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견이 돌에 깔려 즉사하고 여공은 달려오는 30여 명의 기병을 기다렸다가 모조리 베어 죽인 다음, 연주포를 쏘아 양양 성으로 신호를 보냈다.

 

현산에서 쏘는 연주포 소리에 유표는 즉시 장수 황조 · 괴월 · 채모에게 군사를 나누어 주고는 일제히 쏟아져 나오며 손견 군을 공격했다. 동오의 군사들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져 후퇴를 거듭했다. 한강에 대기하고 있던 황개가 이러한 함성을 듣고는 수군을 이끌고 양양 성으로 달려 사방에서 박살나는 군사들을 구원했다. 황개는 유표 군을 지휘하는 황조에게 달려들어 그를 사로잡았다. 다른 한쪽에선 정보가 나이 어린 손책을 보호하며 이리저리 달아났는데, 전공을 욕심내던 여공이 이들을 뒤쫓았으나 그만 칼에 맞아 죽고 말았다. 양쪽의 군사는 날이 샐 무렵에야 싸움을 멈추고 군사를 물렸다.

 

손책은 아버지가 돌에 깔려 죽었다는 이야기와 그 목을 유표 군이 베어 갔다는 이야기에 대성통곡을 하면서 양양 성의 공격을 명했다. 이에 황개가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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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사로잡은 황조가 있으니 우선 유표와 강화를 맺은 다음,
주군의 머리와 교환하자고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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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관 환계(桓階)가 사자로 나섰다. 손책이 황개의 의견을 따라 유표에게 보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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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적군이지만 손견의 머리를 함부로 하지는 않았느니라.
황조를 속히 돌려 보내고 다시는 서로의 영토를 침범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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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계가 유표에게 감사의 예를 올리고 돌아가려 하자 괴량이 이를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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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안 됩니다! 강동놈들이 우리의 영토를 침범한 이상, 단 하나도 살려 보내서는 아니 됩니다! 환계의 목을 베어 우리의 뜻을 보여주소서! 손견이 이미 죽은 마당에 이제 저들의 수장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을 기회로 강동을 쓸어 버리면 능히 주공의 힘을 천하에 떨칠 것이니 살펴 헤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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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수 황조가 적군의 포로가 된 마당에 어찌 그를 죽게 내버려 두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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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량은 유표가 답답한 소리를 하자 다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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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는 지금껏 싸움터에 나가 제대로 공을 세운 적이 없는 무능한 위인입니다! 그런 자를 버리고 강동 전체를 손에 넣는 것입니다! 부디 앞날을 위해 지금 군사를 몰아 쳐야 합니다! 반드시 강동은 그대로 쓰러질 터, 깊이 생각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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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황조는 나의 장수이니 그를 내버려 둘 수 없다!
괴량은 더는 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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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표는 괴량의 의견을 무시하고 손견의 머리와 황조를 교환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환계가 무사히 교섭을 마치고 한강 영채로 돌아왔는데 그의 등줄기에는 진땀이 배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손책은 손견의 머리를 받아 영접한 다음 강동으로 돌아갔다. 천하를 호령하던 손견이 죽고 사라진 강동은 구심점을 잃고 그 기세가 한풀 꺾였다. 손견의 아들 손책이 용감하기는 하였으나 아직 미숙한 나이였던 탓이다. 만약 이때에 유표가 괴량의 의견을 받아들여 군사를 움직였다면 아마도 강동의 운명은 달라졌을 것이다. 정세판단에 어두운 유표는 원래 결단력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했다. 형주라는 비옥한 지방을 다스리기는 했으나 그가 풍부한 물자와 군사력을 가지고도 형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까닭은 그 유약한 성격 때문이다. 결과가 어찌 되었든 크게 위세를 떨칠 수도 있는 기회를 유표 스스로 걷어 차버린 것이다.

 

한편, 장안에서 나날이 방탕한 생활로 하루 일과를 보내던 동탁은 손견이 죽었다는 소식에 축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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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나를 죽이려던 시골촌놈이 돌에 깔려 죽었다지! 정말 행복한 날이야!
그놈은 내 딸을 박색이라고 했어. 망할놈! 얼마나 예쁜데…
헌데 다음 후사가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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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기 자식은 다 이뻐 보이는 법이지요.
어찌되었든 손책이라는 자가 있으나 겨우 열 일곱입니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애송이니 심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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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씩 웃더니 “노새~ 놀아~ 술로 놀아~” 를 외치며 스스로를 상부(尙父)라 일컬었다.

