에는 갈색 머리칼보다 회색 머리칼이 더 많은, 그리고 질문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 미국인 살인 사건 담당 형사와 얼굴을 마주 대하는 즐거움을 대신 누리도록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맥비, 이제 부검 결과를 기다리기로 하고, 이 가엾은 의사는 집으로 돌려보내 첫날밤을 마저 치르도록 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노블이 정색을 하고 입을 열었다.

 

“오늘이 첫날밤이오? 오늘 밤이?

 

맥비는 기가 막혔다.

 

“어제였죠.

 

마이클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투로 대답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뭐하러 삐삐에 응답을 한 거요? 당신에게 연락이 되자 않았으면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을 텐데.

 

맥비는 진심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신부는 대체 뭐라고 그럽디까?

 

“삐삐에 응답하지 말라구요.

 

“당신들 중 하나가 양초의 어느 쪽 끝에다 불을 붙여야 하는 건지 안다면 다행이겠소.

 

“어쨌든 이게 제 직업이니까요, 아시겠지만

 

속으로 맥비는 미소를 지었다. 이 젊은 병리학자는 아주 훌륭한 전문가 아니면 주눅 든 공무원이 될 것이었다. 어느 쪽이 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이 일이 끝난 다음에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이런 일로 런던 경찰이나 인터폴과 함께 일해 본 적이 없거든요.

 

마이클이 불쑥 물었다.

 

맥비가 어깨를 으쓱하고 노블을 바라보았다.

 

“그건 나도 이 사람하고 마찬가지요. 나 역시 런던 경찰이나 인터폴과는 함께 일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는 머리를 어디에다 어떻게 보관하지요?

 

“우리는 머리를 몸체나 몸체의 일부처럼 보관합니다. 꼬리표를 붙이고 가능하다면 플라스틱 용기에 밀봉해서 냉동을 하지요.

 

노블로서는 농담을 할 기분이 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어 있었다.

 

“좋습니다.

 

맥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 역시 누구 못지않게 그날 밤은 그쯤 해두고 싶었다. 이제 동이 트기만 하면 형사들이 그 골목길에서 머리가 발견되기 전, 쓰레기통 근처에서 누가 움직이는 것을 보았을 법한 사람들 모두에게 탐문 수사를 시작할 것이었다. 그리고 하루나 이틀 뒤에는 피부 조직 샘플과 모낭(毛囊)에 대한 감식 결과가 나올 것이고, 희생자의 나이를 추정하기 위해 법의학자가 불려올 것이었다.

 

그 머리에 꼬리표를 붙이고, 플라스틱 용기에 봉하고, 이제부터는 그 머리를 넣은 서랍이 노블 총경이나 맥비 형사 입회하에서만 열릴 수 있다는 특별 추가 사항을 기재해 정해진 서랍에 넣는 일은 마이클 박사에게 맡기고, 두 형사는 그곳을 떠났다. 노블은 첼시어에 개축한 그의 4층짜리 집으로, 그리고 맥비는 메이페어 구(區) 그린 파크 건너편의 할프문 가에 있는 이름만 호텔인 숙소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