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축은 서주에서 오래된 명문가 출신이며 그 집안은 대대로 엄청난 갑부였다. 든든한 재력을 가진 미축이었지만 스스로는 검소하고 성실하여 선비의 교과서로 불리었는데 그는 근본이 바르고 거짓됨이 없어 늘상 주위에 사람들이 따랐다. 그의 성품을 짐작케 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미축이 어느 날, 낙양으로 볼일을 보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길가에서 어여쁜 여인이 잠시 태워주기를 청하자 미축은 그녀와 함께 수레에 올라 길을 떠났다. 그 여인은 외모가 실로 화려하여 지나가는 남정네들이 한결 같이 쳐다보고 갈 정도로 미인이었는데 미축은 바로 옆에 앉아 있으면서도 여인을 내려줄 때까지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 여인은 목적지에 도착하여 미축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더니 뜻밖의 말을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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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님은 참으로 청렴하고 예를 아는 어른이십니다. 힘든 길을 가는 저를 태워주셨고, 다른 마음도 품지 않았습니다. 이는 누설해서는 안 되는 일이온데 선비님께만 말씀 드립니다. 실은 전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과거의 업보를 가진 당신의 집에 불을 지르러 가는 남방의 화덕성군(불의 신)입니다. 명을 받은 입장에서 이 일을 행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선비님께선 지금 바로 집으로 돌아가 중요한 물건들은 모두 따로 내어놓으십시오. 저는 되도록 천천히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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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놀란 미축은 즉시 집으로 달려 식구들과 집안의 재산을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과연 얼마되지 않아 집에서 원인 모를 불이 일어났다. 허나 미리 방비를 한 미축은 집만 태웠을 뿐, 큰 피해는 입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일을 겪은 후로 미축은 재물을 풀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다.

 

이처럼 사람 됨됨이가 건실하였던 미축은 도겸의 뒤를 이어 서주의 목사가 되는 유비에게 몸을 의탁하는 한편, 자신의 여동생을 유비에게 시집 보냈으니 이 사람이 바로 훗날 촉한의 국모로 추대된 미부인이다. 미축은 또한 유비가 곳곳을 떠돌아 다니며 제대로 된 기반을 잡지 못할 때에도 항시 그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자신의 막대한 재산을 모두 유비의 군자금으로 내놓았다. 나중에 서촉에 입성한 유비가 그를 제갈공명보다 더 높은 직위에 올려준 것은 그가 숱한 고난을 겪으면서도 주군인 유비를 물심양면으로 모셨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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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즉시 북해군에 가서 공융에게 구원을 청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청주의 전해에게 구원을 청하여 동시에 쳐들어가면 능히 조조의 군사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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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은 즉시 미축에게 북해로 떠날 것을 지시하는 한편, 사자를 자청한 진등(陳登)에게 서찰을 주어 청주로 보냈다.

 

북해 태수 공융은 노나라 곡부땅 출신으로 공자(孔子)의 20대 후손이며 태산군에서 도위 벼슬을 한 공주의 아들이다. 그는 6년 동안 북해에 머무르면서 큰 인덕을 베풀어 백성들의 신망을 받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신동으로 소문났던 공융은 열 살 나던 해에 하남윤 이응을 찾아갔다.

 

