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낙양에서 군사를 물려 돌아가던 원소는 하내 지방에 이르러 군량과 마초가 바닥을 드러내 큰 곤경에 처해있었다. 이런 원소의 사정을 안 기주 목사 한복은 군량미를 원소에게 지원해 주었다. 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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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 어찌하여 남에게 구걸을 하십니까. 기주땅은 곡식과 물자가 풍부한 곳입니다.
이곳 기주를 손에 넣어 앞으로 큰일을 도모할 거점으로 삼는 것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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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한복을 공격할 마땅한 명분이 없질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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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공손찬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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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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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얼마 후, 공손찬에게 원소의 서신이 도착했다. 그 내용은 “기주의 한복이 지난날의 뜻을 저버리고 동탁과 내통하고 있으니 이를 같이 협공하여 물리친 다음, 기주땅을 서로 나누어 갖자” 는 것이었다. 원소의 말에 공손찬은 그 날로 군사를 일으켰다.

 

한편, 기주의 한복에게도 원소의 밀서가 도착했다. 그 내용은 “북쪽의 공손찬이 기주를 치기 위해 군사를 일으켰다 하니 지난날에 진 빛을 갚을 겸하여 도와주겠다” 는 것이었다. 한복은 크게 놀라 휘하의 두 모사 순심(荀諶)과 신평(辛評)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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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지금 막강한 군사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 동탁 토벌 때 이름을 날린 유비 현덕이 공손찬과 가까운 사이가 아닙니까. 공손찬이 군사를 움직이면 유비가 이를 지원할 것이니 우리로선 감당할 수 없습니다. 마침 지난날 우리가 원소를 도와준 것이 있으니 이 기회에 그를 불러들여 기주땅을 함께 다스리자고 청하시면 능히 공손찬의 군세를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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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즉시 별가 관순(關純)을 원소에게 보내려고 하였다.

 

☞ 별가는 주를 다스리는 자사나 목이 고을을 순시할 때, 다른 수레에 따로 앉아 주인을 보좌한다고해서 붙혀진 이름이다. 정식 벼슬은 ‘별가종사사(別駕從事史)’ 이다. 자사나 목의 다음가는 지위인 만큼 대단한 권한을 가졌다.

 

헌데 장사 경무(耿武)가 앞으로 나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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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불가요! 원소는 시꺼먼 놈이오! 그놈은 쌍놈이오!
놈은 늑대요! 놈은 도적이오! 내 말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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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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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이 무시하자 경무가 이번에는 바닥에 납작 엎드려 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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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는 본시 시꺼먼 속을 지닌 쌍놈이오, 늑대 같은 위인이요, 도적의 속성이 저변에 깔린 놈입니다! 어찌 그런 자를 기주에 들이려 하십니까! 이제는 이해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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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 말을 약간 늘린 것 뿐이지 않느냐!
옛부터 어진 영웅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는 진리가 있거늘, 어찌하여 그 진리를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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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도 진리 나름입니다!
원소가 어진 영웅이라면 세상 어진 이가 다 굶어죽었나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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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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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를 불러들이는 것에 반대하는 이는 경무 뿐이 아니었다. 원소의 인물됨을 아는 대다수의 신하들이 두 손 들어 반대했는데 한복이 한사코 고집을 부리니 앞날의 우중충함을 예지한 많은 사람들이 한복의 곁을 떠나 버렸다.

 

그러나 경무는 기주를 아끼는 충신이었다. 관순과 더불어 성 밖에 매복하고 원소를 죽이기로 결심한 것이다. 며칠 후, 원소가 군사를 이끌고 나타나자 경무와 관순이 칼을 휘두르며 달려 나왔다. 하지만 원소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그를 호위하던 안량의 칼에 맞아 절명해 버렸다. 그리고 관순은 문추의 철편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원소는 기주에 주둔하여 한복을 분위 장군에 임명하는 한편 전풍(田豊), 저수(沮授), 허유(許攸), 봉기(逢紀)에게 성의 주요한 업무를 총괄하게 하였다. 당연 개밥의 도토리 신세가 된 한복은 그제서야 “나는 바보야” 를 외쳐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날이 갈수록 원소의 눈빛에 주눅들어가던 한복은 얼마 후, 식구 다 버리고 혼자 진류 태수 장막(張邈)에게 쪼르르 달려가 몸을 의탁했다.