 

☞ 과거 주나라 문왕의 뒤를 이었던 무왕은 아버지가 존경했던 강태공을 높여 ‘상부’ 라 불렀다. 동탁이 스스로를 상부라 칭한 것은 이유가 있었다. 원래 영제는 슬하에 여러 아들을 두었는데, 이들이 여러 가지 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당시는 귀신이나 풍수지리 등이 오늘날의 과학을 대신하던 시대라 영제는 새로 낳은 아이들의 성을 바꾸어 남의 손에 맡겼다. 이렇게 해서라도 귀신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다. 뒷날 소제가 된 유변은 사자묘(史子眇)라는 사람의 집에서 자라면서 사후(史侯)라는 가명을 사용했다. 헌제가 된 유협은 동 태후의 손에 맡겨져 동후(董侯)라 불렸다. 동탁은 동 태후와 성만 같았을 뿐 이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었음에도 같은 성씨라 하여 호감을 가졌다. 동탁은 자신의 성씨와 헌제의 어린 시절 성씨가 같다 하여 스스로 상부라고 했던 것이다.

 

온갖 추태를 다 부리며 조정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던 동탁은 차마 눈뜨고는 못 봐 줄 행태를 연출하였는데, 조정에 오고 갈 때는 의장을 앞세워 왔다 갔다 하면서 ‘동탁=주접’ 의 상식을 온 천하에 선전하고 다녔다. 어디 그뿐인가. 자신의 친족이면 누구에게나 높은 벼슬을 내리니 동생 동민(董旻)이 좌장군이요, 조카인 동황(董璜)이 시중이고, 동씨 성을 가진 이는 모조리 후(候)에 봉하였다. 요것만 하면 섭섭할까 싶어서 장안 성에서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미오(郿塢)라는 별장을 세운답시고 백성들을 일당 노동자로 둔갑시켰다. 빼어난 절경에 별장이 지어지자 값나가는 물건들을 가득 채우고는 백성 중에서 미스 동탁을 선발하여 방마다 가득 몰아넣고 오늘은 요기, 내일은 죠기 요런 식으로 쾌락에 묻혀 살았다. 그렇게 동탁송 “세월아 가지 마라. 지금이 좋으니라~” 를 작곡하여 부르며 심심하면 장안에 들러 볼록 나온 배를 흔들어 대었는데, 문무 백관들은 천자보다 더한 영접으로 그를 맞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문무 백관을 모아 잔치를 열던 중이었다. 때마침 북지군(北地郡)에서 항복한 포로 수백 명이 군사들에게 압송되어 왔다. 헌데 가만히 있으면 동탁이 아니었다. 술판이 벌어진 뜰에 죄수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는 돌아가며 팔 다리를 자르고 눈알을 후벼 파니 그 고통의 신음소리가 하늘에 진동하였다. 거기다 한술을 더 떠 집게로 죄인의 혓바닥을 내밀게 하여 펄펄 끓는 기름솥에 튀겼는데 이 참혹한 광경을 보던 문무 백관들은 온몸이 떨려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하였다. 호러매니아 동탁은 흥겨운 춤사위를 보는 듯이 술을 퍼 마시며 웃고 즐긴다. 참으로 서양의 네로요, 훗날의 히틀러다.

 

동탁의 빛나는 업적은 이뿐이 아니다. 하루는 궁내에 잔치를 벌여 모든 문무 백관들을 좌우 두 줄로 앉게 하고는 술잔을 주고 받았다. 요거는 십 년도산, 이거는 맛이 갔군… 이러고 있는데 여포가 쿵쿵거리며 동탁에게 다가와 귓속말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갑자기 크게 웃던 동탁이 장온(張溫)을 보며 징그러운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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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온공, 참으로 즐거운 파티지요? 
내 그대에게 줄 선물이 있소이다. 여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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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선물을 줄 인상이 아닌 여포가 얼굴을 씰룩 거리며 장온을 끌어내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소반 하나를 들고 왔는데 장온의 목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를 본 대신들은 마시는 게 술인지 물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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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뭘 그리 놀라시오! 장온이 원술과 내통하여 조정에 반역을 꾀하였소. 나쁜 놈은 벌을 받는다지요. 장온은 나쁜 놈이고 여러분은 착한 놈이니 그리 심려 마시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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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자리에서 오줌을 지렸던 사도 왕윤(王允)이 집으로 돌아와 잠자리에 누웠는데 머리통을 누르는 고민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니 어찌 발 뻗고 자겠는가.