이응은 후한의 명사로 웬만큼 이름이 난 사람이 아니면 만나기도 힘든 인물이었는데, 새파란 공융이 찾아오자 문지기는 당연히 앞을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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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마님과 나는 옛 조상 때부터 알고 지낸 친척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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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이응을 만난 공융은 대뜸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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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집안과 옛부터 친하다고 했는데 누가 그렇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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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공자께서 노자(老子)께 예(禮)를 물으셨으니 저와 대감은 대대로 친한 사이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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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가(道家)의 시조인 노자는 성이 이(李)씨이고, 이름은 이(耳)라 알려졌다. 공자가 노자에게 예를 물은 것은 여러 고서에서 나타나 있는데 이응이 노자의 후예라는 근거가 거의 없음에도 어린 공융은 노자를 이용하여 이응의 집안을 은근히 높여서 그의 기분을 맞춰 준 것이다. 자기 집안이 뼈대있는 가문이라고 추켜세우는 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이응은 어린 공융의 기치가 대단함을 보고는 크게 웃었다. 그때 임금의 명을 받고 찾아온 태중대부 진위(陳煒)가 왔기에 이응은 공융을 칭찬했다. 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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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신동소리는 저도 들었습니다.
커서도 잘 나갈 지는 그때 가서 두고 볼 문제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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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씀대로라면 어르신께서는 어릴 적에도 똑똑하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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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을 비롯해 진위가 그 소리를 듣더니 크게 웃고 말았다. 이런 일이 있고부터 공융의 이름은 크게 알려졌고, 후에 중랑장이 되었다가 공적을 인정받아 북해 태수가 되었다. 그는 식견있는 손님들을 초청하여 담소 나누는 것을 즐기면서 입버릇처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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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대화를 나눌 상대가 떠나질 않고, 그릇에 술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 내 소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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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북해에서 6년 동안 태수로 지내며 많은 인심을 모으던 공융에게 미축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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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조의 군사들이 서주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사태가 위급하니 영감은 속히 저희를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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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원래 도겸공과는 친분이 두텁지. 그렇다고 평소 조조와 원한을 산 적도 없으니 먼저 조조에게 서신을 보내어 화해를 주선하겠소. 그래도 듣지 않으면 그때 군사를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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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이 돌아가는 사태를 이해하지 못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자 미축이 다시 간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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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지금 살기가 등등하여 서신으로는 누를 수 없습니다. 
결코 화해하지 않을 것이니 군사로 지원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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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잠시 생각하다가 군사를 소집하는 명을 내리고 다른 한편으로 조조에게 보낼 서신도 작성했다. 그때 파발꾼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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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적의 잔당인 관해(管亥)가 도적을 이끌고 쳐들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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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날벼락을 맞은 공융은 크게 놀라 군사를 서둘러 모으고는 성문을 나가 황건적과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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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는 기름진 땅이니 우리에게 곡식 만 석만 주면 곧 물러갈 것이다. 만약 거절하면 즉시 군사를 몰아 북해성을 격파하여 모든 백성들을 죽여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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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크게 노하여 꾸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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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도둑놈이 어딜 와서 큰소리 치는 것이냐!
무릎 꿇고 빌어도 줄까말까 인데 도리어 큰소리라니 참으로 그 용기가 가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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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는 크게 화를 내며 말을 몰아 나왔고 공융은 장수 종보(宗寶)를 내보냈다. 관해가 쇠퇴한 황건적의 잔당이긴 했으나 호락호락한 놈은 아니었다. 종보가 달려나간 기세 그대로 관해의 칼에 찔려 떨어졌고 공융의 군사는 크게 놀라 성안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관해는 즉시 군사를 몰아 북해성을 둘러쌌다.

 

졸지에 성 안에 갇힌 공융은 크게 한숨만 내쉬었다. 그러나 정작 곁에 있던 미축은 더 어이가 없는 처지였다. 구원을 요청하러 왔다가 뜻밖의 도적 놈들에게 포위되어 오도가도 못하게 되자 먼 산만 바라본다.

 

다음날이 되어 공융이 성 위에 올라보니 자신이 거느린 군사로 대적하기에는 관해의 군세가 너무 많았다. 그때, 한 장수가 나타나서는 창을 치켜들고 도적의 무리 속으로 뛰어들어가 닥치는 대로 쳐죽이며 관해의 군사를 흩어버렸다. 적진을 무인지경으로 헤집고 다니던 장수는 북해성에 이르러 문을 열라 소리쳤다. 하지만 공융은 선뜻 문을 열지 못하였다. 그런 사이 도적이 그 장수를 잡으려 사방에서 몰려오는데 오는 족족 창으로 찔러 죽이는 것이었다. 공융은 그제서야 성문을 열고 그 장수를 불러들였다. 급히 말에서 내려 공융에게 달려가 절한 장수는 동래군 황현땅 사람인 태사자(太史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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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노모를 돌봐 주신 태수님의 은혜를 익히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어제 요동에서 어머님을 뵈러 오는 중이었는데 도적들이 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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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새로운 갑옷과 말 안장을 하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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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오니 저에게 군사 천 명만 주십시오. 
당장 저 도적 놈들을 내몰고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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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공융은 태사자를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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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용맹함은 익히 알고 있소. 
허나 적의 숫자가 너무 많으니 경솔히 나가서는 아니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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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목숨을 아끼어 태수님의 은혜를 저버리겠습니까. 
죽음을 각오로 싸울 것이니 허락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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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오. 그대는 당대의 호걸이니 목숨을 섣불리 버리지 마시오. 내 지난날 여포와의 싸움에서 엄청난 영웅들을 봤었소! 그들이라면 능히 저놈들을 물리칠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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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누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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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 현덕이란 황실의 종친이오. 그 사람만 와 준다면 저런 도적들이야 무엇이 겁나겠는가.
다만 저 포위를 뚫고 소식을 전할 사람이 없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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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자가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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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내 주십시오!
지금 곧 떠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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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서신을 적어 태사자에게 주었다. 태사자는 배불리 먹고 배를 채우고는 곧장 말에 올라 활과 화살통을 차고 성문을 나섰다. 태사자가 나오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도적들이 일제히 덤벼들었다. 태사자는 사방에서 몰려드는 도적들을 모두 찔러 죽이고는 포위를 뚫고 달렸다. 관해는 성을 나온 자가 구원을 요청하러 가는 것임을 알고 즉시 기병을 끌고 뒤를 추격했다. 도적이 사방으로 에워싸자 태사자는 활을 들어 쉴새 없이 화살을 쏘아대는데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도적들의 몸통을 꿰어 버렸다. 그제서야 겁을 먹은 도적들은 더 이상 추격하지를 못했다.