 

☞ 한복은 그 후, 장막이 원소가 보낸 사자와 귓속말로 무언가를 상의하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을 죽이려는 것으로 오해하여 화장실에 들어가 스스로 자결하고 말았다. 한 지역을 다스리던 막강한 군벌의 최후치고는 너무 허망한 죽음이었다.

 

한편, 공손찬은 원소가 기주를 독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동생 공손월(公孫越)을 보내어 잘못을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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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공손찬공과 직접 의논해야 하니 돌아가서 그리 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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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월이 예를 표하고 돌아가던 도중이었다. 50여 리를 갔을 때, 1기의 기마대가 공손월을 포위하여 죽여 버렸다. 원소의 사주를 받은 안량과 문추의 소행이었는데,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병사 한 명이 자초지종을 고하자, 공손찬은 크게 노하여 전군을 휘몰아 기주로 돌진했다. 원소 역시 공손찬이 군사를 일으켰다는 소식에 대응하여 반하(盤河)로 병력을 이동시켰다.

 

반하교를 사이에 두고 동쪽에 진을 친 원소와 서쪽에 진을 친 공손찬이 서로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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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리라고는 약에 쓸래도 없는 놈아!
지난날 네놈을 맹주로 섬겼던 게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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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몹시도 부끄러울 테지!
알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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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과는 같은 하늘 아래 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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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그러냐?
내가 하늘나라에서 살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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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혼나볼래!
기주를 독차지하고 내 아우까지 죽인 쓰레기 같은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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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은 스스로 능력이 없어 나에게 양보한 것인데, 
네깟놈이 무슨 상관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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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입씨름만 하자 옆에서 귀만 파던 문추가 참다 못해 말을 달려 쳐들어 왔다. 이에 공손찬이 맞서 싸웠으나 10여 합을 버티지 못하고 달아났다. 문추는 공손찬이 진 안으로 달아나자 곧장 밀고 들어와 사방을 휘젓고 다녔다. 적장이 자신의 진형을 마구 난도질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공손찬의 수하장수 네 사람이 일제히 문추에게 덤벼 들었다. 그러나, 고양이 앞에 쥐 네 마리였으니 문추가 소리를 버럭 지르며 창을 찔러가자 장수 하나가 그대로 말에서 떨어져 죽었다. 나머지 셋은 혼비백산하여 달아났고 문추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공손찬을 발견하고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공손찬은 문추가 자기를 노려보며 달려오자 기겁을 하여 산골짜기로 달아나는데 문추는 정말 끈질겼다.

 

공손찬은 쏠 화살도 없고 무장도 다 벗겨진 채였다. 지난날 여포에게 쫓길 때와 마찬가지로 처참한 줄행랑의 속편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도주하다가 그만 말이 쓰러져 버렸다. 땅바닥에 그대로 다이빙한 공손찬은 눈앞에서 살기를 품고 노려보는 문추의 흉악한 면상을 아련하게 쳐다보았다.

 

헌데 문추의 창이 공손찬의 목을 노리고 들어올 때 또다시 기적이 일어났다. 갑자기 수풀을 헤치고 한 장수가 튀어나와 문추를 막아선 것이다. 당대의 모든 운수를 한몸에 가진 공손찬은 이미 한번 경험했던 과거의 소중한 추억에 따라 본능적으로 냅따 몸을 일으켜 달아났다. 허둥지둥 고개 위로 올라가 돌아보니, 자신을 구한 것은 8척의 키에 위풍이 늠름한 장수였다. 아직 앳된 모습을 한 소년 장수는 말 위에 올라 탄 문추와 겨루어 50여 합이 지나도록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옥신각신하는 가운데 저쪽에서 공손찬의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몰려오는 것을 본 문추는 싸움을 멈추고 즉시 말을 돌려 달아났다.

 

공손찬은 급히 고개를 내려와 소년 장수에게 다가가 감사를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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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신세를 졌구려. 
그대는 누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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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산의 진정땅 사람으로 조운(趙雲) 자룡(子龍)이라 합니다.
얼마 전 원소의 휘하에 들어갔는데 원소의 하는 행실이 도적과 다르지 않아 크게 실망하고,
길을 돌아 떠나려던 차에 장군이 위급함을 보고 도우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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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참으로 장하시오! 내가 오늘 큰 인재를 얻었구려!
원소를 버렸다니 내게 와 주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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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믿어주시니 장군의 곁에 머무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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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크게 기뻐하며 조자룡과 함께 영채로 돌아왔다.