 

장안성의 잠 못 이루는 밤에 후원으로 나와 안절부절하던 왕윤의 곁으로 초선(貂蟬)이 다가왔다. 초선은 어려서 왕윤의 부중으로 뽑혀 들어와 춤과 노래를 배운 기녀로 왕윤의 몸종이면서 또한 딸과도 같은 관계였다.

 

☞ 당시의 세도가들은 가난한 민가에서 얼굴이 예쁜 여자아이를 돈을 주고 데려다가 노래와 춤 등의 재주를 가르쳤다. 이것을 가기(歌伎)라 하는데, 이들은 잡일을 하는 노비보다 조금 괜찮은 대접을 받기는 했으나, 주인의 수청을 들다가도 귀한 손님이 찾아오면 명에 따라 이들도 모셔야 했다. 행여 높은 어르신들의 눈에 들어 첩이라도 되면 성공한 인생이라 했으니, 우리 조선시대의 기생들과 비슷한 신분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초선은 어릴 적에 왕윤에 집에 뽑혀 와 노래와 춤을 배웠는데 이때가 16세로, 용모가 빼어났으며 재주 또한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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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가 아니냐. 
어찌하여 잠을 청하지 않고 나왔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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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한 계집이 대감의 은혜를 입고 오늘과 같은 호강을 누리고 있습니다. 헌데 아직 그 은혜에 아무런 보답도 못하였으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요사이 대감마님이 근심에 사로잡힌 듯하여 소첩 역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원컨데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일이 없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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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윤은 잠시 한숨을 내쉬다가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초선의 손을 덥석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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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으면 죽어야 한다더니,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구나!
내 어찌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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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윤이 초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넙죽 절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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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흥망이 네 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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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 황망하여 급히 엎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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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께선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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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한나라의 불쌍한 백성들을 살펴다오!
이것은 오직 너에게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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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초선을 은밀히 별당으로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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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 한 나라의 기운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으니, 만백성들이 고통 속에 살고 있다. 이는 모두 동탁이라는 도적이 임금과 조정의 신하를 위협하고 온갖 악행을 저질러 빚어진 일이다. 지금 그놈의 곁에는 여포라는 잔악무도한 양아치가 기생하고 있어 누구 하나 제대로 뜻을 펴지 못하고 있다. 동탁이 있는 한 이 천하는 지옥이다. 해서 너를 이용하여 계책 하나를 쓸 것이니 날 원망하려면 마음껏 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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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이 쓸모없는 계집 하나로 대감과 나라를 구할 수 있다면 무엇이 아깝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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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선아, 정말 고맙다. 네 뜻이 그러하면 내가 하는 이야기를 잘 듣거라. 내 이제부터 동탁과 여포에게 연환계(連環計)를 쓸 것이다. 먼저 너를 여포에게 시집보내기로 약조한 다음, 다시 너를 동탁에게 줄 것이니, 너는 이 둘을 서로 이간질하여 떼어놓도록 해라. 두 놈 모두 주색을 매우 밝히는 놈들이라 능히 너의 외모로 혼을 빼앗을 수 있을 게다. 그리만 되면 여포를 이용하여 동탁놈의 숨통을 끊을 것이다. 그리 해줄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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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에 엎드려 절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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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대감마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절 그에게 보내면 뒷일은 알아서 하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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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윤이 초선에게 또다시 엎드려 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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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의 사직이 그대에게 달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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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왕윤이 여포를 꼬셨다. 값나가는 구슬로 금관을 만들어 여포에게 주었는데 이 단순무식한 놈은 입이 헤에~ 벌어지면서 답례를 한다고 왕윤의 집으로 온 것이다. 왕윤은 즉시 작전 1단계에 들어갔다. 품질 좋은 술과 푸짐한 안주로 여포의 비위를 한껏 맞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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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윤공, 저는 승상부의 장수일 뿐인데 어찌 제게 이렇듯 후한 대접을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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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천하에서 영웅을 꼽으라면 오직 장군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장군의 벼슬을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훌륭한 용맹과 성품을 우러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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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비록 동탁의 비호를 받으며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었지만 신분만 따진다면 둘의 차이는 하늘과 땅이었다. 왕윤이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술술 늘어놓자 여포는 입이 찢어졌다. 단순의 화신이자 무대포의 제왕인 여포는 그저 좋아서 왕윤이 손수 따라주는 술잔을 받으며 내내 실실 거렸다. 어느 정도 분위기가 무르익고 왕윤이 초선을 불렀다.