 

그렇게 포위를 뚫고 나온 태사자는 그 길로 곧장 평원현으로 달려 유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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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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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름은 태사자입니다. 북해 태수인 공융과는 아무 친분도 없고 한 고향 태생도 아니지만 큰 은혜를 받은 지라 그를 돕고 있사온데 지금 관해라는 도적이 무리를 이끌고 성을 포위하여 공융 태수는 큰 곤경에 빠져 있습니다. 태수께서는 평소 대인께서 어질고 의를 중히 여기며 위급한 사람을 몸소 돕는다는 명성을 들었기에 저를 보내어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부디 뿌리치지 마시고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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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관우와 장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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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공이 나에 대해 무언가를 잘못 알고 계시는구려. 나는 인덕도 없고 어질지도 못하오. 하지만, 이 보잘 것 없는 힘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도와야지요. 지금 곧 군사를 몰아 갈 것이니 잠시 기다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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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자는 크게 기뻐하며 유비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관우, 장비와 인사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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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 태수께서 참으로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십니다!
저 역시 유비공의 명성을 들었는데 오늘 뵈오니 참으로 헛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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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즉시 관우, 장비와 더불어 군사 3천을 이끌고 북해로 출발했다.

 

북해를 둘러싼 관해의 무리들은 멀리서 군사들이 몰려오는 것을 보고는 크게 놀랐다. 그러나 그 수가 너무 적어 도리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유비가 좌우로 관우, 장비를 거느리고 북해에 도착하자 관해가 무리를 몰아 나왔다. 유비의 곁을 따르던 태사자가 크게 소리치며 관해를 노렸는데 어느새 관우가 청룡언월도를 휘두르며 관해를 덮쳤다. 관우가 벽력같은 소리를 지르며 나가자 유비의 군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관해가 주제를 모르고 관우와 맞섰지만 제대로 몇 합을 겨루기도 전에 청룡도의 희생양이 되었다.

 

한편, 북해성 위에서 안절부절 하던 공융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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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유비공이 오셨구나!
전 군사는 나아가 유비공을 도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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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이 열리고 군사들이 모두 함성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유비군의 공격에 크게 흔들리던 도적들은 뒤로 공융의 군사까지 들이닥치자 얼마가지 못해 모두 괴멸되었다. 공융은 크게 기뻐하며 유비를 영접하여 성 안으로 모신 후, 술자리를 열어 노고를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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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그 용맹함을 다시 보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소이다!
그대들은 참으로 영웅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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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찬이십니다.
비록 재주 없는 몸이지만 저를 필요로 하여 불러 주셨는데 어찌 그 뜻을 저 버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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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슬며시 서주의 일을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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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장개란 도적이 조조의 부친인 조숭을 죽이고는 달아났소. 이 때문에 조조가 크게 오해하여 서주로 군사를 몰고가 지금 도겸공은 큰 곤경에 처해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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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미축은 사뭇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으로 유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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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 일로 도움을 청하고자 미축공이 와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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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축이 예로 유비에게 인사를 올렸다. 이에 유비도 예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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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공은 덕망이 높으신 어른인데 뜻밖의 일로 억울한 일을 당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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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조조는 군세를 믿고 서주의 백성들을 마구 죽인다 합니다. 
해서 청이 있는데 도겸공의 도움에 힘이 되어 주실 수 없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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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근엄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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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수께선 제 말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조조의 군사는 대군이고 제가 거느린 군사는 보시는 바와 같이 매우 미약합니다. 장수라고 해도 관운장과 장비의 두 아우밖에는 없습니다. 경솔히 움직일 수가 없으니 실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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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소이다! 지난날 귀공이 여포를 몰아 패주 시킨 일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 생생히 살아있소. 이는 천하의 내노라 하는 영웅들도 못하는 일이었는데 그대들은 능히 해내지 않았었소! 내가 도겸을 도우려는 것은 그와 친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충직한 성품 또한 알기 때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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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축도 몸이 달아 유비에게 간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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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또한 유비공의 명성은 익히 들었습니다. 귀공이 도와주기만 하면 서주의 백성들은 크게 기뻐할 것이며, 저의 주군이신 도겸공 또한 한 시름을 덜 수 있을 것이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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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주위의 모든 이들까지 나서서 간청하자 더는 사양을 못하고 군사를 몰아 서주를 돕겠다고 말했다. 이에 공융과 미축은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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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축공은 먼저 가서 저의 뜻을 전하시오. 
나는 공손찬 장군께 군사 5천 명을 빌어 뒤따라 가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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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축은 유비가 달아나려고 핑계를 대는가싶어 다시 한번 유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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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을 믿고 서주로 갈 것이나 부디 신용을 잃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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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축이 의심을 하는 듯하자 유비가 정색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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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오! 옛 성인이 말씀하시길 ‘사람은 누구나 죽는 법이니 이에 연연치 말고 의리를 지켜 이름을 남기라’ 하셨소. 대장부가 어찌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겠소이까! 내 군사를 빌리든 못 빌리든 한번 한 약속은 기필코 지킬 것이니 크게 심려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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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축은 그제서야 자신의 의심을 버리고 유비에게 사과함과 동시에 서주로 돌아갔다. 그리고 태사자 역시 공융에게 작별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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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머님을 뵙기 위해 이곳에 왔으나 이제 걱정이 없어졌으니 이만 양주 자사 유요의 부름에 응할까 합니다. 훗날 다시 뵙게 될 날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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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태사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황금과 비단을 내렸으나 그는 한사코 받지 않았다. 그 길로 말을 몰아 어머니를 뵌 태사자는 곧 양주로 떠나갔다. 공융 역시 군사를 정비하여 출진을 준비했으며 유비는 즉시 공손찬에게 달려갔다.