 

조자룡과 더불어 돌아온 공손찬은 다음날, 백마로 편성된 기병을 좌우 두 부대로 나누었다. 새로 얻은 조자룡이 용맹하기는 하였으나 공손찬은 신임하질 않았다. 그것은 수하의 무장들이 원소의 객장으로 머물렀던 자룡의 본심을 의심한 까닭이다. 공손찬은 조자룡에게 선봉을 맡기고자 하였으나 주위의 반대가 심해지자 결국 그에게 후방에 남아 군사를 지원하라는 명을 내렸다. 조자룡은 싸울 차비를 마치고 출전만 기다렸다가 후방지원이라는 말에 허탈해졌다. 명을 받고 돌아가는 기존의 장수들까지 다들 수군대며 자신을 힐끗거렸고, 공손찬도 처음의 태도를 바꾸어 애써 외면하는 듯 보이자 조자룡은 크게 실망했다.

 

한편, 원소는 안량과 문추를 선봉으로 삼아 각기 궁노수 천 명씩을 주어 좌우로 펼쳐 진형을 짜게 했다. 그리고 국의로 하여금 궁병 8백 명과 보병 만5천 명을 주어 진영 한가운데 벌여 세운 다음, 자신은 보병 수만을 거느리고 그들의 뒤에서 진을 세웠다. 반대편에선 공손찬이 엄강(嚴綱)을 선봉으로 삼아 싸움을 걸었는데 원소는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공손찬의 선봉인 엄강은 원소가 하품만 하고 있자 일제히 북을 치고 함성을 지르며 국의의 진으로 쳐들어갔다. 허나 국의의 군사들은 맞서 싸울 생각이 없는 듯 보였다. 해서 사기가 오른 엄강이 군사를 호령하여 앞으로 나갔을 때, 갑자기 무수한 화살이 쏟아졌다. 당황한 엄강이 회군하려 했지만 그때까지 잠자코 있던 국의가 기회를 잡아 말을 달려 나왔다.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창을 휘두르던 국의는 화살을 피하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 엄강에게 접근하여 단번에 가슴을 찔러 떨어뜨렸다. 선봉이 무너지자 공손찬의 좌우 군사가 이를 도우려 했지만 안량과 문추의 활공격에 막혀 더 이상 전진을 못하였다. 기선을 제압한 원소는 군사를 몰아 반하교를 넘어 진격했고 국의는 이에 앞서 ‘수(帥)’ 깃발을 잡고 있는 공손찬의 휘하 부관들을 닥치는 대로 쳐죽였다.

 

☞ 당시의 군사작전에서 깃발은 가장 중요한 신호였다. 그 중에서 ‘수(帥)자기’ 로 불리우는 통수 깃발에 따라 전군이 움직였으므로, 이 깃발을 빼앗는 것은 상대 적장을 베어 넘기는 것 못지 않은 전공이었다.

 

한편, 후방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던 원소에게 파발꾼이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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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의 장군이 적의 깃발을 부수고 적군을 크게 깨뜨리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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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의 입이 귀에 걸렸다. 곧 입고 있던 무장을 해제한 원소가 군사 수백 명과 궁병 수십 명을 이끌고 전풍과 함께 나가보니 과연 공손찬은 패하여 달아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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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저런 놈이 어찌 한 지역을 다스리는 태수란 말인가!
참으로 무능한 놈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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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공손찬은 여기 저기서 휘날리던 깃발이 떨어지고 원소군이 들이치자 말머리를 돌려 반하 다리를 넘어 달아났다. 국의가 이를 놓치지 않으려 군사를 몰아 추격하다가 후방에서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조자룡과 대면했다. 조자룡이 벼락치는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내달려 창을 휘두르자 국의는 몇 합을 버티지 못하고 말에서 떨어졌다. 기세를 이어 원소의 진형 한가운데로 뛰어들어가 좌충우돌하니 거의 무인지경이었다.