 

잠시 후, 몇 번의 잔이 오고 갈 때 좌우에서 조용한 음악소리가 들리면서 초선이 등장했다. 순간 여포의 동공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왕윤이 나즈막이 웃으면서 초선을 여포의 옆에 세웠다. 각본에 쓰여진 대로 초선은 향긋한 내음을 풍기면서 은근슬쩍 스킨십을 시도했는데, 그녀의 뇌쇄적인 여성 호르몬이 여포의 온몸을 타고 전율이 되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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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는 소신의 딸인 초선이옵니다. 항상 장군께 제가 은혜를 입었는지라 이번에 소개해 올리고자 합니다. 초선아, 장군께 술 한잔 따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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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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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살포시 술을 따르자 여포는 이 모든게 꿈이 아닌가싶어 정신을 못 차렸다. 왕윤은 여포가 이성을 점점 잃어가자 2단계 공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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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생각해 둔 바가 있었는데, 오늘 장군을 모신 김에 말을 꺼내지요. 
이 아이를 장군께 드리고 싶은데 어떠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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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거구에 어울리지 않게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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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아니, 그것이 진심입니까? 
그리만 해 주시면 나 여포, 개와 말의 수고를 마다않고 왕윤공의 사랑스런 충신이 될 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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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윗사람 앞에게 스스로를 낮추어 개나 말에 비유했다. 주인을 위해 모든 힘을 아끼지 않는다는 말이 이른바 ‘견마지로(犬馬之勞)’ 의 사자성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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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께서 좋으시다니 천만 다행입니다. 
이 아이를 준비시켜 조만간 장군의 집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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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술을 따르던 초선도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초선 같은 절세의 미녀가 자신을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자 여포는 연신 벙긋벙긋 웃으면서 혼을 빼앗기고 말았다. 옆에서 홍조를 띠고 있던 초선 역시 살짝 눈웃음을 치니 여포의 애간장은 초당 수백만 번의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몇 잔의 술을 더 들이키고 술상을 물린 여포가 왕윤에게 씩씩하게 90도로 절을 하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수십 번도 더 하면서 돌아갔다.

 

☞ 남자들은 단순하다. 복잡한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주로 두뇌회로가 본능이라는 종착지를 향해 직선방향으로 흐른다. 반대로 여자의 사고방식은 난해하고 복잡하다. 여자가 쇼핑을 할 때면 이리저리 재면서 백화점 하나를 완전 거덜낼 때까지 점원들 진을 다 빼놓지만 남자들은, 쇼핑? 그게 뭔데? 라며 반문한다. 이성문제에선 더더욱 그렇다. 여자들은 남자를 볼 때, 이것 저것을 따진다. 재력은 있는지, 외모는 어떠한지, 미래에 대한 비전은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파고든다. 하지만 남자들은 얼굴만 예쁘면 앞뒤 가리지 않고 침부터 흘린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자기는 아니라고? 그래, 니 팔뚝 굵다.