 

유비가 군사를 요청하자 공손찬이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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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는 조조와 원수 진 일이 없는데 왜 남을 위해 고생을 자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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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의 사람에게 반드시 가겠노라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 청을 깰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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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면 아우에게 기병과 보병을 합하여 2천 명을 빌려 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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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자룡을 잠시 저와 함께 가도록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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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이 허락하니 유비는 즉시 관우와 장비에게 군사 3천을 주어 선봉에 서게 하고 조자룡에게는 빌린 군사 2천을 주어 뒤를 따르게 하였다. 그리고는 곧장 서주로 달려갔다.

 

한편, 서주에 도착한 미축이 도겸에게 유비의 구원소식을 전하자 서주의 관리들은 크게 안심하였는데 그때, 청주로 갔던 진등 역시 돌아와 태수 전해의 지원을 알렸다.

 

얼마 후, 서주에 도착한 공융이 전해와 만나 조조의 군세를 살폈는데 그 위세가 실로 대단하여 섣불리 나서지를 못하였다. 조조는 북해의 군사와 청주 군사가 온 것을 보고는 군사를 두 패로 나누어 진을 치는 한편, 서주에 대한 공격을 중지했다. 그리고 잠시 뒤, 유비가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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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군사가 생각 외로 너무 많구려. 
지금 군사를 몰았다간 낭패를 볼 것이니 잠시 동정을 살펴야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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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성은 양식이 달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입니다. 운장과 자룡에게 군사 4천을 주어 귀공을 돕게 하고 저는 익덕과 함께 조조의 포위를 뚫고 서주로 들어가 도겸공을 만나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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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은 유비의 생각을 받아들여 전해와 함께 진을 좌우로 벌리고 서로 협공할 계획을 세웠다. 잠시 후, 유비와 장비가 기병 천 명을 거느리고 조조의 영채로 쳐들어가는데 사방에서 북소리가 들리더니 기병들이 몰려나왔다. 그리고 그 선봉에 선 장수 하나가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는데 그는 우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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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미친놈들이 겁없이 덤벼드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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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는 즉시 창을 쥐고 우금에게 달려들었다. 한껏 목소리를 높이며 창을 휘두른 우금이었지만 장비가 꿈쩍도 않고 눈을 부라리자 놀라 허둥대다가 유비까지 군사를 몰고 합세하는 것을 보고는 겁을 먹고 달아나버렸다. 장비는 우금을 추격하여 조조군의 진형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이때에, 서주성에 올라 형세를 살피던 도겸은 갑작스럽게 조조의 진영이 어수선해지면서 한 무리의 군마들이 성으로 달려오자 크게 궁금하여 자세히 살폈다. 그 기병들이 든 깃발에는 ‘평원 유현덕’ 이라 새겨져 있다. 도겸은 크게 기뻐하며 즉시 성문을 열어 유비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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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공이 도와주시니 이 도겸이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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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의 영접에 유비는 감사하며 예를 표하였다.