 

갑작스러운 조자룡의 출현으로 원소의 군사들이 크게 깨어지고 달아나던 공손찬이 다시 기력을 회복하여 거느리던 군사를 되돌려 진격했다. 이번에는 원소군의 진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원소는 적장 하나가 단신으로 뛰어들어 진형을 온통 들쑤셔 놓으면서 전세를 역전시키자 크게 당황했다. 게다가 다 쓰러져가던 공손찬의 군대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눈덩이처럼 불어서 사방을 죄어 왔다. 힘을 얻은 공손찬은 좌우로 고함을 지르며 군사들을 독려했다. 원소는 자신의 군사들이 우왕좌왕하고, 공손찬이 엄청난 기세로 코앞까지 다가오자 놀라 허둥거렸다. 그렇게 전세가 뒤집히고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모사 전풍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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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어서 피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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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가 갑자기 투구를 벗어 땅바닥에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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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부가 싸움터에 나와서 어찌 도망을 친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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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원소의 외침이 휘하 군사들을 사생결단으로 내몰았다. 죽기살기로 싸우던 원소 군의 진형이 차츰 수습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크게 창을 내지르며 기세를 드높이던 조자룡이 삼면으로 포위를 당하는 형국이 되었다. 몰려오는 적군을 막기에 바빴던 안량까지 군사를 몰아 진격하자 거칠 것이 없던 공손찬은 삽시간에 사방에서 찔러오는 창을 걷어내기에 급급해졌다. 조자룡은 공손찬이 위태로운 상황에 빠지고 사면초가에 몰리자 그를 보호하기 위해 포위를 뚫으려 안간힘을 썼다.

 

싸움의 전세는 다시 원소 쪽으로 기울었다. 공손찬 군은 동서남북에서 협공을 당하여 지리멸렬하고 다른 장수들도 자기 살길을 찾아 내달리기 바빴다. 겨우 활로를 뚫고 길을 만든 조자룡은 달아나는 공손찬의 뒤를 호위하며 따라갔다. 하지만 한번 승세를 탄 원소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저마다 살겠다고 발버둥치며 달아나던 공손찬의 군사들은 서로를 밀쳐내다가 원소군을 피해 수없이 반하물에 뛰어들었다.

 

원소가 돌격을 명하자 공손찬 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달아나는 길이 오로지 살길이로다. 정신없이 도주하기 바쁜 공손찬과 이를 맹추격하는 안량.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지고 조자룡이 가까스로 이를 막아섰는데, 문득 안량의 뒤를 보니 원소 군이 마치 시꺼먼 개미떼와 같이 몰려왔다. 기가 질려버린 조자룡도 더는 어쩌지 못하고 공손찬의 뒤를 따라 내달렸다.

 

줄행랑에 일가견이 생긴 공손찬도 이때만큼은 숨이 넘어갈 지경이 되었다. 가도 가도 원소 군의 추격은 멈추질 않았고 점점 위태로운 상황에 빠질 그때, 갑자기 산 뒤에서 엄청난 함성이 울려 퍼지며 한 기의 군사들이 내달려 왔다. 공손찬은 원소의 복병인줄 알고 하얗게 질렸다. 헌데 허둥거리던 공손찬이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군사들은 곧장 원소 군을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공손찬의 눈에 유비의 이름이 새겨진 깃발이 들어왔다. 공손찬과 원소가 크게 한판 붙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온 유비는 좌우로 관우, 장비를 대동하여 원소 군을 닥치는 대로 베어 넘겼다. 신나게 공손찬의 뒤를 추격하던 원소는 갑작스럽게 유비 삼형제가 출몰하여 자신에게 돌진하자 너무 놀라 칼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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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유비의 군대다!
안 되겠다! 후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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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동탁 토벌전에서 보고 들은 바가 있던 원소 군은 서슬퍼런 유비 삼형제를 보자 지레 겁을 먹고 주춤거렸다. 원소의 후퇴명령을 들은 군사들은 유비 삼형제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고, 얼마가지 않아 원소가 군사를 끌고 달아나면서 싸움은 일단락 되었다.

 