 

그로부터 며칠 후, 왕윤은 다시 동탁을 불렀다.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동탁을 영접한 후, 곧 술자리에 모시고 무희를 불러 춤을 추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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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의 그 은공은 만대에 길이 전해질 것이온데,
그간 마음은 있었으나 기회가 없어 미루다가 오늘에야 집으로 모시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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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이 크게 기뻐하며 술을 비우니 분위기는 태평성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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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래 들어 천문을 보니 한나라의 운세가 많이 기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위로 새로운 별자리들이 생기는데 이는 필시 태사의 별이 분명한지라 만 백성에게 이 같은 복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옛날 순임금은 요임금의 자리를 이어 받았고, 우임금은 순임금의 자리를 물려 받았 듯이 태사께서 한나라의 뒤를 잇는 것은 하늘의 이치입니다. 자고로 덕이 있는 자가 없는 자를 토벌하는 것이 당연하다 했으니 이는 바로 동 태사를 일컫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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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운 말발이 왕윤의 입에서 거침없이 흘러 나왔다. 이런 말 듣고 기분 업 되지 않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동탁은 평소 대쪽같은 조정의 원로로서 왕윤을 불편히 여겼다. 헌데 그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사뭇 놀라는 한편, 크게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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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어찌 그런 인덕이 있겠소. 자고로 나라의 주인이라 함은 큰 뜻을 지닌 영웅의 풍모를 지녀야 하는 것이지. 나 동탁은 많이 부족한 사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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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의 입에서 겸양의 말이 나왔다. 실로 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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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천하란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 사람의 천하라고 하였습니다.
태사는 이미 천하 사람을 거느렸으니 어찌 과분하다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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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내 천명이 돌아오면 사도를 원훈공신으로 삼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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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굽실거리며 허리를 굽히던 왕윤은 촛대에 불을 밝히며 무드를 잡은 다음, 메인이벤트를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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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 태사께 집안에서 고이 가르침을 받던 기녀를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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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윤이 손뼉을 치자 음악이 은은하게 울려 퍼지며 초선이 나왔다. 평소보다 더욱 화장에 신경을 쓴 그녀는 살포시 미소를 머금고 나비가 하늘거리듯 춤을 추었다. 동탁의 육중한 체지방이 혈관을 타고 산산이 분해되었다. 주색하면 동탁, 동탁하면 주색 아니겠는가. 야시시하게 눈웃음을 치며 댄스를 추는 초선의 모습에 동탁의 눈이 화산처럼 불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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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저런 아이가 있었던가! 내 시중을 드는 기녀 중에서도 저렇게 고운 아이는 없거늘…
참으로 꽃과도 비교할 수가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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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동탁이 지옥행 열차에 한 발을 들여놓았다.

나비가 날듯이, 제비가 비상하듯 하늘거리던 초선의 춤사위가 끝나자 동탁이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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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이 무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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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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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름과 외모가 쌍벽을 이루는구나!
나이는 몇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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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6세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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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탱탱 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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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의 몸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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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이를 태사께 바치려는데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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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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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탁의 반응은 직설적이고 또한 빨랐다. 동탁은 왕윤에게 거듭 감사하며 전거를 타고는 초선과 더불어 떠났다.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 분노의 여포가 쳐들어와서는 다짜고짜 멱살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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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왕윤! 너 이럴 수가 있느냐!
초선이는 내 껀데 왜 남 주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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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오? 알아듣게, 침착하게, 논리 있게,
차근차근 주석을 달아 말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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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는 무슨 논리! 그대는 어찌하여 초선을 승상부로 보냈소? 
나에게 준다던 약속은 어찌 된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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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었나요? 난 또 무슨 소리라고…
동태사께서 초선을 데리고 간 건 여포장군과 혼인시키기 위해 데려 가신 게요.
해서 보내준 것일 뿐인데 어찌 방방 뜨시오. 땅 꺼지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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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그게 정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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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허리를 자동으로 굽히며 연신 사과하고는 떠났다.

 

다음날, 여포는 꿈에 부풀어 당당히 승상부로 갔다. 동탁에게 어서 장가들게 해달라고 떼쓰러 갔지만 동탁은 코빼기도 안 보였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내당의 동탁 시첩들에게 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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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께선 어제 새로운 사람을 데려와 지금까지 함께 주무시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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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설마하는 마음으로 동탁의 침실로 슬쩍 다가가 안을 들여다 보았는데, 과연 그 설마가 도끼가 되어 믿는 여포의 발등을 찍었다.

 

여포의 콧구멍에서 뜨거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이때, 창가에 앉아 빗질을 하던 초선이 자신을 훔쳐보던 여포를 발견했다. 그리고 즉시 감성 연기에 들어갔다. 눈썹을 약간 찌푸리고 슬픈 표정을 지으니 가녀린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뚝! 떨어졌다.