 

도겸은 지난날 동탁 토벌전에서 유비를 이미 한번 만난 적이 있었으나 그때는 유비가 말단 관리였던 탓에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헌데 이제는 유비도 벼슬만 낮을 뿐이지 명성만큼은 당대의 최고를 자랑했다. 도겸은 기녀를 시켜 유비에게 술을 권하면서 그의 풍모를 자세히 살폈는데 과연 위풍이 당당하고 말도 시원시원한 것이 맘에 쏙 들었다. 술자리가 벌어지는 내내 유비를 바라보던 도겸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문득 미축을 시켜 서주의 관인(官印)을 가져오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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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공은 이것을 받아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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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이 관인을 자신에게 내밀자 유비는 크게 당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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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공은 어찌하여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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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천하는 온통 소란하여 나라의 꼴이 말이 아니오. 귀공은 한실의 종친이 아닙니까. 내 지난날 그대의 용맹과 기상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 오늘 다시 보니 진실로 영웅의 그릇이오. 이 도겸은 이제 늙어 백성들에게 큰 선정을 베풀지 못하고 오늘의 이러한 고난만 안겨주고 있소이다. 해서 이 서주를 그대에게 줄 것이니 사양말고 받아주시오. 내 이러한 뜻을 조정에 고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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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현의 현령으로 있던 유비로서는 전국의 13주 가운데 하나인 서주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준다고 넙죽 받아먹을 유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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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공은 어찌하여 그 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이 유비는 비록 한 황실의 종친이기는 하나 아직 공을 세운 것도 없고 인덕도 많이 부족합니다. 평원땅을 다스리는 것도 황송한데 이처럼 막중한 책무를 맡기시니 실로 민망하기 그지 없습니다. 저는 서주의 위급함을 보고 도우러 온 것이지 다른 사심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 영감은 의심을 푸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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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의중을 떠보고자 하는 일이 아니오. 
내 진심이니 거절하지 말아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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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 같은 일을 의논할 상황이 아니니 먼저 조조의 군사를 물리치는 것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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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은 유비가 한사코 거절하자 하는 수 없이 논의를 뒤로 미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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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조조에게 서신을 보내 화해를 먼저 권해보겠습니다. 
그래도 뜻을 굽히지 않으면 그때 나가 싸워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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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삼군에게 일체 움직이지 말 것을 분부하고 서신을 적어 조조에게 보내었다.

 

서신을 지참하여 온 유비의 사자를 잔뜩 인상을 찌푸린 조조가 맞이했다. 조조는 사자가 내민 서신을 받아보더니 노기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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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로 인해 생긴 일이니 군사를 거두고 나라를 구하자고? 흥, 웃기고 있군!
대체 그 유비란 자가 누구이기에 나에게 이런 글을 보내는 것인가.
당장에 목을 베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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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곽가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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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는 먼 곳에서 원정을 왔기에 먼저 예를 행한 후에 군사를 움직이려 하는 것입니다.
주공께서는 그럴 듯한 말로 회답하고 안심시키십시오.
그리고 군사를 몰아 총공격하면 능히 함락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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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곽가의 말을 따라 곧 좋은 화답을 보내려 하였는데 갑자기 파발꾼이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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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연주땅을 습격하여 지금 복양을 점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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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 지붕 무너진다고, 조조는 느닷없는 소식에 멍해졌다.

 

지난날 이각 무리의 난을 피해 원술에게 갔던 여포는 그곳에서 찬밥신세로 전락하여 늘 구박만 당했다. 원술은 원래가 의심이 많은 인물로 툭하면 자신을 죽이려고 온갖 이유를 갖다 붙였는데 견디다 못한 여포는 다시 원소에게 빌붙었다. 원소는 좀 찝찝하기는 하였으나 그의 용맹을 높이 사 함께 상산군에서 장연을 격파했다.

 

장연은 행동이 재빠르고 날쌘 장수로 날아다니는 제비, 즉 비연(飛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었으며 황건적의 난 때, 무리를 일으켜 흑산군(黑山軍)이라 부르며 세력을 키우던 자였다. 그는 북방의 원소와 늘상 충돌하여 철천지 원수 사이가 되었다가 원소와 여포가 협공하자 결국 패하고 말았다.