원소 군을 내몰고 돌아온 유비가 공손찬의 영채로 돌아왔다. 공손찬은 유비의 손을 잡고 크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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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정말 고맙네!
매번 아우에게 신세만 지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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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다시 조자룡을 불러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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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 자룡이라고 합니다.
유비공의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오늘 실제로 뵈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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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유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주위에 일러 술자리를 마련했다. 곧이어 두 사람 사이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다. 헌데 말석에서 조용히 잔을 기울이던 조자룡은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한시도 유비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는 조자룡, 그는 유비와의 첫만남을 통해 스스로의 운명을 예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한편, 원소는 다 이긴 싸움이 유비의 출현으로 김이 새자 굳이 나와 싸우려 들지를 않았다. 그때부터 두 세력은 반하 다리를 사이에 두고 한 달 동안 대치하면서 서로를 째려 보기만 했다. 헌데 이 소식이 장안의 동탁에게 전해졌고 이유가 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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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소와 공손찬은 당대의 영웅입니다. 서로 큰 싸움을 해서 많이 지쳐있으나 군사를 물릴 명분이 없기에 지금껏 대치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를 승상께서 천자의 조서라 하여 둘을 화해시키면 반드시 태사를 따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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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동탁은 태부 마일제(馬日磾)와 태복 조기(趙岐)에게 조서를 주어 하북으로 보냈다. 천자의 조서가 온다는 소식에 원소는 백리를 영접나와 예를 표했다. 그리고 다음날 다시 공손찬에게 조서를 전하자 둘은 결국 강화를 맺었다.

 

☞ 마일제의 벼슬은 태부이므로 아무리 막강한 군벌이라 해도 절대 소홀하게 대접할 수 없었다. 조기 역시 80세가 넘은 조정의 오랜 원로대신이었기에 원소와 공손찬은 스스로 멀리까지 나와 영접을 해야 했다.

 

공손찬은 군사를 거두고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유비를 평원의 상(相)으로 천거하는 상소문을 올렸다.

 

얼마 후, 돌아가는 채비를 하던 유비에게 조자룡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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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조운 자룡이 유비공께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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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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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장부의 뜻을 품고 세상에 나와 주인으로 모실 분을 지금껏 찾아 다녔습니다. 처음 원소에게 갔으나 그의 행실이 도적과 다르지 않아 실망하고, 지금은 공손찬 장군에게 몸을 맡기고 있습니다. 허나 그 역시 저를 탐탁치 않게 여깁니다. 저는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유비공이야 말로 제가 모실 주인이십니다. 간곡히 청하오니 이몸 조운 자룡을 거두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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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하네! 자네 정도라면 얼마든지 좋지!
안 그렇습니까?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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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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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은 유비도 자신의 본심을 의심하는 듯싶어 무릎을 꿇고 재차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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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 죽는 순간까지 충성으로 유비공을 모실 것입니다!
부디 허락하여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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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운공, 나 역시 그대가 훌륭한 장수란 것을 알고 있소!
군을 거느리는 자로 그대 같은 장수가 어찌 탐나지 않겠소이까.
허나 공손찬 장군은 그대를 필요로 하오! 아직은 그를 버리지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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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오자 자룡은 크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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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굴러 들어온 복에게 왜 반격을 하는 거유!
저 정도 친구라면 크게 도움이 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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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가 공손찬 장군을 모신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아 미처 알지 못했을 뿐이외다. 공손찬 장군은 인덕이 후덕하고 사람을 대접할 줄 아는 큰 어른이시오. 지금 그를 버리는 것은 의로운 일이 아니오. 나를 높이 생각해 주는 것은 진심으로 감사 드리오만 아직은 공손찬 장군의 곁에서 충심으로 보좌해 주기 바라오! 우리가 정말 인연이라면 훗날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외다! 알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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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룡은 자신이 조급했음을 깨닫고 더 이상 청을 하지 못했다. 스스로 몸을 굽히는데 의리를 지키라며 자신을 깨우치니, 자룡은 감복하여 거듭 절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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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공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훗날 다시 뵐 수 있기를 하늘에 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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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가 관우, 장비를 거느리고 떠나자 자룡은 멀리까지 나와 그런 유비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그 무렵, 원술은 남양땅에 주둔하면서 형인 원소가 기주를 차지했다는 소식을 듣고 말 천 필을 보내 달라는 서찰을 보내었다. 그러나 원소의 대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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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키워 니가 타거라!
세상이 공짜가 어딨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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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형이 거절하자 그때부터 형제간의 의가 상해 버렸다. 그리고 또 형주의 유표에게 군량미 20만 석을 꾸어 달라고 청했다. 이러한 요청의 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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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심어 네놈이 먹거라!
내가 돌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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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댕이 소갈보다 더 속이 좁은 원술은 너무 열이 받아 손견에게 서신을 보내 유표를 협공하자고 했다. 손견이 이를 받아들이려 하자 정보가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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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형인 원소보다 더 의리가 없는 놈입니다. 
놈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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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의 도움 따위는 필요 없다!
지난번의 앙갚음을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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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손견은 황개를 보내어 전함을 정비하도록 한 다음에 무기와 군량, 마초를 싣고는 군사를 일으켰다. 이런 소식은 즉시 유표에게 전해졌다. 유표는 크게 놀라 급히 수하들을 집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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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려마십시오. 황조 장군에게 강하의 군사를 거느리고 선봉으로 서게 한 다음,
주군은 형주와 양양의 군사를 몰아 뒤에서 후원하면 능히 손견을 막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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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표는 괴량의 의견을 받아들여 즉시 황조를 선봉으로 삼아 출진 시킨 다음, 형주의 모든 군사를 소집하였다.