 

그런 초선의 눈물연기에 여포가 흥분을 할 그때, 동탁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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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 무슨 일이냐? 
뭔 일이 있는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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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무슨 일. 아무 일도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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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퉁명하게 받고는 눈알을 굴려 초선을 찾았다. 그러나, 초선은 사라지고 없었다. 두리번 거리며 초선의 자태를 찾던 여포를 동탁이 곁눈질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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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러느냐? 
여긴 아무 일도 없으니 그만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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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며 밖으로 나왔다.

 

그날 이후, 동탁은 초선이란 바다에 빠져들어 점점 심해로 빨려들어갔다. 한 달이 넘어가도록 정사는커녕 침실에서만 삶을 보냈다. 뭐 원래 정치와는 거리가 먼 동탁이었지만…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초선의 육체를 탐닉하던 동탁의 몰골이 점점 야위어 가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가 한번은 과로로 쓰러져 헤롱거렸다. 초선이 밤잠을 설치며 간호했더니 동탁의 마음이 따뜻하게 젖어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내는 자기라고 믿던 어느 날…

 

동탁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여포는 그날도 우울한 심정을 시(?)로 달래며 먼 발치에서나마 초선을 보기 위해 동탁의 침실을 기웃거렸다. 살짝 고개를 내밀고 안을 들여다 보니 초선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여포의 가슴이 찢어졌다. ‘나에 대한 그리움일거야’ 라는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 있던 그때, 동탁이 잠에서 깨어 살짝 눈을 떴는데, 여포가 초선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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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놈! 감히 내가 아끼는 계집을 희롱하는 것이냐!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저놈을 당장 끌어내어 다시는 내당에 얼씬도 못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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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 사납게 내쫓긴 여포가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씩씩거리며 승상부의 문짝을 걷어찼다. 헌데 이유가 이것을 보고는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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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장군께선 왜 그러시오? 
뒤가 급하오? 참으면 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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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대꾸도 없이 동탁을 향해 분노의 레이저를 한번 쏘아주고는 사라져버렸다. 대충의 낌새를 차린 이유가 바로 동탁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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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사께서는 어찌 계집 따위에 현혹되어 천하를 버리려 하십니까!
여포 장군이 무례했다고는 하나 그를 함부로 대해서는 아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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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가 내게 섭섭한 것이 있었나. 그놈에게도 그런 면이 있나 보군. 
허면 어찌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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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사람을 시켜 여포를 부른 후에 후한 황금과 비단 등을 내리시어 그의 화를 푸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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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동탁으로부터 어제의 일에 대한 사과와 포상을 받은 여포이지만 마음속의 그녀 생각은 한층 깊어가기만 하였다. 그로부터 얼마 후, 동탁이 오랜만에 조정에 들어가자 때를 노린 여포가 후다닥 후당으로 달려가 초선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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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시려면 후원의 봉의정에 가서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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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날 듯이 봉의정의 굽은 난간으로 뛰어갔다. 마음속의 그녀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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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운명이 이리도 기구한지 한없이 슬플 뿐입니다. 사도께서 저를 장군에게 시집보내기로 하여 소녀 역시 평생을 하늘처럼 받들어 모실 작정이었는데 음탕한 동 태사가 저를 데려와서는 몸을 더럽혔습니다. 천하에 이런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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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의 눈물에 여포의 가슴은 무너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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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저는 이승에 더 머물 수 없는 더러운 몸입니다. 동 태사가 저를 범할 때 죽기로 각오하였지만 장군을 한번이라도 뵙고 싶었기에 오늘까지 질긴 생을 이어왔습니다. 이제 그 원을 풀었으니 저는 저 깊은 호수에 빠져 장군께 저의 일편단심을 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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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선이 격정적인 명대사를 뱉으며 난간을 잡고 액션을 취하였다. 그러자 여포가 초선을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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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초선낭자! 이승에서 못 이루어져도 다음 생에는 반드시 부부의 연을 맺을 것이오.
내 맹세하니 그 늙은 도적의 품에서 그대를 구해내리다. 기다리고 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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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여포의 등 뒤로 길죽한 창 하나가 휙! 지나갔다.

여포가 ‘뭐야?’ 하고 돌아보니 동탁이 도끼눈을 하고 이쪽으로 돌진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