 

장연을 격파한 후, 여포는 자신의 공을 지나치게 내세우며 원소의 수하들과 자주 충돌하였다. 원소가 이를 아니꼽게 보고 그를 위험인물로 간주, 다시 죽이려 하였다. 하지만 이런 낌새를 알아 챈 여포는 말을 달려 고향친구였던 하내 태수 장양에게 갔다. 장양은 여포를 받아들여 수하로 두었다. 그 무렵, 장안성에서 여포의 식솔들을 몰래 숨겨두었던 방서(龐舒)가 여포에게 사실을 알림과 동시에 이들을 보내었는데 뒤늦게 이를 안 이각의 무리들이 방서를 죽이고는 장양에게 서신을 보내 여포를 없애라는 명을 내렸다. 여포의 귀에도 이 사실이 들어가자 다시 길을 떠나 진류 태수 장막에게로 갔다. 한때 광릉 태수를 지냈던 그의 동생 장초(張超)가 진궁을 데리고 형님인 장막을 뵈러 왔다가 여기서 여포를 만났다.

 

진궁은 장막을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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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천하의 내노라 하는 호걸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군사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헌데 장군은 어찌하여 스스로의 영토를 가지고도 남에게 압제를 받고 계십니까! 지금 조조는 전 군사를 이끌고 서주땅을 차지하려 합니다. 연주는 비어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요. 더구나 장군께는 천하의 맹장인 여포가 있지 않습니까.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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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은 곧 여포에게 군사를 주어 연주땅을 치게 하였다. 당시 온통 서주땅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던 조조는 미처 연주에 대한 방비에 소홀하여 여포의 습격을 받았다.

 

여포가 연주를 습격하는 동안 장막은 복양땅을 점령해 버렸다. 이제 조조에게 남은 땅이라곤 견성, 동아, 범현의 세 고을뿐이었다. 그나마도 순욱과 정욱이라는 당대의 책사가 있었기에 지킬 수 있었다.

 

조조는 서주를 코 앞에 두고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히자 혈압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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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연주땅을 도적놈에게 빼앗겼으니 이제 우리는 노숙자가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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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수 없습니다. 마침 유비가 화해의 서신을 보내었으니 이에 응하여 선심을 쓰고 서둘러 연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대로 서주에 연연하다가는 양쪽 모두 잃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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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곧 유비에게 서로 화해하자는 편지를 보냄과 동시에 영채를 수거하여 물러갔다.

잠시 후, 조조의 서신이 유비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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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가 군사를 물리겠다는 편지를 보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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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과 서주의 관리들은 너무나 뜻밖의 소식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결사항전의 각오로 피볼 작정을 하고 있던 마당에 난데없이 물러간다니 도리어 이상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조조가 정말 군사를 물리는 것을 보고는 다들 만세를 불렀다. 도겸은 즉시 잔치를 열어 공융, 전해, 관우, 조운 등을 성안으로 불러들여 대접하였다.

 

서로들 흥겨운 풍악소리에 어깨춤이 절로 나던 때였다. 도겸이 다시 서주의 문제를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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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나이가 너무 들어 서주를 지킬 힘이 없소이다. 내게 아들 둘이 있으나 모두 변변치 못하여 난세를 살아갈 능력이 없소. 헌데 유비공은 황실의 종친이며 덕이 넓고 비상한 용모를 가지신 분이오. 서주를 유비공께 물려주고 나는 뒤로 물러나 병이나 다스리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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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공융공의 부탁을 받고 서주를 구원하러 왔습니다. 헌데 이제 와서 까닭없이 서주를 차지하면 세상이 저를 비웃을 것이니 그리 할 수 없습니다. 저희는 이만 돌아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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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거절하자 이번에는 서주의 모든 관리들이 유비에게 간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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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천하는 영웅을 필요로 합니다. 마땅히 백성을 구하고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할 때이지요. 유비공이 대업을 이루시려면 도겸공의 부탁을 거절하셔서는 아니 됩니다. 저를 비롯한 서주의 모든 관리들도 충심으로 유비공을 도울 것이니 태수님의 청을 받아들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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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비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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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공은 지금 병세가 깊어 나랏일을 보지 못하니 유비공께선 마음을 돌리십시오.
이는 모든 서주의 백성들이 원하는 일이옵니다. 제발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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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회남에 있는 원술에게 부탁하십시오. 그는 대대로 4대를 내려오며 삼공의 벼슬을 지낸 인물입니다. 수춘에 주둔하고 있다 하니 그에게 양도하는 것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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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융이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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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소리요. 원술은 그 덕이 인색하고 탐욕에 가득 찬 인물로 거론할 가치도 없소이다. 오늘날 유비공에게 이 같은 기회가 온 것은 하늘의 뜻이라 생각되오니 유비공은 서주를 받아들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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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비는 고개를 가로저을 뿐, 고집을 꺾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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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공이 나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니 내 죽어도 눈을 감지 못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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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던 관우와 장비가 보다 못해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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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겸공이 저토록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임시로라도 서주를 다스리는 게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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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지금 천하의 제후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데 형님은 어찌 거저 준다는 것도 사양하는 게요? 내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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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일이 아니다. 조조가 대군을 일으켜 서주를 친 것은 부친의 원한을 갚는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은 이 풍요로운 서주땅을 노리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이를 받아들이면 조조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지금 서주에 주둔하면 이는 옳지 못한 일이다. 나는 그리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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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말대로 서주는 내노라하는 제후들이 모두 군침을 흘릴 정도로 비옥하고 또 넓은 땅이었다. 조조 역시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부친의 핑계를 대고 서주를 빼앗으려 했던 것이다.