 

손견에게는 아들이 넷 있었다. 큰 아들이 손책(孫策)이고, 둘째가 손권(孫權), 셋째가 손익(孫翊), 넷째가 손광(孫匡)이다. 그리고 이들 넷의 어머니인 오부인의 친정 여동생이 손견의 둘째 부인인데 이 중에서는 아들 손낭(孫郎)과 딸인 손인(孫仁)이 태어났다. 그리고 소실인 유씨의 몸에서 아들 하나가 있으니 손소(孫韶)라고 했다. 그리고 손견에게는 동생 하나가 있는데 이름이 손정(孫靜)이었다.

 

손견이 유표를 치기 위해 출진하자 아우 손정이 나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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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라의 가장 큰 적은 황제를 휘두르는 동탁이 아닙니까!
이처럼 큰 적을 두고서 한낱 원한으로 군사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닌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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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냐!
앞으로 큰일을 도모하여 천하를 어우를 것인데, 어찌 원수를 그냥 둘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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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이번에는 큰 아들 손책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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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히 가시겠다면 제가 모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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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이 허락하고 같이 전함에 올라타니 모든 전함이 곧장 번성으로 나갔다. 강공에 위치한 손견이 형주를 공격하려면 장강을 건너 황조가 거느린 강하땅을 거쳐야 했다. 유표 군의 선봉인 강하 태수 황조는 강가에 궁수를 매복시키고는 손견이 다가오자 활을 빗발치듯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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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까짓 활공격에 당황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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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황조의 활공격이 거세자 더는 진격을 못하고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전진했다. 그러나 손견은 강에 이르기만 하면 황조가 활을 쏘아대니 며칠동안 강어귀에서 이도 저도 못하고 왔다 갔다만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다시 접근을 시도하는데 웬일인지 황조의 공격이 잠잠했다. 손견이 보니 황조가 활을 모두 소모하여 더는 쏠 화살이 없었던 것이다. 이를 안 손견이 전함에 꽂힌 활을 수거하였는데 10만 개가 넘었다.

 

때마침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불어왔고 손견은 이 기회를 잡아 활을 쏘아댔다. 황조는 자신들이 쏜 화살이 부메랑 효과로 다시 돌아오자 열이 받아서는 발만 동동 구르다가 버티지 못하고 뒤로 달아났다. 손견은 전 군사에게 상륙을 명했고 곧이어 황조의 영채로 쳐들어갔다. 군사를 나누어 협공하는 손견의 군사에게 크게 깨진 황조는 번성을 버리고 등성으로 도망쳤다. 번성을 점령한 후, 손견은 황개로 하여금 전함을 지키도록 하고 자신은 군사를 몰아 바로 등성으로 향했다. 이에 맞서 황조는 벌판에 군사들을 세워 진을 쳤다. 손견이 황조의 진을 살핀 다음 자신의 군사도 진을 세워 놓고 앞으로 나와 살피니 손책이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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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동의 쥐새끼야!
감히 황실의 종친 땅을 넘보다니 네놈이 실성을 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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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조는 한바탕 욕을 하고는 장호를 내보내어 싸우게 하자 손견 쪽에서는 한당이 달려나왔다. 둘이 붙어 30여 합을 싸우다가 장호가 밀리는 듯 보이니 진생이 이를 구원 나왔다. 하지만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던 손책이 활을 들어 진생을 꿰어버렸다. 장호는 도우려고 나오던 진생이 죽자 크게 놀라 허둥대다가 방심하여 한당의 칼에 목이 달아났다. 정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적진으로 돌진했고, 황조는 갑옷과 투구를 벗어 버리고는 군사들 틈에 섞여 달아났다. 손견 역시 군사를 몰아 쫓아가다가 한수에 이르자 명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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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개에게 일러 전함을 한강(漢江)에 대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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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크게 패한 황조는 패잔병을 모은 후 유표에게 돌아가 패배를 보고 했다. 유표는 크게 놀라 괴량에게 계책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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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싸움에서 패하였으니 군사의 사기가 많이 떨어졌을 것입니다.
일단 성루를 쌓아 적군의 기세를 멈추게 하고 원소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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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량이 계책을 꺼내자 채모가 반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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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오! 적이 이미 코앞에 와 있는데 어느 천년에 성루를 쌓는단 말인가.
삽질하다가 죽으란 말이오! 차라리 이몸이 직접 군사를 끌고 나가 단판을 지어 보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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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표의 허락을 받은 채모는 군사 만여 명을 이끌고 현산에 진을 쳤다. 그리고 얼마 후, 손견이 군사를 거느리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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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놈은 채모다!
누가 나아가 저놈의 콧수염을 뽑아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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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싸움에서 승기를 취한 정보가 철척사모를 들고 튀어나갔다. 창을 휘두르며 죽일 듯이 노려오니 채모는 몇 합을 견디지 못하고 패하여 줄행랑을 쳤다. 손견은 도망가는 적군을 몰아쳐 모조리 베어 버렸는데, 그 기세가 우렁찼다. 괜히 나갔다가 군사만 몽땅 잃은 채모가 유표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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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량공의 생각에 따르지 않았다가 이 꼴이 되었소이다. 
나를 죽여주시오! 아님 살려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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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표가 몹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용서했다. 자신의 후처가 채모의 누이였기 때문이다.