 

유비가 황소고집을 부리자 도겸과 서주의 관리들은 참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도겸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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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렇게 사양을 한다면 내 마지막 청은 들어주시오. 이 서주성 가까운 곳에 소패라는 조그마한 성이 있으니 그곳에서 잠시 군사를 주둔하고 이 서주를 보살펴 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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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들이 이는 거절할 것 없지 않느냐고 하자 유비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잔치가 끝나고 모두들 이별하는 가운데 조자룡이 마지막까지 남아 유비에게 거듭 절하고는 애틋한 작별을 고했다. 공융과 전해도 유비와 인사하고 돌아갔다. 그리고 유비는 두 아우를 거느리고 소패로 향했다.

 

한편, 조조는 군사를 거느리고 연주땅 가까이 당도하였는데 조인이 나와 영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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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의 군세가 상당히 크고 그 곁에서 진궁이란 자가 돕고 있습니다. 
지금 견성, 동아, 번현 세 곳만 순욱과 정욱이 죽기로 싸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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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원래 멍청한 놈이지. 
꾀를 쓰면 저런 놈이야 무엇이 두렵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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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조조가 군사를 거느리고 등현을 지났다는 첩보를 전해듣더니 부장인 설란(薛蘭)과 이봉(李封)에게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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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공을 세울 때가 되었다. 지금 군사 만 명을 거느리고 연주성을 굳게 지켜라.
나는 군사를 몰아 조조를 죽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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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진궁이 급히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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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은 지금 어디로 가시려는 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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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양으로 이동하여 조조를 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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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될 말씀이오. 우리가 이곳을 비우면 설란은 연주를 지키지 못합니다. 남쪽에 태산이 있어 그곳에 군사를 매복하였다가 조조가 지나가면 잠시 기다려 군사를 몰아치면 능히 조조를 사로잡을 것이니 다시 생각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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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럽다! 시키는 대로 하면 될 일이지 말이 많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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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진궁의 의견을 무시하고 설난에게 연주를 맡긴 다음 군사를 몰아 떠났다. 그 무렵 조조는 태산의 험준한 길을 지나고 있었다. 얼마쯤 가다가 곽가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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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이런 곳은 적이 매복하기 좋은 곳이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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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여포는 무식한 놈이다. 연주를 설란에게 맡기고 복양으로 간 놈이 어찌 이런 곳에 매복을 해 놓았겠는가. 조인은 이 길로 군사를 거느려 연주를 포위하라. 나는 복양으로 가 도둑놈 여포를 잡아다 주리를 비틀어 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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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양땅에 도착한 여포는 조조의 군사가 몰려온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에 진궁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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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군사들은 먼 길을 오고 갔기 때문에 많이 지쳐 있습니다.
지금 군사를 움직이면 분명 우리가 이길 것이니 그들에게 여유를 주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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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내가 일찍이 천하를 종횡하여 숱한 전투를 치루어 왔소! 어찌 조조 따위를 두려워 하겠는가. 그놈이 영채를 세울 때까지 기다려 보란 듯이 사로잡아 올 테니 두고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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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가 모자란 여포는 옆에서 계책을 일러 주어도 전매특허인 단순함으로 일관했다.

 

한편, 조조는 복양 가까이 이르자 영채를 세웠다. 이튿날 여포가 군사를 몰아 진영을 세우는 것을 보고는 앞으로 나와 동태를 살폈다. 둥그렇게 진영을 세우던 군사들이 좌우로 늘어섰고 그 사이에서 여포가 말을 몰아 달려 나왔다. 그의 좌우에는 여덟 명의 장수들이 날개를 펼친 듯이 늘어서 대장을 따랐다. 그들은 장료(張遼)를 비롯하여 장패(藏霸)가 여포의 뒤를 받치고 있었고 또 그 둘의 뒤로 여섯 장수가 창을 잡고 달려왔는데 그들의 이름은 학맹(郝萌), 조성(曹性), 성염(成廉), 위속(魏續), 송헌(宋憲), 후성(侯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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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도둑놈 여포야! 아직도 그 더러운 심보를 고치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네놈이 나의 땅을 넘보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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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대에 니땅 내땅이 어딨느냐!
가지는 놈이 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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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소리치면서 장패에게 나가 싸우게 하자 조조는 악진을 내보냈다. 두 사람이 서로 말을 부딪쳐 30여 합이 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아 하후돈이 달려나왔다. 이에 여포군에선 장료가 합세했다. 서로 한데 엉켜 어지럽게 창을 주고 받던 와중에 여포가 고함을 지르며 돌진하였다. 하후돈과 악진은 용기를 내어 맞섰지만 그의 방천화극은 실로 무지막지했다.

 

여포는 과연 한 시대를 주름잡는 진정한 무림고수였다. 지난 호뢰관 싸움에서 유비 삼형제에게 패하여 줄행랑을 놓은 이후로 그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었다. 해서 그는 이후 적을 상대함에 있어 사정을 두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기합소리를 지르며 창을 찔러 대는데 하후돈과 악진이 몇 번 부딪쳐 보고는 대경실색하여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버렸다. 여포는 기세를 올려 군사들의 돌격을 명했고 조조의 군사는 태반이 깨어져 40여 리 바깥으로 물러났다. 여포도 더는 추격을 않고 군사를 거두었다.

 

첫 싸움에서 패한 조조가 장수를 불러 상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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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산에 올라 여포의 진영을 보니 그 수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패하여 달아났으니 필시 아무 방비도 않고 있을 것입니다.
밤을 틈타 야습을 감행하면 능히 깨뜨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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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우금의 말을 옳게 여겨 조홍 · 이전 · 모개 · 여건 · 우금 · 전위 등의 여섯 장수와 군사 2만을 거느리고 작은 샛길을 택해 출발했다.

그때 여포는 싸움의 승리를 축하하며 군사를 모아 위로하고 있었는데 진궁이 답답하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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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영채는 중요한 곳입니다.
조조에게 습격당하면 크게 위태로워지니 서둘러 방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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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놈은 오늘 패하여 꽁지가 빠져라 도망갔는데 무슨 경황이 있어 쳐들어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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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군사를 잘 다루는 인물입니다. 
그들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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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궁이 재촉하자 여포는 하는 수 없이 고순 · 위속 · 후성에게 군사를 주어 서쪽 영채를 지키도록 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조조의 군사는 날이 어두워지자 서쪽 영채를 급습하여 크게 깨뜨렸다. 여포의 명을 받고 달려온 고순은 서쪽 영채가 조조에게 박살나는 광경을 보더니 곧장 쳐들어갔다. 조조 역시 군사를 몰아 이에 맞섰는데 날이 밝을 때까지 승부가 나지 않았다. 한 동안 양군 사이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고 싸움은 좀처럼 끝날 기미가 없었는데 별안간 서쪽에서 북소리가 들리더니 파발꾼이 달려왔다. 여포가 직접 쳐들어 온다는 전갈이었다. 우금과 악진이 여포를 막아섰으나 감당을 못하고 쫓겨오자 조조는 크게 당황하여 서쪽 영채를 버리고 달아나 버렸다.

 

고순 · 위속 · 후성의 세 장수는 필사적으로 조조를 추격했다. 일단 안전한 곳으로 피할 요량으로 무작정 달렸던 조조는 문득 앞쪽에서 장료와 장패의 군사들이 몰려오자 크게 놀랐다. 여건과 조홍이 나갔으나 당해내지 못하고 힘에 겨워하니 조조는 다시 서쪽으로 방향을 잡아 달아났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이번에는 학맹 · 조성 · 성염 · 송헌 등 네 장수가 앞을 막아섰다. 조조군의 무장들이 창을 움켜쥐고 죽기로 달려들었다. 장수들이 서로 어우러져 죽기살기로 싸우는 마당에 화살까지 빗발치듯 날아들자 조조는 사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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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릴 장수는 어디 있느냐!
정녕 내가 이곳에서 죽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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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해진 조조의 곁으로 전위가 달려왔다. 그는 두 자루 철극을 땅에 꽂더니 등에 매고 있던 짧은 극 10여 자루를 하나씩 뽑아들고 접근하는 적병들을 닥치는 대로 찍어 죽였다. 다가서는 족족 나가떨어지자 조조는 그제야 안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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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사한 도적놈 조조는 달아나지 마라!
나랑 신명나게 놀아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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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는 느닷없이 등장한 여포를 보고는 기겁을 했다. 우금과 악진이 이를 악물고 동시에 덤벼들었으나 여포 한 사람을 감당하지 못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