 

그 무렵, 손견은 양양 성을 포위하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돌풍이 일더니 영채의 장군기가 부러졌다. 한당이 놀라 손견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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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에 장군기가 부러진 것은 좋지 않은 징조입니다. 
군사를 돌리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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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손견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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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를 하는 게냐!
이제 양양 성을 거의 함락시켜 가는데 돌아 간다는 게 말이 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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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양양 성 안에서는 괴량이 하늘을 보다가 유표에게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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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을 보니 장군별이 떨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별의 위치로 보건대 필시 손견의 별입니다.
주군은 속히 원소에게 지원을 요청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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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표가 편지를 쓴 후에 좌우를 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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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적의 포위망을 뚫고 원소에게 가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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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여공이 나섰다. 이에 괴량이 여공에게 계책을 일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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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쏘는 기병 5백 기를 거느리고 포위를 뚫어 현산으로 가시오. 그러면 필시 이를 쫓을 것이니, 현산에 이르러 군사 백 명을 산으로 보내어 돌을 모으게 하고, 활 쏘는 기병 백여 명은 숲 속에 매복시키시오. 그리고 그대는 뒤쫓아오는 적군을 맞아 사방으로 몰아 달아나다가 숲 속에 매복시킨 군사들의 위치까지 유인하여 적이 따라오면 돌과 활로 이를 공격하시오. 이를 지켜보고 전세가 유리하다 판단되면 연주포를 쏘도록 하시오. 허면 우리가 이를 도울 것이나 적군이 쫓지를 않으면 그대로 원소에게 가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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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여공이 군사와 말을 준비하여 동쪽 성문으로 빠져 나갔다. 이때에, 손견은 장막 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함성이 일자 급히 기병을 거느리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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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성에서 한 무리의 군사가 나와 현산 쪽으로 달아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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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견은 즉시 데리고 나온 기병 30기와 함께 이를 추격했는데 얼마가지 않아 현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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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딨느냐? 이 쥐새끼 같은 놈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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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어디선가 여공이 말을 몰아서는 손견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몇 번 부딪치기도 전에 여공이 말머리를 돌려 달아나자 손견이 그 뒤를 쫓으니 여공은 어느새 숨어 버렸다. 손견이 욕설을 퍼부으며 이리저리 살피다가 산 위로 올라가려는데 어디선가 북소리가 나며 산 위에서 무수한 바위와 돌이 떨어지고, 그와 동시에 숲 속에서는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왔다. 손견이 크게 당황하여 피하려 했지만 쏟아지는 화살과 돌덩이를 무슨 재주로 피하겠는가.

 

살 길을 찾아 허겁지겁 내달리던 손견은 곧 온몸에 화살이 날아와 박히고, 돌덩어리에 머리가 깨져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다. 나이 37세에 용맹을 떨치다가 옥새의 욕심으로 원수를 만들어 결국 생을 마감한 것이다.